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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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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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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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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착한 제국주의

DUMMY

달달달달달.


태국의 국왕. 라마 4세는 일국의 군주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어도. 미친듯이 떨리고 있는 다리가 그의 두려움을 증명하고 있었다.


라마 4세는 인도차이나 반도 전체와 동남아시아권의 절반을 순식간에 먹어치운 대한제국의 힘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지금 그가 와 있는 것은 비엣 성의 하노이. 대한제국과의 불가침 협정을 맺기 위해서 국왕인 라마 4세는 손수 이 머나먼 길을 걸어왔다.


그렇지 않다면. 대한제국에 비해 너무나도 연약한 자신의 나라는 산산조각 나버릴 것이 분명하기에..


"이거.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폐하. 저는 강정현이라고 합니다. 평양에 있는 황제 폐하께서 직접 보내신 황제 폐하의 대리인이죠."


"만나서 반갑네 강정현 경. 황제 폐하께서는 무탈하신가?"


"건강하십니다. 제국을 경영하는 일이 고되는 하시겠지만. 어찌 일신의 편안함을 억조 인민과 맞바꿀 수 있겠습니까?"


"참으로 맞는 말이로다. 황제 폐하 아래서 살아가는 신민들은 참으로 복되었다는 게 부럽게 느껴지는군."


라마 4세는 진심을 다해 말하고 있었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대한제국의 태황제는 정말 군주의 귀감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가 아니라 귀감 그 자체를 넘은 신앙의 대상으로 삼아도 이상할 것이 없는 존재였다.


대체 어떤 군주가 불과 10년만에 아시아를 호령하는 대제국을 만들 수 있단 말인가? 라마 4세는 도저히 자신이 그런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 대한제국과 불가침조약을 맺고 싶으시다고 들었습니다."


"맞네. 조금 불쾌하게 들릴수도 있겠지만.. 우리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어서 말이야."


"이해합니다. 태국은 아시아의 일원이 아니니까요."


알게 모르게 아시아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대한제국과. 예전부터 아시아와는 다른 독자적인 문화를 발전시켜 온 태국의 관계는 미묘하게 어긋나 있었다.


물론 그 미묘한 격차가 전쟁까지 이어질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 태국과 대한제국간의 격차가 너무 압도적인지라. 태국의 국민들에서 보자면 바로 옆에 자그마한 중국이 또 하나 생긴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폐하는 여기서 좋은 소식을 들고 가실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정말 좋겠군."


다행스럽게도. 대한제국은 흔쾌히 불가침조약을 맺어주었다. 이미 확장할대로 확장한 대한제국은 다가올 중국과 러시아와의 전쟁에 대비하는 게 급선무였지. 굳이 알아서 숙이러 들어오는 약소국을 내친다는 선택지를 고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게다가 태국도 엄연히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인접국. 괜히 신경을 건드렸다가 이제 막 3령으로 편입된 인도차이나 반도가 위협받는 일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것이 대한제국의 심리였다.


*


"우리는 드디어 청의 실권을 잡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황제는 정치에는 신경쓰지 않고 향락에 빠져 있으니. 이제 저희가 그의 옥새를 조작하기만 하면..."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 드디어 이 나라를 동아의 병부가 아닌 천하의 주인으로 올려놓을 때가 되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당연히 조선 놈들에게 복수를 하는 겁니다! 감히 우리의 근간인 만주를 빼앗다니... 이제 돌려받을 때가 되었습니다."


"백번 찬성이오! 만약 대청유신회 안에서 반대 의견이 나온다면 동포가 아닌 걸로 간줄테니 그리 아시오!"


드디어 청의 실권을 잡은 대청유신회는 만사를 제쳐놓고 일단 조선. 그러니까 대한제국에 대한 복수를 천명했다.


분명 복수 말고 다른 할일이 너무나도 많았기는 하지만. 이미 콩가루 집안이나 다름없는 대청유신회의 회원들을 결집시키려면 가장 큰 주적을 정하고 그 적을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한제국은 그런 것에 있어서 청에게 최적의 라이벌이 되어주었다. 자신보다 약한 나라가. 작은 나라가. 이제는 자신들의 깔아뭉개고. 자신들의 근본을 강점한 채 천하를 호령하고 있다.


자존심이라면 천하의 영국인들도 한 수 접어주는 중국인들에게 있어 이렇게 밑밥을 깔아줬다면 분노하는 게 당연한 일. 하다못해 지금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 태평천국군도 대한제국 개새끼라고 물어보면 고개를 끄덕이리라.


"지난 번의 탈환전때는 너무 적은 병력으로 들이쳐서 패배한 것이오! 이번에는 100만이 넘는 병사를 보내고. 또 100만이 넘는 병사를 보내고. 또 100만이 넘는 병사를 보내서라도 반드시 저 간악한 조선 놈들을 타도하고 만주를 되찾겠소!"


