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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는 것 그대로

힘숨찐에 빙의한 고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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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력운동
작품등록일 :
2023.05.10 20:36
최근연재일 :
2023.06.03 19:04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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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1
추천수 :
91
글자수 :
145,679

작성
23.05.1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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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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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002. 빙의물의 법칙(2)

DUMMY

털썩.


어이가 없는 상황 속에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던전 보스 킹 크로커 도그의 숨통이 완전히 멎으며 상황이 종료되자 다리에 힘이 풀린 거다.


동시에 던전 풍경은 물에 녹은 솜사탕처럼 사라졌다.


“사, 살았다! 던전이 사라지고 있어!”

“공략된 건가? 교관님들은?”


던전이 공략되면서 변이로 뿔뿔이 흩어졌던 교관들과 훈련생들도 하나 둘 나타나 한자리에 모였다.


‘던전이 사라진 세종아카 지하는 이런 모습이구나?’


본 게임에서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던 세종아카 지하던전의 본래 모습.

던전이 발생하기 전의 모습은 그냥 평범한 지하도였다.


‘그보다 우선 이것부터 살펴봐야지. 상태창.’


더라헌 세계관에서 ‘상태창’은 여느 웹소설처럼 주인공의 고유물이 아니다. 그저 각성만 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 기능이었다.


‘애초에 각성한다는 것 자체가 시스템에 접속할 권한을 얻는 거니까.’


이 이야기는 뒤에 가서 자세히 말하는 걸로 하고 눈앞에 나타난 내 상태창부터 살폈다.


+++

이름 : 이로운

클래스 : 힘숨찐(EX), ■■■ ■■■(EX)

어빌리티 스킬 : 특별 임무 수행 보상제(EX)

개인기술 : 없음.

상태이상 : 빙의(EX), 탈진(B), 악취(S)

+++


이게 바로 더라헌의 상태창이다.

능력치 따위는 표시되지 않는 상태창. 캐릭터 육성에 있어 필수적인 능력치는 자체적으로 알아가야 한다.


‘그 말은 곧 나 역시 똑같이 자체적으로 알아내야 한다는 소리지.’


본 게임에서 이로운은 튜토리얼 이후로 등장한 적이 없고 튜토리얼 전으론 에피소드 자체가 없다 보니 이놈의 능력치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일단 클래스, 클래스를 얻은 것에 위안을 삼자.’


클래스는 더라헌 세계관에서 매우 중욯나 소재였다. 일단, 각성자라고 해서 전부 클래스를 얻은 건 아니다.


‘보통 각성하면 어빌리티 1개에서 많게는 3개까지 얻곤 하지.’


반면 클래스는 아예 없는 각성자도 있는데 이 클래스가 얼마나 중요하나면······.


‘각성자들의 로또, 그렇게 불린단 말이지?’


심지어 각성자의 자질, 가치를 두고 클래스 보유자와 미 보유자를 구분할 정도니 말 다한 셈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클래스를 두 개나 얻었다.

다만 그중 하나는 필터링된 것처럼 이름조차 뜨지 않는 것이 신경 쓰였다.

우선 힘숨찐 클래스에 대해 먼저 살펴보기로 했다.


+++

[클래스 명칭 : 힘숨찐]

모종의 이유로 힘을 숨긴 찐따는 특별한 순간이 아니면 힘을 드러내지 않는다.

클래스 스킬 : 힘숨찐의 운명(EX), 찐따의 망상(EX), 약자 위장(EX), 강자 멸시(EX)

+++


‘흐음, 대충 각이 나오는데?’


딱 봤을 때는 불편러를 꼬이게 할 소재로 보이지만, 상세설명을 잘 읽어보면 말이 달라진다.


+++

[P]힘숨찐의 운명(EX)

-힘을 드러내야 하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P]찐따의 망상(EX)

-수모, 모멸, 경멸, 혐오 등을 받거나 극찬, 찬양, 환호, 호감 등을 받을수록 무작위 능력치가 소폭 상승한다.


[P]약자 위장(EX)

-스스로의 힘을 철저하게 숨겨 약자로 위장한다.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누구도 이 위장을 알아볼 수 없다.


