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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rte 님의 서재입니다.

배같은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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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rte까르
작품등록일 :
2020.01.17 23:48
최근연재일 :
2021.02.27 22:00
연재수 :
8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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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8
추천수 :
77
글자수 :
487,621

작성
20.12.12 23:30
조회
40
추천
1
글자
15쪽

71. 가족 망쳐놓기 下 - 3

DUMMY

이번 주 금요일, 전교 회장 선거날 때 또다시 쳐들어올게 훤히 보였다. 계집들이 누나에게 힘없이 털렸던 걸 잊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저 그 상대가 내 누나라는 점에서 얕보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자세히 보니 유나는 그날 상처를 가리기 위해 검은색 면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다. 계집들이 뭐라 그러는지 제대로 들리지 않았으나 별 상관없었다. 나는 그저 미로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 땡이기 때문이다.


'네? 채팅방에서 그런 계획은 세운 적이 없을 텐데요;;'


'네가 컨벤션센터 와서 봐봐. 아주 득실거린다 득실거려.'


'알겠어요 그럼 선배 있는 쪽으로 붙을 게요.'


'아, 잠깐만.'


나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짐작해보았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나는 모자와 마스크를 벗은 다른 사람으로 보일 테니 말이다. 미로와 함께 있어봤자 잉여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다시 제 자세를 갖추며 동쪽 난간에서 건물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컨벤션센터 3층 동쪽 외곽에 있어. 근처에 오면 문자 줘.'


'넵 바로 갈게요!'


10여분 뒤, 나는 미로와 간소한 문자를 주고받은 끝에 서로 대면할 수 있었다. 미로는 생활복도 채 갈아입지 못할 정도로 숨을 헐떡인 채 내게 다가왔다.


"선배, 대체 무슨 일이에요?"


"정황이 어떻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어. 앞 한번 봐봐."


나와 미로는 시선에 끌리지 않을 정도로 거리를 둔 채 SMK 계집들을 바라보았다. 너도나도 고레고레 소리를 지르면서 날뛰는 모습이 민폐 그 자체였다.


"이대로 두면 민원 접수되겠는데?"


"그러게요. 제가 한번 접신해볼까요?"


"접신?"


"그러니까..."


미로는 교복 바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휴대폰을 꺼내 내 앞쪽으로 내밀었다.


"여기서 채팅방으로 대화를 나누면 뭔가 건질거리가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네 신원 의심받지 않을까? 지금 SMK 최고 위치가 누구인지 알면서."


나는 미로를 지그시 노려보았다. 미로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좀 안쪽으로 숨으면 되지 않을까요? 어차피 쉽게 떠날 것 같지도 않잖아요."


"상황을 볼 만한 사람이 필요한 걸까? SMK 계집들이 한 곳에서 날뛰는 걸 막아야 되니."


"그렇다면, 양동 작전을 써보는 건 어때요?"


"미끼를 쓰자고?"


"네."


"어떤 식으로?"


미로는 곧잘 작전을 세워 어떻게 꾸려갈지 내게 가르쳐주었다. 다소 리스크가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이거 저거 따질 여유는 없어 보였다, 미로가 채팅창에 자판을 두들기는 순간,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준비 태세에 나섰다.


"갑니다!"


"오케이!"


미로가 채팅창에 글을 올린 걸 시작으로 나는 조금씩 난간 멀리로 뒷걸음질 쳤다. 미로가 올린 글은 다음과 같았다.


'얘들아! 나랑 술래잡기하지 않을래?'


미로는 곧잘 난간 앞으로 몸을 들이대 양손을 흔들어댔다. SMK 채팅창을 본 계집들은 미로의 존재를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미로 오빠다!"


"오빠 왜 거기 있어?"


"오빠!!!!"


민아의 샤우팅을 시작으로 나는 스타트를 끊어 1층 남자화장실로 잽싸게 뛰어갔다. 미로도 반응을 보자마자 3층 남자화장실로 향하는 듯 보였다. SMK 계집들이 컨벤션센터로 몰려온다는 뜻이다. 내가 남자화장실에 들어설 즈음, 수많은 계집들의 고함이 컨벤션 이곳저곳에 들려 공명했다. 화장실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빈 대변 자리 하나를 잡아 변기 커버 위에 앉은 뒤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슬슬 민후와의 사인 교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선배 도착했어요?'


