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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or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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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or
작품등록일 :
2018.04.09 19:06
최근연재일 :
2018.05.17 21:07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33,448
추천수 :
65
글자수 :
471,948

작성
18.05.03 07:53
조회
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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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12화. 인간계 체험 下 - 1

DUMMY

“오오, 진짜 있습니다!”


풀숲을 해치고 나온 순백의 갑주를 걸친, 짧은 금발머리의 성기사는.


“잡상인한테 속아서 산거라 기대도 안했는데 말이죠.”


자신의 해골모양 목걸이를 잡아들고 나와 리아세스테에게 흔들어 보였다.


“진짜 악마를 만나게 해줄 줄은 몰랐습니다.”


도망가야 한다.


“아, 이거 제가 실례를 했습니다. 제 소개를 잊고 있었군요. 악마를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라 아무래도 조금 흥분을 한 모양입니다."


분명 이성은 그렇게 명령을 내리고 있다.


“제 이름은 홀텐 하이네로 타크. 검과 저울 기사단에 소속된 솔 나이트입니다. 기사단 내에서는.......”


하지만. 저 갑주 오른 가슴에 새겨진 태양신의 문장을 보자.......


“독(獨)기사 하이네라 불리고 있습니다.”


눈이 돌아버리고 말았다.



===============================


12화. 인간계 체험 - 下


===============================



올려본 하늘은 이제 완전히 붉어져, 지옥의 정취를 다시금 돌아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어쩌죠? 기다릴까요?”


같이 온 안제루즈님과 다른 수계자들은 다른 곳에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는 희미한 저 마기는....... 인간계에 있는 다른 악마?


“일단은 도망.......”


아니, 도망가는 건 의미가 없다.

어차피 약의 효과가 떨어져 이 대륙 안에서는 감시탑의 감시를 피할 수 없다.

게다가 리아세스테도 오래 달리지를 못하고.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그 마기가 여기까지 오는 걸 앉아서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남은 선택은 한 가지.


“이리로.”


리아세스테의 팔을 붙들고 발을 옮겼다. 이 주변에 있다.

동생과 숨박꼭질 놀이를 할 때 내가 자주 숨던 덤불숲이.


“가, 가까워요!”


리아세스테의 목소리에 점점 걸음이 빨라진다.

이쪽도 멀지 않았다.

정확히 내 위치를 알고 쫓아오고 있는 게 아니라면....... 저 앞, 빽빽이 늘어선 덤불숲 속에 숨어있는 우리를 찾지 못 할 것이다.


“로제에스테님?”


덤불숲이 바로 눈 앞.

앞으로 한 열 걸음 정도?

늦지 않을 수 있다. 늦지 않을 수 있다.


“저 쪽이요!”


하고 너무나 정확히 귀에 들려온 부스럭하는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

덤불숲을 불과 서너 걸음 앞에 두고.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


“오오! 진짜 있습니다!”


.

.

.


생각. 이란 것을 할 겨를도 없이 몸이 먼저 쏘아져 나갔다.

이미 이성이란 것은 갈기갈기 찢겨 흩날려 머릿속에는 태양신의 문장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것 참, 성질도 급하십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면 손에 잡힐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 순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벽에라도 부딪힌 듯 안면에 큰 충격을 받으며 튕겨나가 넘어지고 말았다.


“로제에스테님!”


땅을 붙들고 바로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정신을 차리곤 다시 눈을 떠 잘 살펴보았지만 저 성기사의 주위로는 역시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건 뭐 짐승과도 같군요. 악마들은 좀 더 고고한 존재라고 배웠는데 말이죠. 그리고.......”


성기사의 손이 나를 향했다. 위험한 느낌이 들어 일어나 도망가려 했지만.


“모든 일에는 순서라는 게 있는 겁니다.”


몸이. 마치 튼튼한 밧줄로 꽁꽁 묶인 마냥 일어나려던 자세 그대로 굳어 움직이질 않는다.


“당신은 나중.”


겨우 움직일 수 있는 건 목과 눈동자뿐.


“쓸데없는 데 힘쓰지 마시고 조금 쉬고 계시죠. 제 성술은 기사단 내 최고입니다, 그 봉인은 제가 풀기 전에는 절대 풀리지 않을 겁니다.”


개소리 집어치우고 이거 풀어! 라고 외치려 했으나 목소리도 나오지를 않는다.


“뭐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처음은 당신입니다. 레이디.”


라는 말과 함께 날 지나쳐 리아세스테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는 성기사.

리아세스테 도망가! 라고 외쳐보지만 소리 없는 외침일 뿐이다.

고개를 있는 힘껏 돌려 겨우 볼 수 있었던 리아세스테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아, 중요한 걸 잊을 뻔 했군요.”


잠깐 걸음을 멈춘 성기사가 허리춤에서 뽑아든 것은 작고 두꺼운 파란색 막대.

그 막대를 바닥에 내려꽂자 큰 소리와 함께 막대의 윗부분에서부터 하늘을 향해 한줄기의 빛무리가 터져 올라갔다.


“자, 이제 두 악마 분들은 제 소유입니다. 어떻게 만난 악마인데 다른 녀석들에게 빼앗길 수는 없죠.”


