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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는 것 그대로

힘숨찐에 빙의한 고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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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력운동
작품등록일 :
2023.05.10 20:36
최근연재일 :
2023.06.03 19:04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292
추천수 :
91
글자수 :
145,679

작성
23.05.28 19:01
조회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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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019. 창천검가 막내아들(1)

DUMMY

월드컵 대교 위에 발생한 게이트는 정글 협곡형 던전으로 이어졌다.


‘김창훈에게 듣던대로군.’


울창한 협곡지대. 코를 찌를 정도로 강렬한 풀내음 사이사이로 비릿한 비냄새가 섞여 있었다.


‘일반적이라면 사전정보가 없는 비개척 던전이라 조사부터 해야겠지만······.’


더라헌은 헌터 사회가 꽤 체계적으로 발달한 세상이다. 던전이 발생했다고 무작정 헌터들이 들어가기 보단 던전 드론으로 내부를 확인한다.


던전 안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물론 오픈 게이트와 같은 상황에선 일단 들어가 던전부터 없애려 하겠지만······.


‘이쪽으로 가면 된다고 했던가.’


지금같은 평범한 던전은 그런 위험이 없으니 마음놓고 활개할 수 있었다.


크르릉.


협곡 안쪽 깊은 곳에서 짐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곧 그 울음소리의 주인공이 풀숲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전갈의 꼬리를 연상하듯 끝에 날카로운 독침이 달린 꼬리에 거대한 호랑이 몸을 가진 몬스터.


‘살벌하구만.’


개체명 렌스테일 타이거라 불리는 몬스터였다.

머리


‘네놈이 나타날 걸 알고 있었다.’


스르릉.


검을 뽑았다.

검집에서 스무스하게 뽑히는 검.

이명연, 내 아버지가 활동하며 쓰던 검을 처음으로 사용하는 순간이다.


“캬아아아!”


렌스테일 타이거가 포효하며 달려든 순간.


철인검술 – 제3장 중급 검술

강철 참


촤아아악!


붉은 피가 허공에 비산했다.

동시에 절명한 렌스테일 타이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단 일격에 강력한 몬스터를 베어냈다.

그야말로 놀라운 성과였다.


‘많이 발전했군.’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정도면 어디가서 맞고 다니진 않겠지.

검을 갈무리한 뒤 천천히 앞으로 걸어 들어갔다. 내 목표는 딱 하나.


이 던전의 보스가 지키고 있는 ‘차원유물’을 챙기는 것.


‘슬슬 지금쯤이면 바깥 상황도 얼추 정리되고 던전 진입을 하려고 하겠지.’


남들에게 기회를 뺏길 수 없다. 예정대로라면 김창훈 그가 알아서 기연을 얻겠지만.

내가 개입하여 거기에 지분을 얹을 수 있다면?


‘훗날 창천검가를 지휘할 예비가주를 아군으로 만들 수 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


“여기는 우리 매화 길드가 통제하겠습니다!”

“시민 분들은 신속히 현장에서 대피 하십시오!”

“거기 학생들! 노란선 안으로 들어오지 마!”


월드컵 대교 위, 게이트가 발생한지 단 10분도 되지 않아 현장에 출동한 것은 매화 길드 헌터들이었다.


마침 현장에 있던 매화 길드 소속 한설아의 빠른 대처와 신속한 보고 덕분이었다.


“팀장님! 괜찮으십니까?”

“부 팀장님 오셨군요. 제 장비는요?”

“여기 있습니다. 아니 그보다 무슨 일입니까? 조깅하러 갔다가 던전에 다 휘말리시고.”

“운이 좋았습니다. 덕분에 시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어요.”

“하필이면 대교 위에 발생했네요. 이럴 땐 관행상 먼저 발견한 쪽에 우선권이 주어지죠. 다행입니다. 우리 팀장님이 먼저 발견해서.”

“음, 그게 제가 먼저 발견한 건 아니에요.”

“네? 그럼 락소울 쪽에서 먼저 왔다는 말입니까?”


놀란 부 팀장의 말에 한설아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고 여기 이 사람······어디갔지?”

“팀장님! 부 팀장님! 뭐하세요! 던전 진입 준비 안 하십니까?”

