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09,561
추천수 :
1,370
글자수 :
311,201

작성
20.08.10 06:00
조회
1,380
추천
24
글자
12쪽

도움!

DUMMY

현재 대한제국이 처한 상황은 이렇다.


북쪽에서는 부동항을 가지고 싶은 러시아가 있고. 서쪽에는 잃어버린 황실의 발원지를 반드시 탈환하겠다는 야심을 가진 중국이 침을 흘리며 침공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동남아시아에는 방금 막 제국령으로 편입된 나약한 5개의 성이 있으며. 해상 선박의 미비로 인해 보급선은 한없이 지체되고만 있다.


그러나 대한제국의 군부와 황제는 개틀링이라는 신무기와 콘스탄티노플의 삼중성벽을 정신적으로 계승한 삼중참호. 그리고 탄탄하게 구축한 야전의료체계를 철석같이 믿고 있었기에. 전혀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끼지 못했다.


이러한 비현실적인 평화로움은 제국 전역에 거주하고 있는 7000만 신민들에게도 전염되었는데. 이러한 인식의 배경에는 그동안 황제가 보여주었던 초월적인 능력이 있었다.


어차피 무슨 일이 일어나든 황제 폐하께서 다 알아서 해결해주실테니 우리같은 아랫것들은 그저 시키는 대로 하면 될뿐이라는 마인드가 너무나 깊게 박혀버린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7000만 신민들이 전부 황제가 죽으라고 하면 네!하고 죽는 꼭두각시처럼 변했냐고 하면. 그것은 또 아니었다.


예전부터 높았던 교육열과 신민학교의 보급과 맞물려 신민들의 평균 학력은 서서히 높아지고 있었고. 외부. 특히 서양에서 유입된 지식인들의 영향으로 인해 동아시아의 체질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전제군주제의 심리적 영향도 어느정도 옅어지는 중이었다.


한 마디로 줄여 말하자면 제국 내에서 황제가 가지는 존재감과 그동안 쌓은 업적이 워낙 큰 탓에 심각한 전쟁의 위기가 있음에도 국민들의 체감하는 위협은 그리 크지 않았고. 그렇다고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것은 또 아니었기에. 현재 제국은 기묘한 평화가 계속되는 기묘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헌데. 분명 전쟁은 다가오고 있건만. 신민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평화로운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에 불안을 느낀 것은 다름아닌 군부의 인사들이었다.


"이대로 평화가 계속된다면 문제는 없겠지만. 만약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전시 체제가 가동되면 대공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르던 개가 죽어도 사흘 밤낮을 우는 것이 사람들의 심리인데. 자신들의 친우나 가족이 죽어간다는 소식이 들려온다면야... 이야기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죠."


"폐하! 국민들에게 전쟁의 위기를 실감시켜야 합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저희는 그 중국과 같은 꼴이 날지도 모릅니다!"


군부의 인사들은 제각기 국민들에게 우리는 지금 전쟁에 돌입하고 있다는 경각심을 주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소리쳤다.


그리고 언제나. 황제 폐하에게는 계획이 있는 법.


답은 '일본'이었다.


*


여기서 일본이 어째서 답이냐 하면 그 이유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한데. 근본적인 이유야 당연히 조선을 계승한 대한제국인들에게 있어서 임진왜란이라는 잊을 수 없는 치욕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의 일본이야 책을 써도 될만큼 모범적인 국가 막장 테크를 차근차근 밟아가는 중이라 대한제국의 뒤통수는 커녕 자기 집 단속마저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그런 상황을 모르는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아직도 중국이 아닌 일본을 최대의 적수로 인식하고 있었다.


중국과의 전쟁을 거치면서 제국의 주적이 중국이라는 사실이 일반 대중에게도 알려졌지만. 전쟁에서의 승전으로 인해 중국도 사실 별 거 아니라는 자신감이 붙으면서 주된 경계 대상에서 (일반인들 기준으로) 제외되었지만. 아직도 미지에 둘러싸인 저 일본 열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대한제국인들이 굳이 일본에 찾아갈 이유도 없었고. 막장이 된 일본의 상태를 일본인들 스스로가 수치스럽게 여겨 다른 사람들이 일본에 오는 것을 막은 것도 한 몫을 거들었다.


원래부터 미지는 공포를 낳는 법. 군부와 황제가 살짝 입김을 불어넣어주자 장작더미에 불꽃이 튀듯. 평화로웠던 대한제국의 시가지는 일본의 침공을 걱정하는 여인들의 목소리와 온갖 억측들을 실은 기사들이 팔려나가는 광경으로 변했다.


물론 진상을 아는 학자들은 만주 합병을 기점으로 대한제국과 일본의 국력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불가역적인 차이를 불러왔다고 여기고 있지만. 진상을 아는 학자들은 그다지 대중들의 환상을 깨고 싶지 않아 했다.


대중들이 우매하면 우매할수록. 추종받고 돈을 버는 것은 그들이었으니까.


