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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는 것 그대로

힘숨찐에 빙의한 고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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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력운동
작품등록일 :
2023.05.10 20:36
최근연재일 :
2023.06.03 19:04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296
추천수 :
91
글자수 :
145,679

작성
23.05.29 19:07
조회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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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020. 창천검가 막내아들(2)

DUMMY

‘그보다 진짜 이 검 대단한데?’


한때 서울 대재앙의 영웅이 쓰던 명검 답게 성능 하나는 확실했다.


‘감정이 안 되는 것이 아쉽긴 하네.’


감정이란 황동주와 같은 장인 계열 각성자가 사용하는 스킬 중 하나로 아이템의 성능과 옵션 등을 알아내는 스킬이다.


장인 황동주가 말하길 이 검이 녹슨검이 되어 황동주의 손에 들어왔을 때부터 감정 스킬이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건 이 모습으로 변한 뒤에도 마찬가지였고.’


혹여나 다시 내 손에 들린 상태에서 감정 스킬이 통할까 하여 다시 시도해본 거였지만 그자머 실패.


결국 미감정 상태로 내게 돌아온 거다.

그러나 그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마치 내 몸이 본능적으로 기억하는 것처럼 이 검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으니까.


‘참 신기하단 말이지.’


후웅.


검을 휘둘러 달려드는 렌스테일 타이거를 일격에 베어냈다.

군더더기가 없는 깔끔한 동작으로 두 동강을 낸 뒤 발걸음을 제촉했다.


‘아까 힘숨찐의 운명이 발동했으니 지금츰 던전 초입까지는 진입했겠군.’


길드에서 정규 편성된 헌터 팀이라면 진입에 시간이 다소 걸릴 거다. 미확인 던전인 만큼 충분한 조사와 정찰을 통해 진입할 테니까.


하지만 창천검가의 막내아들 김창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는 기연에 도달하기 위해 거침없이 던전 진입을 감행할 거고 곧 내 뒤를 따라잡겠지.


‘빨리 가야해,’


그래도 꽤 들어온 것 같다. 이쯤에서 나올 때가 되었······.


‘저깄군.’


김창훈이 말했던 문제의 그 ‘기연’

그의 마력 단절을 한방에 해결해줄 ‘차원유물’


‘저게 바로 김창훈이 말했던 그 기연인가.’


강해성으로 플레이할 때 김창훈으로부터 전해들은 기연에 대한 내용은 그리 상세한 편은 아니었다만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다.


저 영롱한 빛을 내는 푸른 심장, 그리고 그 앞에 지키고 서있는 거대한 석상.


-그때 나는 거대한 거인석상이 내린 시련을 통해 겨우 그 기연을 쟁취했다.

-거인석상의 시련?

-그래. 나보다 몇 배는 큰 거대한 석상과 싸우는 게 시련의 내용이었지. 운 좋게 그 석상의 약점을 찾아내 공략한 덕분에 겨우 이겼어.

-그랬나? 당시엔 마력도 사용할 수 없었을 텐데.

-맞아. 지금 생각해보면 참 기적이었지. 마력도 못 사용하는 상태에서 그런 강적을 상대해야 했으니. 다행히 상대도 마력을 못 쓰는 석상 수준이라 이길 수 있었던 거다.

-약점이 뭐였는데?

-그 석상의 약점은······.


‘자 그럼 나도 그 시련이란 것을 진행해볼까.’


김창훈에게 미안하지만 일단 저 차원 유물은 내가 먼저 접수할 생각이다. 후에 김창훈을 내 수족처럼 다룰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거든 그때 전해줄 생각이다.


‘시련을 시작하기 위해선 석상 앞에 서서 무기를 들라 했지.’


천천히 잠들어 있는 석상 앞으로 다가가 검을 치켜세웠다. 그리고 그 순간······.


드드드드!


거인 석상의 눈에서 빛이 나며 그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보물을 탐하는 허락받지 못한 자여. 그대의 자격을 시련으로 증명······


이어 예상했던 대사가 흘러나오던 중, 돌연 석상이 멈칫하더니 날 빤히 바라본다.


