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상상하는 것 그대로

힘숨찐에 빙의한 고인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글력운동
작품등록일 :
2023.05.10 20:36
최근연재일 :
2023.06.03 19:04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286
추천수 :
91
글자수 :
145,679

작성
23.05.31 21:16
조회
40
추천
1
글자
13쪽

#022. 두 번째 파편(1)

DUMMY

“아, 여기입니다.”

“안녕하세요. 그때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뭘요. 던전 한복판에 그런 요상한 것이 있으면 일단 공격하고 보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죠.”


서울 인근 한 프라이빗 카페. 그곳에서 김창훈과 재회했다. 그때 던전에서 있었던 일 이후로 그가 먼저 내 연락처를 받아갔다.


‘다행이야. 먼저 연락 해주길 바랐는데.’


그가 왜 연락을 해왔는지는 안 봐도 뻔하다. 그때 내가 던전에서 취한 것에 대해 물어볼 심산이겠지.


“절 찾으신 이유가 있습니까?”

“저 뭐라 말씀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누가 봐도 이상하게 들릴 말이라.”

“뭐 편히 말씀하시죠.”

“일단 저는 창천검가의 막내아들, 김창훈입니다.”

“사실 알고 있었습니다.”


내 말에 그가 의외라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럴 만 한 것이 그가 아무리 혈족의 일원이라 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김창훈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인물이 아니다.


일부 몇몇을 제외하면 김창훈의 얼굴만 보고 그가 창천검가의 막내아들이란 걸 한 눈에 알아볼 사람은 없으니까.


“어, 언제부터 아신 겁니까?”

“좀 됐습니다. 제가 약간 혈족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블러디 팬덤, 혈족을 지지하는 일부 계층이 있는데 나 역시 그런 부류로 위장하는 건 쉬운 일이었다.


“아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아시겠네요······.”

“흠흠. 가문 내에서 입지가 좋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만.”


조심스럽게 내가 명석을 깔아주었다. 이 정도 해줬으면 이제 본론을 꺼낼 때도 됐잖아?


“사실 저는 지금 마력 단절 상태입니다.”

“마력 단절이요? 그 말은······.”

“네. 맞습니다. 마력을 쓸 수 없는 몸이죠. 그래서 어빌리티도 활용할 수 없는 거고요.”

“그래서 그때 어빌리티에 대해 말씀드릴 수 없다고 하신 거군요.”

“맞습니다.”

“이능을 쓸 수 없는 몸으로 던전은 대체 왜 찾아다니시는 겁니까? 마치 뭔가를 찾고 있는 것처럼.”

“사실 그게 말입니다. 제 마력 단절을 해결해줄 것을 찾고 있었거든요.”

“네? 던전에서요?”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으나 저는 제 마력 단절을 해결해줄 열쇠가 여의도역 인근 던전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그렇군요. 좀 놀라운 일이네요.”

“그 정보에 의하면 문제의 던전을 찾아 입장하는 순간, 직감적으로 그곳이 맞다는 걸 깨달을 거라 했습니다.”

“그럼 설마 그때 그 던전이······.”

“네. 로운 씨를 다시 만난 그 던전에서 그 직감을 느꼈습니다.”

“그 정보는 신빙성이 있는 겁니까?”

“네.”


확신에 찬 그의 대답에 속으로 침음을 삼켰다. 대체 어떻게 그 정보를 얻은 건지는 알아낼 수 없는 건가.


“마력 단절을 해결해줄 열쇠가 대체 무엇인데요?”


우선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모르쇠로 나갔다. 내가 그 던전에서 뭘 얻었는지는 먼저 말할 생각이 없었으니까.


“정확한 것은 모릅니다. 다만, 그 던전에서 지켜지고 있는 뭔가가 제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고만 알고 있습니다.”

“아아. 네······.”


역시 그 석상이 지키고 있던 푸른 심장이 맞나 보다. 하지만 그건 이미 내가 흡수해버렸다.

이제는 그의 마력 단절을 해결해줄 열쇠가 이 세상에 없단 소리.


‘······라고 생각했었지. 흐흐흐.’


