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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rte 님의 서재입니다.

배같은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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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rte까르
작품등록일 :
2020.01.17 23:48
최근연재일 :
2021.02.27 22:00
연재수 :
8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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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3
추천수 :
77
글자수 :
487,621

작성
20.06.0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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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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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4. 어긋난 조각 - 4

DUMMY

나는 일단 포도 주스를 마시며 민아 어머니의 시선을 피해갔다. 이대로는 민아가 연심을 품던 남친 이미지로 낙인찍힐 순간이었다. 포도 주스를 다 마셔갈 즈음 나는 머릿속을 강타하는 띵한 자극과 함께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다 마신 잔을 거실 앞 목재 테이블에 올려둔 뒤 물끄러미 고개를 돌려 민아 어머니와 대면했다.


"민아 남친 이름이 어떻게 되죠?"


"그, 미, 미로! 미로잖니!"


나는 이에 안도의 숨을 내쉬며 미소를 지었다. 흐름을 읽어가니 대충 무슨 행동을 취하면 좋을지 머릿속에 그려졌다.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갤러리 창으로 들어가려던 도중.


"뭐야?"


규격 박스로 된 과자가 바닥에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나자 나는 잠깐 흘겨보다 사진을 찾는데 열일했다. 그러나 방금 실루엣을 보고 나는 표정이 굳은 채 바로 흘겨본 시선을 향했다. 얼마 안 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민아는 얼굴 경련이 일어나다 이내 내게 힘 있게 인상을 찡그렸다. 아무 말 없이 내게 다가오려던 순간 민아 어머니는 민아의 팔을 붙잡아 갈길을 멈춰 세웠다. 민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을 동안 나는 자리를 뜬 뒤 빨래 바구니 쪽으로 이동했다.


"뭐야 엄마! 왜 저 사람이 우리 집에 있는 건데!"


"부끄러워하긴. 제 발로 와준 것도 감사할 마당에."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빨리 내쫓으란 말이야!"


민아가 연이어 생떼를 쓰자 민아 어머니가 양손을 붙잡은 채 실랑이를 벌였다. 둘의 시선이 흐트러짐에 빨래 바구니가 내 옆에 있다는 것, 상당히 좋은 타이밍이었다. 예상대로 민아 아버지는 내 뒤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중이었고 나는 뒷걸음질 치다 민아 아버지에게 다가가 조심히 입을 귀에 갖다 댔다.


"민후 형 부름을 받고 찾아왔습니다."


민아 아버지는 놀란 듯 어깨를 들썩였다. 이에 나는 민아 아버지의 어깨의 살며시 손을 대며 고개를 저었다. 서로 눈이 마주칠 틈을 타 나는 다시 민아 아버지 귀에 입을 갖다 댔다.


"민아 어머니 아시면 일 더 커지니까 호흡 맞춰주셔야 합니다."


민아 아버지는 조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민아가 겨우 손을 뿌리친 뒤 내게 다가오던 중이었다.


"야! 누가 맘대로 집까지 찾아오래? 안 나가?"


나는 자연스레 근처에 있던 파란색 빨래 바구니를 양손으로 들어 올렸다.


"화장 미스 잡으러 와줬건만 대우가 박한 걸. 이거 어디다 두면 되죠?"


내가 민아 아버지를 지그시 보니 민아는 제자리에 멈칫했고 민아 아버지는 대충 흐름을 읽어간 듯 몇마디 말을 더듬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차 뒤 트렁크에다 실어주면 돼. 같이 가자."


"넵."


민아 어머니께서 내쪽으로 뭐라 말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빨래 바구니를 들고 도망치기 바빴다. 민후 형이 원하는 시나리오는 아니었지만 민아 아버지에게 내 존재를 알린 것만으로도 충분한 배경이었다.


민아가 뒤따라 대문 앞에서 감시할 동안 나는 민아 아버지의 검은색 SUV 자동차 뒤쪽에 빨래 바구니를 내려 놓았다. 이제 트렁크만 열면 되는 줄 알았건만 갑자기 민아 아버지가 차 옆에 빨래 바구니들을 차곡차곡 채워가기 시작했다. 나는 뭐라 반문하고 싶었으나 민아의 감시가 있단 걸 안 이상 빨래 바구니를 트령크 안에 직접 넣어가야만 했다.


30리터 빨래 바구니들의 무게감에 혀를 내두르던 것도 잠시, 60리터짜리 하얀색 바구니 하나는 들자마자 내 허리의 종말을 가르는 신호가 느껴졌다. 마지막 바구니였지만 나는 겁에 질린 채 하얀색 바구니로부터 멀어졌다. 이를 보던 민아 아버지는 웃으며 다가오다 그대로 한손으로 바구니를 들어올렸다. 그 후 다른 한 손으로 주변 공간을 확보하더니 그대로 빨래 바구니를 중앙에 올려둔 뒤 문을 닫았다. 나는 이를 지켜본 채 손뼉을 치며 벙찐 표정을 지었다.


