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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rte 님의 서재입니다.

배같은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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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rte까르
작품등록일 :
2020.01.17 23:48
최근연재일 :
2021.02.27 22:00
연재수 :
8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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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4
추천수 :
77
글자수 :
487,621

작성
20.10.1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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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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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61. 가족 망쳐놓기 上 - 1

DUMMY

아버지는 민후 형과 얘기를 마친 듯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악수를 나누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도 이 시간대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그때 뵙도록 하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자리를 뜨는 아버지에게 손을 흔드는 민후 형의 모습까지 하나같이 이해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나는 바로 아버지께 다가갔다.


"왜 여기 계신 거예요?"


"아, 거래할 게 있어서 서로 만나 얘기를 나눴단다."


"거래라니? 더글라스 옷이나 신발 말씀하시는 거예요?"


이에 아버지는 코앞에 손을 대며 오달진 미소를 지었다.


"그건 비밀. 나중에 시간 되면 그때 얘기해줄게. 그럼 아빠 가본다!"


"아버지? 대체 뭔데요? 네? 아버지!"


내 질문에도 아버지는 아랑곳 않고 카페를 나와 제갈길을 가기 바빴다. 그러면서 표적은 자연히 민후 형으로 바뀌었다. 아버지가 앉은자리를 그대로 넘겨받아 민후 형에게 눈살을 찌푸렸다. 민후 형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듯 말하기 앞서 손사래를 쳤다.


"민후 형, 어떻게 된 거죠?"


"걱정 마! 아버님은 이번 일에 전혀 상관없으니까. 진짜 거래 때문에 서로 만난 거야."


"무슨 거래였던 거죠?"


"그건 지금 못 말해줘. 나중에 말해줄게..."


민후 형은 내 화난 표정을 이해한 듯 보였다. 오랜만에 만나서 무언가 숨기려는 모습이 가히 꼴본견이었다. 내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민후 형은 고개를 숙여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대하면 좋아요?"


"강연아 그게 아니라."


"제가 민후 형을 돕고자 얼마나 참아왔는지 아시잖아요? 마무리니까 잘 지어볼 생각이었는데 실망이에요."


민후 형은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카페 종업원들은 내게 시선을 모아 불편함을 드러냈다. 나는 짧게 숨을 내쉰 뒤 그대로 자리를 뜨기로 결심했다.


그 순간 카페 자동 유리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오순도순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민후 형에게 가볍게 인사한 뒤 자리를 나서려는 순간 정면에 펼쳐진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한 채 그대로 경직되고 말았다. 상대도 놀란 듯 내게 시선을 놓지 못하다 금세 반색을 표하며 미소를 지어갔다.


"어머? 여긴 웬일일까?"


앞에서 당당하게 허리춤에 손을 얹는 망할 아줌마와 그 뒤에 숨어 물끄러미 쳐다보던 은정까지 실로 최악의 조합이었다. 나는 결국 다시 자리로 돌아가 모자를 꾹 눌러쓴 채 모든 시선을 차단하려 들었다. 망할 아줌마가 내게 몇 마디 건네는 것 같았지만 나는 애써 둘러대며 부정하기 바빴다. 망할 아줌마와 은정이 카운터로 발걸음을 이동하자 민후 형은 내 팔을 가볍게 치며 의문을 표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망할 아줌마와의 접촉 만으로 이미 정신이 혼미해져 까딱하면 빈말이 새어 나올 뻔했다. 망할 아줌마가 비아냥댈지도 은정이 매섭게 노려보며 나를 문책할지도 몰랐지만 나는 모자챙을 양손을 세게 눌러 억해진 감정을 감내해야만 했다.


"이런 곳에서 다 만나고. 볼일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오렴!"


"엄마 뭐래는 거야?"


"뭐 어때? 먼저 집까지 찍는 사람이 딸기 밀푀유 먹는 거다!"


"뭐? 엄마 뭐야! 거기 서!"


카페 유리벽 너머로 망할 아줌마와 은정은 각자 자전거에 탑승하더니 그대로 브릿지를 따라 공원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나는 그제야 문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었다. 저 방향이라면 우리 동네에서 매매가로 1,2위를 다투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쪽이었다. 나와 누나도 이곳 광교로 이사 오기 전 호수공원 전경을 볼 수 있단 이점을 보고 저쪽 아파트에 눈독을 들였던 적이 있었다. 그때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던 걸로 기억한다. 결국 다 이유가 있어서 그랬던 것이다.