다시 리아세스테를 향해 걸음을 시작하는 성기사.

제, 젠장. 성기사의 등에 가려 리아세스테의 모습이 보이질 않아 입술이 바짝바짝 마른다.


“오, 오지마!”


리아세스테의 절박함 가득한 목소리와 함께 들려온 커다란 파열음. 그리고 후끈 다가서는 열기.


“오지 마 라니요. 그런 말을 하시면 안 되죠. 악마들이 보기에 우리 인간들은 하찮고 연약한 존재 아니였습니까?”


똑똑히 보았다.

성기사의 앞으로 반원형의 보이지 않는 벽이 성기사를 향해 날아온 불덩이를 막아내는 것을.


“게다가 마법이라니요. 마법은 우리 인간들이 만든 것. 같은 인간끼리의 전쟁은 이미 질리도록 겪은 우리들에게 그 정도 수준의 마법이 아직도 통용될 거라 생각하신 겁니까?”


다시 또 한 걸음 한걸음 리아세스테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하는 성기사.


“다른 건 없습니까? 설마 이게 끝?”


이제는 성기사도 리아세스테도 완전히 시야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절그덕 절그덕 하던 성기사의 부츠 소리가 멈췄다는 것. 그리고.


“매년 이맘때 쯤 단체로 넘어오는 악마들은 다들 기본이 아크데몬 급 이상은 된다고 들었습니다만, 잘못 된 정보였나 봅니다.”


우득. 하고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비명을 지르지 않는 건 자존심 때문인 겁니까?”


한 번 더 들려온 같은 소리. 그리고 그 사이로 듣고 말았다.

있는 힘껏 참아내었지만 결국 새어나오고 만 것이 분명한.

리아세스테의 신음 소리.


“실망입니다.”


그 후로 이어지는 차이고 부러지는 불쾌한 소리의 연속.

악 문 이에서 피가 흘러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일어나서는 안 될 장면만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오른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이 뛴다.

하지만 아무리 팔이 뜯어질 듯 힘을 줘도....... 몸은 움직일 기미조차 보이지를 않는다.


“.......?”


시간이라도 멈춘 듯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급작스런 침묵.

그 침묵에 순간 나도 모르게 팔에 주던 힘이 풀렸고.


“그 쪽은....... 조금 다르겠지요?”


무너지듯 한쪽으로 무게가 쏠리며 쓰러지고 말았다.

몸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인지하기도 전.

내 눈은 볼 수 없었던 뒤를 향했고


“15년 동안의 제 수행이 무의미한 게 아니었다는 걸.......”


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다.


“.......증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성기사의 다리 뒤로 얼핏 보인

바닥 위 힘없이 늘어진 리아세스테의 팔에서


“.......”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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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화. 인간계 체험 下 - 1 18.05.03 368 0 7쪽
48 11화. 인간계 체험 上 - 4, After 18.05.02 350 0 18쪽
47 11화. 인간계 체험 上 - 3 18.05.02 351 0 10쪽
46 11화. 인간계 체험 上 - 2 18.05.01 356 0 11쪽
45 11화. 인간계 체험 上 - 1 18.05.01 359 0 13쪽
44 10화. 2차 각성 - 4, After 18.04.30 383 0 19쪽
43 10화. 2차 각성 - 3 18.04.30 364 0 19쪽
42 10화. 2차 각성 - 2 18.04.29 360 0 20쪽
41 10화. 2차 각성 - 1 18.04.29 366 0 17쪽
40 9화. 죄와 유체 - 5, After 18.04.28 362 1 19쪽
39 9화. 죄와 유체 - 4 18.04.28 364 0 10쪽
38 9화. 죄와 유체 - 3 18.04.27 370 0 16쪽
37 9화. 죄와 유체 - 2 18.04.27 369 0 16쪽
36 9화. 죄와 유체 - 1 18.04.26 365 0 11쪽
35 8화. 악마의 눈물 - 5, After 18.04.26 368 0 21쪽
34 8화. 악마의 눈물 - 4 18.04.25 368 0 17쪽
33 8화. 악마의 눈물 - 3 18.04.25 366 0 17쪽
32 8화. 악마의 눈물 - 2 18.04.24 376 0 21쪽
31 8화. 악마의 눈물 - 1 18.04.24 367 0 7쪽
30 7화. 서열전쟁 - 6, After 18.04.23 366 1 14쪽
29 7화. 서열전쟁 - 5 18.04.23 371 0 8쪽
28 7화. 서열전쟁 - 4 18.04.22 372 0 9쪽
27 7화. 서열전쟁 - 3 18.04.22 366 0 11쪽
26 7화. 서열전쟁 - 2 18.04.21 358 0 17쪽
25 7화. 서열전쟁 - 1 18.04.21 371 0 10쪽
24 6화. 에스테 회의 - 3, After 18.04.20 382 0 13쪽
23 6화. 에스테 회의 - 2 18.04.19 389 0 23쪽
22 6화. 에스테 회의 - 1 18.04.19 395 0 12쪽
21 5화. 로제니악 - 3, After 18.04.18 390 1 23쪽
20 5화. 로제니악 - 2 18.04.18 38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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