[A]강자 멸시(EX)

-자신보다 능력치가 강한 상대와 싸울 때, 상대방을 약화하고 자신의 능력치는 2배 상승한다.

+++


패시브 스킬 힘숨찐의 운명을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꽤 유용한 스킬이었으니까.


‘힘숨찐의 운명이란 스킬은 누가 봐도 앞으로 상황을 더럽게 꼬이게 만들 것 같은데.’


분명 날 빙의시킨 주최가 있다면 그놈이 편하게 수작질하기 위해 안배한 장치였다.

뭐, 어차피 멸망이 예정된 게임에 빙의한 이상 살기 위해선 발버둥 쳐야 하니 그저 앞으로 움직일 동력이라 생각하자.


그런데 어빌리티로 받은 저건 뭐야?’


클래스가 각성자의 로또라 불린다면, 어빌리티는 각성시 무조건 지급하는 기본 스킬.

그런데 이 어빌리티, 뭔가 이상했다.


[P]특별 임무 수행 보상제(EX)

-진정한 결말을 이루기 위한 특수 임무 수행자에게 제공하는 특수계열 어빌리티.

-특정 조건을 달성할 때마다 제시된 보상 중 선택할 수 있다.


더라헌에는 다양한 이능이 있다. 여기서 이능이란 클래스, 어빌리티 등을 모두 통틀어서 일컫는 말로 정말 각양각색으로 존재한다.


동명에 다른 효과도 있고 반대로 서로 이름이 다르나 잘 따지고 보면 비슷한 혹은 완전히 같은 효과도 있을 정도.


그렇지만 그 많은 이능 중에 이런 건 본 적이 없다. 매번 플레이할 때 마다 새로운 이능이 최소 한 개 이상은 나오는 게임이라 이해가 안 되진 않는데.


‘좀 특이하네. 그럼 아까 제시된 선택지가 이 보상을 말하는 건가?’


[근력 + 10 : 현 상태 기준, 획득시 E등급 헌터에 준하는 근력으로 성장한다.]

[개인기술 – 철인검술 : 최강철이 자체 개발한 검술의 견습 경지를 습득한다.]

[어빌리티 – 블링크(E) : 반경 5m 내 원하는 위치로 공간 이동한다.]


대충 알 것 같다. 이렇게 세 가지의 선택지 내에서 선택하면 그걸 보상으로 받는 거다.

음, 우선 근력은 능력치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지 않는 불친절한 더라헌 내에서 꽤 메리트가 있어 보였다.


‘저 문구는 한 마디로 현재 내 근력이 E등급 헌터보다 아래란 소리니까.’


이런 식으로 대조해서 알아볼 수 있구만.

철인검술이란 어빌리티로 분류되지 않는 그저 ‘개인기술’로 보인다.

그런데 최강철이라면 강해성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여러 메인 캐릭터 중 하나로 무려 검성이란 이명을 가진 어르신이잖아?


‘이건 좀 끌리네.’


어빌리티 블링크도 상당히 유용한 스킬이다. 하지만 그건 마력 소모도 심하고 당장 지금의 내가 쓰기엔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


‘반면 철인검술은 앞으로 계속 꾸준히 갈고 닦는다는 전제하에 성장의 가능성이 있지.’


무엇보다 최강철이 누굴 가르칠 성격도 아니고 철인검술 자체가 배우기 까다로운 검술이란 건 모두가 아는 사실.

그런 철인검술을 견습 수준으로 거저 익힐 수 있다는 건 대박이란 소리다.


‘어느 정도의 육체 능력치에 철인검술 견습 경지 정도면 대충 C급과 비벼 볼 만 해. 문제는 그 능력치가 되냐는 소리인데, 이걸 알 방법이 없으니 아쉽군.’


어느새 주변은 정리되고 있었다. 그런데 몇몇 훈련생들이 날 노려보고 있네?


‘왜 저래? 아, 냄새 때문이구나?’


현재 나는 상태이상 악취와 빙의, 탈진이 걸린 상태다.

상태이상은 더라헌의 설정 중 하나로 다양한 효과들이 있는데 지금처럼 몸에 지독한 냄새가 나는 것도 상태이상으로 분류되곤 했다.


“으윽, 이게 무슨 냄새야?”

