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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rte 님의 서재입니다.

배같은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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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rte까르
작품등록일 :
2020.01.17 23:48
최근연재일 :
2021.02.27 22:00
연재수 :
8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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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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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글자수 :
487,621

작성
21.02.2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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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81. 가족 망쳐놓기 下 - 13

DUMMY

선유의 망설임 뒤로 나는 재빨리 민아네 가족 쪽으로 합류했다. 나는 원형 스테이지 너머 야경으로 물든 스퀘어 광장을 잠깐 동안 바라보았다. 민아네 가족과 함께 만났을 때와 달리 많은 사람들이 붉게 물든 야경 아래로 모여 즐거움을 노닥거리는 것만 같았다. 야경이 호숫가에 비쳐 물결에 나부낄 즈음 나는 민아네 가족 곁으로 다시 자리를 잡아갔다. 주변을 둘러보던 중 민아 아버지는 나를 보자마자 오달진 미소를 지어갔다.


"희소식이야. 드디어 마누라가 두 손 들고 사과하기로 했어."


"저, 정말요?"


"응. 뭐해 당신. 슬슬 시작해보자고."


내가 없는 동안 당최 무슨 일어 벌어졌던 건가 싶었다. 가족 간의 대화가 필요했던 걸까 생각하던 찰나 민아 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일동을 쭉 둘러보았다. 아까와는 달리 체념에 젖은 피곤한 얼굴이었다.


"당신이 이렇게 크게 벌여놓은 자리에서 멋대로 화낸 점, 미안하게 됐어."


'아.'


나는 실소가 터져 나오려던 걸 간신히 참아냈다. 이렇게 되면 창조적인 사과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민아 어머니가 마음을 고치고 사과를 했단 점에선 고무적인 부분이라 생각했다. 민아 아버지는 한껏 미소를 지으며 민아 어머니를 가볍게 안아주었다. 나는 민후 형과 눈을 마주치며 지친 숨을 내쉬었다. 서로의 눈짓 만으로 소원의 난이도에 관한 대화가 자연히 이루어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었다. 때마침, 민아 어머니는 민아 아버지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민아에게로 다가갔다. 민후 형도 민아에게 가까이 다가가 화가 될 상황을 사전에 준비하는 듯 보였다. 민아는 벌써부터 민아 어머니를 보며 인상을 쓰기 바빴다.


"민아야 괜찮아. 엄마가 사과하러 온 거니까."


"아빠도 알잖아.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아빠랑 얘기 많이 했으니까 괜찮아. 당신도 빨리 한번 서봐봐."


민아 어머니는 민아 아버지에게 몸을 의지할 정도로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감정 소모가 심했던 만큼 민아 아버지는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기회를 어떻게든 살려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민아 어머니는 민아를 지그시 바라보며 짧게 숨을 내쉬었다. 정적이 이어지는가 싶던 찰나 민아 어머니는 자세를 바로잡아 민아와 제대로 마주해갔다.


"송민아 넌, 항상 생일만 되면 방에 틀어박혀 울기 바빴어. 어쩔 땐 생일케익도 안 먹고 내 앞에서 시위한 뒤에야 다음 날에 꺼내먹곤 했지. 나한테 생일 선물로 뭘 준비했는지 물을 때마다 피곤해서 죽는 줄 알았는데."


이것만 듣고도 나는 차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예측했다. 역시나 우측에서 민아가 성내던 걸 민후 형이 어렵게 제지하는 중이었다. 어른의 간사함에 유린당했던 당시 민아의 심정은 아마 지금의 모습을 만들지 않았을까 싶었다. 민아 아버지의 독려로 민아 어머니는 아랑곳 않고 평정심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 선물에 관한 건 엄마 잘못이라 생각할게. 그렇게까지 원했는데 음식만 좋게 만들어주려 했던 내가 어리석었던 거야. 민아가 원했던 건 그런 상투적인 거였는데 완전히 잘못 생각했어."


"뭐래는 거야?"


민아는 오만상을 넘어 아예 이를 꽉 악문 채 민아 어머니를 매섭게 째려보았다. 민아 어머니는 아직도 사과의 본질을 의심하려 드는 것 같았다. 민아의 몸부림에 민후 형은 조금씩 힘이 부칠 찰나.