'이상 무. 3층은 어때?'


'저도 대변 자리에 있어서 잘 모르겠는데 소리만 들어도 충분한 걸요 ㄷㄷ 채팅창 업로드 속도도 폭주 상태예요'


'계집들 정신 못 차렸다니까. 이제 어떡해?'


'제가 3층에 있다고 미리 올렸으니까 1층에는 일원들이 거의 없을 거예요 제가 SMK 일원들을 난간으로 유인할 테니까 땅 신호 받으면 1층 엘리베이터 옆 계단을 통해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돼요!'


'지하주차장 출입구로 빠져나오면 되는 거지?'


'주의할 부분이 있어요! 가까운 출입구는 난간 바로 앞으로 통하니까 최대한 바깥쪽 출입구로 나와야 돼요;; 나오면 오른쪽 초원 비탈길로 우회해서 2층 화장실로 달리면 되는 겁니다 ^^'


'알겠어!'


다음 명령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무래도 미로파 외의 그룹들도 움직이는 걸 염려하는 낌새였다. 시간이 흘러, 위층에서 컨벤션 직원들이 얘기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채팅창 상황은 대부분 3층 남쪽 난간으로 밀집한 상태, 곧 신호가 올 터였다.


'선배! 땅!'


'ㅇㅋ!'


나는 물불 않고 화장실에서 옆쪽으로 트인 계단 통로를 거쳐 악착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평일 오후 시간인 덕분에 주차장은 고요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다만 출입구 통로 길은 오른편에 바싹 붙어 느슨한 걸음을 이어가야만 했다. 때마침 미로가 채팅창에 고정 답글을 올려놓았다.


'얘들아!!! 오른쪽 한번 봐볼래?'


곧바로 나는 주차장을 빠져나와 SMK 계집들에게 뒤통수를 보였다. 환호성이 들리는 걸 봐선 나를 미로로 착각한 모양이다.


"미로 오빠 저깄다!"


"잡아 잡아!"


컨벤션 구조가 독특해서 정말 다행이었다. 3층 남쪽 난간에서 2층 지상 도보 쪽으로 내려오려면 각진 초원 비탈길을 타야만 했다. 많은 인원으로 몰아치는 SMK 계집들에겐 악상성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적정한 템포를 유지한 채 북쪽 코스를 걸어갔다. 시선이 보이는 한에선 계집들의 의심을 사지 말아야 만 했다. 물론 시야에서 벗어나는 순간은 논외였다. 2층 남쪽 난간 길에 다다르자마자, 나는 있는 힘껏 직선으로 뻗은 코스를 맹렬하게 질주했다. 오른쪽으로 꺾는 부분 바로 앞에 컨벤션 센터로 들어가는 문이 위치해 있었다. 계집들이 가시권에 들어오기 전까지 100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돌파해야만 했다. 여기에 반대쪽 가시권까지 생각해 마지막에는 적정 템포로 돌아와 조심히 문을 열고 들어가야만 했다. 계집들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무더기로 나올 동안 나는 가까스로 2층 남자화장실에 들어와 겨우 몸을 숨겼다. 빈 대변 자리 하나에 몸을 기댄 순간 미로로부터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선배 따돌렸어요?'


'템포 잡느라 죽는 줄 알았어! 넌 지금 어디야?'


'저 1층 화장실이요 선배한테 땅 보내기 전까지 화장실 근처에서 은신하고 있었어요'


'언제 왔었대? 아무튼 무사히 들어왔어.'


'좋아요 ^^ 선배는 이제 거기서 가만히 있으면 돼요'


'계집들이 금세 꼬리를 잡지 않을까?'


