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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는 것 그대로

힘숨찐에 빙의한 고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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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력운동
작품등록일 :
2023.05.10 20:36
최근연재일 :
2023.06.03 19:04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306
추천수 :
91
글자수 :
145,679

작성
23.05.20 13:05
조회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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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011. 예견된 습격(2)

DUMMY

낙원 상가를 뒤로 하고 내가 찾은 곳은 적당한 무기 상점이었다. 이곳 영등포 지하 헌터상가에서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을 자랑하는 곳이다.


“어서 오세요!”

“네네.”


상점 내부는 규모도 컸으며 방어구부터 다양한 무기까지 전시되어 있었다.


“찾으시는 거라도?”

“검이랑 방어구요. 제가 찾아볼게요.”


다년간 이 게임을 해왔으며 그동안 이 상점에 얼마나 많이 왔는가. 지금 내 수준에 딱 맞는 장비를 찾는 건 어렵지도 않았다.


“이렇게 계산해 주세요.”

“네. 다해서 134만원입니다.”


내가 고른 건 적당한 무게의 방어구와 검 그리고 헌팅 벨트 및 기타 여러 소모품들이었다.

참고로 내게 거금 134만원을 낼 돈은 없다. 내가 쓰는 돈의 대부분은 세종아카 총장 또는 오성그룹 재벌 3세의 것이다.


걸어 다니는 ATM이 있으니 남부럽지 않네.


‘난 부럽지가 않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영등포 헌터 지하상가를 빠져나와 지상 영등포역 앞에서 콜택시를 불렀다.


“안녕하세요.”

“예. 광명 동굴 맞죠? 헌터신가 보네.”

“맞습니다.”


택시에 타자 내 헌터 장비를 백미러로 힐끔 본 기사님의 말에 대충 대답하고 휴대폰을 켜 헌터넷에 접속했다.


헌터넷.

더라헌의 세계관에서 헌터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로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파티 매칭’이다.


흔히 헌터물에서 언급되는 그 파티가 맞고 대부분 손발을 맞춘 사람끼리 고정 파티를 짜는데 오늘 내가 갈 곳이 바로 그런 파티다.


“손님, 설마 광명 동굴 던전 가셔요?”

“네. 거기로 갑니다.”

“허허. 요즘 그 일대 소문 안 좋던데. 그 일대 던전에서 몇 사람이나 실종됐는데. 거길 가요?”


그 소문이라면 내가 기사님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을 겁니다. 다 알고 가는 것이니 딱히 상관없지요.


“흠. 그런가요.”

“흐음. 아무래도 처음이신 것 같은데. 조심하세요.”

“네네. 감사합니다.”


그 뒤로 기사의 수다는 계속되었으나 적당한 호응으로 일관하며 헌터넷을 살폈다.


[마강식 : 어디십니까?]


그때 헌터넷으로부터 쪽지가 날아왔다. 사전에 미리 연락해 매칭한 파티의 리더가 보낸 메시지였다.


[나 : 곧 갑니다. 다 왔어요.]


그렇게 답장을 보낸 뒤 약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기사님이 열심히 밟아준 덕분에 약속 시간에 늦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다.


“이로운 씨 되십니까?”


택시에서 내리니 저 멀리 광명동굴 던전 입구 앞에서 한 명의 덩치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는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의 덩치였는데 얼굴은 순진한 아재였다.


‘아, 아재가 아니지. 직접 보니까 진짜 놀랍네. 어떻게 저 얼굴이 스물다섯이지?’


그는 겉보기와 달리 나보다 무려 3살이나 어린 청년이었다. 하지만 액면가는 최소 40대 초반 아저씨라 봐도 무방했다.


“하하, 반갑습니다. 마강식이라 합니다! 부족하지만 파티장을 맡고 있고 나이는 헌터넷으로 말했던 것처럼 스물다섯입니다.”


방금 나이 말할 때 힘주고 말했는데. 여간 콤플렉스가 아닌가 보다.


“예. 이로운이라 합니다. 다른 파티원들은 어디 있죠?”

