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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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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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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남방에서의 개전.

DUMMY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먼저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여 집안을 안정시킨 후에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한다. 라는 뜻의 이 문장은 현재의 청나라에 있어서 정말이지 꼭 필요한 글귀라고 해도 무방하였다.


먼저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라는 것은 부정부패를 종식시키고 합리적인 조세 제도와 팔기군을 대체할 새로운 군제의 확립을.


집안을 안정시키고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은 태평천국을 비롯한 민란을 진압하고 다시 한 번 안정된 치세를 펼치는 것을.


마지막으로 천하를 평정한다는 것은 지금 청나라가 가져가야 할 부와 명예를 거머쥐고 있는 대한제국을 타도하는 것이다.


물론 이 고사성어를 지금의 청나라 정부가 써먹고 있냐 하면. 그것은 아니었다. 당장 민심은 바닥을 뚫고 지하실을 넘어 내핵을 향하고 있는 중이었고. 남부에서는 대한제국의 은밀한 지원을 받은 태평천국이 세력을 안정시키고 현지의 주민들에게 교리를 가르치고 있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집안의 곳간을 빼앗은 도적 놈과. 집안의 농지를 빼앗은 도적 중에 누가 더 중하다고 한다면. 그야 말할 것도 없이 후자일 것이다. 곳간이야 비기 마련이지만. 농지에서는 귀한 쌀이 나오지 않는가?


우선 집안의 농지를 빼앗은 도적을 주살하여 다시 농지를 탈환하여 그곳에서 나는 곡식으로 식솔들을 먹여살릴 다음에 곳간을 다시 손에 넣는 것이 천하의 순리이다.


이런 까닭으로 황제 폐하의 명을 받을어 남방의 반란군들을 격멸하기 위해 크게 군을 일으키니. 황제 폐하와 대청의 은혜를 받은 신민들은 일제히 들고 일어나 용의 깃발 아래 모일지어다!"


그리하여. 대청유신회는 옥새를 마음대로 남용하여 강남 지방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내부의 적인 태평천국을 토벌하기 위해 수십만의 군세를 일으켰다.


태평천국이 충분히 긴장하고. 충분히 거점을 점령하고 적을 포위점령할 수 있는 숫자인 50만명이 모이자. 청나라의 군부는 지난 번 만주 출병 때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엄청난 양의 보급품을 준비하고. 병사들을 훈련시켰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1년이 흘러 50만명의 군사들이 어느정도 정예화 되었을 때. 1862년 2월 12일 아침 4시에 청나라의 군단은 태평천국군과 첫 번째 전투를 벌였다.


*


쾅! 콰앙!


"아아악! 내 다리! 내 다리가아아아!"


"살려주세요 엄마! 엄마아아!"


"물러서지 마라! 우리의 승패에 대청의 부활이 달려 있다! 황제 폐하를 위하여!"


"""우아아아아아아!"""


과연 만주 출병 때의 악몽을 디딤돌 삼아 훈련시킨 50만명은 공황 상태에 빠지고. 동료들의 팔다리가 무력하게 날아가는 순간에도 덜덜 떨지언정 끝까지 전열을 지켰다.


1년 동안의 훈련과 풍부한 보급을 받은 50만명의 군사들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안타깝게도 태평천국군도 마찬가지였다.


"화차를 발포하라!"


"예!"


쉬익-! 쉬이이익-!


쾅! 콰콰쾅!


대한제국군의 물질적인 도움을 받은 태평천국군은 마치 청군을 도발하듯 대놓고 대한제국의 무기인 화차를 쓰고 있었다. 애초에 대한제국군 포병대의 커리큘럼이 화차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었기에. 그들의 교육을 받은 태평천국군이 화차를 운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다.


"적 보병들이 우익을 돌파하였습니다!"


"속히 제1 예비대를 투입하라! 제2.3 예비대는 중앙에 집결. 적 기병들의 일제 돌격을 저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보병 싸움에서 밀리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이미 대한제국군이 쓰는 라이플드 미니에 라이플로 무장한 태평천국군은 청군의 조총보다 월등한 위력을 뽐내고 있었고. 광신적인 신앙으로 무장한 태평천국군은 한계에 몰린 보병대가 착검돌격을 감행와는 와중에도 전혀 기죽지 않고 단검을 뽑아들어 맞서고 있었다.


"장군님! 적 기병이 좌익과 우익 양쪽으로 기동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포병대를 노리는 것 같습니다!"


"제기! 전선을 뒤로 물린다! 강을 따라 후퇴하고. 산맥에 있는 요새에서 수성전을 펼치겠다!"