"미안해."


'?'


'!!!'


순간 잘못들은 건가 싶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분명한 민아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민아 아버지는 시선을 돌린 민아 어머니의 등을 토닥이며 기쁨의 미소를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민아와 민후 형은 나처럼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채 제자리에 경직될 뿐이었다. 그렇게 염원했던 민아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민아 아버지는 나와 민아, 민후 형을 차례로 둘러보았다.


"엄마한테 짧게 사과하게 만들려고 고생 참 많이 했다. 다들 수고했어."


"이렇게, 끝난 건가요?"


"응. 사과를 또 시키면 진정성이 안 서잖니."


그제야 나는 몸에 힘을 뺄 수 있었다. 하마터면 다리에 힘이 싹 풀려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다. 민아는 얼굴을 찡그린 채 입술을 부르르 떨어댔다. 민후 형과 민아 아버지가 서로 신통치 않았나 얘기하던 중, 민아의 얼굴에서 눈물이 한 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민후 형은 그제야 긴장을 풀며 민아 아버지와 대면할 수 있었다.


"해냈네요."


"그래. 소원이 이뤄진 거란다."


그렇게 일이 다 잘 풀릴까 하던 것도 잠시, 나는 중요한 사실을 하나 간과하고 있었다. 이제 사과의 바톤이 민아로 넘어갔단 것이다. 내가 민아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민후 형이 내 앞으로 다가와 손을 내저었다.


"이제 됐어. 강연이 역할은 여기까지면 돼."


"하지만, 민아 쪽으로 넘어간 사과는 어떡하죠?"


"상관없어. 애초부터 민아한테 시킬 생각이 없었거든."


내가 놀랄 새도 없이 민아 아버지까지 내게 다가왔다. 민아에게 흘깃 시선을 주며 포근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민아가 우리한테 당했으면 당했지, 이용하려 들진 않았으니까. 우리가 민아한테 사과를 받을 명분은 없단다."


이에 민아 어머니도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당신 그게 무슨 소리야? 나도 힘내서 사과했는데."


"다 그런 게 있어. 민후야. 시작하자."


"네 아버지."


민후 형은 손을 들더니 허공을 향해 손뼉을 크게 2번 쳤다. 나와 민아 어머니가 민후 형의 행동에 의문을 품을 새도 없이 민아 아버지는 민아 어머니를, 민후 형은 나를 데리고 멀리 뒷걸음질 쳤다. 주변이 물러나 민아 홀로 서있는 구도가 완성된 것이다. 민아는 애써 감정을 절제하느라 제대로 신경 쓸 수 없는 상횡이었다. 나는 발길이 겨우 멈춰 서야 민후 형과 마주 볼 수 있었다.


"민후 형,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민후 형은 내게 코웃음 치며 능청맞은 표정을 지었다.


"강연아. 내가 언제 만나자고 했지?"


"그, 그믐달이 뜨는 밤이라고 얘기했었죠?"


"잘 알고 있네. 그럼 그믐달 주기가 어떤지는 알고 있어?"


"주기요?"


나는 손가락을 세며 각 달의 주기가 어떤지 파악해보았다. 초승달부터 차례대로 떠올린 결과.


'!!!'


그믐달을 세려 새끼손가락이 닫히는 부분에서 민후 형은 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맞아. 그믐달은 밤에 뜨지 않아. 떠도 한참이나 낮아 제대로 볼 수가 없지."


"그럴 수가."


"대충 이해했어? 그믐달은 네가 생각했던 것처럼 민아의 소원을 지칭하는 게 맞아. 그러나 이건 이번 메인이 아니란 뜻이지."


"그럼 이 상황은 대체 뭐죠?"


"뭐긴 뭐겠어? 민아의 진짜 소원을 이뤄주려고 벌인 거대한 장이었지."


잠시 뒤 민후 형인 원형 스테이지를 잇는 우측 계단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도 민후 형과 동일 시선을 취한 순간, 누군가가 계단을 타고 원형 스테이지로 다가오고 있었다. 한걸음 한걸음 어둠을 헤치고 다가올 때 민후 형은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재미지게 바라보는 중이었다.