“저쪽에 있습니다. 자기소개는 가서 하시죠. 일단 제가 더 어리니 로운 형님이라 부르겠습니다.”

“편하신 대로.”

“형님도 말씀 편하게 하세요!”


마강식의 말에도 나는 쉽게 반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정도로 마강식의 노안은 범접할 수 없었다.


***


“여러분, 저번에 말한 로운 형님 오셨습니다. 모두 인사해요.”

“안녕하십니까. 이로운이라 합니다. 이번에 기회가 되어서 잠시 함께하게 되었네요. 포지션은 근접 딜러, 검사입니다.”


마강식의 뒤를 따라간 곳에는 그의 파티원이 대기하고 있었다. 한 명의 여자와 남자 둘. 마강식까지 하면 셋인가.


“반가워요. 황예인이라 해요. 파티에서 힐러 역할을 하고 있어요.”

“임태우입니다. 저도 근접 딜러이고 주먹 씁니다.”

“원거리 딜러 박치우입니다. 보다시피 궁수죠.”


각각 자기소개를 끝냈으나 난 당연히 그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 꽤 반갑네.

강해성으로 플레이할 때 초반부에 자주 써먹기도 하고 오랫동안 공들여 육성도 해본 캐릭터들이었다.


‘황예인, E등급 힐러. 임태우 D등급 파이터. 박치우 E등급 궁수. 그리고 마지막 파티장 마강식, D+등급 탱커.’


빙의 후 처음으로 대면하는 반가운 캐릭터들의 현재 정보를 상기해봤다.


“이거 제가 던전 경험은 처음이라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초짜인데다 E등급 헌터라······.”

“하하. 형님 괜찮습니다. 헌터넷에서 미리 말씀드렸지만, 저희도 다 하꼬라 괜찮습니다.”

“맞아요. 듣기론 세종아카 출신이라 들었는데 저희는 길바닥 출신에 E등급이거든요. 태우 씨랑 파티장님만 빼면요.”

“참고로 저도 로운 형처럼 거의 초짜입니다. 이제 3번째 던전 헌팅이죠. 아, 제가 형이라 불러도 되죠? 한 살 어리거든요.”


사전에 내 신상을 헌터넷으로 마강식에게 알린 덕에 입 아프게 따로 설명할 필요 없었다.


“흠, 그런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때 박치우가 날 힐끔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그때 뉴스에서 본 것 같은데. 맞죠! 동인천 딱총바위게!”

“맞습니다. 이거 부끄럽네요.”

“이야. 그때 싸우시는 모습 잘 봤습니다. 아주 대단하던데. 제가 검에 대해선 무지한데 그때 보니까 사람들이 철인검술이라 하더라고요.”

“철인검술이면 검성이 창시한 것 아닙니까? 혹시 검성의 제자?”

“에이. 그런 분이 왜 우리 파티에······.”

“하하. 사연이 좀 있습니다.”

“세종아카 유망주 같던데 왜 길드에 안 들어가시고······.”

“제가 좀 자유로운 삶을 지향하는지라 길드는 답답하더라고요.”


참고로 세종아카 졸업 후에 국내 여러 길드의 러브 콜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당연히 난 길드를 설립해야 하므로 모두 정중히 거절했다.


“와. 그런데 왜 E등급이세요? 그 정도 실력이면 아카데미에서 높은 등급으로 등록해줬을 텐데.”


박치우의 질문에 나는 당시 총장의 생난리를 다시 떠올려야 했다.


‘후, 그때 총장이 등급 재발급해야 한다고 난리 치는 걸 겨우 뜯어말렸지.’


내게 겨우 E등급을 매길 수 없다며 본인의 권한을 이용하여 등급 재조정을 시도하려 했다.

참고로 세종 아카데미 훈련생들은 특권이 있어 졸업 후 그간의 성적을 바탕으로 최초 등급을 자동으로 매겨 라이선스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다른 헌터들은 협회에 각성 고지 후 심사를 통해 등급을 받을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에 비하면 정말 특혜나 다름없긴 해.’


