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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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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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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1,201

작성
20.07.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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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구원의 대가.

DUMMY

"황제 폐하. 도와주십시오!"


영국의 공사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대한의 황제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대영제국의 첨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직하게 꺾은 허리에. 황제는 조소를 숨기지 않았지만. 땅바닥을 향해 있는 스노든이 그것을 알리는 없었다.


"도와달라니. 홍콩에서의 그것 말인가?"


"그렇습니다 폐하. 같은 아시아인이니 저희보다야 더 사태 진압을 잘 하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저희로서는 저 폭주하는 원숭..아니아니. 중국인들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홍콩은 그대들의 영토이지 않은가? 지난번 협상 때 대한의 군대가 홍콩에 주재하는 것을 반대했음에도 막상 일이 닥치니 우리들의 손을 빌리고 입을 닦으려는 것 아닌가?"


황제의 질문은 정당하고 정곡을 찌르는 것이었다. 확실히. 영국은 대한제국이 홍콩에 군대를 주둔시키겠다는 요구를 거절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1달 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말이다.


황제가 그렇게 사실상 거절의 뜻을 밝히자 스노든으로서는 식은땀을 뻘뻘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로서는 억울한 일이었다. 협상을 한 것이 자신이 아니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어쩌랴. 그는 정식 외교관으로서 이 이국에 배치된 공무원이었고. 본국이 내린 칙령은 어떻게든 대한제국의 협조를 얻어 홍콩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동을 진압하란 것이었다.


'젠장! 그런 일을 나한테만 맡기면 어쩌자는거야! 최소한 전권대사라도 보내던가!'


할 말이 궁해진 스노든이 이를 박박 갈며 영국을 깎아내렸지만. 그것은 지금 별 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 당장 황제가 자신의 눈 앞에 있고. 자신은 그에게 간이고 쓸개고 다 내어주어서라도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뭐어. 짐 또한 홍콩에서 일어난 반란으로 인해 수많은 신민들을 잃었다. 여인들은 강간당하고. 남자들은 목이 잘려 효수당했지. 이미 제국의 군부에서는 홍콩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징벌을 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아! 참으로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자고로 문명인이란 저런 야만적인 방식이 아니라 테이블에서 차와 다과를 나누며 토론을 하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건 그렇다만. 그것과 이것은 별개지. 에드워드 공사.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네. 우리 대한제국이 홍콩에 무력 개입해 질서를 회복해준다면. 영국으로서는 우리 대한제국에게 무엇을 제공해줄 수 있지?"


"그것은..."


*


"대청국 만세! 아이신기오로 가문 만세! 홍콩은 해방되었노라!"


"""우아아아아아아!!!"""


이제 화재가 멎어 재와 폐허만이 남은 홍콩. 그곳에는 피투성이가 된 자그마한 중국인들이 조잡한 무기를 높이 흔들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거리에는 새카맣게 타 마치 흑인들같이 변해버린 백인의 시체가 널려 있었고. 길거리에는 한국인과 영국인들. 그리고 재수없게 휘말린 기타 유럽인들과 아랍인들의 목이 내걸려 있었다.


마치 고대 시대에 적 부족에 쳐들어가 학살하고 신께 제사를 지내는 광경이 이러할까. 아니. 그들조차도 이런 광기는 흉내내지 못할 터. 원시인들은 제사를 지낸다는 명목이라도 있었지만. 이건 그저 죽이기 위한 학살이 아니던가.


홍콩에서 일어난 서양인 학살 사건은 드넓은 중국 대륙 전체로만 보자면 자그마한 사건이었지만.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하였다.


당장 세상을 호령하는 제국인 대영제국의 심기를 제대로 거스른 행위였으며. 동시에 가장 가까이 있는 대한제국이 홍콩에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못 배워서인지. 아니면 그저 오랑캐들 따위라며 무시하고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곧 다가올 심판은 생각하지도 않은 채 아직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홍콩의 상품들을 약탈하기 시작했다.


"히히히! 이건 다 내 거야! 목걸이에 팔찌에.. 흐흐흐.. 이게 얼마야!"


"빌어먹을 양이 오랑캐 놈들! 우리에게 아편을 팔아먹으면서 자기네들은 이런 사치를 누렸단 말이지! 싸그리 다 죽여야해! 다시 한 번 정화의 원정을 떠나야 한단 말이야!"


서양의 최고급 기술과 중국이 체제 과시를 위해 내놓은 최고급 상품들은 못 배우고 가난한 홍콩의 최하급 계층인 중국인들에게는 말 그대로 눈이 돌아가는 것들 뿐이었고. 그들은 무너진 집을 뒤적거리며 깨지지 않은 도자기나 녹아버리지 않은 금은들을 긁어모으기 시작했다.