그날 이후 집에서 쉬면서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그 중 하나는 눈앞의 비운의 남자. 김창훈의 마력 단절을 내가 해결할 수 있다는 것.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정황상 제 정보에 의하면 로운 씨 당신이 제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습니다.”

“제가요?”


그런데 뭔가 일이 이상한 쪽으로 흘러간다.

원래라면 내가 말빨로 그를 구워삶아 마력 단절을 해결해주고 우군으로 만들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먼저 엎드려 절을 한다고? 이러면 나야 땡큐지.’


웃음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짐짓 모른 척 말을 이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저는 그런 거 모릅니다만.”

“아아. 분명 로운 씨가 제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겁니다. 부디 한 번만 저를 도와주세요. 도와만 주신다면 앞으로 뭐든 하겠습니다!”

“정말 뭐든 하겠습니까?”

“네! 정말입니다!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겠습니다!”


오호라. 이렇게 또 하나의 호구를 얻는 건가.

아주 좋은 거래인데?


***


나는 클래스가 두 개다. 하나는 힘을 숨긴 찐따. 약칭 힘숨찐.

약자 위장, 강자 멸시, 찐따의 망상 등 유용한 스킬부터 다소 포지션이 애매한 힘숨찐의 운명 등의 스킬을 보유한 클래스.


이 클래스 이외에 또 하나의 클래스는 이름부터 필터링되어 있고 클래스 정보 마저 호출할 수 없는 의문의 히든클래스.


그리고 그 히든클래스에 변화가 생긴 것은 김창훈의 기연이 잠든 던전에서 차원유물을 흡수한 직후부터였다.


‘혼돈, 혼돈이라······.’


세종 헌터 아카데미 총장 한운수가 말했던 내 전생의 비밀과 관련된 키워드를 하나 더 알아냈다.

그건 바로 혼돈.

참고로 그 전부터 언급되던 키워드 군단과 함께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혼돈의 군단? 히든클래스의 명칭이 혼돈의 군단장인건가?’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일단 확실한 건 이제 그 히든클래스의 정보가 일부 호출된다는 거다.


‘클래스 정보.’


+++

[클래스 명칭 : ■■■ ■■■]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부족합니다.-

클래스 스킬 : 군단의 맹세(EX), 군단 소환(EX), 군단 정보(EX), 카오스 베리어(EX), 카오스 오러(EX), 카오스 아레나(EX), 혼마심법(EX).

+++


내 호출에 나타난 히든클래스 정보.

여전히 이름과 상세 설명은 알 수 없으나 하위 클래스 스킬 목록은 확인할 수 있었다.

다소 신기한 점은 특수 임무 보상제로 얻었던 무명 마력 호흡이 혼마심법으로 변경되어 클래스 스킬로 속해버렸다는 점.

그리고 마찬가지로 특수 임무 보상제로 얻은 카오스 아레나란 클래스 스킬 역시 내 예상대로 히든클래스 스킬로 귀속되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뭔가 있는 건 확실한데. 그러고 보니 한운수 총장도 내가 군단을 이끌던 위대한 영이라 했지. 아마도 혼돈과 관련된 군단인 것 같은데.’


추론이다. 그러나 거의 맞을 거다. 주워진 키워드를 나열했을 때 이것 말곤 떠오르는 내용이 없거든.


‘한 가지 문제는 더라헌의 세계관에 그런 건 없었다는 건데.’


군단, 혼돈 그 어디에도 그런 건 없······.

잠깐. 뭔가 있었는데.


‘맞아. 그 용가리!’


빙의 당하기 전 이 게임의 앤딩에서 나오던 최종 보스.

그 용가리가 분명 자신을 혼돈의 첫 번째 하수인이라 했다.

서, 설마 이 모든 게 다?


‘조만간 한운수를 다시 찾아가 봐야겠군.’


어차피 던전에서 있었던 일 이후로 한 번 찾아가볼 생각이긴 했다. 내가 선택한 보상도 있고.


내가 선택한 보상은 정황상 내 전생과 히든클래스와 관계가 있을 걸로 추정되는 카오스 아레나라는 어빌리티였다.


“저, 로운 씨?”

“아, 죄송합니다. 잠시 딴 생각에 빠져서.”