“아, 팀장님 일단 락소울이 아니면 저희에게 우선권이 있는게 맞으니 던전 진입부터 합시다. 드론 띄울게요.”

“······네.”


머뭇거리던 한설아가 마지못해 대답한 뒤 주변을 살폈지만, 이미 던전 안으로 들어가버린 이로운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설마 아니겠지.’


한설아가 묘한 걱정으로 던전 입구, 게이트를 살폈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로운이라면 나약한 일반인 딱 그정도였다.


물론 최근에 뉴스에서 종종 그의 이름이 언급되고 있다지만, 철저하게 관심 밖의 일이라 그녀에겐 아직 금시초문이었다.


“드론 준비되었습니다. 진입하겠습니다.”


E&A블리츠 신형 헌팅 드론이 게이트 안으로 통과해 사라졌다. 곧 모니터링 디스플레이에서 던전 내부 모습이 비춰졌다.


“협곡형 던전입니다!”

“잠깐! 저거 뭐야.”

“렌스테일 타이거? 죽었는데?”


화면 속 사체는 다름 아닌 이로운이 처치한 몬스터의 것이었다.


“누가 이미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깔끔한 저 단면으로 보아 실력있는 검사 타입 헌터로 보이는데요?”

“뭐지. 락소울 길드인가?”

“그쪽에 검사 타입은 한 명 밖에 없는데.”

“나 말하는 건가?”


화려한 디자인의 가죽 자켓에 온몸에 피어싱으로 도배한 것에 그치지 않고 다소 불량스러워 보이는 헤어스타일의 청년이 걸어와 그들 앞에 섰다.


그는 바로 락소울 길드 1팀 소속 제피르.

락소울 길드는 특이하게도 락밴드로 활동할 때 쓰던 예명을 그대로 쓰고 있었다.

덕분에 몇몇 사람을 제외하면 아무도 그들의 본명을 모른다고 해야 하나.


“매화 양반들, 이거 그쪽들이 먼저 발견한 것 같진 않은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하필이면 대교 위에 발생한 거라서 누가 우선권을 가지든 일단 던전부터 없애야 합니다.”

“맞지. 맞지. 매화 길드의 3팀 팀장이던가. 똑부러지구만. 우리 락소울도 그런 걸로 걸고넘어질 생각은 없어. 근데 저거 내가 한 건 아니라고.”

“아. 그러네. 제피르 씨가 여기 있으면 저건 말이 안 되는데? 누가 들어간 거지?”


락소울 길드의 제피르. 그는 락소울 길드에서 유일하게 검을 쓰는 헌터였다. 그런 그가 이곳에 있다는 건 지금 던전에 들어간 사람은 다른 사람이란 뜻.


“설마 그 사람이······.”

“팀장님은 누구 짐작가는 사람 있어요?”

“만약 그 사람이 들어간 게 맞다면 지금 위험할 수 있어요. 추정 던전 등급이 어떻게 되죠?”

“상당히 고위험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던전 용량이 적진 않아서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할 확률은 낮아요.”

“어서 들어가야 해요.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설아의 말에 부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한설아가 제피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쪽은 어떻게 할 거죠?”

“경우 따질 상황은 아닌 것 같으니 양보하지. 우린 현장 통제에 협조하겠다. 그럴려고 온 거고.”

“고마워요.”

“건너편에서 진입하는 차량들은 이미 그 앞선 곳에서부터 통제하고 있어. 대신 빨리 처리해. 늦장 부렸다간 우리 길드만 민원 태러 맞는다.”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한설아가 개인 장비를 착용했다.

곧 그녀의 주변으로 냉기와 뇌기가 일렁거렸다.


“사전 조사 끝났습니까?”

“네. 안쪽으로 진입할수록 사체 몇 구가 더 보였습니다. 흔적이 동일한 것으로 보아 한 명이네요.”

“역시 그 사람이 맞았어. 일반인이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검은 쫌 쓰는 것 같으니 안심이에요. 그래도 지금쯤 고전하고 있을 겁니다. 우리가 구해야 합니다.”

“대체 누군지 모르겠지만, 일단 빨리 들어가죠. 모두 진입 준비!”


