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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는 것 그대로

힘숨찐에 빙의한 고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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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력운동
작품등록일 :
2023.05.10 20:36
최근연재일 :
2023.06.03 19:04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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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
추천수 :
91
글자수 :
145,679

작성
23.05.17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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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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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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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8. 고인물의 법칙(2)

DUMMY

동원된 헬기는 총 4대.

번갈아 가며 쏟아내는 바닷물의 총량은 그리 많지 않았으나 그걸로 충분했다.

딱총바위게의 약점인 바닷물은 소량만 있어도 치명적인 피해를 유발하니까.


‘아직 총장을 믿을 수 없지만, 부려 먹을 수 있는 건 최대한 부려 먹어야지.’


3일 전, 강해성과 헤어진 뒤로 곧바로 총장에게 연락했다. 이날을 위해 부탁할 것이 있어서.

반신반의하며 전화했지만, 내 걱정이 무색하게 총장은 흔쾌히 부탁을 들어주었다.


느닷없이 바닷물을 최대한 많이 내가 지정한 날, 지정한 장소에 신호를 주면 즉시 뿌려달라는 황당한 부탁을 말이다.


‘마침 개인 헬기 4대가 있고 물을 다루는 각성자와 친분이 있다며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었지.’


덕분에 내 부탁을 이렇게 완벽히 실행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총장은 누가 봐도 수상한 이 부탁에 아무런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미천한 종이 알아야 될 일이라면 어련히 알아서 말씀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그러니 굳이 설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 또한 의문을 가지지 않을 테니.


당시 총장이 전화 너머로 했던 말이었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지만, 일단 귀찮은 일 없이 넘어갈 수 있었으니 그걸로 만족한다.


“저, 저게 뭐야? 웬 헬기?”

“웩, 짜! 이거 바닷물이잖아? 야, 딱총바위게가 바닷물에 취약하지 않냐?”

“어? 맞아. 그렇다고 들었는데? 맞네! 저것 봐! 저놈들 고통스러워하잖아?!”

“뭐지? 설마 오성그룹에서 지원한 건가? 아니 말이 안 되는데. 딱총바위게가 미리 나올 걸 알았어도 이렇게 빨리?”


강해성이 고용한 헌터들이 웅성거리며 떠들었다. 하기야 그들 입장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일 거다.


“일단 닥치고 싸워! 우리도 돈값은 해야지!”


그러나 그들은 강해성과 오성그룹에서 길드 창립을 위해 선별한 인원인 만큼 즉시 상황 파악 후 전투에 돌입했다.


‘자, 나도 놀고만 있을 순 없지.’


당연한 말이지만, 나 역시 최대한 활약해야 한다. 내 목적은 길드 창립.

강해성에게 길드 창립을 도와주겠다며 이런 무대를 만든 거지만, 사실 이건 나를 위한 무대다.


‘오늘 달라진 이로운을 세상에 알린다.’


힘숨찐, 내가 각성한 클래스 명칭이지만, 꼭 숨겨야 할까? 아니, 힘을 숨긴다고 능사는 아니다.

무엇보다 내 클래스는 그저 힘을 숨기는 것이 전부가 아니니까.


오히려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전방에 둘.’


앞으로 달려가며 검을 들었다. 이 검 또한 총장에게 부탁해 받은 명검 중의 명검.


철인검술 – 제2장 기본 검술

강철 종횡 베기


앞으로 달려가며 검을 들었다. 동시에 기본 검술 종 베기, 횡 베기를 연계했다.


퍼석!


참고로 이 명검으로 말할 것 같으면 해조석이란 던전의 광물과 철괴를 혼합해 만든 검이다.

바닷물에 취약한 딱총바위게 한정으로 엄청난 위력을 자랑한단 소리.


“퀴릭!”


쓰러진 채 버둥거리는 딱총바위게 한 마리 등 위로 올라타 갈라진 등딱지 사이로 검을 꽂아 넣었다.

바닷물로 흠뻑 젖어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놈의 마지막 숨통을 친히 끊어주었다.