*


"그럼. 만주를 다시 차지하게 되면. 연해주.. 프리모리예 지방은 저희 러시아가 가져가는 걸로 괜찮겠습니까?"


"괜찮습니다. 속이 조금 쓰리기는 하지만.. 만주를 되찾을 수만 있다면야 희생은 불가피한 법이죠."


"좋은 대답입니다. 차르께서 좋아하시겠군요. 최후통첩은 언제 날리면 되겠습니까?"


"아직은 저희 쪽도 준비가 끝나지 않았으니. 넉넉히 잡아서 1년 후 3월 즈음이 어떻습니까? 그 때쯤이면 날씨가 풀릴테니 말이지요."


"아아.. 그렇군요. 우리 러시아도 군사를 극동 방면으로 옮겨야 하니..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지요."


두 제국의 외무대신들은 서로 증서를 교환했다. 이번 한국에 대한 전쟁에 있어서. 승리를 한다면 사이좋게 만주를 나눠먹는다는 내용의 증서였다.


물론 그 모든 조건은 대한제국이 다시 한반도로 돌아간다는 전제가 깔려있었지만. 러시아와 중국 모두 승리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러시아의 인구는 4500만. 이제 4000만에 불과한 대한제국의 1령과 2령을 합친 것보다 많고.. 중국의 인구야 이미 5억을 넘긴지 오래였으니 3령까지 합쳐봐야 겨우 7000만을 넘는 대한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전력을 투사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1명을 죽이면 10명이 오고. 10명을 죽이면 100명이 오고. 100명이 죽으면 1000명이 오며. 1000명이 죽으면 10000명이 오는 미친듯한 물량전이 가능했던 것이다.


세상에서 오직 중국만이 가능할 가공할 만한 물량전을 국가적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중국과 중국을 지배하고 있는 대청유신회의 인사들은 이번에야 말로 결코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에 취해 있었다.


말 그대로 천만대군을 뽑아낼 수 있는데. 그까짓 방어선 좀 잘 구축해놓았다고 뭐가 대수란 말인가? 물량에는 물량만의 질이 있었다. 대한제국이 병력의 질로 승부한다면. 그 병력의 질을 상회할만한 물량을 쏟아부으면 그만.


승리만 한다면야 희생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죽은 중국인들에 대한 막대한 배상금을 패전한 대한제국에게 뜯어낼 것이니까 말이다.


물론. 이것도 전부 중국과 러시아가 대한제국과 맞서 승리한다고 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


"이렇게 만나뵙게 되서 영광입니다. 하늘의 왕이시여. 저는 대한의 황제께서 보내신 특사입니다."


"음. 동쪽의 강국의 특사를 만나게 되어 영광이오. 그래서. 어째서 짐을 찾아온 것이오?"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을 압박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손을 잡는 동안. 대한제국의 외무성또한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


중국의 남부를 여전히 장악하고 있는 태평천국은 이번 전쟁에서 조커의 역할을 할 수 있었기에. 대한제국은 남몰래 이들을 지원하여 다가올 전쟁에서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우선.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제가 가져온 물품부터 봐주시길 바랍니다."


"오오! 이것은.. 그대들의 병기 아닌가! 조총에다가.. 대포.. 게다가 산더미같은 탄약까지! 이것을 어째서 짐에게 바치는 것인가? 우리 태평천국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야?"


"폐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대한은 태평천국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저들이 노서와 손을 잡았습니다. 중화의 터전을 저 양이들에게 팔아넘긴 겁니다! 저희 대한의 힘으로는 그들과 싸워 이길 수 없습니다. 든든한 지원군이. 믿을 수 있는 아군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 나라에?"


"예. 이들은 저희 군대에서도 최정예로 꼽히는 장성들입니다. 이들이 이 나라에 머물면서 당신의 군대에 많은 조언을 할 것입니다. 무기와 탄약은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저 북경의 탐욕스러운 돼지들에게 하늘의 분노를 보여주십시오!"


"...좋다! 참으로 하늘의 계시로다. 중원의 왕과 동아의 천자가 손을 잡았으니! 오늘은 참으로 경사가 아닌가! 특사여! 평양의 황제 폐하께 전하게! 이 천왕. 홍수전이는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감사합니다 폐하! 반드시 성심에 보답토록 하겠습니다!"


*


"러시아에게 해상 봉쇄를 해주십시오."


"우리 영국이 말입니까? 어째서 그렇게 해야 하지요?"


"부동항."


"!"


이번의 타겟은 영국이었다. 평양으로 이전된 공사관에서. 영국의 전권대사인 클래드스턴은 러시아가 부동항을 손에 넣는다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고 말았다.


"영국은 유럽과 손을 잡아 흑해로 진출하려는 러시아의 야심을 저지했습니다. 이번에는 태평양입니다. 러시아가 태평양으로 진출한다면 필시 큰일이 날 것이란 것은 당신들도 잘 알고 계실 것 아닙니까?"