“저 새끼에게 나는 것 같은데?”

“우엑. 더러워. 무섭다고 똥이라도 지렸냐?”


그들의 경멸어린 시선과 험담이 내게 날아든 순간, 눈앞에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에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클래스 스킬 찐따의 망상이 발동합니다.]


‘흥, 내가 지들 살려준 것도 모르는 새끼들이 입만 살아가지고. 뭐 똥? 지들은 하수구 썩은 물보다 쓸모가 없는 것들이.’

‘확 짓밟아버려?’


머릿속에서 저절로 펼쳐지는 망상들.

날 욕하고 흉보는 훈련생들이 내게 철저하게 짓밟는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더니.


[모멸을 받아 능력치 근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경멸을 받아 능력치 마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맙소사. 찐따의 망상이 이런 거였어?’


날 험담한 훈련생들을 상대로 여러 폭력적인 망상이 펼쳐지더니 난데없이 능력치가 성장했다.


능력치 근력이 성장했다는 말에 곧바로 제시된 보상 중 근력 부분을 다시 살폈다.


[근력 + 10 : 현 상태 기준, 획득시 E등급 헌터를 상회하는 근력으로 성장한다.]


‘문구가 바뀌었어. 이건 혁신이다.’


현재 내 근력이 E등급 헌터 평균치까지 성장했다는 소리는 방금 저 ‘소폭 상승’의 대략적인 양을 추정할 수 있다.


악취나 탈진 같은 경우는 빡빡 씻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내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터. 그런데 빙의는······.


[상태이상 –빙의-]

알 수 없는 신묘하고 초월적인 힘에 의해 서로 다른 운명의 세 영혼들이 뒤엉킨 상태다.

이 상태에선 영적인 간섭을 받을 수 없다.


‘영적 간섭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건 아주 큰 메리트인데? 이 세계관엔 영 능력을 쓰는 각성자도 있으니까.’


서로 다른 운명의 영혼들이 뒤엉켰다는 말은 그냥 빙의 그 자체를 의미하는 말인가?


‘음 좋아. 일단 보상 선택부터 하자······.’


고민 끝에 어떤 보상을 고를지 결정하고 선택을 끝냈다. 선택한 보상을 즉시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로운 훈련생, 다친 곳은 없나?”

“아, 김춘식 교관님. 네. 딱히 없습니다.”

“그래? 흠, 그렇단 말이지.”


김춘식 교관은 뭔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날 내려보더니 손을 내밀었다. 내게 나는 악취는 전혀 상관 없는 건가?


“움직일 수 있나?”

“그럼요.”


아쉽지만, 보상 확인은 나중에 하는 걸로 해야겠다.


그의 손을 잡고 일어서 부축받으며 나가다 강해성을 만났는데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얼굴색도 파랗고 바들바들 떠는 걸 봐선 약점 극복은 물 건너갔구나?’


그럴 수밖에 없을 거다. 녀석의 약점 극복 이벤트 에피소드는 나로 인해 사라졌으니까.

뭐 앞으로 극복할 기회가 또 오지 않는 이상 오히려 오늘 일로 더욱 개를 무서워하겠지.


***


“뭐? 사고? 졸업 시험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네. 던전 변이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다행히 사망자는 전무, 대부분 가벼운 부상으로 끝났다고 합니다.”


세종 헌터 아카데미 총장실.

보고받은 총장은 땀을 뻘뻘 흘리며 보고서를 살폈다.


“언론은 통제했나?”

“그것이 언론은 막았지만, 일부 훈련생들과 사전 접촉을 진행한 길드들이 냄새를 맡았습니다.”

“하아. 빌어먹을 운명의 장난도 아니고.”


하얀 턱수염이 인상적인 덩치의 총장이 자신의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한숨을 쉬었다.

그 사이 총장의 휴대폰과 집무실 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통화 거절을 눌렀으나 곧바로 다시 울리는 그의 휴대폰.


“쯧. 귀찮게 됐군. 우선 길드 대표들과 자리부터 만들게. 그리고 언론은 최대한 통제해. 조금이라도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네. 알겠습니다.”


세종아카 역사상 처음으로 졸업 시험 중 발생한 사고. 그것도 던전 변이로 인한 인명 피해.