-위, 위대한 영이시여!


쿠웅!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석상이 한쪽 무릎을 꿇고 나를 향해 고개를 조아린 것이다.


‘뭐, 뭐야.’


이 당황스러운 전개는?


***


‘이번엔 확실히 맞는 것 같아’


던전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본능적인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저 멀리 자신의 문제점을 해결해줄 유일한 열쇠가 잠들어 있다고.


‘매화 길드보다 먼저 도달해야 한다.’


매화 길드 쪽에선 정규 던전 탐사 규칙에 맞게 소극적으로 진입에 임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픈 게이트가 아니다보니 속도전보단 정공법을 택한 모양. 그 덕에 김창훈 그가 먼저 안쪽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


‘뭐, 뭐야. 벌써 여기까지 온 건가?’


하지만 김창훈 그도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그보다 앞선 곳에 이로운이 있단 사실.


‘렌스테일 타이거······. 단 일격에 베어 죽였어. 검사 타입? 누구지?’


매화 길드를 피해 조금 우회했다지만 그들은 천천히 정찰을 통해 진입 중이라 김창훈 본인보다 한참 뒤에 있으니 그들은 아니다.


‘그렇다면 누가 이미 앞에 있다?’


뒤늦게 이로운의 존재를 깨달은 김창훈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안 돼. 내가 먼저야.’


마음이 다급해진 김창훈은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무조건 내가 사수한다!’


한편, 그 시각.


“2시 방향 렌스테일 타이거 발견.”

“맹독성을 지닌 벌때도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보호복 착용하겠습니다. 보급팀!”

“넵! 여기있습니다!”


던전 안에선 어떤 장비가 언제 어디서 필요하게 될지 모른다. 특히 사전조사가 되지 않은 던전에 진입할 때는 더더욱.


그래서 헌터 업계에는 반드시 ‘짐꾼’이라는 보조적인 서포트 팀이 필요하다.

그들은 헌터가 전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던전 내에서 섭취할 전투식량과 여러 보급품 등을 담당한다.


주로 헌터가 되고자 하는 수습생들이 잠깐 거쳐가거나 짐꾼 자체를 전문적으로 종사하는 인력이 따로 존재한다.


“방충복 여기 있습니다.”

“전원 방충복 착용!”

“보호복에 너무 의존하지 마세요. 보호복의 내구도가 다하면 그대로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접근하는 벌때는 최대한 공격해 막아내세요.”


한설아의 충고에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경험적으로는 그들의 팀장, 한설아보다 더 많이 알고 있으나 팀장으로서 내리는 조언이기에 다들 군말이 없었다.


“팀장, 안색이 안 좋은데. 그 사람 때문입니까?”

“네. 우리보다 먼저 들어온 헌터가 그 사람이라면 많이 위험할 테니까요.”

“걱정 안해도 될 것 같긴 합니다. 중간중간 마주치는 사체의 흔적만 봐도 그 헌터의 실력은 충분한 걸요.”


팀원의 조언은 일리가 있었다. 렌스테일 타이거는 상당히 난이도 높은 몬스터인데 이렇게 일격에 죽일 정도면 실력이 상당하단 뜻이니.


‘확실히, 유능한 검사의 흔적이야. 하지만 내가 본 그 남자는 약했는데······.’


못 본 사이 강해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최근 팀원의 말을 들어보면 확실히 뭔가 달라진 것이 있을 수 있고.

하지만 대교에서 다시 봤던 그 남자는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 약해진 것처럼 보였다.

그게 이로운의 클래스 스킬 ‘약자 위장’ 때문이란 건 그녀가 알 리 없는 내용이었지만.


“이보다 더 빨리 속도를 올릴 순 없겠죠?”

“안 됩니다. 지금도 이미 한계치까지 무리하고 있는 거라.”

“······알겠어요.”


정신적으로 트라우마가 있는 그녀로선 몬스터로 인해 더 이상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길 원하고 있었다.


‘제발 무사해야 할 텐데.’


***


“하하. 이것참 황당하네.”