한 때 동방의 진주라고 불렸던 홍콩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으나. 파도가 몰아치면 조개는 그 입을 닫는 법이다.


*


그리고 언제나. 아랫것들이 일을 저지르면 그 책임은 윗대가리들이 지는 법이었다.


홍콩에서 일어난 사태의 전말을 전해들은 대청유신회의 회의장은 순식간에 경악과 공포로 물들었다. 다른 중국인들과 다르게 근대식 교육을 받았고. 심지어 유학까지 다녀온 대청유신회의 회원들은 서양 열강들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쾅!


"빌어먹을 놈들 같으니! 뭐?! 홍콩을 불태워!? 미친 것 아닌가!"


"예부상서! 이제 어찌해야 합니까? 저 영길리 놈들이 무엇을 요구할지 신들은 감히 짐작조차 하지 못하겠습니다!"


"본인도 모르오! 하필이면 이런 때에..!"


만약 지금이 태평천국과 전쟁 중인 시기가 아니었다면. 당장 홍콩을 감시하고 있던 구룡성채에 전갈을 보내 폭동을 진압하라 명령을 내렸겠지만. 지금 중국의 남부를 점령한 태평천국을 뚫지 않고서는 청이 홍콩에 행정력을 투사할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그러나 청나라는 명목상으로 여전히 중국 대륙을 지배하고 있는 합법적인 정부였고. 홍콩을 불태운 중국인들은 명목상으로 청의 신민들이었다.


그렇다면 사태가 진정되고 난 뒤. 과연 영국이 누구에게 책임을 물으려 하겠는가. 당연히 청이다. 태평천국에게 배상하라고 종이 문서를 들이밀지는 않을 것 아닌가.


청의 고관들도 머저리는 아니었기에. 지금 영국군이 마음먹고 쳐들어온다면 북경이 더 이상 수도의 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거나. 아예 불타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예..예부상서!"


"무슨 일이냐!"


그렇게 대청유신회가 머리를 맞대고 사태 해결에 골몰하고 있을 때. 사색이 된 전령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예부상서는 애써 표정을 유지하려 하였지만. 전령의 표정으로 봐서 그가 들고 온 사실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영국이. 조선에 파병을 요청했습니다..."


"뭐라!"


"!"


술렁술렁.


조선. 그러니까 대한제국에게 홍콩 반란을 진압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영국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었지만. 청에게 있어서는 전혀 달갑잖은 소식이었다.


한 때 자신의 영토였고. 또 빼앗긴 후에도 자국의 헤게모니 안에 들어있는 땅에 외국의 군대가 들어온다? 서양인의 시각이 아닌 중국인의 시각으로 본다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말도 안 돼! 영국 공사를 불러 항의합시다! 이건 홍콩을 조선놈들에게 넘겨주자는 것 아니오!"


"공사를 부른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다 저 서역의 본토에서 결정된 사안일텐데..."


대청유신회의 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기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무언가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오갔겠지만. 그런 것이 없었기에 회의장에 난무하는 것은 육두문자요 날아드는 것은 고성뿐이었다.


그나마 머리가 돌아가는 이들이나. 아니면 그저 모든 게 끝이야라는 식으로 체념한 자들은 추태를 부리지 않았지만. 이미 그들은 전쟁에서 패한 패잔병과도 같았다.


이제 홍콩은 완전히 중국에서 떨어져나갈 것이고. 지금의 청에게는 그것을 막을만한 힘이 없기 때문이었다.


*


대한제국은 결국. 영국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는 대한에게 있어서는 민족 역사상 첫 대륙 원정이었으며. 청에게 있어서는 일생일대의 치욕이었다.


홍콩으로 떠나기 위해 인천항 앞에는 군 부대들이 일제히 정렬해 있었으며. 반들반들하게 잘 닦여진 그들의 머스킷의 총구는 뜨거운 태양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빛나는 광채는 단 한 사람만을 향하고 있었다.


"전군 주목! 황제 폐하께 경례!"


"""충!"""


"고맙네 부령. 이제 좀 비켜주겠나?"


"예! 폐하!"


타박. 타박.


엄숙하게 예복을 차려입은 황제가 연단 위에 섰다. 영국의 구원 요청을 받아들기로 결정한 후. 대한제국의 군부는 총 10개 대대. 인원 수로 따지자면 1만명에 달하는 대군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물론 중국의 인구를 생각해본다면 1만명은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겠지만. 그들이 근대식 훈련과 총기로 무장하고 있다면 얘기는 달라지지 않겠는가.


게다가 이번 출정은 중국 원정이 아니라 홍콩 폭동의 진압.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기에. 제국군은 자칫하면 청을 자극할 수 있을만큼의 병력을 보내지 않기로 사전에 합의한 상태였다.


물론 그런 사실이 장병 개개인에게는 전해지지 않겠지만. 지금 그들에게는 자신들의 앞에 있는 황제가 하는 연설이 더 중요하였다.


