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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는 것 그대로

힘숨찐에 빙의한 고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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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력운동
작품등록일 :
2023.05.10 20:36
최근연재일 :
2023.06.03 19:04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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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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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글자수 :
145,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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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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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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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014. 예견된 변화(2)

DUMMY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각성자들.

대게는 시스템의 선택을 받아 후천적 각성을 이루는 이들이 태반인데.

그중 1%의 극소수는 태어날 때부터 가문의 피를 이어받아 선천적 각성을 이룬다.

더라헌 세계관에서 그들을 ‘혈족’이라 부른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혈족은 단 두 가문. 대대로 검도의 길을 걷는 창천검가와 술법을 연구하는 월령술가가 있었으니······.


대한민국 최북단 파주 감악산. 창천검가 본가.

일명 ‘창천댁’은 이른 새벽부터 분주했다.

바로 그들 가문만의 특별한 가문 행사 ‘새벽회동’ 때문이었다.


“최근들어 개성공단 던전의 동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던전 변이를 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확실한가? 확률은?”

“3%입니다. 이에 따른 대비로 경계 2호를 발령하려 합니다.”

“그 정도면 거의 무조건 변이가 발생한다고 봐야지. 만일에 대비하여 훈련 강도를 더 높이고 경계 근무를 각별히 신경 쓰도록.”

“네. 알겠습니다.”


대한민국 이북, 그러니까 한때 북한이 자리 잡았던 땅은 여느 헌터물과 같이 몬스터들의 영역으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이곳에서 밀려 내려오는 몬스터를 막아내는 건 대한민국에서 딱 세 곳.

대한민국 정부의 헌터 수비군.

그리고 검성과 창천검가 이들 뿐이다.

이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이 오늘도 안심하고 발 뻗고 잘 수 있었다.


그런 이들에게 있어 ‘새벽회동’은 아주 중요하고 신성한 의식행사와 같았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어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과 효과적으로 효율적으로 이북의 괴수를 막아내기 위해 매일 매일 보고를 받으며 어제와 오늘을 비교해 오늘 하루와 내일을 대비한다.


그게 ‘새벽회동’의 목적이었다.

즉, 이들의 새벽은 대한민국의 하루였다.


“······끝으로 보고를 마치겠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명심해라. 이북에서 쏟아지는 괴수들은 절대 우리 문턱을 넘을 수 없다.”

“명!”

“명!”


창천검가 가주, 김일천.

그는 척 보기에도 억척같이 살아온 노인이란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얼굴에 자잘한 자상들은 그가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임을 상징했으며 은은하게 푸른빛을 내는 장발과 태평양처럼 넓은 어깨는 늠름해 보이기까지 했다.


“검성에 대한 소식은?”

“마지막으로 보고드렸던 일 이후로 다시 철원으로 들어간 것을 포착했습니다.”

“엉덩이 무거운 노인네가 웬일로 집 밖으로 나오나 했는데. 정말 사람 하나 만나러 나왔단 말인가. 그 만났다는 아이가 세종 아카데미 졸업생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이번에 졸업 시험 던전에서 변고를 치를 뻔한 그 훈련생입니다.”

“과연. 검성이 정말 숨은 제자인 건가.”

“아직 거기까지 알아내진 못했습니다. 송구합니다.”

“됐다. 검성 그 양반이 작정하고 숨겨둔 카드라면 너희들이 못 찾는 것이 당연하지. 그 아이 이름이 이로운이라 했던가.”

“맞습니다. 16년도에 입학하여 올해 졸업하였습니다.”

“유급을 몇 년 동안 한 애 하나 보자고 그 사건 이후로 나온 적 없는 그 영감이 움직였다?”

“그때도 말씀드렸지만. 그 이로운이란 친구. 처음부터 일반인 신분으로 입학한 훈련생이었습니다.”

“검성 그 영감이 또 무슨 수작질을 하려는 모양이지. 그 이야기는 됐다. 그보다 막내 놈은 여전히 행방이 모연한가?”

“죄송합니다. 가주님.”

“집구석 싫다고 떠난 놈이다. 굳이 찾으려 들지 마라. 어차피 검에 대한 재능은 전혀 없었으니.”