"민아가 생일 선물로 가장 원했던 게 뭔지 알아?"


잠시 뒤, 누군가가 가로등 빛에 의해 모습을 드러냈고 민후 형이 동시에 내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그 후, 나는 누군가를 보자마자 경악한 채 제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뭐라 말을 내뱉고 싶었으나 전개상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날 보고도 가볍게 무시하고 직진하는 아버지, 그리고 품에 안긴 하얀색의 작은 생명, 때마침 이성을 차려 다가오는 아버지를 보는 민아까지 모든 전개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흘러갔다. 민아는 보자마자 아까 화냈던 표정은 온데간데없는 벙찐 표정으로 아버지의 행진을 바라보았다. 민아와의 거리가 가까워진 아버지는 손을 내어 그 작은 생명을 민아에게 건네주려는 듯 보였다. 민아는 표정 변화도 하지 못한 채 아버지의 품에서 자신의 품으로 작은 생명을 건네받았다. 작은 생명이 앙칼진 울음소리를 짓자 민아의 눈에서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뭐라 말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억한 심정에 입 밖으로 내뱉진 못하더니 급기야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그 품 안에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하얀색 포메라니안이 민아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민아 아버지도 민아의 모습에 덩달아 눈물을 흘리며 미소를 잃지 않으려 들었다.


"당신, 설마 이러려고."


"응. 이사하는 집이 넓기도 하니까. 민후가 인맥으로 구해봤어."


민후 형은 내 곁에 선 채 민아 쪽을 향해 손가락으로 원을 그려댔다.


"민아가 포메라니안에 대한 한이 깊었었어. 5살 때 공원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사달라고 그렇게 떼를 썼으니까. 그래서 생일 때만 되면 포메라니안 사러 가자고 그렇게 얘길 했는데 되질 않았지. 민아가 빡쳐서 할머니께 전화했을 때도 포메라니안에 대한 요청을 수없이 거부당한 뒤였고."


"설마 아버지를 만났던 것도 포메라니안 때문이었던 거예요?"


"맞아. 아버님 지인 분이 포메라니안 입양을 하신다고 하셔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버님께 중개상 먼저 얘기를 해봤던 거야. 거기서 들킬까 봐 얼마나 치를 떨었는지 몰라."


생각해보니 나는 당시 민후 형이 아버지와 만났단 사실을 거의 잊다시피 했다. 당시에 망할 아줌마와 조우하는 바람에 기억에서 지워버리고픈 마음에서 그랬던 것 같다. 뒤이어 얘길 들어본 결과, 내일 다가올 민아의 생일을 위해 다음 날 출근하는 아버지와 힘을 합쳐 지금의 장을 만들기로 기획되었던 것이다. 얘기가 일단락된 후, 나를 비롯한 주변 일행들은 민아 주변으로 하나둘씩 모여갔다. 나는 아버지와 대면해 실소를 짓는 꼴이었다.


"저녁은 먹고 오시는 거예요?"


"아니. 1시간 동안 요 포메라니안과 주변에서 산책하고 있었어. 애가 얼마나 놀기 좋아하는지 아주 피곤했다니까."


그때 민아 아버지가 아버지께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저희 가족 일에 말려들게 해서 정말 면목 없습니다."


"아닙니다. 따님 생일 선물이라는데 뭘 못하겠습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럴 수가 있습니까? 아드님도 나서서 힘들게 고생시키지 않았습니까?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리겠습니다."


"괜찮습니다. 강연이야 원해선 한 거니까요. 끝이 잘 마무리되어 정말 다행이에요."


"정말 감사합니다..."


민아 아버지는 계속해서 아버지께 굽신거리기 바빴다. 그 사이 민아도 아버지께 꾸벅 인사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컬러렌즈가 빠질 정도로 펑펑 운 흔적이 무너진 얼굴 화장 이곳저곳에 묻어났다.


"송민아 갈색 눈동자 버전은 처음 보네."


"뭐래."


"빨리 가서 세수해야겠다. 폴라가 쌩얼 보고 기겁하지 전에 말이야."


민아는 나를 향해 미간을 찌푸렸다. 그것도 잠시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폴라는 또 뭐야?"