어쨌든 이렇게 각성 후 처음으로 받는 등급을 최초 등급이라 하는데 업계에선 단순 명함에 불과했다.

일반적으로 최초 등급보단 이후에 업적을 세워 갱신한 등급을 더 많이 취급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 명함이 어디로 사라지는 건 아니다. 처음 데뷔할 때, 이 최초 등급이 낮으면 파티나 길드에 들어가기 힘들어지니까.


‘그런데도 내가 최하 등급을 고집한 이유는 앞으로 해야 할 일 때문이지.’


그건 바로 길드 설립 때문이다.

길드를 설립하려면 5개의 필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본인 등급의 던전 공략 5회 이상.

둘째, 길드 초기 자본 500만원 이상 보유.

셋째, 길드창설 보증인 1명.

넷째, E등급 이상 헌터가 길드장으로 있을 것.

마지막 다섯. 3명 이상의 창립멤버가 있을 것.


‘이걸 충족하기 위해선 낮은 등급이 유리하니까. 어쩔 수 없었다고.’


어차피 등급은 천천히 올리면 그만이라 손해 볼 것도 없었다.


“흠, 그냥 제 실력이 그 정도였나 봅니다. 뭐 등급은 앞으로 천천히 올리면 되죠.”


굳이 이 사실을 지금 알릴 필요는 없어 적당히 대답해주었다.


“뭐 하긴. 최초 등급이야 명함에 불과하니. 저희랑 같이 다니면서 갱신하면 되죠.”

“음, 불미스러운 일로 갑자기 자리가 비어 만나게 되었지만 오늘 손발만 맞으면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네요.”

“그러게요. 아, 오해하지 마세요. 그냥 그분이 저희 파티 일정이 없을 때 다른 파티에도 들어가시는 분이었는데 거기서 사달이 난 거라······.”


어두운 안색으로 하는 말에 굳이 캐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말 안 해도 알고 있습니다. 왜 죽었는지도.’


더라헌의 세계관에서 사회적으로 이능 범죄는 가장 큰 골칫거리로 여겨진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던전 안에서 살인사건은 밥 먹듯이 발생했는데 E&A 블리츠에서 개발한 던전 드론과 바디캠 덕분에 범죄가 급감했다.


던전 내 촬영된 고화질의 영상이 남게 될 뿐만 아니라 던전 밖에 중계실을 둔 던전의 경우 실시간 영상을 외부로 송수신할 수 있기 때문에.


‘물론 그런다고 범죄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지. 그러니 여전히 빌런 머더러들이 활개를 치는 거고.’


방범 CCTV가 있다고 범죄를 완전히 막는 건 아니듯 던전 드론과 바디 캠이 있어도 던전 내에서 사고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여기서 언급된 의문의 파티원과 아까 택시기사가 했던 말이 이어진다.


‘마강식이랑 황예인 그림자에 숨어 있을 테고.’


마강식과 황예인의 등 뒤로 일렁거리는 그림자 속에 그놈들이 있다.


***


대한민국의 영토, 한반도에 분포한 크고 작은 던전 중 경기도 광명시에만 있는 던전이 30개 정도 된다.


그런데 최근 이 광명시 일대 던전에서 의문의 실종사고가 계속되고 있었다.

말이 실종사고지 던전 내의 실종은 곧 죽음이기 때문에 사실상 사망신고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빌런, 그림자 형제라는 놈들이 있는데 마강식의 파티원 중 한명도 그놈들에게 당한 거다.


‘시흥시, 안양시 그리고 광명시 이 세곳의 경계를 오가며 같은 인간을 사냥하는 악질적인 놈들’


이놈들은 플레이어가 나서지 않으면 앞으로도 최소 2년은 더 범죄를 저지르는데 이들이 던전 드론과 바디캠, 던전 중계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걸리지 않는 이유는 그들의 능력 때문이다.


김현규, 김형규.

둘은 형제지간으로 클래스까지 비슷했다.

형 김현규는 그림자 암살자, 동생 김형규는 그림자 주술사. 그들의 클래스는 전 세계에서 이 형제밖에 없으며 고위급 클래스로 분류된다.

