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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는 것 그대로

힘숨찐에 빙의한 고인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글력운동
작품등록일 :
2023.05.10 20:36
최근연재일 :
2023.06.03 19:04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294
추천수 :
91
글자수 :
145,679

작성
23.05.24 19:10
조회
50
추천
2
글자
12쪽

#015. 예견된 변화(3)

DUMMY

“혹시 형님 아시는 사람입니까?”


내 표정을 본 마강식의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을 고르고자 긴 호흡을 내뱉었다.


‘이 시점에서 내가 그를 알고 있는 건 그림이 이상해. 지금의 김창훈은 아직 유명할 때가 아니니까.’


이내 생각을 정리하고 연기모드에 돌입했다.


“아뇨.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랍니까?”

“아아. 이야기를 듣자하니 이 친구도 참 딱하네요. 저랑 동갑인데 글쎄 사기당해서 오백을 날렸다네요?”

“사기요?”

“네. 헌터넷으로 이 던전 갈 파티를 매칭하는데 그 사기꾼들이 던전 입장권 따기 위해 선결제 필요하다고······.”

“아이고야.”


이마를 탁 쳐버렸다. 안 봐도 비디오다.

요컨대 던전 스미싱을 당했단 소리다.

내가 살던 현실 세계에도 각종 스미싱 범죄가 넘쳐났는데 그건 이곳 더라헌 세계관도 마찬가지다.


‘특히 헌터들 대상으로 스미싱 범죄가 넘쳐나지. 간도 큰 놈들.’


모든 헌터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던전밥 먹고 사는 헌터들이 경제관념과 세상물정에 어두운 경우가 많았다.


‘순진한 헌터들의 등골을 빨아먹는 악질적인 놈들에게 무려 창천검가 직계가 당하다니.’


가만, 그런데 김창훈이가 이 시기에 사기를 당했나? 원래라면 이맘때, 창천 댁에서 수련하고 있어야 하는데?


“어쩌다가 당한 거예요? 헌터넷으로 거래하신 거면 잡을 수 있을 텐데.”


황예인의 질문에 김창훈이 고개를 떨궜다.


“헌터넷 송금 페이지로 연결되는 링크를 받아서 눌렀는데 그게 가짜 사이트였습니다.”

“저런. 안 됐다.”

“그래서 말인데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전 이 던전 헌팅을 꼭 해야 해요! 제 몫 다 드릴 테니까. 제발 한 번만······.”


어쩐 일인지 김창훈은 우리에게 함께 헌팅해달라고 애걸복걸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

그냥 돈 잃은 것이 아까워서? 그런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

“으음. 제가 이 던전에서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 있다 보니······.”


확인? 그 순간, 어렴풋이 무언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예전에···그러니까 강해성으로 플레이하던 어느 회차에서 김창훈이 했던 말이다.


-나는 그때 기연을 얻지 못했으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거다. 그때만 생각하면 너무 끔찍했지.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구질구질하게 말할 사연은 아니고. 그냥 뻔한 사연이 있었다고만 해두마. 아무튼 이 던전을 보니 그때 생각이 나니 감회가 새롭네.


당시 던전은 지금 이곳과 전혀 다른 던전이었다. 전혀 연관성이 없는 던전인데······.


‘다시 생각해봐도 분명 사기당한 스토리는 없었다. 따로 김창훈이 그런 걸 언급하진 않았단 말이지. 이건 불변의 설정이었다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가.

따지고 보면 이상한 점이 많았다.

내가 빙의한 캐릭터 ‘이로운’도 원래라면 튜토리얼에서 무조건 죽는 캐릭터였다.


이 경우는 애초에 ‘플레이어가 개입하는 시점’에서 이미 이로운은 죽은 상태였지.


‘그래. 튜토리얼에서 이로운이 죽을 때까지는 쭉 스토리 연출뿐이었지. 그 연출 장면이 끝나고 나서야 주인공 강해성을 플레이할 수 있었어.’