이어서 높게 점프, 빙의 직후의 이 몸의 신체 능력이었다면 불가능할 거리를 도약해 안정적으로 다른 딱총바위게 등 위로 착지했다.


“퀴리릭!”


쿵쿵쿵!


난데없는 불청객이 자신의 등 위로 올라탄 것이 불쾌했는지 여기저기 몸을 들이박으며 난동을 피웠으나······.


“옳지, 얌전하게 있어야지?”


이미 바닷물에 의해 기력을 다한 딱총바위게의 숨통을 끊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푸곽!


딱총바위게의 갈라진 등딱지 사이로 다시 한번 찔러 넣은 검. 그 틈을 노려 다른 딱총바위게 한 마리가 큰 집게발을 내 쪽으로 휘둘렀다.


“네 차례 멀었다. 좀 기다려. 천천히 형이 회 떠줄 테니까.”


파앙!


품에서 꺼낸 투척용 물 폭탄 하나를 던졌다. 아무래도 게임 세계관이다 보니 다양한 아이템들이 존재하는데. 이것도 그중 하나.


‘이것도 총장에게 받은 건데 유용하구만.’


투척용 물 폭탄 안에 든 것은 다름 아닌 바닷물. 놈에겐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었다.


“퀴리리릭!”


내가 던진 물 폭탄은 정확히 날 기습한 놈의 면상에 떨어져 폭발했다.

안면이 바닷물로 흠뻑 젖어 들었으니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을 터.


비틀.


아니나 다를까. 놈이 비틀거린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올라탄 놈을 마무리하고 그놈 위로 뛰어내리며 검을 역으로 쥐었고.









철인검술 – 제2장 기본 검술.

강철 찍기.


푸욱!


허공을 올려다보며 괴로워하는 놈의 입속으로 검이 쑤욱 들어가 박혔다.


“쿠쿡······.”


놈의 턱을 타고 바닷물과 뒤섞인 뿌연 액체가 바닥으로 뚝뚝 떨어진다.


“잘 가라.”


콰드득.


허공에 매달린 채로 입에 박힌 검을 옆으로 비틀자 턱 아래로 배딱지까지 몸이 갈라지며 쭉 미끄러져 안정적으로 땅에 착지했다.


쿠웅.


“좋아. 다음!”


순식간에 나보다 몇 배는 큰 대형 몬스터 세 마리를 잡았다. 빙의한 이후 전투 경험은 이제 세 번째지만, 어째 싸우면 싸울수록 빠르게 익숙해지는 느낌.


[감탄을 받아 능력치 근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호감을 받아 능력치 마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경탄을 받아 능력치 근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전투에 난입한 이후 쉬지 않고 쏟아지고 있는 시스템 메시지는 덤이다.


두근.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게 바로 주인공이 되는 기분인가? 내가 살면서 주인공이 되어본 적이 있던가?

빙의 이전, 내 현실은 그저 시궁창이었고 아무것도 아닌 흑백 화면이었다면.

지금의 내 세상은 점점 화려한 색상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이야. 저 친구 대단한데? 누구야?”

“처음 보는데. 우리 고용주가 따로 데려온 사람 아냐?”

“아카데미 동기 같은데?”

“끼리끼리라더니, 역시 대단하네. 나도 세종아카를 다녔다면 저랬을까?”


세종아카는 대한민국 유일한 헌터 교육기관이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모든 헌터가 이곳을 나온 건 아니다.


일종의 엘리트 루트. 아카데미는 그런 곳이다.

반면, 아카데미를 거치지 않고 헌터가 되는 이들도 많았다. 엘리트와는 또 다른 인생을 걷는 사람들.


특별한 가문 출신으로 세종아카 출신과 비슷하게 엘리트 취급을 받는 ‘혈족’

그 이외 다양한 방법 혹은 자체적인 힘과 온몸으로 업계의 시련을 겪으며 진출한 ‘길바닥 낭인’


강해성이 길드 창립을 위해 따로 은밀하게 준비한 이들 대부분이 길바닥 낭인 출신이다.

당연히 오늘 데려온 이들도 그런 이들 위주였으니······.


[시기를 받아 능력치 감각이 소폭 상승합니다.]