단순히 세종아카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건으로만 볼 수 없다. 이는 엄연히 자연재해.

아카데미에서 이 정도로 쉬쉬할 이유는 없을 터.

그런데도 총장은 이상하리만치 이 일을 숨기려 했다.


“그리고 훈련생들은 다 괜찮나?”

“넵. 그렇습니다. 다만······.”

“다만? 뭐.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강해성에게 작은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강해성이라. 강해성이라면 이번 기수 중에 가장 유망주로 기대가 크다는 놈?”

“맞습니다.”


비서의 수긍에 왜인지 총장은 안도한 표정이었다.


“그, 그럼 다른 훈련생들은 괜찮은 거지?”

“네?”

“그러니까 뭐 이번 기수 중에 가장 약한 부······아니 놈이라던가.”

“으음. 혹시 이로운 훈련생 말씀이라면 멀쩡합니다. 오히려 각성했다고 하던데요.”

“뭐! 그분이 각성했다고?”

“네?”


총장이 기겁하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놀란 비서가 주춤거렸다.


“다, 당장······. 아니지, 지금은 쉬어야겠지. 우, 우선 모두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그 헌팅 드론 촬영본은 있나?”

“네. 안 그래도 지금 분석을 위해······.”

“폐기해.”

“잘 못 들었습니다?”

“모든 촬영본 폐기시키라고. 교관들의 바디캠도 싹 다 회수하고. 혹, 교관들이나 훈련생 중에 뭐 들은 게 있다면 입단속 시켜.”

“대체······. 음, 알겠습니다. 그런데 각 길드와 몇몇 생도 가문들도 영상 촬영본을 보고 싶어 할 텐데요. 심지어 협회도······.”

“오늘 안에 자리 잡아. 그건 내가 해결할 거니까.”

“알겠습니다.”


본인 선에서 처리할 수 없는 가장 어려운 문제를 총장이 나선다고 하자 그제야 안도한 비서가 고개를 숙인 뒤 총장실을 나갔다.


“후우. 드디어 깨어나신 건가······.”


홀로 남은 총장은 어느새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드디어 우리에게 기회가 왔구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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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숨찐에 빙의한 고인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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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024. 두 번째 파편(3) 23.06.02 32 1 12쪽
24 #023. 두 번째 파편(2) 23.06.01 35 1 13쪽
23 #022. 두 번째 파편(1) 23.05.31 41 1 13쪽
22 #021. 창천검가 막내아들(3) 23.05.30 41 1 12쪽
21 #020. 창천검가 막내아들(2) 23.05.29 45 1 12쪽
20 #019. 창천검가 막내아들(1) 23.05.28 51 2 12쪽
19 #018. 예견된 만남(3) 23.05.27 57 2 12쪽
18 #017. 예견된 만남(2) 23.05.26 46 2 11쪽
17 #016. 예견된 만남(1) 23.05.25 48 2 11쪽
16 #015. 예견된 변화(3) 23.05.24 50 2 12쪽
15 #014. 예견된 변화(2) 23.05.23 58 3 13쪽
14 #013. 예견된 변화(1) 23.05.22 59 3 12쪽
13 #012. 예견된 습격(3) 23.05.21 77 3 12쪽
12 #011. 예견된 습격(2) 23.05.20 74 3 12쪽
11 #010. 예견된 습격(1) 23.05.19 102 3 13쪽
10 #009. 고인물의 법칙(3) +1 23.05.18 84 3 13쪽
9 #008. 고인물의 법칙(2) 23.05.17 82 3 12쪽
8 #007. 고인물의 법칙(1) +1 23.05.16 95 5 13쪽
7 #006. 힘숨찐의 법칙(3) +1 23.05.15 113 7 14쪽
6 #005. 힘숨찐의 법칙(2) 23.05.14 113 7 15쪽
5 #004. 힘숨찐의 법칙(1) 23.05.13 137 5 12쪽
4 #003. 빙의물의 법칙(3) 23.05.12 151 7 12쪽
» #002. 빙의물의 법칙(2) 23.05.11 176 6 13쪽
2 #001. 빙의물의 법칙(1) 23.05.10 221 9 14쪽
1 #000. Prologue. +1 23.05.10 267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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