그래서 죽음의 위기를 피하고 살아남았을 때. 당시엔 큰 위화감이 있었으나 그저 바꿀 수 있는 설정 중 하나로만 생각했다.


‘내가 너무 자만했구나.’


반성하자. 내가 고인물이란 이유로 자만하여 고구마 짓을 해왔다니.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슬쩍 소매를 걷어 팔의 문신을 살폈다. 알게 모르게 문신에 마력 집중은 계속해왔다.

이제는 숨을 쉬는 것마냥 자연스럽게 문신을 공명시킬 수 있었다.


‘아직까지는 별 반응이 없었는데.’


그동안 내가 접촉해온 인물 중 반응이 일어난 건 세종 헌터 아카데미 총장 한운수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진실의 눈도 찾으러 가야 하는데.’


영국행을 결정해 놓고 바로 움직이지 않은 이유는 딱 하나다. 아직 그 히든피스를 찾을 능력이 되지 않기에.


‘빠르게 성장해야 한다.’


더는 미룰 수 없었다. 뭔가 본격적으로 스토리 변화가 시작되려는 것 같으니.


“형님. 어떻게 하실 겁니까?”

“어? 아아. 저 사람?”

“네. 저는 솔직히 조금 딱한 것 같기도 하고. 같이 던전 돌면 좋지 않겠습니까?”

“제발 부탁드립니다. 무보수로 개처럼 일해도 좋습니다. 저는 딱 하나만 확인하면 됩니다.”


그 확인이라는 것이 아마 내 예상이 맞다면 차원유물을 말하는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시점에 김창훈이 여기서 이럴 이유는 그것밖에 없거든.


“포지션은 뭐라는데?”


알면서 물어본 말에 마강식은 긍정적인 질문으로 생각하곤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검사랍니다!”

“안녕하세요? 김창훈이라 합니다. 파티장님이신가요? 진짜 초면에 죄송하지만. 저 꼭 이 던전 헌팅해야 합니다. 여기에 낸 돈이······.”

“포지션이 검사시라고요?”

“아, 맞습니다. 근접 딜러 검사입니다.”

“죄송합니다만. 저도 검사입니다. 근접 딜러는 저 말고도 태우랑 해성이도 있고요.”

“형, 저는 괜찮은데······.”

“나는 별로야, 형. 처음 보는 사람의 뭘 믿고.”

“야. 너 나랑도 처음 볼 때 그런 생각 했냐? 로운이 형 만났을 때도?”

“그건 정식으로 매칭 잡고 만났을 때고! 이 사람 평판이 몇 점인지도 모르는데!”

“아, 공개해드릴 수 있는데 첫 헌팅이라 딱히 아무것도······.”


박치우와 임태우의 말싸움에 눈치를 본 김창훈이 우물쭈물 대답했다.


‘원래 저런 성격이었나.’


김창훈은 창천검가 막내아들이다.

그는 훗날, 창천검가의 가주 김일천의 다음을 이을 위대한 검사로 거듭난다.


‘그 기연을 얻기 전까지는 온갖 모멸을 당하고.’


김창훈이 구질구질하고 뻔한 사연이라고 했던 부분에 대해선 나름 잘 알고 있다. 여러 방면으로 그 스토리를 접했으니까.

창천검가의 혈족으로 태어난 김창훈은 마나 친화력을 타고난 캐릭터였다.

하지만 이를 시기한 그의 이복형제들이 그만 그의 마력 맥을 단절시키는 약을 먹이고 만다.


‘역천의 씨앗을 달인 물. 한 방울만으로 마력의 흐름이 끊어지지.’


이로 인해 마력을 쓸 수 없는 헌터가 된 그는 성장 가능성을 아예 잃어버리고 만다.

거기에 더해 그 치졸한 이복형제들은 살고 싶으면 존재감을 드러내지 말라며 압박을 가해 한동안 쥐 죽은 듯이 살았다고 하지.


‘그러다가 어느 던전에서 기연을 얻어 끊어진 마력 맥을 다시 이어 돌아온다.’