"제군들. 이번 홍콩 출병은 우리 대한제국. 나아가 지난 수천년의 역사를 통틀어 큰 분기점이 되는 사건이다.


지난 시대들은 우리 한민족에 있어서 악몽과도 같은 나날이었다. 우리 한민족의 국가들은. 작고. 나약했으며. 대제국을 이룩했던 소수의 국가들마저 대륙의 외침에 무너져내렸노라."


황제가 지난 역사를 들먹이자. 군대에서 민족주의에 물든 청년들이 저마다 입을 앙다무는 모습이 보였다. 지난 치욕의 역사를 씻은 분이 바로 저 위에 있다. 그들이 경애하고 충성을 바쳐야 할 대상이. 바로 그들의 앞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 시대는 바뀌었다! 우리는 어리석게도 저 드넓은 대륙을 탐하지 않을 것이다! 저 대륙의 억조 인민들은 이 세상의 어느 국가도 길들일 수 없으며. 결국에는 다시 한 번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다시 일어섰을 때. 그들은 보게 될 것이다! 한 때 자신의 번국이이라 생각했던 나라가. 이 세상을 호령하고 있는 모습을 말이다!


싸워라 대한의 보병들이여! 머나먼 땅에서. 고향을 생각하며! 달려라 기병들이여! 만주의 벌판들이 그대들을 부르고! 고구려의 선조들께서 그대들을 보우하신다! 벼락을 내리는 포병들이여! 고려조때부터 이어져 왔던 한민족의 기상이 그대들의 화기에 깃들어 있나니!


우리는 대한제국을 위해 싸운다! 우리는 단 하나의 나라를 위해 싸운다! 우리는 4000만의 신민들을 위해 싸우노라! 대한제국 만세!"


"""대한제국 만세! 대한제국 만세! 대한제국 만만세!"""


황제의 연설이 끝나자 감격한 군인들은 일제히 팔을 치켜들며 만세를 부르짖었다. 이제 그들에게 있어서 더 이상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이제 그들에게 죽음은 영광이요. 대한의 영광을 드높이는 초석이 된 것이다.


10개 대대가 일제히 태극기를 앞에 내걸고 증기선에 탑승하였고. 그 길에는 한복을 입은 대한제국의 신민들이 무궁화와 쌀을 뿌려주면서 그들의 무운을 빌어주었다.


"출항하라!"


그렇게. 동아시아의 균형을 영원히 바꾸어버릴 사건의 첫 단추가 꿰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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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857년 기준. 대한제국 영토 지도. +1 20.07.16 3,157 0 -
60 한(韓) 에포크(완) +3 20.10.05 1,116 20 12쪽
59 사후정리 +4 20.09.30 1,022 20 12쪽
58 마지막 결단 +2 20.09.29 953 19 12쪽
57 옴스크를 공략하라 +4 20.09.28 925 20 12쪽
56 타타르의 멍에 +7 20.09.23 1,120 21 12쪽
55 발트 해의 결전 +2 20.09.22 1,062 21 12쪽
54 폭풍전야 +3 20.09.21 1,084 18 12쪽
53 흑귀부대 +3 20.09.09 1,280 20 12쪽
52 漢의 이름으로. +3 20.09.08 1,231 21 12쪽
51 진정한 전쟁의 시작 +2 20.09.07 1,211 16 12쪽
50 원래 전쟁은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7 20.09.02 1,240 22 12쪽
49 천명대전. +2 20.09.01 1,248 19 12쪽
48 시산혈해 +3 20.08.31 1,241 21 12쪽
47 우리는 전쟁을 할 것이다. +4 20.08.26 1,341 21 12쪽
46 동해보복 +2 20.08.25 1,361 27 12쪽
45 음지의 전쟁 +3 20.08.24 1,276 17 12쪽
44 어서 와 게릴라전은 처음이지? +3 20.08.12 1,414 23 12쪽
43 남방에서의 개전. +2 20.08.11 1,417 20 12쪽
42 도움! +2 20.08.10 1,381 24 12쪽
41 착한 제국주의 +3 20.08.05 1,521 25 12쪽
40 개화된 아시아. +3 20.08.04 1,565 25 12쪽
39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1 20.08.03 1,514 24 12쪽
38 천하무산자합일! +3 20.07.22 1,676 18 12쪽
37 인민의 제국 +6 20.07.21 1,710 24 12쪽
36 문명국의 군대. +3 20.07.20 1,654 22 12쪽
35 황제 폐하를 위하여! +5 20.07.15 1,718 23 12쪽
34 1달간의 여정. +1 20.07.14 1,664 22 12쪽
» 구원의 대가. +2 20.07.13 1,643 20 12쪽
32 차이점 +3 20.07.08 1,705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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