“하지만······.”

“됐다. 너는 네 할 일이나 열중해라. 괜한 일에 심력 낭비하지 말고. 너에게 우리 가문의 다음이 달렸다.”


보고를 올리는 김영훈. 첫째는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애써 감추며 고개를 숙였다.


“가주님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첫째 김영운은 고개를 숙여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그를 따라 둘째와 셋째도 함께 고개를 숙인 뒤 새벽회동이 끝났다.


***


한편 그 시각.

똑같이 이른 새벽부터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대한민국 길드 서열 1위, 금성의 바로 뒤를 두고 신라 길드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길드 ‘매화’의 신설 3팀이었다.


쿠웅!


거대한 트롤이 쓰러지며 지축을 흔들었다.

이곳은 여의도에 속한 밤섬. 회색트롤 던전.

매화 길드가 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관할 내 가장 경제적 가치가 좋은 편에 속하는 알짜배기 던전이다.


“후아! 팀장 좀 살살 합시다. 늙은이들 체력 생각 좀 하라고요.”

“죄송해요. 부 팀장님.”

“하, 농담인데 그렇게 받아들이면 저 진짜 상처 받습니다.”

“그것도 죄송해요.”


트롤 하나를 깔끔하게 베어내고 목을 축이던 매화 길드 3팀장, 한설아의 뒤로 부팀장이 다가와 농을 주고받는다.


“이야, 다들 여기 좀 봐. 이 깔끔하게 잘려나간 단면. 진짜 우리 팀장 실력이 갈수록 느는데 이러다가 1팀장님 실력 따라잡는 것 아냐?”

“······오빠는 저보다 강해요. 지금 제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하하하! 시간이 지나면 또 모르지. 이렇게 빠르게 성장 중인데. 천하의 한설진 팀장도 이 나이에 이 정도는 아니었니까.”

“아이 기훈이 형! 형은 예전에 우리 팀장이 우리 팀으로 첫 발령되고 그렇게 불평불만을 제일 많이 했······읍읍!”

“어허, 이 사람이! 누굴 보내려고 그러나? 그때는 내가 어? 몰랐던 거지. 우리 팀장의 실력을!”

“아우! 퉷퉷! 지금 트롤 사체 만진 손으로 제 입 막은 겁니까? 와, 진짜 사이코페스가 따로 없네?”


괜히 입 놀리다가 트롤 피를 입에 잔뜩 묻히게 된 팀원이 침을 뱉으며 소매로 입을 벅벅 닦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들의 시시콜콜한 잡담은 계속되었다.


“아참! 그러고 보니 팀장, 최근에 그 소식 들었어요?”

“무슨 소식이요?”

“팀장님 동문, 어······. 이걸 후배라 해야 하나. 선배라 해야 하나. 암튼 그 이번에 졸업한 기수 중에 맨날 유급했다던 사람 있잖아요.”

“아. 네.”


한 팀원의 말에 다른 팀원들도 흥미가 생겼는지 모여들었다.


“그 사람? 우리 팀장님에게 고백으로 혼내줬다는? 그길로 우리 팀장님은 도망치듯 조기졸업하고?”

“그 이유 때문에 조기 졸업한 것은 아닙니다만.”

“크하핫하핫! 내가 진짜 그 이야기 듣고 얼마나 웃겼는지. 내가 다 아찔하다.”

“우으. 내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아니 내가 그 사람이었으면 아마 한강에 빠져 죽었을 거야.”

“차라리 개에 물려 죽고 말지. 우리 팀장 성격에 거절도 아주 뭐같이 했을 텐······큼큼.”


순간 아찔한 말을 뱉어버린 팀원이 슬쩍 한설아의 눈치를 살폈으나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아 보였다.


“다시 말하지만, 고백받았다는 이유로 조기 졸업을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아하하. 맞죠. 맞죠. 말이 그렇다는 거죠.”

“그래서 할 말이 뭐죠?”

“아, 못 들었어요? 요즘 완전 물올랐던데. 시련의 아픔을 극복한 대가인지 모르겠으나 완전 대세를 탔잖아요.”

“대세요?”