"병사들에게 알리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태평천국군의 승리를 보장하지는 못했다. 사실 아무리 잘 쳐줘봐야 성공한 군벌과 아무리 쇠락해도 중국 전역을 통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거대 제국의 힘은 비교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50만의 군사들을 이끌고 있는 것은 태평천국의 담당일진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증국번이었으니. 태평천국군은 필사적으로 싸우면서도 중과부적으로 후퇴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


"총사령관 각하. 이 기세대로라면 저희는 머지않아 사교도들의 무리를 전부 몰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각하. 게다가. 저 놈들이 쓰는 화차를 보셨습니까? 필시 조선 놈들이 뭔가 술수를 부렸을 겁니다. 서둘러 저들의 본거지에 쳐들어가 소탕 작전을 벌이고. 그 다음에 조선과 전쟁을 해 만주를 되찾아야 합니다."


"..."


전투 자체는 청군의 승리였다. 그것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태평천국군은 후퇴하였고. 청군은 결과적으로 전선을 밀어낼 수 있었다. 도망친 적도들은 산성으로 돌아가 농성하고 있었기에. 청군은 공성전을 벌이던가. 아니면 그냥 적들을 무시하고 더 깊숙히 들어간다는 선택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증국번은 무엇인가 기시감을 느꼈다. 이상하다. 자신이 상대했던 태평천국군은 '후퇴'라는 이성적이고도 전략적인 행동을 하는 집단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장 지금 전투에 투입된 3만명 중 2만명이 죽고 다친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 저들의 사기가 왕성하고 무기가 좋다고는 하나 그것만으로는 이런 교환비가 설명되지 않았다.


"...정말로 조선 놈들이 술수를 부렸구나."


그리고 증극번은 이런 기시감을 설명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 있는 장군이었다. 필시 대한제국이 배를 써서 실력이 좋은 장교들을 태평천국에 꽃아넣은 것이리라.


윗대가리 한 명이 바뀌면 전체가 바뀌는 것이 군대였으니 태평천국군도 '군'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이상 바뀌기는 하였을 것이다.


청에게는 나쁜 방향으로 말이다.


"사상자들을 정리하고 부상자들을 치료하도록 하게. 나머지는 본대의 도착을 기다리도록 하고..."


"총사령관 각하! 크.. 큰일입니다!"


"놈! 감히 총사께서 계신 곳에..!"


"되었다. 보아하니 전령인 듯 한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


"구..군량 창고가 불타고. 본대가 1만명 남짓한 적도들에게 공격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공격은 물리칠 수 있었으나. 적들을 막느라 불을 제때 끄지 못하여.. 군량이.."


"모두 불타버린 것이냐?! 어서 대답하여라!"


"아니! 아닙니다! 다행히도 서둘러 적을 물리치고 물을 뿌린 덕에 곡식의 절반을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


"후우! 다행이군. 본대에 가서 방비를 더욱 철저히 하고 북경에 사자를 보내 보급품을 더 보내달라 이르게."


"알겠습니다!"


전령이 나가자. 증극번은 결국 화를 이기지 못하고 작전지도가 놓여져 있는 책상을 쾅!하고 내리쳤다.


"사..사령관 각하?"


"그래.. 이제야 기억이 났다.. 저 망할 사교도 놈들은 전투에서 패했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아.. 한 놈 한 놈씩.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싹 다 죽여야만 이 전쟁은 끝난다."


"하..하오나 그렇게 된다면!"


"나도 안다! 최소한 이번 년에는 끝나지 않겠지. 하지만 자네들도 들었잖나?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적의 본대를 기습하고 보급을 차단하는 것은 병략의 기본 아닙니까? 그것이 왜... 오 이런. 안 돼.. 안 돼.. 안 돼.."


의문을 제기하던 지휘관 한 명이 문득 증극번이 한 말의 의미를 깨닫고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렇다. 병략의 기본을 행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토벌군이 아닌 학살자들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토벌을 하고 있는 게 아니야. 천왕 홍수전의 군대에 맞선 전면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허어!"


"그럴수가.."


그제서야 이해가 된 지휘관들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기 위해 옷을 허물었다. 이것이 전쟁이라면. 곧 있을 대한제국과의 전쟁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지금의 청이 이면전선을 만들어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증극번은 아니라고 보았다. 지금은 대한제국과의 전쟁을 미루어서라도 반드시 저 사교도들을 토벌해야만 한다. 이미 저들은 반역도당이라고 할 수 있는 경지를 넘어섰다. 만약 이곳에서 삭초제근을 하지 않는다면. 남북조 시대가 다시 재현될 수도 있으리라.


"바깥으로 나가 병사들을 독려하게. 마음을 독하게 먹지 않으면.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없을테니."


총사령관의 혼이 빠진 말투에. 지휘관들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제 남방에서 시작된 전쟁은. 북방에서의 전쟁과 무관하지 않게 되었다.


*


"미국에서 드디어 내전이 터졌습니다. 남과 북으로 나뉘어서 말이지요. 그깟 피부색이 뭐라고 그렇게 피터지게 싸우려 드는지.."


"세상에는 이성적인 사람들보다 비이성적인 자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지. 하지만 우리야 잘 되었어. 흑인 노예들을 사오는 작업은 계속하고 있나?"