문제는 그들이 그걸 범죄에 악용한다는 거다.


‘그림자 속에 숨어있는 놈들을 발견할 능력자가 나오기 전까진 그들의 악행은 앞으로 2년은 계속된다.’


그건 절대 안 된다. 무엇보다 이 파티는 나름 인재다. 지금이야 모두 E등급뿐이지만 앞으로 고위등급까지 쭉쭉 성장할 유망주들이다.

오늘 내가 나서지 않으면 이 파티는 무조건 전멸이다. 그건 강해성으로 플레이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놈들을 잡기 위해 사둔 것도 있으니까.’


상대방의 그림자에 숨어 있다가 던전에 들어가면 튀어나와서 뒤를 친다.

방심하고 있을 상대방은 순식간에 등을 내주며 끔찍한 최후를 맞이한다.

그럼 그림자 형제는 시체를 유린하며 털어먹는다.

참고로 자신의 그림자를 아공간처럼 쓰는 능력도 가지고 있어 본인들의 단서가 될 수 있는 증거까지 은닉할 수 있어 그야말로 완벽 범죄였다.


‘대망의 완벽범죄는 그 다음이지.’


그림자 형제, 김현규와 김형규에겐 형제가 한 명 더 있는데 그건 바로 막내 김혁규.

유일하게 삼형제 중 비전투 능력자지만 이들 범죄의 가장 중요한 열쇠라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그의 능력은 ‘그림자 소환사’

그것도 그림자를 소환하는 것이 아닌 그림자 주술사와 그림자 암살자를 소환하는 능력이었다.

즉, 그는 본인의 형제를 어디서든 소환할 수 있다는 소리니······.


‘도주로까지 완벽한 범죄란 소리지.’


그것 때문에 지금까지 잡히지 않은 건데.

이 사실을 알고 있는 플레이어에겐 나 잡아줍쇼 하는 꼴일 뿐이다.


‘흐흐, 조금만 기다려라.’


네놈들이 털어먹은 것들 싹 다 내가 먹어주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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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024. 두 번째 파편(3) 23.06.02 33 1 12쪽
24 #023. 두 번째 파편(2) 23.06.01 36 1 13쪽
23 #022. 두 번째 파편(1) 23.05.31 41 1 13쪽
22 #021. 창천검가 막내아들(3) 23.05.30 42 1 12쪽
21 #020. 창천검가 막내아들(2) 23.05.29 46 1 12쪽
20 #019. 창천검가 막내아들(1) 23.05.28 52 2 12쪽
19 #018. 예견된 만남(3) 23.05.27 58 2 12쪽
18 #017. 예견된 만남(2) 23.05.26 46 2 11쪽
17 #016. 예견된 만남(1) 23.05.25 48 2 11쪽
16 #015. 예견된 변화(3) 23.05.24 51 2 12쪽
15 #014. 예견된 변화(2) 23.05.23 58 3 13쪽
14 #013. 예견된 변화(1) 23.05.22 60 3 12쪽
13 #012. 예견된 습격(3) 23.05.21 78 3 12쪽
» #011. 예견된 습격(2) 23.05.20 75 3 12쪽
11 #010. 예견된 습격(1) 23.05.19 102 3 13쪽
10 #009. 고인물의 법칙(3) +1 23.05.18 85 3 13쪽
9 #008. 고인물의 법칙(2) 23.05.17 83 3 12쪽
8 #007. 고인물의 법칙(1) +1 23.05.16 95 5 13쪽
7 #006. 힘숨찐의 법칙(3) +1 23.05.15 114 7 14쪽
6 #005. 힘숨찐의 법칙(2) 23.05.14 114 7 15쪽
5 #004. 힘숨찐의 법칙(1) 23.05.13 137 5 12쪽
4 #003. 빙의물의 법칙(3) 23.05.12 151 7 12쪽
3 #002. 빙의물의 법칙(2) 23.05.11 176 6 13쪽
2 #001. 빙의물의 법칙(1) 23.05.10 221 9 14쪽
1 #000. Prologue. +1 23.05.10 268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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