부 팀장의 브리핑에 한설아이 팀원들이 속속히 모여들었다.


“전원 던전 진입!”


***


웨에엥!


“엄청 많네. 이놈의 벌 때들.”


협곡 안쪽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초입에서 마주친 렌스테일 타이거보다 소형 몬스터 벌 때들이 더 많았다.


소형 몬스터라고 무시해선 안 되다. 이 벌들로 말할 것 같으면 성인 남성 주먹만한 크기에 쏘이면 3일 밤낮은 앓아눕는 독을 지닌 맹독벌이니까.


“어딜!”


촤아악!


다가오는 맹독벌 하나를 베어냈다.


사전에 이놈들이 출몰할 걸 알고 있어서 전용 방충복을 입고 왔지만, 내구도가 있어 그것만 믿을 순 없었다.


파지지직!


간간히 어빌리티 전격의 화살도 섞어주었다.

하지만 이 어빌리티는 마력 소모가 심한 탓에 자주 사용할 순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지. 방충복을 안 챙겨왔다면 이놈들 때문에 몇 초에 한 번식 검을 휘두르고 전격의 화살을 쏘느라 마력도 체력도 금방 방전되었을 테니까.’


그래도 김춘식 교관과 2주 가까이 특훈을 한 덕분인지 체력도 상당히 올라 아직까지 무리는 없었다.


‘김창훈은 아직인가? 못 와도 상관 없긴 한데.’


보스만 처치하고 전리품만 내가 수거해 가면 끝이다. 나중에 김창훈에게 그 전리품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그의 환심을 살 생각이지만······.


‘근데 꼭 넘겨줘야 하나? 그냥 내가 먹어버려?’


더라헌에서 차원유물은 상당히 값진 보물이나 다름없다.

특정 던전에서 매우 희박한 확률로 등장하는 차원유물은 일종에 그 던전을 유지하는 코어와 같다.


던전을 유지할 정도로 짙은 농도의 마력을 가진 차원유물은 설정상, 모든 헌터들의 꿈이나 다름 없었다.


‘아이템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고 하지.’


인간이 제작한 인공 아이템과 던전에서 취득할 수 있는 던전 아이템.

대부분의 경우 던전 아이템이 더 가치가 높게 여겨진다. 물론 모든 던전 아이템이 인공 아이템보다 성능 등이 좋다곤 볼 수 없다.


던전 아이템 특성상, 어딘가 문제가 있거나 성능 정보를 정확히 알 수 없어 실용성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하지만 수집품의 가치로는 뛰어난 편이고 고성능의 아이템인 경우, 그 사용방법과 성능만 확인되면 전력에 큰 보템이 되니 대부분의 헌터들이 눈독을 들이곤 한다.


‘매화 길드가 진입해서 그걸 먹게 둘 순 없지.’


내가 빙의한 이후로 크게 변하고 있는 더라헌의 세계관.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간 두 눈 뜨고 그 값진 차원유물을 뺏기고 말리라.


‘그러니 어서 빨리 가야······.’


발걸음을 재촉하여 던전 보스가 있는 위치로 이동하던 순간.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클래스 스킬 힘숨찐의 운명이 발동합니다.]


‘갑자기? 무슨 일이지?’


난데없이 발동한 힘숨찐의 운명.

이 말은 곧 어떤 사건이 발생했다는 뜻이고 지금 같은 상황에서 발생할 사건이라곤······.


‘누군가 던전에 들어왔구나. 김창훈? 아니면 한설아?’


어쩌면 둘 다 일 수 있다.

그리고 한설아가 들어왔다면 틀림없이 그의 팀원들도 들어왔을 거고.


‘락소울 길드일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이곳은 월드컵 대교 위에 발생한 던전.

장소 특성상 관할 구역이 겹치는 락소울 길드도 어느 정도 지분이 있기에 그들도 진입을 감행할 수 있다.


‘안 되겠다. 더 빨리 움직여야겠어.’


***


‘들킨 건 아니겠지?’


창천검가 막내아들, 김창훈이 조심스럽게 정글 협곡 내부를 걸었다. 앞서 입장한 매화 길드 3팀의 뒤를 조심스럽게 쫓고 있었다.