여기까지가 그의 초반부 서사.

그리고 난 그 기연이 뭔지 알고 있는데, 적어도 여기는 아니다.


‘기연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던 건가. 내가 플레이할 때는 이 부분에 대해서 감춰져 있었거나 조금 달라진 경우인 거고?’


그렇다면 말이 된다. 무엇보다 무명 마력 호흡으로 예민해진 내 감각으로 집중해보니 그의 마력 맥이 불안정하게 느껴졌다.

단절되었다는 뜻이겠지.


“형님, 어떻게 하시렵니까?”

“꼭 부탁드립니다. 짐은 되지 않겠습니다.”

“창훈 씨. 검술 잘 씁니까?”

“자신 있습니다!”

“확실해요?”

“네!”

“어빌리티도 공개할 수 있습니까? 여러 개라면 하나만 공개해도 됩니다. 우리가 그래도 던전에서 서로 등 맞댈 사이인데. 서로 사용하는 패 정도는 알아야 불상사를 막을 수 있으니까요.”


이건 또 펙트다.

헌터의 이능, 클래스와 어빌리티는 개인정보에 속하며 그것을 묻는 것이 큰 실례와 같다.

하지만 처음 파티를 매칭할 때나 길드에 영입되어 팀에 배정될 때 어느 정도 능력치 공유가 필요하다.

그래야 전략을 짤 수 있으며 호흡을 맞출 수 있으니까.

물론 이때도 어느 정도 숨길 건 숨기고 과장할 건 과장하겠지. 그건 마치 168cm의 사람이 신장을 소개할 때 170이라고 소개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이 질문을 하는 것도 으레 하는 형식상의 질문이며 대답하는 쪽도 당연히······.


“에이. 그 정도는 당연히 말할 수 있겠죠. 어떤 능력 사용하십니까? 간단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죄송합니다. 그건 말씀드리기가······.”


그래. 그럴 줄 알았다. 당연히 말 못 하겠지.

지금은 못 쓰는 능력일 테니까.


“저 그래도 검술을 잘 씁니다!”

“그건 여기 로운이 형도 마찬가지예요! 심지어 우리 형은 철인검술을 쓴다고요!”


내가 언제부터 박치우의 우리 형이 되었을까.

내 무안한 표정에 머슥해진 박치우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저 이러다가 시간 다 갈 것 같은데. 빨리 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황예인까지 가세했다. 그의 파티 매칭에 긍정적이었던 마강식과 임태우도 이렇게 되니 조금 기세가 줄어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대충 어떤 스타일의 능력인지 정도는······.”


참고로 나도 파티 매칭할 때 어빌리티 ‘블링크’를 공개했으니 김창훈의 입지가 난처해질 수밖에 없을 거다.


‘이쯤에서 쉴 틈을 줄까.’


“일단 이렇게 합시다.”


***


결국 우린 몇 가지 단서를 걸고 그의 동행을 허락했다. 다만, 어빌리티도 제대로 알려줄 수 없는 그를 신뢰할 수 없다는 명분으로 전투에선 배제시켰다.


‘물론 난 잘 알지만.’


그의 신상도, 신분도 알고 있으며 각성한 클래스와 어빌리티 등 모든 걸 알고 있지만, 지금은 모른 척 연기해야 한다.


“형. 정말 괜찮을까요?”

“걱정마라. 사람은 나빠 보이지 않으니까. 평판 점수도 확인했잖아.”

“우와. 형처럼 냉혹한 사람이 그런 말도 할 줄 알아?”

“너. 그거 무슨 소리냐?”

“아니. 그냥.”


던전에 진입한 직후 박치우는 아까부터 계속 종알종알 내 옆에서 떠들고 있었는데 대화의 주 내용은 온통 김창훈 뿐이었다.


“아무리 봐도 헌터 적성에 맞지 않아요. 어빌리티도 없는 것 같지 않아요?”

“그렇다고 하기에는 일반인 수준의 신체능력은 아니지 않아?”