“아닙니다. 저도 부탁하는 입장이라.”


이곳은 강해성에게 따로 부탁하여 섭외한 개인훈련실이었다.

그때 카페에서 김창훈의 부탁으로 그의 마력 단절을 해결해주고자 이곳을 찾았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아, 미리 말하지만 성공할지는 저도 모릅니다.”

“알겠습니다.”


내가 하려는 건 간단하다.

바로 내 혼마심법을 활용하는 것. 기존의 무명 마력 호흡은 순전히 내 몸 안의 마력 흐름만 통제했다면 변해버린 혼마심법은 달랐다.

내 의지에 의해 타인의 마력 흐름마저 통제하고 조율할 수 있었다.


‘역시 이걸 이용해 해결할 수 있었어.’


직접 해본 것이 아니라 반신반의하며 그의 등에 손을 얹었는데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김창훈의 마력 단절이 혼마심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걸.


‘물론 맨입으로 해결해줄 수 없지.’


미리 밑밥을 깔아두고 사전에 군단의 맹세를 통해 그를 내 군단의 일원으로 만들어버렸다.

군단의 맹세(EX)는 이번에 얻은 히든클래스 스킬로 절대적인 주종관계를 형성하는 스킬이었다.


한 마디로 내 뒤를 치지 않을 영원한 아군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런데 어쩌다 보니 족보가 꼬였다.

내 호구 1호는 한운수, 2호는 강해성 아닌가?

시간 순서상 그게 맞는데 어쩌다 보니 김창훈이 먼저 내 군단의 일원이 되어버렸다.

뭐 순서는 상관없지.


“자, 시작하겠습니다.”

“넵.”


***


‘엄청난 마력이야. 말도 안 돼!’


김창훈은 자신의 등 뒤에 손을 얹고 마력 흐름을 관조하는 이로운의 마력량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앞도적인 마력량. 그 농도와 질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역시 이 사람이었다.

자신이 그토록 찾던 마력 단절의 해결책.

그 수상한 남자의 말이 맞았다. 이제 믿을 건 이로운이라 불리는 저 남자 뿐이었다.


‘뭐든 할 테니 제발 부탁드립니다!’


이미 뭐든 하긴 했다. 조금 뜬금없었으나 무슨 맹세를 해달라 해서 해줬다. 그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는데 이제는 확실했다.


이렇게 확실하다면, 무슨 맹세든 몇 번이고 해줄 수 있었다.


‘평생 모시겠습니다. 부디 제 마력을 되찾아주세요.’


알게 모르게 군단의 맹세 효과로 이로운에게 점점 충정심을 가지게 된 김창훈.

그는 점점 마력 단절이 해결되고 있는 자신의 내면에 감탄하며 마력 호흡에 빠져들었다.


‘다시 이능을 쓸 수 있어. 다시 헌터가 될 수 있다고.’


김창훈, 그는 알고 있었다. 마력 단절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가문에서 자신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 거라고.

그리고 그건 누구보다 그의 이복형제들이 앞장서서 유도할 거라고.

그럴 순 없었다. 반드시 가문에서 살아남아 자신을 이런 꼴로 만든 그 형제놈들에게 복수할 거다.


‘조금만 기다려라. 새끼들아.’


이를 빠득 갈았다.

강대한 마력이 단절된 부분을 강제로 뚫으며 상반되는 통증에 정신이 혼미했지만, 절대 기절할 수 없었다.


“기절하지 마세요. 참아요. 여기서 무너지기 싫으면.”


정신이 멀어지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이로운의 조언이 그의 귀로 파고들었다.

덕분에 정신이 멀어질 때 마다 간신히 되돌아올 수 있었고 그렇게 몇 시간을 버틴 끝에······.


투웅.

사이다를 마신 듯한 청량감이 온몸을 타고 전해지며 짜릿한 전율이 흘렀다.

마력 단절, 오랜 세월 자신을 괴롭힌 그 끔찍한 문제를 마침내 해결했다.


***


타닥. 타닥.


“멈춰봐.”

“네. 마스터.”

“저 부분 확대해봐.”


매화 길드의 수장, 이채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지도하자 길드원이 영상 화면을 조작해 특정 부분을 확대했다.