나는 곧잘 민후 형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민후 형이 포메라니안한테 지은 이름이야. 나한테 웹툰에서 폴라 이름 그대로 넣을까 의논했던 적도 있었는걸?"


나는 민후 형을 어렴풋이 쨰려보았다. 민후 형은 갑작스러운 변명에 놀란 듯 보였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인 뒤 민아를 바라보았다.


"맞아! 입양할 때 폴라라고 가칭을 세우긴 했었어. 포메라니안이 하얀색 계통이니까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서."


내가 폴라라고 지은 이유는 간단했다. 이 망할 계집이 내가 흰색 모자 쓴 모습을 조롱한 말이 북극곰, 폴라 베어(Polar Bear)였기 때문이다. 민아는 포메라니안과 눈을 맞대며 오달진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아직도 저 표정이 적응이 되질 않아 아버지 뒤로 몸을 숨기는 꼴이었다. 이내 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폴라, 괜찮네."


이후 폴라는 민아의 손 부분을 혀로 핥아댔다. 민아는 간지러운 듯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 틈으로 민아 어머니가 민후 형 앞으로 조심히 다가섰다. 아까와는 달리 기력을 찾은 듯 근엄한 정을 짓고 있었다. 민후 형도 갑작스러운 만남에 조금은 굳은 표정을 지었다.


"아주 멋진 작전을 짰네. 그럼 애초부터 나하고는 사과할 생각이 없었던 거지?"


"그 발언은 사실이에요. 조만간 이사할 때 봬서 얘기를 나눌 생각이에요."


"아주 웃겨. 그때 내가 너한테 사과할 수 있을까?"


"안 되면 지금처럼 감정싸움 뺀 뒤에 하면 되죠 뭐. 집들이로 강연이까지 불러서 진행할까요?"


나는 당황한 나머지 민후 형을 향해 고개를 저어 댔다. 이에 민후 형과 민아 어머니가 처음으로 서로 보는 앞에서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서, 웹튼은 어떡하려고?"


"말해 뭐합니까. 완결하고 다른 거 그려야죠. 제목이 제목이다 보니까 아마 이 상황과 크게 차이 나진 않을 거예요. 배드 엔딩이어도 지금과는 다른 진짜 허상이니까 그것도 상관없겠네요."


생각해보니 민후 형 웹툰 제목은 '가족 망쳐놓기', 즉 어떤 전개가 되었든 민아에게 포메라니안을 주는 전개로 꾸려놓았을 가능성이 높단 뜻이다. 가족을 무너뜨리는 게 아닌, 가족의 해를 끼치는 망을 걷어들여 정상화하는 스토리로 말이다.


시간이 흘러, 나는 원형 스테이지를 빠져나와 아버지와 선유와 같이 얘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나는 얘기를 통해 아버지와 선유가 우연찮게 공원에서 만나 작전을 급조했단 사실을 알아챘다.


"그럼 아버지는 어떻게 제 모자를 가져왔던 거예요?"


"민아한테 어디 좀 갔다 온다고 얘기하려고 잠깐 집에 들렀었거든. 그때 소파에 네 모자가 있어서 갖고 왔지. 얘가 날씨가 습하고 더운데 하얀색 볼캡에 땀 차는 건 아닌가 싶어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전의 전말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파악했다. 그 후 선유가 아버지와 대면했다.


"강연이가 여기 있을 거란 걸 미리 아셨던 거예요?"


"응. 웹툰 작가랑 포메라니안 얘기하면서 대충 어떤 상황인지 듣게 되었어. 술김에 봤던 사람이라 강연이에 관해 물어보니까 금방 알려주는 거 있지?"


아버지의 주사는 놀랍게도 만났던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이었다. 덕분에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나는 고개를 돌려 원형 스테이지에서 모인 민아네 가족을 바라보았다. 폴라가 이곳저곳을 뛰노는 탓에 민아네 가족 전체가 녹초가 되어 발걸음이 더딘 상태였다. 그럼에도 민아는 끝까지 폴라를 쫒아 품 안에 안기며 기뻐했다. 뒤이어 아버지도 원형 스테이지를 바라보며 나긋한 미소를 지었다.


"아까 그렇게 놀아줬는데도 아주 팔팔하네."