갑작스러운 전개에 나는 말문이 막힌 채 석상을 내려다 봤다. 어느새 석상은 바닥과 한몸이 되도록 납작하게 엎드린 채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다가 퍼뜩 든 생각에 문신에 마력을 불어넣으니 푸른 실이 이어지고 있었다.

즉, 내 아군이란 뜻이다. 총장의 말이 맞다면.


“······대화가 통하려나?”


-물론이옵니다. 위대한 영이시여.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 미천한 종으로서 참으로 영광이옵니다.


“일단 나는 네가 누군지 모른다.”


-아직 그릇에 갇혀 기억이 온전치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위대하신 영이신 점은 달라지지 않지요.


“그렇다면 설명이 필요하겠는데. 너는 누구고 왜 여기에 이러고 있는지.”


-송구하오나 위대한 영께서 기억이 온전치 않으니 제게 발언의 한계가 있는 점 부디 용소해주시길 바랍니다.


“감안할 테니 할 수 있는 말만 골라서 해봐.”


총장을 통해서 어느 정도 들은 게 있으니 석상을 통해 대충 짜맞추기를 해도 어느 정도 윤각은 잡힐 거라 생각했다.


-우선 저는 위대한 영께서 다스리는 군단의 수많은 장군 중 하나였으나, 영께서 그릇에 봉인 당하신 뒤 패잔병이 되어 이런 꼴이 되었습니다.


‘군단이라······.’


총장 한운수도 내게 그런 말을 했었다. 내가 한 때 군단을 이끄는 위대한 존재였다고.


“도대체 군단이 뭐지?”


-이런 하찮은 하위 세계의 필멸자들은 감히 생각도 할 수 없는 위대한 존재 다섯이 각각 이끄는 세력들입니다.


‘나 또한 그런 세력 하나를 이끌고 있었다는 뜻인가.’


더라헌의 세계관 내에서는 이런 설정이 맹세컨대 단 한번도 등장한 적이 없었다.

즉, 지금 나는 뭔가 더 큰 스케일의 무대로 한발자국 들어가고 있다는 거다.


“그래서 그 군단이 하는 일이 뭔데? 뭐 전쟁이라도 하나? 군단끼리?”


-군단은 그저 그들이 섬기는 주군, 군단장의 뜻을 펼치는 하수인들입니다. 군단전을 원하면 전쟁을 일으킬 것이고 한 세계의 침략을 원한다면 침공을 준비할 것입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없나?”


-죄송합니다. 이 이상의 설명은 지금으로선 불가능합니다.


썩 단호한 말에 입맛을 다지며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럼 너는 여기서 뭘 하고 있던 건데.”


-우주의 섭리에 갇혀 이곳에서 제 심장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우습게도 하찮은 하위 세계의 필멸자들의 도전을 받고 시련에 응해야 하는 몸이 되었지요.


“저게 너의 심장인가?”


-그렇습니다. 위대한 영이시여.


“저 심장을 시련을 통과한 헌터들에게 뺏기면 어떻게 되는 건데?”


-저는 섭리에 의해 무로 돌아갈 것이며 그 필멸자는 주제에 맞지 않은 강한 힘을 얻어 돌아가겠지요.


“그렇군. 그럼 나도 저 심장을 얻기 위해선 시련을 통과해야 하나?”


-당치도 않습니다! 위대한 영께서 원하신다면 지금 바로 내어드리겠습니다.


석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푸른 심장이 내쪽으로 날아왔다.

손을 뻗어 그 심장을 만지려다 멈칫하고 석상을 바랍봤다.


“내가 이 심장을 가져가면 너는 무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그것이 우주의 섭리이자 이치입니다. 저는 이미 육신을 잃고 반복되는 섭리에 갇힌 허상에 불가하니까요.


일이 참 재미있게 돌아간다.

튜토리얼에서 죽었어야 할 인물, 이로운이 살아 여기까지 오니 별의별 에피소드가 튀어나오고 있었다.


“가져가도 되겠나?”