'그건 걱정 마세요 다음에 비수를 꽂을 거니까요 ㅎㅎ'


잠시 뒤 2층으로 SMK 계집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따돌리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또다시 변기 커버에 앉아 SMK 채팅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해갔다. SMK 채팅은 폭주에 가깝게 치솟는 중이었다. 유나는 아예 손을 쓰지 못한 채 관망하는 꼴이었다.


작전이 생각보다 잘 긁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아직 방심하긴 이르다. 망할 계집들이 대놓고 남자 화장실로 쳐들어 올진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그저 숨죽인 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기다려야만 했다. 잠시 뒤, 미로가 또 다른 고정 답글을 달아놓았다.


'다들 2층에 있다니 놀라운걸? 이러다 잡히겠어 ㅠㅠ'


'뭐?'


뜨기 무섭게 2층은 SMK 계집들의 아우성으로 들끓었다. 직원들의 호통도 들렸으나 소용없었다. 계집들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미로를 찾는 데 정신이 나가 있었다.


몇 분 뒤, 남자 화장실 건너편으로 발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오빠 화장실에 들어간 거 아닐까?"


나는 살짝 움찔한 채 출입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변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러나 저 계집들이라면 금단의 영역마저 충분히 넘볼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침묵한 채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술래잡기잖아. 오빠가 그렇게 치사하게 굴겠어?"


"하지만 만약이라는 게 있잖아. 지금 우리가 샅샅이 돌아다녔는데도 오빠를 찾지 못했으니까."


계집들이 웅성대는 소리만 들어도 속이 뒤집어질 것만 같았다. 재잘거리는 소음과 서로의 상이한 대화들이 뒤죽박죽 섞여 화장실 이곳저곳에 공명했다. 나는 표정을 찡그린 채 양손으로 귀를 막는 지경에 이르렀다.


"야! 누구 한 명이 화장실로 냅다 들어갔다 나와볼래?"


'뭐라고?'


내가 질겁할 새도 없이 계집들은 방금 전 물음을 두고 얘기를 오갔다. 불안에 찬 나는 휴대폰을 꺼내 채팅창 상황을 둘러보았다. 이리저리 스크롤을 올렸다 내려보아도 미로의 답글은 헤드라인 이후로 감감무소식이었다. 그 후 나는 미로와의 개인 채팅방으로 들어가 자판을 두들겼다.


'야! 이러다 잡히겠어! 계집들 화장실로 침범하기 일보직전이라고!'


잠깐의 텀이 지나 미로로부터 작성 중이라는 상태창이 떴다.


'그럼 선배가 제게 신호를 주세요 그러면 제가 다음 작전으로 바로 넘어갈게요!'


'신호? 아까처럼 땅이라고 해도 돼?"


'네! 실은 저도 막 장소를 옮겨서 복잡한 건 마찬가지예요...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ㅠㅠ'


'미로야 서둘러야 돼 제발...'


답글을 쓰기 무섭게 화장실 유리문이 위잉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계집들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는 걸 봐선 누군가 문을 열었단 뜻이다.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가뜩이나 모자와 마스크를 쓰지 않아 내 정체를 아는 계집이 보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우광중 컨테이너에서 린치 당했던 그날, 유나 앞에 서있던 존재가 나란 걸 알게 되면 큰 충격에 빠질 것이다. 규리 그 망할 계집이 유나에게 당시 나에 대한 여론을 안 좋게 새겨놨기 때문이다. 저번 미로와의 대화가 아직까지도 생생했다.


'회장 계집이 당시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데?'


'좀 심각하다고 보면 돼요. 그, 저와 선유 선배나 고등학교 양아치들에게 성욕도 대준다고 떠들어대는 선동자라 했나? 아마 그랬을 거예요.'


듣기만 해도 기가 차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유나의 마음을 돌리기엔 이미 먼 길을 지난 뒤였다. 선동으로 이렇게 여론이 커질 줄 몰랐으니 말이다. 아무튼 여기서 들킬 순 없었다. 유나의 무력 앞에 나는 제대로 발언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장소는 화장실, SMK 계집이 찾아오기 전까지 발악할 방법은 존재했다. 나는 조심히 변기 뚜껑을 올린 뒤 교복 바지를 둘러싼 벨트를 풀어갔다.