[질투를 받아 능력치 맷집이 소폭 상승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기와 질투를 받기도 했지만 이 또한 나의 성장에 좋은 거름이 되어 주고 있었다.


‘진짜 찐따의 망상이 아니라 관종 버프 아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관심만 받아도 이렇게 성장하는 건 다시 생각해봐도 사기적인 클래스였다.


‘유일한 흠이라면 머릿속에서 멋대로 자동 재생되는 이 망상들이지만.’


찐따의 망상만 발동하면 머릿속에서 상황에 따라 여러 망상들이 강제로 재생되는 것만 빼면 아주 좋은 스킬이다.


‘자, 그럼 마저 처리해볼까?’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게이트에서 쏟아진 딱총바위게 숫자는 많았으니.

아마 내가 준비한 바닷물 흠뻑쇼만 아니었다면 이 정도 인력으로 저 많은 숫자를 커버하기 어려웠을 거다.


***


강해성은 어이가 없었다.

갑자기 등장한 헬기. 그리고 그 헬기에서 투하된 물. 그건 분명 바닷물이었다.


‘딱총바위게의 약점은 바닷물. 그걸 알고 미리 준비했다는 건가?’


담수에서 서식하는 딱총바위게는 바닷물에 닿는 순간 단단함을 자랑하던 등껍질이 쩍쩍 갈라지며 고통스러워한다.


이로운은 분명 사전에 던전 출현 사실도, 그 안에서 어떤 몬스터가 나올지도 알고 있었다.

사전에 던전 출몰과 출연 몬스터에 대해 들었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그러면서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본가에서 특별히 공수한 특제 알레르기 약.

거기에 알레르기 쇼크가 왔을 때 최우선으로 자신을 케어 할 의료진들까지 대기시켰다.


‘도대체 어떻게 안 거지?’


헬기로 바닷물을 뿌리는 발상은 본인도 할 수 있었다. 가문의 힘을 빌리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못한 이유는 말 그대로 반신반의했기 때문.

일게 세종아카 졸업생, 그것도 만년 유급생이었던 놈의 말만 믿고 진행시키기엔 지금도 꽤 큰 모험을 감수한 상황이었다.


‘만일 이로운의 말을 믿고 내가 헬기를 준비했다면?’


그럼 이 모든 공로를 홀로 독차지할 수 있었다는 생각에 입술을 바짝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이 자리도 내 선에선 최대치로 준비한 거야. 나는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그래. 불가능한 일이었어.’


합리화. 그건 강해성에게 있어 절박한 심정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그는 스스로 주인공이라 생각하고 있으니까.

이 세계가 선택한 유일한 주인공. 그게 바로 자신의 현 위치라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겨우 엑스트라 주제에.’


강해성이 오늘 이 자리를 준비하며 세운 명분은 ‘던전 대피 훈련’이었다.

오성유통 동인천 물류센터 같은 규모가 큰 사업장은 법적으로 매년 2회 의무적으로 던전 대피 훈련을 해야 한다.

마침 이번 분기 대피 훈련 시기가 다가왔으니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이렇게 준비하는 것도 천하의 강해성이라 할지라도 어려웠으니.


‘이로운 넌 대체 뭐 하는 놈이냐.’


분명 그를 처음 봤을 때는 그저 평범하고 무능력한 일반인이라 생각했다. 얼굴만 잘생긴 놈. 정보에 의하면 일반인 주제에 총장의 빽으로 세종아카에 들어왔다고 하던가.


처음엔 녀석에게 뭔가 있나 싶었으나 3년간 그를 지켜본 뒤 내린 판단은 ‘그런 거 없다’였다.

나약한 겁쟁이. 당시 이로운은 그런 놈이었는데.


‘졸업 시험 후 달라졌다. 설마 처음부터 모든 걸 숨겼나?’


입학 때 거치는 각성 테스트에서 일반인 판정을 받은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세종아카 총장의 빽으로 들어온 그라면 충분히 속일 수 있겠지.


‘말이 안 되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야. 우리 그룹 대외비를 알고 있는 것부터 금성 길드 정보까지 알고 있고.’