"그래도 잘 짖지는 않는 것 같아요."


"아니야. 꼬마애 풍선 가지러 갈 땐 어찌나 짖던지 놀랐다니까."


그 순간 나는 하나의 키워드에 꽂힌 채 아버지와 눈을 마주쳤다.


"꼬마애라뇨?"


"아, 좀 특이한 애였어. 애가 쓴 흰색 모자 뒤쪽에 빨간 풍선이 걸려있더라고. 그게 밤이라 좀 튀었는지 폴라가 아주 기를 쓰고 경계하더라."


"아..."


나는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풍선을 갈망하던 아이가 기를 쓰고 전망대에 올라 풍선을 가져왔단 것이다. 모자에 딸린 풍선의 존재가 마치 지금의 민아의 소원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 후, 아버지는 선유와 붙어 내가 입었던 흰색 스트릿 셔츠를 팔에 걸치고 있었다.


"강연아, 아빤 선유 집에 바래다주고 집으로 갈게."


"네. 다녀오세요."


선유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나와 대면했다.


"강연이도 같이 가자. 나 태우면 집까지 금방이잖아."


"민후 형이 태워다 준다고 했어. 웹툰에 관해 뒤풀이할 것도 있어서 기다려야 될 것 같아."


"아. 그럼 학교에서 보자. 오늘 즐거웠어."


"나도. 몸 조심히 들어가."


그때 아버지가 내게 가볍게 손짓하기 시작했다. 이심전심에 따라 나는 아버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왜요?"


"옷은 그냥 소파에 손잡이 부분이 걸쳐둘게."


"그러세요. 제가 나중에 방에다 들일게요."


"알겠어. 작가님이랑 잘 마무리 짓고 오는 거다."


"네, 그럴게요."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지을 새도 없이 아버지는 선유와 함께 아스팔트 산책로를 따라 내 곁에서 멀어져 갔다. 왜 굳이 가까이 붙어서 이런 얘기를 해야 됐나 의문이 드는 부분이었다. 뒤이어 민후 형이 내게 다가와 손짓을 보였다.


"수고 많았어."


"민후 형,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어요. 이제 가는 거예요?"


"부모님은 먼저 가신다고 했고 민아는 나랑 같은 차에 탈 예정이야."


"그렇군요. 음? 어??"


뭔가 이상했다. 내가 기억하기론 나는 민후 형과 단둘이 웹툰의 마무리에 관해 얘기를 나눌 예정이었다. 여기서 민아의 존재는 듣지도, 아니 아예 생각할 수도 없는 조합이었다. 내가 질문을 청하기 앞서, 민후 형은 내 어깨에 손을 대며 다른 쪽 손 엄지를 들며 호수 너머 뒤쪽을 가리켰다.


"가자! 이번엔 내가 네 문제를 해결해줄 차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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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앙증맞은 동물이 민아가 원한 진정한 소원이었습니다.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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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3. 가족 망쳐놓기 上 - 3 20.11.03 26 1 11쪽
63 62. 가족 망쳐놓기 上 - 2 20.10.27 39 1 11쪽
62 61. 가족 망쳐놓기 上 - 1 20.10.19 46 0 12쪽
61 60. 메마른 기억 - 7 20.09.18 32 0 12쪽
60 59. 메마른 기억 - 6 20.09.08 28 0 12쪽
59 58. 메마른 기억 - 5 20.08.31 29 0 11쪽
58 57. 메마른 기억 - 4 20.08.24 32 1 11쪽
57 56. 메마른 기억 - 3 20.08.19 28 0 11쪽
56 55. 메마른 기억 - 2 20.08.10 28 0 11쪽
55 54. 메마른 기억 - 1 20.08.03 2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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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2. 빛바랜 거울 - 6 20.07.20 33 1 14쪽
52 51. 빛바랜 거울 - 5 +2 20.07.13 36 1 13쪽
51 50. 빛바랜 거울 - 4 20.07.06 35 0 12쪽
50 49. 빛바랜 거울 - 3 20.06.29 34 0 12쪽
49 48. 빛바랜 거울 - 2 20.06.25 35 0 12쪽
48 47. 빛바랜 거울 - 1 20.06.22 3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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