"파이팅!"


"바깥쪽만 닫혀 있으니까 저쪽이겠지?"


"뿌우우웅!!!"


계집들이 놀랄 틈 따윈 없었다.


"뿌우우오! 뿌우우우! 뷔우웅! 뿌으우우우우우!!!"


나는 지금 절실함 속에 손방귀를 진짜 방귀처럼 속여야만 했다. 손등 바깥쪽에서 손가락 성장판 사이에 입을 갖다 불면 훅 새는 방귀소리가, 안쪽에서 똑같은 유형으로 입을 갖다 불면 짧게 끊어 뀌는 기똥찬 방귀 소리가 났다. 그 외에도 손등 중앙에서 입 오른쪽으로 새는 방귀소리와 팔 중앙에 입을 붙어 위쪽으로 새 나오는 날카로운 방귀소리까지 대변을 누는 듯한 얕은 기합 소리와 함께 연기에 집중했다. 마치 고된 설사에 고통받는 사람처럼 유려한 전개를 이끌어야만 했다.


"야, 아닌 것 같은데?"


"갑자기? 그러면 나보고..."


나는 손에 깍지를 낀 뒤 안쪽 좁은 부분에 입을 대며 화룡점정을 준비했다.


"쀼우욱!!!"


손깍지 낀 사이에서 작은 공명이 일어나 진짜 설사를 하는 것 같은 방귀소리마저 재현해냈다. 그 후 내게 가까이 다가오던 발소리가 조금씩 작게 들려왔다.


"니, 니니니니 네들이 가라고 했잖아! 꺄아악!"


한 계집의 비명은 화장실 바깥쪽으로 전염되었다. 곧이어 엄청난 발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거짓말같이 계집들의 말소리는 저 멀리 흩어졌다. 나는 조금씩 호흡 템포를 맞추며 반응에 경탄하는 중이었다.


"큰아버지, 몇 수 앞을 내다보신 겁니까?"


직전 손동작은 큰아버지가 내게 가르쳐줬던 기술이다. 화장실에서 치한의 위협을 받을 시 이 손동작을 이용해 배변에 고통받는 사람 연기를 하기 위함이었다. 어렸을 적 유괴를 당하지 않도록 배워온 거라 가볍게 넘어갈 지식이라 여겼던 내게 방금 상황은 너무도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나는 아예 변기에 앉아 대변을 보는 시늉을 했으나 기우에 그쳤다. 나는 다시 옷을 갖춰 입은 뒤 미로와의 채팅창에다 자판을 두들겼다.


'미로 너 어딨어?'


'선배 생각보다 오래 끄셨네요 ㄷㄷ 준비 다 됐어요!'


'아냐. 그냥 가도 될 것 같아. 수고 많았어.'


'네? 하지만 SMK 일원들이...'


'어차피 공원 수풀에 숨어있다가 근처 너네 집으로 도망칠 생각이었잖아. 내가 보기엔 SMK 계집들 너 절대 못 찾을 거야.'


미로는 잠깐 동안 답글을 멈추더니 작성 중이란 상태창을 오랫동안 방치해 두었다.


'그게 무슨 뜻이죠???'


'지금 계집들... 공황 상태에 빠져서 2층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거야. 빨리 집에 가. 그다음에 나한테 왔다고 문자 보내줘. 그래야 나도 계집들 눈치 안 보고 집에 갈 수 있어.'


'선배 아까부터 두서없이 무슨 소리예요? 제대로 얘기해주세요!!!'


'빨리 집부터 가. 여기서 머뭇거리면 이도 저도 안 되니까. 서둘러!'


우여곡절 끝에 미로는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내게 답장을 주었다. 컨벤션 2층은 적막한 분위기 속에 나 혼자만 사로잡힌 느낌이었다. 너무 정신이 없어 화장실 구석 스피커에서 클래식이 울려 퍼지는 줄도 모를 정도였다.


'오지게 망가졌네 진짜.'


나는 미로에게 자초지종을 명료하게 설명해갔다. 덕분에 작전은 유려하게 바뀌어 SMK 채팅창으로 그대로 스며들었다.