-부디 제 심장을 취하시여 위대한 영께서 가고자 하는 길에 보탬이 되어주소서


석상의 청에 나는 묘한 부담감을 안은 채 심장에 손을 뻗었다. 이내 푸른빛이 퍼져 나오며 내게 스며들었고.


[차원유물 ‘거신상의 심장’을 쟁취했습니다.]

[잃어버린 군단의 유산을 획득했습니다.]

[잃어버린 힘 일부가 복구됩니다.]

[경고! 온몸의 마력이 들끓습니다. 마력 호흡을 통해 진정시켜야 합니다.]

[전생의 격과 일부 동기화를 진행합니다.]

[동기화 진행률 ··· 0.03%]


눈앞에 나타난 여러 시스템 메시지가 나를 반겼다.


-아아, 위대한 영이시여. 부디 왕좌를 되찾으소서······.


석상이 마지막 말을 남긴 채 모래가 되어 흩어졌다. 그 마지막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묘한 격동감이 느껴졌다.


꼭 오래 동안 전장을 함께한 내 수족을 잃는 듯한 감정.


‘고맙다.’


하지만 그 소용돌이치는 감정에 정신팔릴 때가 아니었다. 아까부터 온몸의 마력이 들끓고 있었으니.


‘······진정시키지 않으면 주화입마에 빠진다.’


잘못될 경우, 폐인이 될 수 있는 위기의 상황.

그러나 여긴 던전이다. 안심하고 마력 호흡에 집중할 때가······.


[클래스 스킬 카오스 베리어를 발동합니다.]


처음 들어보는 클래스 스킬이 자동으로 발동하며 내 주변으로 검붉은 장막이 펼쳐졌다.


‘이건 또 뭔······크윽.’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기도 잠시, 찾아온 통증에 황급히 마력 호흡에 집중해야 했다.


‘뭐, 뭔지는 몰라도 나를 지켜라······.’


멀어져가는 의식 속, 나를 감싼 장막에 명령 아닌 명령을 내린 채. 그렇게 난 무아지경으로 마력 호흡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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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025. 시스템 업그레이드(1) 23.06.03 37 1 12쪽
25 #024. 두 번째 파편(3) 23.06.02 33 1 12쪽
24 #023. 두 번째 파편(2) 23.06.01 35 1 13쪽
23 #022. 두 번째 파편(1) 23.05.31 41 1 13쪽
22 #021. 창천검가 막내아들(3) 23.05.30 41 1 12쪽
» #020. 창천검가 막내아들(2) 23.05.29 46 1 12쪽
20 #019. 창천검가 막내아들(1) 23.05.28 52 2 12쪽
19 #018. 예견된 만남(3) 23.05.27 58 2 12쪽
18 #017. 예견된 만남(2) 23.05.26 46 2 11쪽
17 #016. 예견된 만남(1) 23.05.25 48 2 11쪽
16 #015. 예견된 변화(3) 23.05.24 51 2 12쪽
15 #014. 예견된 변화(2) 23.05.23 58 3 13쪽
14 #013. 예견된 변화(1) 23.05.22 59 3 12쪽
13 #012. 예견된 습격(3) 23.05.21 77 3 12쪽
12 #011. 예견된 습격(2) 23.05.20 74 3 12쪽
11 #010. 예견된 습격(1) 23.05.19 102 3 13쪽
10 #009. 고인물의 법칙(3) +1 23.05.18 84 3 13쪽
9 #008. 고인물의 법칙(2) 23.05.17 82 3 12쪽
8 #007. 고인물의 법칙(1) +1 23.05.16 95 5 13쪽
7 #006. 힘숨찐의 법칙(3) +1 23.05.15 113 7 14쪽
6 #005. 힘숨찐의 법칙(2) 23.05.14 113 7 15쪽
5 #004. 힘숨찐의 법칙(1) 23.05.13 137 5 12쪽
4 #003. 빙의물의 법칙(3) 23.05.12 151 7 12쪽
3 #002. 빙의물의 법칙(2) 23.05.11 176 6 13쪽
2 #001. 빙의물의 법칙(1) 23.05.10 221 9 14쪽
1 #000. Prologue. +1 23.05.10 267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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