“운동을 열심히 한 헌터 지망생 아닐까요? 길바닥 낭인 출신 중에 그런 이들이 있거든요.”


각성을 하고자 충격요법을 쓰는 부류.

박치우가 말하는 건 그런 사람들일 텐데.

일단, 그건 아니란다.


‘확인해보자. 확인 해보고 다음 판단을 내려야 해.’


그가 정말로 기연을 얻기 위해 이 던전에 온 것이라면 결국 이곳은 아니란 걸 나중에 깨닫겠지.

그렇다면······.


‘김창훈도 우군으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아주 운이 좋게 됐어.’


예기치 않은 변화였으나 어쩌면 내게 긍정적으로 작용할지도 모르겠다.


“전방, 코볼트 다수 출연.”

“가라. 해성몬.”

“그렇게 부르지 마라.”


튕기긴, 잘만 따르면서.

내 명령(?)에 강해성은 똥 씹은 표정으로 검을 뽑아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정신적 약점은 개 공포증.

그러나 최근 놀랍게도 그 약점이 극복되고 있었다. 물론 아직은 어느 정도 잔재가 남은 것 같았지만.


“그거 아니 해성아? 지금까지 네가 처치한 코볼트만 네 마리야. 근데 그거 아니? 이중에 네가 가장 꼴찌란다. 누가 보면 열렬한 애견인으로 오해하겠어.”

“······.”


아무 말 없는 해성이에게 나는 쐐기를 박았다.


“해성아. 각오하는 것이 좋을 거야. 너의 그 약점 극복하지 못하면 넌 새로운 공포가 무엇인지 알게 될 테니.”

“······알았다.”


입술을 꽉 깨문 강해성의 말에 만족하고 고개를 돌렸을 땐, 벙찐 표정의 박치우가 있었다.


“뭐. 왜.”

“아니. 형 진짜 악랄하다고요.”

“나도 알아.”


아니 진짜 안다니까?

그 표정 뭔데?


돌아보니 다른 사람들도 날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진짜 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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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024. 두 번째 파편(3) 23.06.02 33 1 12쪽
24 #023. 두 번째 파편(2) 23.06.01 35 1 13쪽
23 #022. 두 번째 파편(1) 23.05.31 41 1 13쪽
22 #021. 창천검가 막내아들(3) 23.05.30 41 1 12쪽
21 #020. 창천검가 막내아들(2) 23.05.29 45 1 12쪽
20 #019. 창천검가 막내아들(1) 23.05.28 52 2 12쪽
19 #018. 예견된 만남(3) 23.05.27 57 2 12쪽
18 #017. 예견된 만남(2) 23.05.26 46 2 11쪽
17 #016. 예견된 만남(1) 23.05.25 48 2 11쪽
» #015. 예견된 변화(3) 23.05.24 51 2 12쪽
15 #014. 예견된 변화(2) 23.05.23 58 3 13쪽
14 #013. 예견된 변화(1) 23.05.22 59 3 12쪽
13 #012. 예견된 습격(3) 23.05.21 77 3 12쪽
12 #011. 예견된 습격(2) 23.05.20 74 3 12쪽
11 #010. 예견된 습격(1) 23.05.19 102 3 13쪽
10 #009. 고인물의 법칙(3) +1 23.05.18 84 3 13쪽
9 #008. 고인물의 법칙(2) 23.05.17 82 3 12쪽
8 #007. 고인물의 법칙(1) +1 23.05.16 95 5 13쪽
7 #006. 힘숨찐의 법칙(3) +1 23.05.15 113 7 14쪽
6 #005. 힘숨찐의 법칙(2) 23.05.14 113 7 15쪽
5 #004. 힘숨찐의 법칙(1) 23.05.13 137 5 12쪽
4 #003. 빙의물의 법칙(3) 23.05.12 151 7 12쪽
3 #002. 빙의물의 법칙(2) 23.05.11 176 6 13쪽
2 #001. 빙의물의 법칙(1) 23.05.10 221 9 14쪽
1 #000. Prologue. +1 23.05.10 267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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