'얘들아 왜 안 찾아줘 ㅠㅠ 삐져서 집에 가버렸잖아'


아래에서 계집들의 북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1층을 집중적으로 수색한 모양이었다. 반응은 밑에서 들리는 것처럼 실망과 절규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나는 40여분이란 시간 끝에 이 좁은 화장실 한 칸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나는 몸에 힘이 쭉 빠진 채 화장실 문 손잡이를 당겼다.


"죽는 줄 알았네..."


나는 화장실을 나와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소란스러웠던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넓게 트인 복도는 텅텅 비어 있었다. 나는 들어왔던 출입문을 통해 2층 동쪽 난간에 발을 들였다. 무더위에 무심해질 정도로 몸이 냉랭해졌다. SMK 계집들이 영향권에 들어온 이상 지금의 나는 태천고의 잉여 학생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나는 남쪽 난간에 팔을 걸친 채 차들이 누비는 도로를 둘러보았다. 뭉게구름이 덩어리 진 채 태양을 가리자 도로 주변에 얕은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SMK 계집들, 금요일에 오기만 해 봐라. 이번엔 진짜 아세톤 분무기로 조져놓을 테다."


"그걸로 뭘 할 생각인데?"


"뭐냐고? 그 얄미운 얼굴에다 팍팍 분사할..."


나는 뒤늦게나마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파악했다. 목소리의 주인은 코웃음을 치며 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오랜만이네. 망할 오빠?"


"조은정!"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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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69. 가족 망쳐놓기 下 - 1 20.12.07 34 1 12쪽
69 68. 가족 망쳐놓기 上 - 8 20.11.30 29 1 11쪽
68 67. 가족 망쳐놓기 上 - 7 20.11.30 23 1 11쪽
67 66. 가족 망쳐놓기 上 - 6 20.11.24 26 1 13쪽
66 65. 가족 망쳐놓기 上 - 5 20.11.17 28 1 12쪽
65 64. 가족 망쳐놓기 上 - 4 20.11.10 29 1 11쪽
64 63. 가족 망쳐놓기 上 - 3 20.11.03 27 1 11쪽
63 62. 가족 망쳐놓기 上 - 2 20.10.27 40 1 11쪽
62 61. 가족 망쳐놓기 上 - 1 20.10.19 46 0 12쪽
61 60. 메마른 기억 - 7 20.09.18 35 0 12쪽
60 59. 메마른 기억 - 6 20.09.08 29 0 12쪽
59 58. 메마른 기억 - 5 20.08.31 29 0 11쪽
58 57. 메마른 기억 - 4 20.08.24 34 1 11쪽
57 56. 메마른 기억 - 3 20.08.19 28 0 11쪽
56 55. 메마른 기억 - 2 20.08.10 28 0 11쪽
55 54. 메마른 기억 - 1 20.08.03 28 0 11쪽
54 53.빛바랜 거울 - 7 20.07.27 36 0 13쪽
53 52. 빛바랜 거울 - 6 20.07.20 36 1 14쪽
52 51. 빛바랜 거울 - 5 +2 20.07.13 39 1 13쪽
51 50. 빛바랜 거울 - 4 20.07.06 37 0 12쪽
50 49. 빛바랜 거울 - 3 20.06.29 37 0 12쪽
49 48. 빛바랜 거울 - 2 20.06.25 36 0 12쪽
48 47. 빛바랜 거울 - 1 20.06.22 35 0 12쪽
47 46. 어긋난 조각 - 6 20.06.15 32 0 11쪽
46 45. 어긋난 조각 - 5 20.06.09 34 0 11쪽
45 44. 어긋난 조각 - 4 20.06.04 39 0 11쪽
44 43. 어긋난 조각 - 3 20.06.03 45 0 12쪽
43 42. 어긋난 조각 - 2 +1 20.05.20 37 2 11쪽
42 41. 어긋난 조각 - 1 20.05.15 31 0 13쪽
41 40. 마땅한 복수? - 5 20.05.13 3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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