"엄청난 힘이세요."


"늘 하던 거니까. 잠깐만."


민아 아버지는 대문 쪽으로 다가가 민아와 대화를 나눠갔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민아가 화를 내며 나한테 삿대질하는 걸 봐선 좋은 얘기는 아니라 판단했다. 내가 민아 아버지 차량 뒷편 근처에 몸을 숨길 동안 철제 대문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민아 아버지가 내게 조심히 다가왔다.


"학생, 코인세탁방 가본 적 있어?"


"딱 한 번 이불 말리러 갈 때 가봤어요."


"그럼 잠깐 나 좀 도와줄 수 있겠니? 보니까 얘기하고 싶은 것 같은데."


"네..."


민아 아버지와 가까이 대면하니 첫인상과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미소를 지을 때마다 온화하게 머금은 보조개가 매력적이었고 넓은 어깨와 우람한 팔 근육을 가져 인상적인 상체 비율을 보여줬다.


지금이라면 개입에 좋은 발판을 마련할 좋은 기회일 거라 생각했다. 누나와 아버지가 집에 돌아올 시간을 염두에 둬야 했으나, 현재 시각이 오후 4시 30분이라면 크게 문제될 건 없어 보였다.


민아 아버지께서 차를 타 시동을 걸 동안 나는 뒷좌석에 탑승해 안전벨트를 매었다. 옆을 봐도 뒤쪽 너머를 봐도 어마어마한 빨래량이 이목을 끌었고 밀폐된 공간에서 데워지니 습한 공기가 차량 전체를 감돌았다. 나는 땀이 날 상황을 대비해 모자를 거꾸로 돌려쓰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민아 아버지는 중앙 미러를 건들며 뒤쪽을 보던 중이었다.


"민후하고는 어떻게 만났던 거니?


"그게, 카페에서 만나자고 먼저 쪽지를 건네줬었습니다."


"그래? 그럼 웹툰에 관한 것도 듣고 온 참이니?"


"엔간한 건 다 듣고 왔습니다."


민아 아버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액셀을 밟아댔다. 그동안 나는 추후 계획을 어떻게 잡을까 머리를 굴려댔다. 민아 아버지와 무슨 얘기를 나눌까? 세탁이 끝날 무렵 시간이 어떻게 될까? 누나가 망할 아줌마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왔을까? 하나같이 알 수 없는 전개였다.


어젯밤 누나와 대화를 나눈 끝에 제시간 맞게 집에 오겠단 약속과 함께 망할 아줌마와 만나는 걸 허락했다. 누나와 아줌마, 심지어 은정까지 가세해 만난다고 하니 누나에게 세뇌에 가까운 멘트를 내던졌을 거라 예측했다. 그렇기에 나는 누나에게 진실을 털어낼 시간이 찾아왔다 느꼈고 어떻게 하면 누나의 이성이 받아들여줄지 생각해야만 했다. 혹시나 아버지께서 오면 일이 꼬일 게 뻔히 보여 돌아오자마자 가능한 방에 있어 달라고 누나에게 일러뒀던 참이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어마어마한 빨래들이 대형 건조기 4통에 들어가 빙빙 도는 모습을 지켜보다 파란색 긴 가죽 의자 옆에 앉은 민아 아버지, 그 옆에 민아가 있어 자세를 깍듯이 세운 상태였다. 민아 아버지가 대문을 닫을 동안 민아는 차량 조수석을 여닫는 소리를 잠재워 매복하고 있던 것이다. 몸도 작은 편이라 세탁방에서 빨래를 옮길 때야 차량 유리 너머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적한 무인 세탁방에서 나는 민아 아버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민아는 짜증을 내며 다리를 떨었고 민아 아버지는 잠시 눈을 깜빡이다 짧게 숨을 내쉬었다.


"우리 가족 때문에 신경 쓰게 된 꼴이네."


나는 바로 '아니요!'라 말한 뒤 양손을 저어 댔다. 그때 민아가 고개를 내밀더니 오만상을 지으며 나를 노려보았다.


"야! 너 같은 게 내 소원이 뭔지 알고나 떠드는 거야?"


"그렇지 않고서 민후 형이 나한테 올 이유도 없잖아?"


"뭔가 잘못됐어! 왜 미로 오빠가 아니라 네가 오는 건데?"


민아는 눈가를 찡그리더니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마음 같으면 미로 본심을 그대로 폭격해주고 싶었지만 마스크 쪽 턱 라인을 손으로 매만지며 입을 사렸다. 가운데 있던 미로 아버지는 구레나룻을 긁적이며 멋쩍게 실소를 짓고 있었다.


"그럼 이 학생은 민아 남자 친구가 아니라는 뜻이네."


"아빠! 말 좀 가려서 해! 저 깜둥이 스타일, 절대 사절이라고!"