"옳소! 하지만 그 전에 먼저 그 병력들을 먹여살릴 식량을 확보해야 하지 않겠소?"


"100만의 병사들이 쓸 무기와 탄약과 복식은 어떻게 합니까?"


"그 전에 민생부터 챙겨야지요. 지금 당장 북경에서 민란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입니다.."


"태평천국은 어떻게 처리할 생각입니까? 지금도 청의 남부를 휘잡고 있는 저것들을 처리하지 않는 이상 조선과 전쟁은 커녕 내부 단속도 제대로 되지 않을 겁니다."


일단 맞상대할 적이 정해지자. 대청유신회는 과연 거대한 제국을 통치했던 엘리트들답게 빠르게 답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청을 바로잡기 위해. 천하의 질서를 다시 세우기 위해.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


"그 노랭이들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으십니까? 차르시여."


"나는 그 누구도 믿지 않네. 다만 그들이 흘릴 피를 믿을 뿐."


알렉산드르 2세. 지구상 가장 넓은 연속국 타이틀을 차지한 국가의 차르인 그는 오직 차르에게만 진상되는 황금빛 캐비어를 우물거리면서 대답했다.


농노 개혁을 추진하고. 그로 인해 수많은 이들에게 추앙을 받는 러시아 최후의 명군은. 이 세계에서 다시 태평양으로 향하기 위한 발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딱히 대한제국인지 뭔지 하는 나라에게 악감정은 없지만.. 우리에게는 부동항이 필요하네. 크림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우리 러시아의 국격은 크게 훼손되었네. 전쟁으로 다시 국격을 세우고 부동항을 확보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겠지."


"하지만 차르시여. 대한제국은 아시아에서 최강의 국력을 자랑하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수천년간 아시아를 지배했던 나라가 함께 있지. 인구가 4억을 넘는다고 했던가? 정말이지. 어떻게 굶어죽지 않고 살아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야."


캐비어를 전부 집어삼킴 알렉산드르 2세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밖으로 보이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아름답지 않나?"


"그렇습니다 차르시여."


"나는 저 야경이 시베리아의 한복판까지 이어지길 바라네. 혹한의 땅에서도 꿋꿋히 살아가는 나의 신민들이 배 곯지 않고 이 나라에서 살아가길 원한단 말씀이야."


"폐하께선 이미 4500만 신민들의 구세주이십니다. 농노들을 해방하신 폐하의 업적을. 러시아 인들은 평생동안 칭송하겠지요."


"... 우랄 산맥 동쪽에 얼마나 많은 러시아 인이 사는 줄 아나?"


"송구하오나.. 잘 모르겠습니다."


"300만명이다."


"..."


"겨우 300만명이란 말이다. 이토록 광할한 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째서 우랄 산맥 서쪽에서만 갇혀 있어야만 한단 말이냐! 나는 저 극동의 땅을 정복하고 태평양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리하면 저 차디차게 얼어붙은 시베리아도 동쪽의 따스한 바람을 받아 번영할 수 있을테니!"


알렉산드르 2세는 창문의 난간을 붙잡으며 말했다. 이미 그의 눈에는 승리에 대한 확신이 들어차 있었다.


그는 러시아의 군주였고. 유럽의 군주였다. 아시아의 한미한 제국따위. 백인으로 이루어진 우월한 군대에게는 상대조차 되지 못하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알렉산드르 2세는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꿈이 있다네. 언젠가 우랄 산맥뿐만 아니라 시베리아도. 저 머나먼 알래스카의 땅에 러시아어를 쓰고 보드카를 마시는 러시아 인들이 가득하기를 원한단 말이네. 내 말을 알아듣겠나?"


"....예. 아버지."


니콜라이 알렉산드로비치 황태자가 아버지의 뜻에 따라 무거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이제 전쟁은 피할 수 없다. 1860년대에 접어든 지금. 과연 극동과 유럽의 정세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


스윽. 스윽.


그 시각. 어느새 위엄찬 자태를 뽐내게 된 평양의 태황궁에서는 황제가 신하들 앞에서 새로운 국경선을 그리고 있었다.


"보자.. 이 정도면 될 것 같은데. 어떤가?"


"확실히 그 정도면 괜찮을 것 같사옵니다. 무엇보다 발해만을 완전히 우리가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드옵니다."


"실로 그렇사옵니다. 게다가 종전의 조건으로 알래스카를 할양받는 것도 꽤나 괜찮은 생각이옵니다. 러시아 본토도 아닌 땅이니.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불타는 것을 택하느니 알래스카를 토해내는 것이 더 사리에 맞을 겁니다."