“그 친구, 파죽지세로 이름값 올리고 있습니다. 팀장. 진짜 몰랐습니까? 실검에도 올랐는데. 뉴스에도 나오고.”

“뉴스 꼭 챙겨보는 양반이 왜 이걸 몰라.”

“딱히 중요한 정보가 아니라서 몰랐나 봐요.”

“와. 저 냉혹한 발언 좀 봐. 아니 예전에 그 친구에게 고백까지 받았다면서!”

“다 지나간 일입니다. 관심도 없고. 본론이나 말하세요.”


한설아는 진심이었다. 이미 지나간 일, 지금은 본인에게 고백했다는 사람의 얼굴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으니.


“아니 요즘 우리 팀, 실적도 많이 올렸는데 막내 안 뽑아요? 우리 진짜 힘들어요.”

“엉엉, 신병 주세요! 신병!”

“신병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다들 썩 꺼져.”


부팀장의 말에 다들 우울한 표정으로 팀장 한설아를 바라봤으나······.


“딱히 지금 상황에서 신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지금은 우리 내부적으로 더 다질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힘든 건 체력 부족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다들 내일부터 체력훈련 나오시죠.”

“오 마이 갓.”

“오 쉣.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말을 했어요.”

“회귀자가 되고 싶다. 과거로 돌아가서 이 새끼 입을 꿰매버리게.”


한 팀원이 입을 잘못 놀린 팀원의 멱살을 잡고 흔들자 그 팀원의 머리가 앞뒤로 사정없이 흔들렸다.

참고로 아까 입에 트롤 피로 범벅된 그 팀원이 맞았다.


“그런데 팀장, 진짜 그때 뭐 특별한 거 없었어요? 그 친구, 졸업식 때도 한 건 하고 이후에도 두 번이나 큰 공을 세웠던데. 듣자 하니 철인검술을 쓴다고 하던데. 그럼 검성의 제자 아닙니까?”

“에이 기훈이 형! 미쳤어? 검성이 뭐 하러 세종아카 햇병아리를 제자로 키워?”

“그럼 그 철인검술은 어떻게 설명할 건데?”

“흠. 그거야 나야 모르지.”

“거봐. 뭔가 있다니까. 이거 위에서도 나름 궁금해하고 있는 거야. 팀장은 뭐 아는 거 없어요?”

“없어요. 당시만 해도 그는 분명한 일반인이었어요.”


그건 정말이다. 남들보다 마력의 흐름을 보는 것에 민감했던 그녀에게 당시 이로운은 철저한 일반인. 딱 그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더욱 그녀에겐 그저 무채색 세계의 검은 점 하나였다.

그 정도로 존재감이 무력한 남자, 그게 당시의 이로운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여전했다.


“자, 다들 충분히 휴식한 것 같으니 이제 움직이죠. 아직 오늘 할당량 못 채운 것 아시죠?”

“하아아.”


***


후비적. 후비적.


‘요즘 누가 내 이야기를 하나?’


갑자기 간질거리는 귀에 의문을 가지려던 찰나, 내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관심을 받아 능력치 맷집이 소폭 상승합니다.]

[특정 사람들의 입에 당신의 이름이 끊임없이 언급되어 능력치 감각이 대폭 상승합니다.]


‘진짜 누군가 내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뭐 그럴 만 하지.’


요즘 내 활약이 연일 뉴스 속보······까진 아니지만, 암튼 헌터넷 뉴스에서 언급되고 있으니까.

그보다 이 찐따의 망상은 너무 다방면으로 편리한데. 어디서 내 이야기 하고 있는 것까지 알아낼 수 있으니?


“형님 뭐 하십니까?”

“아, 쏘리쏘리.”


잠시 딴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눈앞의 마강식이 하는 말을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뭐라고?”

“음,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이번에 들어갈 던전은 코볼트 던전입니다.”

“좋아. 코볼트 던전이면 딱이지.”


참고로 코볼트는 늑대인간 버전 난쟁이라 볼 수 있다. 이는 곧 개과 몬스터란 소리. 그리고 난 요즘 강해성과 함께 마강식 파티에 들어가 던전 헌팅을 다니는 중이다.


“그런데 정말 괜찮아요?”

“뭐가.”