그가 알고 있는 오성그룹의 정보는 공개되는 순간,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수 있는 폭탄이었다.

그런 걸 일개 세종아카 학생이 알고 있다?


‘심지어 던전 출현 사실도 사전에 알고 있었어.’


그뿐인가. 그 던전에서 어떤 몬스터가 나올지도 알고 있었다. 거기에 지금 보여주는 저 무력.


저건 분명 철인검술이었다. 예전 강해성 본인도 창시자 검성에게 배우고자 접촉했을 때 매몰차게 거절당하지 않았는가.


‘흥, 나는 배울 그릇이 못 된다고. 본인은 제자 같은 거 키울 생각 없다고 했으면서. 빌어먹을 영감탱이. 뒤로 음흉한 꿍꿍이가 있었던 건가.’


쿠웅.


그때 딱총바위게 한 마리가 쓰러지며 낸 소음에 퍼뜩 정신 차렸다.


‘아차. 너무 멍 때리고 있었어!’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한 고통과 이로운을 보고 놀란 가슴 덕분에 전투에 집중하질 못했다.

덕분에 활약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고 이는 고스란히 저 상공에 떠 있는 드론으로 찍히고 말았다.


‘이런 젠장.’


자신의 활약을 만천하에 알리기 위해 준비한 드론이 오히려 이로운의 활약만 홍보한 꼴이 되었다.


어느새 상황은 끝나가고 있었다. 남은 딱총 바위게는 네 마리. 그중 하나는 이로운이 마무리했으며 셋은 자신이 데려온 용병 헌터들이 처리했다.


계획이 틀어졌다는 걸 깨달은 순간, 강해성은 입안이 타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분노가 치밀었으나 그 화는 이로운을 본 순간 싹 씻겨 내려갔다.


그가 딱총바위게를 유린하며 사악하게 웃고 있는 걸 보고 말았기에.


‘미, 미친놈이다.’


아무리 몬스터라지만, 저리 잔혹하게 생명체를 죽이며 웃고 있다니. 별안간 모골이 송연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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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024. 두 번째 파편(3) 23.06.02 33 1 12쪽
24 #023. 두 번째 파편(2) 23.06.01 36 1 13쪽
23 #022. 두 번째 파편(1) 23.05.31 41 1 13쪽
22 #021. 창천검가 막내아들(3) 23.05.30 42 1 12쪽
21 #020. 창천검가 막내아들(2) 23.05.29 46 1 12쪽
20 #019. 창천검가 막내아들(1) 23.05.28 52 2 12쪽
19 #018. 예견된 만남(3) 23.05.27 58 2 12쪽
18 #017. 예견된 만남(2) 23.05.26 46 2 11쪽
17 #016. 예견된 만남(1) 23.05.25 48 2 11쪽
16 #015. 예견된 변화(3) 23.05.24 51 2 12쪽
15 #014. 예견된 변화(2) 23.05.23 58 3 13쪽
14 #013. 예견된 변화(1) 23.05.22 60 3 12쪽
13 #012. 예견된 습격(3) 23.05.21 78 3 12쪽
12 #011. 예견된 습격(2) 23.05.20 74 3 12쪽
11 #010. 예견된 습격(1) 23.05.19 102 3 13쪽
10 #009. 고인물의 법칙(3) +1 23.05.18 85 3 13쪽
» #008. 고인물의 법칙(2) 23.05.17 83 3 12쪽
8 #007. 고인물의 법칙(1) +1 23.05.16 95 5 13쪽
7 #006. 힘숨찐의 법칙(3) +1 23.05.15 114 7 14쪽
6 #005. 힘숨찐의 법칙(2) 23.05.14 114 7 15쪽
5 #004. 힘숨찐의 법칙(1) 23.05.13 137 5 12쪽
4 #003. 빙의물의 법칙(3) 23.05.12 151 7 12쪽
3 #002. 빙의물의 법칙(2) 23.05.11 176 6 13쪽
2 #001. 빙의물의 법칙(1) 23.05.10 221 9 14쪽
1 #000. Prologue. +1 23.05.10 268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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