‘저번처럼 허락을 구하고 동행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아. 하필이면 길드가 개입해버려서. 젠장. 이번엔 확실한 것 같은데.’


김창훈의 목표는 딱 하나였다.

자신의 마력 단절을 해소해 줄 열쇠를 찾는 것.

그리고 그 열쇠는 여의도역을 기준으로 대략 반경 5km 내 던전에서 발견될거라고 했다.

그것 때문에 한동안 여의도역 내 던전이란 던전은 이잡듯이 다 찾아다녔었다.


‘지금으로선 그 남자의 말을 믿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다.’


어느 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던 김창훈에게 의문의 남자가 찾아왔다. 정체불명의 남자는 후두를 깊게 쓰고 있어 이목구비도 확인할 수 없었다.


그 남자는 대뜸 자신의 비밀을 언급했다. 바로 마력 단절.

어릴 때, 배 다른 형제들의 못된 장난질로 마력이 단절되고 말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그걸 언급한 거다.


그리고는 그 마력 단절을 해결할 방법을 알고 있다고 했다. 김창훈이 처음부터 그 말을 믿은 건 아니었다.

아무리 던전 스미싱 따위에 낚이는 세상 물정 모르는 김창훈이라 하더라도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니까.


‘예언 능력자라도 되는 건가? 그런 타입의 각성자가 실제로 있나?’


놀랍게도 그 수상한 남자는 자신의 싱빙성을 100% 명중하는 놀라운 적중률의 예언으로 증명했다.


그 결과, 김창훈은 그가 알려준 방법대로 여의도역 근방의 모든 던전을 샅샅이 뒤져야 했다.


그 남자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자신이 말한 던전에 들어간 순간, 본능적으로 이곳이라 느낄 거라고.


그리고 이번에는 지금까지 찾아다녔던 던전에서 느껴보지 못한 강렬한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여기에 자신의 마력 단절을 해결해줄 열쇠가 있다고.


‘그게 뭐든 반드시 내가 먼저 찾아주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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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025. 시스템 업그레이드(1) 23.06.03 37 1 12쪽
25 #024. 두 번째 파편(3) 23.06.02 32 1 12쪽
24 #023. 두 번째 파편(2) 23.06.01 35 1 13쪽
23 #022. 두 번째 파편(1) 23.05.31 41 1 13쪽
22 #021. 창천검가 막내아들(3) 23.05.30 41 1 12쪽
21 #020. 창천검가 막내아들(2) 23.05.29 45 1 12쪽
» #019. 창천검가 막내아들(1) 23.05.28 52 2 12쪽
19 #018. 예견된 만남(3) 23.05.27 57 2 12쪽
18 #017. 예견된 만남(2) 23.05.26 46 2 11쪽
17 #016. 예견된 만남(1) 23.05.25 48 2 11쪽
16 #015. 예견된 변화(3) 23.05.24 50 2 12쪽
15 #014. 예견된 변화(2) 23.05.23 58 3 13쪽
14 #013. 예견된 변화(1) 23.05.22 59 3 12쪽
13 #012. 예견된 습격(3) 23.05.21 77 3 12쪽
12 #011. 예견된 습격(2) 23.05.20 74 3 12쪽
11 #010. 예견된 습격(1) 23.05.19 102 3 13쪽
10 #009. 고인물의 법칙(3) +1 23.05.18 84 3 13쪽
9 #008. 고인물의 법칙(2) 23.05.17 82 3 12쪽
8 #007. 고인물의 법칙(1) +1 23.05.16 95 5 13쪽
7 #006. 힘숨찐의 법칙(3) +1 23.05.15 113 7 14쪽
6 #005. 힘숨찐의 법칙(2) 23.05.14 113 7 15쪽
5 #004. 힘숨찐의 법칙(1) 23.05.13 137 5 12쪽
4 #003. 빙의물의 법칙(3) 23.05.12 151 7 12쪽
3 #002. 빙의물의 법칙(2) 23.05.11 176 6 13쪽
2 #001. 빙의물의 법칙(1) 23.05.10 221 9 14쪽
1 #000. Prologue. +1 23.05.10 267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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