“그 동기분이요. 강해성이란 분. 듣자 하니 오성그룹 손자라던데. 그렇게 막 굴려도 되냐는 말이죠.”

“우리가 언제 막 굴렸다고 그래?”

“에엑? 어제만 해도 울프독 던전에서 벌벌 떠는 양반을 앞에 제일 앞으로 들이밀어서 막 굴렸잖아요!”

“그거 다 그 친구의 성장을 위해서야. 원래 인생은 그런 거지.”

“허허허. 저는 모르겠어요. 형님. 진짜 가끔 보면 형님이 더 무섭다니까.”

“아. 몰라. 됐어. 그래서 다들 언제 온데?”

“이미 왔을 겁니다. 저랑 형님이 가장 늦었어요.”

“그래? 그럼 빨리 가야겠네.”


나와 마강식은 목적지 던전 인근에서 만나 함께 이동 중이었고 어느새 코볼트 던전 입구에 다다른 순간.


“아, 글쎄 안 된다니까요?”

“한 번만 부탁해요······.”

“어허. 상도가 있지. 그래도 안 됩니다.”

“이렇게 사정하겠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나중에 여유 생기면 비용도 치르겠습니다.”

“뭐야. 저거 우리 애들 아니야?”

“맞는데요? 그런데 저 앞에 저 사람은 누구지?”


우리 파티원들이 웬 이상한 청년에 시달리고 있었고 나와 마강식은 서로 눈을 마주치길 잠시. 곧장 그쪽으로 뛰어갔다.


“뭐야. 무슨 상황이야?”

“어, 형! 대장! 이 사람 좀 말려봐.”

“무슨 일인데 그래?”


마강식이 제일 앞으로 나서며 상황을 묻고 있었고 그동안 난 청년의 정체를 알아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뭐야. 이 사람이 왜 여기 있어.’


눈앞의 청년.

그는 바로 대한민국 혈족계의 양대산맥.

창천검가의 막내아들. 김창훈이었다.


‘어어. 이 사람이 여기 있으면 안 되는데?’


아주 잘 못 되었는데 이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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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025. 시스템 업그레이드(1) 23.06.03 37 1 12쪽
25 #024. 두 번째 파편(3) 23.06.02 32 1 12쪽
24 #023. 두 번째 파편(2) 23.06.01 35 1 13쪽
23 #022. 두 번째 파편(1) 23.05.31 41 1 13쪽
22 #021. 창천검가 막내아들(3) 23.05.30 41 1 12쪽
21 #020. 창천검가 막내아들(2) 23.05.29 45 1 12쪽
20 #019. 창천검가 막내아들(1) 23.05.28 51 2 12쪽
19 #018. 예견된 만남(3) 23.05.27 57 2 12쪽
18 #017. 예견된 만남(2) 23.05.26 46 2 11쪽
17 #016. 예견된 만남(1) 23.05.25 48 2 11쪽
16 #015. 예견된 변화(3) 23.05.24 50 2 12쪽
» #014. 예견된 변화(2) 23.05.23 58 3 13쪽
14 #013. 예견된 변화(1) 23.05.22 59 3 12쪽
13 #012. 예견된 습격(3) 23.05.21 77 3 12쪽
12 #011. 예견된 습격(2) 23.05.20 74 3 12쪽
11 #010. 예견된 습격(1) 23.05.19 102 3 13쪽
10 #009. 고인물의 법칙(3) +1 23.05.18 84 3 13쪽
9 #008. 고인물의 법칙(2) 23.05.17 82 3 12쪽
8 #007. 고인물의 법칙(1) +1 23.05.16 94 5 13쪽
7 #006. 힘숨찐의 법칙(3) +1 23.05.15 113 7 14쪽
6 #005. 힘숨찐의 법칙(2) 23.05.14 113 7 15쪽
5 #004. 힘숨찐의 법칙(1) 23.05.13 137 5 12쪽
4 #003. 빙의물의 법칙(3) 23.05.12 150 7 12쪽
3 #002. 빙의물의 법칙(2) 23.05.11 175 6 13쪽
2 #001. 빙의물의 법칙(1) 23.05.10 221 9 14쪽
1 #000. Prologue. +1 23.05.10 267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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