나는 다시 모자를 가다듬어 이성을 차리려 했다. 민후 형이 보는 앞에서 본심을 내질렀으니 얼버무리긴 어려워 보였다.


"강연, 아?"


나는 설움에 차 눈물을 쏟거나 화를 내고 싶었다. 하지만 방금 전 실수를 되풀이할까 봐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잠시 동안 침묵한 채 민후 형이 상황을 기다려주는 수밖에 없었다. 마음을 내려놓아도 망할 아줌마에 관한 생각은 바꿀 수 없는 모양이었다.


나는 민후 형이 사준 아이스티를 마시며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갔다. 민후 형도 갑작스러운 상황을 연신 접했는지 방금 전 반색과 달리 제법 인상을 쓰고 있었다.


"강연아 괜찮아?"


"네, 좀 진정됐어요."


"좀 놀랐어."


이제는 선택권이 없었다. 여기서 웹툰에 관한 화젯거리로 돌리지 못하면 서로 부담스럽게 대하고 말 것이다. 내가 먼저 민후 형에게 웹툰에 관해 말을 걸자 민후 형은 콘티가 담긴 종이서류봉투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막바지에 다다르니 예전에 봐왔던 분량보다 제법 두꺼워 보였다.


"이번 주 웹툰 봤어?"


"네. 제법 살벌하던데요?"


"어쩌다 보니 내용이 그렇게 흘러갔어. 민아 녀석, 여편네랑 대판 싸웠거든."


"아."


나는 콘티를 확인하며 민후 형의 얘기를 경청했다. 이번 주 초부터 민아는 어머니와 돈 관련 문제로 잦은 다툼을 벌이다 결국 분통이 터져 집을 나왔던 것이다. 의외였던 부분은 실제 민아가 외도했던 장소가 민후 형네 집이 아닌 유나네 집이었단 것이다. 아마 그날은 하부장님이 근무로 집에 오시지 못했을 거라 예측했다.


콘티를 모두 훑어보니 제법 하늘이 어두워진 뒤였다. 내가 민후 형에게 콘티를 건네자 민후 형은 종이 뭉치를 차곡차곡 정리해 종이서류봉투에 넣어두었다.


"계획이 이렇다면 마지막화는 2주 뒤란 뜻이군요."


"맞아. 헤르직션 편집장 설득하느라 죽는 줄 알았지."


민후 형은 그저 웃으며 상황을 의연하게 바라보았다. 민후 형 자리 옆에 끝쪽으로 커피 자국이 선명히 난 하얀색 머그컵이 있었다. 시간도 얼마 안 남았겠다, 나는 지난날들을 떠올리며 민후 형을 바라보았다.


"민후 형, 꼭 묻고 싶은 게 있어요."


민후 형은 마저 남은 커피를 마신 뒤 희번덕거린 채 머그컵을 내려놓았다.


"뭔데?"


"왜 웹툰에서 돈 관련돼서 많이 나오는 건지 궁금해서요. 내용만 봐서는 민후 형이 예전에 말해준 것들과 좀 이질감이 드는 것 같아요."


"오, 통찰력 좋은데?"


민후 형은 잠시 소리 내며 웃다 이내 웃음을 거두며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탁탁 두들겼다. 잠시 눈을 깜빡이며 시선을 옆으로 흘기던 후 짧게 숨을 내쉬며 나와 대면했다.


"솔직히 여기까진 안 말해주고 싶었는데, 에라 몰라! 저번에도 카페에서 그런 얘기를 했는데 뭐 어때?"


민후 형은 양손으로 얼굴을 비비다 양쪽 뺨을 가볍게 친 뒤 손을 깍지 낀 채 테이블 위에 올려뒀다. 카페 안 손님들이 하나둘씩 빠져나와 조금씩 한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민후 형은 잠시 머뭇거리는 듯 보였으나 이내 고개를 저은 뒤 진중한 표정으로 나와 대면했다.