"예에... 헌데 정말로 그들을 사오실 겁니까? 밭일이나 하던 노예들보다는 차라리 고급 인력을 데려오는 것이 나을 텐데요.."


"안 되지. 고급 인력을 전쟁터에 내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들에게는 이 극동에서 짐의 군사가 되어주어야 해."


"그렇다면.. 그 대가는 자유입니까?"


"그래.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겠지."


"설마 폐하. 제가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요?"


"왜 안 되나? 알래스카에 흑인들이라. 딱 어울리는 한 쌍같아 보이는데. 거기에 살던 백인들 기죽이는데도 좋겠지."


황제가 클클 웃으며 말하자 입이 벌어지는 것은 대신들의 몫이었다. 세상에. 다른 곳도 아니고 흑인을 알래스카에 보내다니. 이거야 완전 러시아와 미국을 엿먹이는 일 아닌가.


게다가 이제 곧 시작될 전쟁에 흑인들을 집어넣겠다니. 마치 질 낮은 농담과도 같았지만 황제의 의지는 확고하였다.


"대한은 만민의 제국이 되어야 한다. 황인은 되고. 백인은 되는데 흑인은 제국인이 되지 못한다는 말이더냐?"


"아니.. 신들은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니오라.."


"되었다. 그대들에게 악의는 없겠지. 지금 항구에 도착한 흑인들은 얼마나 되느냐?"


"총합 10만명입니다. 모두 자유를 주고 땅까지 주겠다는 말에 눈물을 흘리면서 기뻐하였습니다."


"이제 징집령을 내려라. 자유에는 대가가 필요한 법이지."


"..알겠습니다 폐하."


단 한 번도 국가다운 국가를 세운 적이 없는 약소한 민족. 모든 게 열등한 덜떨어진 인종. 그리고 자신들의 조국이 없는 흑인들은 마침내 자신들의 조국이 될 나라를 찾아내었다.


머나먼 극동의 나라 대한제국. 그곳에서는 자신들을 사람으로 대우해주고. 국민으로 대우해주기로 약속하였던 것이다.


다름아닌 황제의 지엄한 명령에 금은을 주고 팔려온 흑인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였다. 자유의 땅에 드디어 도착하였다. 수많은 고통과 시련을 견뎌낸 그들에게 드디어 신이 보상을 내려주신 것이다.


그러나 징병관이 와 그들에게 징집 문서를 들이미는 순간 그들은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시대에서. 자유란 결코 공짜가 아니었음을.


작가의말

국방의 의무 축하해.

드디어 멋진 자유인 되는 거야.

자영농도 될 수 있겠구나.

보급은 팍팍 넣어줄게.

황명으로 치킨도 사줄게.

좋아 너무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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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857년 기준. 대한제국 영토 지도. +1 20.07.16 3,157 0 -
60 한(韓) 에포크(완) +3 20.10.05 1,116 20 12쪽
59 사후정리 +4 20.09.30 1,022 20 12쪽
58 마지막 결단 +2 20.09.29 953 19 12쪽
57 옴스크를 공략하라 +4 20.09.28 925 20 12쪽
56 타타르의 멍에 +7 20.09.23 1,119 21 12쪽
55 발트 해의 결전 +2 20.09.22 1,061 21 12쪽
54 폭풍전야 +3 20.09.21 1,084 18 12쪽
53 흑귀부대 +3 20.09.09 1,280 20 12쪽
52 漢의 이름으로. +3 20.09.08 1,231 21 12쪽
51 진정한 전쟁의 시작 +2 20.09.07 1,211 16 12쪽
50 원래 전쟁은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7 20.09.02 1,240 22 12쪽
49 천명대전. +2 20.09.01 1,248 19 12쪽
48 시산혈해 +3 20.08.31 1,241 21 12쪽
47 우리는 전쟁을 할 것이다. +4 20.08.26 1,341 21 12쪽
46 동해보복 +2 20.08.25 1,361 27 12쪽
45 음지의 전쟁 +3 20.08.24 1,276 17 12쪽
44 어서 와 게릴라전은 처음이지? +3 20.08.12 1,414 23 12쪽
» 남방에서의 개전. +2 20.08.11 1,417 20 12쪽
42 도움! +2 20.08.10 1,381 24 12쪽
41 착한 제국주의 +3 20.08.05 1,520 25 12쪽
40 개화된 아시아. +3 20.08.04 1,565 25 12쪽
39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1 20.08.03 1,514 24 12쪽
38 천하무산자합일! +3 20.07.22 1,676 18 12쪽
37 인민의 제국 +6 20.07.21 1,710 24 12쪽
36 문명국의 군대. +3 20.07.20 1,654 22 12쪽
35 황제 폐하를 위하여! +5 20.07.15 1,718 23 12쪽
34 1달간의 여정. +1 20.07.14 1,664 22 12쪽
33 구원의 대가. +2 20.07.13 1,642 20 12쪽
32 차이점 +3 20.07.08 1,705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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