그들이 보고 있던 영상은 한설아 팀이 진입해 촬영했던 던전 내부 영상.

바로 월드컵 대교 던전에서 촬영된 영상이었다.


“······마, 말도 안 돼.”


이채연은 충격적인 걸 봤다는 표정으로 입을 쩍 벌렸다. 항상 시종일관 차가운 표정만 유지하던 그녀에게 보기 드문 표정이라 같이 있던 길드원들도 다소 당황하며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저 마스터······.”

“저 남자, 이름이 뭐라고?”

“보고에 의하면 이로운이란 이름의 헌터로 이번에 세종아카를 졸업한 신입 헌터입니다. 유급이 잦았는데 이번에 겨우 졸업한 모양입니다.”

“이로운? 이름이 이로운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그래. 자세한 인적사항 알아내. 오늘 중으로 볼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명령을 하달받은 길드원이 고개를 숙인 뒤 영상실 밖으로 나갔다.


“이 영상은 내 디바이스로 전송해놓고. 다른 사람은 볼 수 없게 처리해.”

“알겠습니다.”


이채연의 지시에 영상을 다루던 길드원도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곧장 명령을 이행했다.

그녀가 확대해 보던 화면은 이로운이 이명연의 검을 들고 있던 장면이었다.


‘어떻게 저 검이 저 헌터 손에 있는 거지?’


이름은 왜 또 하필 이씨인 거고.

설마 자신이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겠지.


손톱을 깨문 이채연은 깊은 생각에 잠긴 채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때서야 숨이 턱턱 막혔던 영상실 길드원이 긴 한숨을 늘어놓았다.


“후우, 숨넘어가는 줄 알았네.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지? 길마님은 당황같은 거 모르는 줄 알았는데.”


항상 냉소적인 표정을 유지하던 그녀는 매화 길드 내에서도 유명했다. 그런 그녀에게 당황한 표정을 본 건 매화 길드에서 꽤 오래 일한 영상실 길드원 조차 본 적 없는 표정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힘숨찐에 빙의한 고인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6 #025. 시스템 업그레이드(1) 23.06.03 37 1 12쪽
25 #024. 두 번째 파편(3) 23.06.02 32 1 12쪽
24 #023. 두 번째 파편(2) 23.06.01 35 1 13쪽
» #022. 두 번째 파편(1) 23.05.31 41 1 13쪽
22 #021. 창천검가 막내아들(3) 23.05.30 41 1 12쪽
21 #020. 창천검가 막내아들(2) 23.05.29 45 1 12쪽
20 #019. 창천검가 막내아들(1) 23.05.28 51 2 12쪽
19 #018. 예견된 만남(3) 23.05.27 57 2 12쪽
18 #017. 예견된 만남(2) 23.05.26 46 2 11쪽
17 #016. 예견된 만남(1) 23.05.25 48 2 11쪽
16 #015. 예견된 변화(3) 23.05.24 50 2 12쪽
15 #014. 예견된 변화(2) 23.05.23 57 3 13쪽
14 #013. 예견된 변화(1) 23.05.22 59 3 12쪽
13 #012. 예견된 습격(3) 23.05.21 77 3 12쪽
12 #011. 예견된 습격(2) 23.05.20 74 3 12쪽
11 #010. 예견된 습격(1) 23.05.19 102 3 13쪽
10 #009. 고인물의 법칙(3) +1 23.05.18 84 3 13쪽
9 #008. 고인물의 법칙(2) 23.05.17 82 3 12쪽
8 #007. 고인물의 법칙(1) +1 23.05.16 94 5 13쪽
7 #006. 힘숨찐의 법칙(3) +1 23.05.15 113 7 14쪽
6 #005. 힘숨찐의 법칙(2) 23.05.14 113 7 15쪽
5 #004. 힘숨찐의 법칙(1) 23.05.13 137 5 12쪽
4 #003. 빙의물의 법칙(3) 23.05.12 150 7 12쪽
3 #002. 빙의물의 법칙(2) 23.05.11 175 6 13쪽
2 #001. 빙의물의 법칙(1) 23.05.10 221 9 14쪽
1 #000. Prologue. +1 23.05.10 266 8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