"오래전부터 돈과 관련해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었어. 웹툰에서 간략하게 나오니까 아마 인지는 하고 있을 거야. 아버지께서 중노동으로 돈은 많이 벌어오시는데 정작 쓰는 돈은 터무니없이 적은 가족 사이클을 알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어. 아니, 애초부터 배경이 훤히 보이는 데 그걸 순수하게 방임했다고 보는 게 맞을 거야."


민후 형은 천장을 쳐다보며 과거를 회상했다. 시기는 10여 년 전, 민후 형과 민아가 한밤중 조명이 다 꺼진 SUV 뒷자리에 앉아 담요를 같이 덮고 있을 터였다.


'오빠, 너무 추워...'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엄마 아빠 빨리 끝내고 오신댔어.'


'아까도 그 얘기했잖아. 아빠는 아까 잠깐 오고 그대로 가버리고.'


'내 옆에 좀 더 붙어 있어. 그러면 덜 추울 거야.'


"그때 망할 여편네는 도박에 눈이 돌아갈 즈음이었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허락하는 도박장이 친지 근처에 있었거든. 매번 명절 때만 되면 도박장에 방문해 그대로 우리를 하룻밤 동안 내버려 둔 채 돈을 퍼부어댔지. PC방에 떨궈놓거나 호텔에 방을 잡아준 적도 있지만 도박 초창기 당시엔 매번 아버지 차량 뒷좌석에서 하룻밤을 보내곤 했어. 그때 민아가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면 우리는 몇 년은 더 차에서 밤을 지냈을 거야."


민후 형의 손은 어느새 양쪽 다 주먹 쥔 채 심하게 떨고 있었다.


"거기서 먹었던 빵도, 뷔페도, 즐기던 오락실도 하나같이 아이들을 속이기 위한 어른들의 더러운 상술이었어. 지금 이 순간도 돈을 다 잃고 무심하게 굴었던 여편네의 몰골을 기억하고 있다고. 진짜 열 받아!"


민후 형은 억한 심정에 주먹을 테이블에 강하게 내리쳤다. 요동치는 유리잔에 나는 재빨리 손을 써 쓰러지는 걸 막아냈다. 주변 시선이 우리 쪽으로 모이자 민후 형은 이곳저곳 고개를 숙여 사과의 뜻을 표했다. 얼굴색이 시뻘겋게 물든 채 말이다. 내가 나서려 던 차, 민후 형은 손을 내밀며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이래서 안 말하려고 했었어.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더라고."


나 또한 망할 아줌마에 대해 단적으로 굴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점원이 찾아와 따끔하게 주의를 준 이후 민후 형은 종이서류봉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뒤 그 위에 손을 포갰다. 아까보단 얼굴 혈색이 좋아졌지만 감정 호소로 인해 전체적으로 처진 느낌이 들었다.


"도박이란 게 참 무서운 거야."


"설마, 아직도 그러시는 거예요?"


이에 민후 형은 멋쩍은 반색과 함께 내게 손사래를 쳤다.


"제대로 혼났지."


민후 형은 또다시 천장을 쳐다보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전보다는 제법 밝은 표정과 함께 가볍게 미소도 지어 보았다. 시기는 6년 전, 민후 형이 민아와 근처 아파트 야시장을 갔다 온 뒤 근처 편의점 ATM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민아야, 일단 진정하고.'


'싫엇! 나한테 돈 못쓰게 해 놓고 왜 엄마는 몇백만 원 쓰는 건데?'


'민아야 내가 잘 얘기할 테니까 휴대폰 돌려줘 응?'


'시러시러시러! 할머니한테 다 이를 거야!'


"그 당시 망할 여편네는 도박에 오버페이를 하는 바람에 사채에 빚을 지고 있었어. 그걸 개인적으로 갚으면 또 몰라 외할머니한테 돈을 빌려 갚았던 거 있지?"


"설마 그렇다는 건."


"맞아. 외할머니는 사실을 모르고 계셨어."


"맙소사."


나는 입을 틀어막은 채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웹툰으로 어렴풋이 예상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


"여편네가 고모들이랑 같이 다니면 돈을 더 많이 썼는데 하필이면 그때가 그 상황이었어. 얼마나 뻔뻔한지 내가 계좌 맞게 안 보내니까 계속 통화를 하더라고."