중국과 러시아와 같이. 대한제국도 전쟁 준비에 한창 몰입하고 있었다. 현역 병력을 300만으로 늘리고. 군수 공장을 대량으로 신축하는 동시에 이제 막 3령으로 편입된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막대한 양의 원자재를 실어와 1령과 2령에 비축하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대한제국의 전쟁 준비가 다른 두 나라에 비해 다른 것이 있다면. 그 누구도 대한제국이 전쟁에서 질 가능성을 논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황제가 직접 보여준 개틀링 기관총의 위력을 똑똑히 보았기 때문도 있고. 지금도 만주에서는 3중이나 되는 참호를 전문 기업까지 동원해 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혹여나 몰라 천연두 균을 묻힌 담요와 홍역 균을 묻힌 담요도 따로 엄격히 구분하여 보관해 놓고 있었다. 전쟁에는 전염병이 꼭 따라다니는 법이니. 세균전이라는 오명을 쓸 일도 없었으니 말이다.


만주 전역을 감싸는 형태로 지어진 3중 참호는 반세기 정도가 더 지나야 나오는 참호보다도 더 진보한 형태였는데. 전시에 지어진 게 아니라 전문적인 기술자들과 기업들이 주도한 대규모 프로젝트라 배수로가 확실하게 파여 있는 것은 물론이고.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참호의 후방에는 잠을 잘 수 있는 침낭과 물을 퍼낼 수 있는 펌프가 마련되어 있었다.


콘크리트를 부어 단단하게 지반을 다진 곳에는 무거운 중포들이 크레인으로 들어져 옮겨졌고. 회전장치와 양각장치를 추가하여 참호로 돌격하는 적들에게 불벼락을 내릴 준비를 마쳐가고 있었다.


그리고 물론. 개틀링 기관총과 한민족의 오랜 친구 화차는 이미 최전선에 배치된 지 오래였다.


애초에 정정당당한 싸움따위는 하고 싶지도. 할 생각도 없었고. 방어자의 입장이었던 대한제국군만이 할 수 있는 기막힌 전략이었다.


자신은 안전하게 참호에 숨어서 기관총만 쏙 빼놓은 채 적들을 죽이기만 하겠다니. 참으로 이기적인 발상 아닌가.


즉. 대한제국의 관리들과 장교들이 패배할 가능성이 없다고 하는 것은 근거가 없는 망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근거가 차고 넘치는 사실에서 근거한 논증이어라고 해야 옳았다.


그렇게. 대한제국군이 구축한 방어선의 위력을 모르는 두 나라는 서서히 병사를 모아. 대한제국을 타도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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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사후정리 +4 20.09.30 1,022 20 12쪽
58 마지막 결단 +2 20.09.29 953 19 12쪽
57 옴스크를 공략하라 +4 20.09.28 925 20 12쪽
56 타타르의 멍에 +7 20.09.23 1,119 21 12쪽
55 발트 해의 결전 +2 20.09.22 1,061 21 12쪽
54 폭풍전야 +3 20.09.21 1,084 18 12쪽
53 흑귀부대 +3 20.09.09 1,280 20 12쪽
52 漢의 이름으로. +3 20.09.08 1,231 21 12쪽
51 진정한 전쟁의 시작 +2 20.09.07 1,211 16 12쪽
50 원래 전쟁은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7 20.09.02 1,240 22 12쪽
49 천명대전. +2 20.09.01 1,248 19 12쪽
48 시산혈해 +3 20.08.31 1,241 21 12쪽
47 우리는 전쟁을 할 것이다. +4 20.08.26 1,341 21 12쪽
46 동해보복 +2 20.08.25 1,361 27 12쪽
45 음지의 전쟁 +3 20.08.24 1,276 17 12쪽
44 어서 와 게릴라전은 처음이지? +3 20.08.12 1,414 23 12쪽
43 남방에서의 개전. +2 20.08.11 1,417 20 12쪽
42 도움! +2 20.08.10 1,381 24 12쪽
» 착한 제국주의 +3 20.08.05 1,521 25 12쪽
40 개화된 아시아. +3 20.08.04 1,565 25 12쪽
39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1 20.08.03 1,514 24 12쪽
38 천하무산자합일! +3 20.07.22 1,676 18 12쪽
37 인민의 제국 +6 20.07.21 1,710 24 12쪽
36 문명국의 군대. +3 20.07.20 1,654 22 12쪽
35 황제 폐하를 위하여! +5 20.07.15 1,718 23 12쪽
34 1달간의 여정. +1 20.07.14 1,664 22 12쪽
33 구원의 대가. +2 20.07.13 1,642 20 12쪽
32 차이점 +3 20.07.08 1,705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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