나는 휴대폰 갤러리로 들어가 사진을 찾은 뒤 민아 아버지께 화면을 내밀었다. 얼마 전에 동아리 시간 때 강당에서 찍은 SMK 3인방이 줄지어 서있는 사진이었다.


"여기 오른쪽에 유쾌한 미소 짓는 갈색 머리 학생이 미로예요."


"아! 귀엽게 생겼네."


그 순간 나는 인기척을 느껴 폰을 걷었고 내밀었던 자리에는 민아의 손이 놓여 있었다. 나도 민아 아버지도 당황할 사이 민아는 몸을 떨다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나는 바로 휴대폰을 끈 뒤 대응 자세를 취했지만 민아는 한 걸음 정도 거리 앞에서 멈춰 양손을 모아 배 앞에 두었다. 민아와 대면하니 민아는 새빨개진 얼굴과 풀린 눈으로 거친 숨을 내쉬어댔다.


"강연 오빠? 뭐 좀 물어봐도 될까?"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아 나는 몸을 움츠리며 벽에 등을 바짝 기댔다. 급기야 민아는 입꼬리를 올리다 함박웃음을 지어댔다.


"혹시 미로 오빠 사진 남는 거 있어?"


"방금 보여준 거 말고는 없어. 주접부리지 말고 제자리에 앉아 있어."


"그럴 리가 없잖아? SMK에 주전 멤버면서 헤헷?"


민아는 바로 오른팔에 차던 SMK 완장을 보여주며 거친 숨을 이어갔다. 이를 보던 나와 민아 아버지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내가 고개 숙여 힘없이 고개를 젓는 모습에 민아 아버지는 껄껄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민아가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나는 아예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은 뒤 미간에 인상을 쓰며 민아와 대면했다.


"아까 민후 형하고 만나서 무슨 얘길 했던 거야?"


이에 민아는 표정이 가라앉았고 민아 아버지는 금시초문인 듯 잠시 나를 보다 민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뭘 놀라고 그래? 민후 형이 접근할 동안 내가 집에 들어온 건데."


이제 좀 잠잠해졌다 생각해 얘기를 이어가려던 찰나.


"위선자!"


순식간에 휘날린 손도 느낄 새 없이 나는 민아에게 따귀를 맞아 잠시 동안 정신줄을 놓고 말았다. 민아 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놀랄 사이 민아는 내 멱살을 강하게 쥐어 잡아 나를 매섭게 노려봤다.


"장난쳐? 그러려고 나한테 온 거였어?"


"무슨 소리야? 아직 제대로 얘기도 안 했잖아!"


"입 다물어! 오빤 사람을 잘못 골랐어. 잘못 골랐다고!!!"


이내 내 옷을 거칠게 흔들며 날 정신없게 만들자 민아 아버지가 민아와 나를 떨어트려 민아 앞에 서있었다. 정신을 차리니 민아는 투정을 부리며 내게 달려들려 했고 이를 민아 아버지가 막으며 어떻게든 타이르려 했다.


"아빠 놔! 저런 인간은 좀 맞아야 돼!"


"민아야! 너만 있는 곳이 아니야! 자중할 줄도 알고 그래야 돼."


"아빠 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민아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때마침 빨래가 마무리될 터였다. 민아 아버지는 고개를 저으며 멀리 가라는 듯 눈짓을 주었다. 민아는 성깔이 뒤집어진 채 얼굴색을 붉히기 바빴다.


"죄송합니다. 이만 가봐야겠어요."


"그래! 나중에 시간 되면 보자꾸나."


"넵."


나는 바로 세탁방을 빠져나와 뒤도 안 돌아보고 자리를 떴다. 민아의 반응이 아니꼬워서 찔러봤는데 생각보다 잘 안 먹힌 모양이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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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5. 가족 망쳐놓기 上 - 5 20.11.17 24 1 12쪽
65 64. 가족 망쳐놓기 上 - 4 20.11.10 29 1 11쪽
64 63. 가족 망쳐놓기 上 - 3 20.11.03 26 1 11쪽
63 62. 가족 망쳐놓기 上 - 2 20.10.27 39 1 11쪽
62 61. 가족 망쳐놓기 上 - 1 20.10.19 4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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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7. 메마른 기억 - 4 20.08.24 32 1 11쪽
57 56. 메마른 기억 - 3 20.08.19 2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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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7. 빛바랜 거울 - 1 20.06.22 3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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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5. 어긋난 조각 - 5 20.06.09 31 0 11쪽
» 44. 어긋난 조각 - 4 20.06.04 38 0 11쪽
44 43. 어긋난 조각 - 3 20.06.03 44 0 12쪽
43 42. 어긋난 조각 - 2 +1 20.05.20 37 2 11쪽
42 41. 어긋난 조각 - 1 20.05.15 31 0 13쪽
41 40. 마땅한 복수? - 5 20.05.13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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