'송민후! 너 왜 돈 안 보내? 계좌 보냈잖아!'


'엄마 이런 짓 안 하면 안 돼요? 돈 아깝잖아요.'


'엄마 돈 엄마가 쓰는 건데 뭐가 문제야? 빨리 안 보내?!'


'엄마 제발요. 큰돈이잖아요.'


'여기 있는 고모들 다 그렇게 써. 네들 명절 때 집 보라고 두고 왔건만 엄마 말 안 들어?'


"진짜 빡쳤었어. 그때 불가항력으로 넘기고 탕진한 돈이 500만 원 상당이었으니까. 조금씩 인지하기 시작한 민아에게 있어 감당할 수 없었던 거야."


"그 뒤엔 어떻게 됐어요?"


"뭐, 민아가 울고불고 난리 치면서 외할머니한테 일러댔지. 자기는 저번 주 생일 선물 제대로 못 받았는데 여편네는 다른 데 돈 쓰는 거 거리낌 없이 한다고. 두루뭉술하게 말했던 덕분에 외할머니께서 여편네한테 간단하게 안부 인사 전했던 게 기적이었어."


'민아 너.'


'오쁘아는 내 편 드러져야지! 이러느게 어디써!'


"민아가 내 품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눈은 퉁퉁 붇고 콧물은 계속 나오는데 입술은 파르르 떨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겨우겨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었어."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슬럼프에 빠져 글 연재가 늦어진 점 정말 죄송합니다. ㅠㅠ


처음부터 다시 2부를 가다듬어 내용을 간추리고 찾아왔습니다. 다시 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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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69. 가족 망쳐놓기 下 - 1 20.12.07 34 1 12쪽
69 68. 가족 망쳐놓기 上 - 8 20.11.30 26 1 11쪽
68 67. 가족 망쳐놓기 上 - 7 20.11.30 23 1 11쪽
67 66. 가족 망쳐놓기 上 - 6 20.11.24 26 1 13쪽
66 65. 가족 망쳐놓기 上 - 5 20.11.17 24 1 12쪽
65 64. 가족 망쳐놓기 上 - 4 20.11.10 29 1 11쪽
64 63. 가족 망쳐놓기 上 - 3 20.11.03 26 1 11쪽
63 62. 가족 망쳐놓기 上 - 2 20.10.27 39 1 11쪽
» 61. 가족 망쳐놓기 上 - 1 20.10.19 46 0 12쪽
61 60. 메마른 기억 - 7 20.09.18 32 0 12쪽
60 59. 메마른 기억 - 6 20.09.08 28 0 12쪽
59 58. 메마른 기억 - 5 20.08.31 29 0 11쪽
58 57. 메마른 기억 - 4 20.08.24 32 1 11쪽
57 56. 메마른 기억 - 3 20.08.19 28 0 11쪽
56 55. 메마른 기억 - 2 20.08.10 28 0 11쪽
55 54. 메마른 기억 - 1 20.08.03 27 0 11쪽
54 53.빛바랜 거울 - 7 20.07.27 34 0 13쪽
53 52. 빛바랜 거울 - 6 20.07.20 33 1 14쪽
52 51. 빛바랜 거울 - 5 +2 20.07.13 36 1 13쪽
51 50. 빛바랜 거울 - 4 20.07.06 34 0 12쪽
50 49. 빛바랜 거울 - 3 20.06.29 33 0 12쪽
49 48. 빛바랜 거울 - 2 20.06.25 34 0 12쪽
48 47. 빛바랜 거울 - 1 20.06.22 35 0 12쪽
47 46. 어긋난 조각 - 6 20.06.15 31 0 11쪽
46 45. 어긋난 조각 - 5 20.06.09 31 0 11쪽
45 44. 어긋난 조각 - 4 20.06.04 38 0 11쪽
44 43. 어긋난 조각 - 3 20.06.03 44 0 12쪽
43 42. 어긋난 조각 - 2 +1 20.05.20 37 2 11쪽
42 41. 어긋난 조각 - 1 20.05.15 31 0 13쪽
41 40. 마땅한 복수? - 5 20.05.13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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