"...글쎄요? 태평양은 동쪽의 바다입니다. 우리 영국은 러시아가 대서양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는 것으로 충분합니다만..."


"대사님. 생각해보십시오. 태평양입니다. 이 지구상의 모든 육지가 들어가도 남는 광활한 바다가 러시아의 손에 떨어져. 그곳에서 나는 자원들이 러시아의 손에 들어간다면.. 언제까지 대서양을 지킬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우리가 걱정할 일이지. 대한제국이 걱정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아니요. 만약 러시아가 태평양으로 진출한다면. 지금도 아메리카의 일부를 가지고 있는 러시아가 캐나다를 위협할 가능성도 있는데 말입니다."


"...터무니없는 비약입니다."


"그렇다면 이야기를 바꿔보죠. 대사님. 저희 대한제국 이외에 이 아시아에서 러시아와 단독으로 전쟁을 벌일 수 있을만큼 근대화되어 있고. 체급이 큰 나라가 존재합니까?"


"...."


"물론 인도가 있겠죠.. 하지만 인도는 지금도 통치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땅인데. 과연 인도인들이 버킹엄의 여왕을 위해 목숨을 바칠 것 같습니까?"


"하지만. 크림 전쟁 때도 영국인들은 많은 피를 흘렸습니다. 내각은 더 이상 전쟁을 원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내각의 뜻이 여왕 폐하의 뜻은 아니지 않습니까? 전쟁에 참전해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해상 봉쇄와. 이 전쟁이 명분 없는 침략전쟁이라고 러시아를 비난해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러시아가 가만히 있을 것 같습니까! 해상 봉쇄만으로도 러시아는 저희에 대한 전쟁 명분을 얻게 됩니다!"


"러시아의 발틱 함대에 질만큼 로열 네이비가 약한 겁니까? 이미 러시아의 전력은 시베리아을 넘어 극동으로 배치되고 있습니다. 저희가 10번이 넘게 확인한 정보입니다."


"으으...."


"대사님. 만약 저희가 무너진다면. 이 아시아의 유일한 문명국이 무너지게 됩니다. 백인의 짐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저희는 중국을 물리치고. 러시아에 다시 타타르의 멍에를 씌울 것입니다. 저희는 발해 만을 저희의 내해로 만들고. 알래스카를 병합할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저희를 도와준 영국의 기업들에게 특혜가 가는 것을 누가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도와준다면 말이지만요."


"...본국에 연락을 넣어보겠습니다."


그렇게. 버킹엄은 대한제국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제 외교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전부 해결하였다. 남은 것은 오직 피와 강철로 해결할 수밖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철의 종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857년 기준. 대한제국 영토 지도. +1 20.07.16 3,156 0 -
60 한(韓) 에포크(완) +3 20.10.05 1,115 20 12쪽
59 사후정리 +4 20.09.30 1,022 20 12쪽
58 마지막 결단 +2 20.09.29 952 19 12쪽
57 옴스크를 공략하라 +4 20.09.28 924 20 12쪽
56 타타르의 멍에 +7 20.09.23 1,119 21 12쪽
55 발트 해의 결전 +2 20.09.22 1,061 21 12쪽
54 폭풍전야 +3 20.09.21 1,084 18 12쪽
53 흑귀부대 +3 20.09.09 1,279 20 12쪽
52 漢의 이름으로. +3 20.09.08 1,230 21 12쪽
51 진정한 전쟁의 시작 +2 20.09.07 1,210 16 12쪽
50 원래 전쟁은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7 20.09.02 1,239 22 12쪽
49 천명대전. +2 20.09.01 1,248 19 12쪽
48 시산혈해 +3 20.08.31 1,241 21 12쪽
47 우리는 전쟁을 할 것이다. +4 20.08.26 1,341 21 12쪽
46 동해보복 +2 20.08.25 1,361 27 12쪽
45 음지의 전쟁 +3 20.08.24 1,275 17 12쪽
44 어서 와 게릴라전은 처음이지? +3 20.08.12 1,413 23 12쪽
43 남방에서의 개전. +2 20.08.11 1,416 20 12쪽
» 도움! +2 20.08.10 1,381 24 12쪽
41 착한 제국주의 +3 20.08.05 1,520 25 12쪽
40 개화된 아시아. +3 20.08.04 1,564 25 12쪽
39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1 20.08.03 1,513 24 12쪽
38 천하무산자합일! +3 20.07.22 1,675 18 12쪽
37 인민의 제국 +6 20.07.21 1,709 24 12쪽
36 문명국의 군대. +3 20.07.20 1,654 22 12쪽
35 황제 폐하를 위하여! +5 20.07.15 1,717 23 12쪽
34 1달간의 여정. +1 20.07.14 1,663 22 12쪽
33 구원의 대가. +2 20.07.13 1,642 20 12쪽
32 차이점 +3 20.07.08 1,704 2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