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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or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 만들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expressor
작품등록일 :
2018.04.09 19:06
최근연재일 :
2018.05.17 21:07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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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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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글자수 :
47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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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2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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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8화. 악마의 눈물 - 4

DUMMY

매일 밤, 일정 시간이 되면 하늘 저편에서부터 거대한 어둠이 몰려와 일정 시간 지옥을 뒤덮는다.

범람이라 불리는 기현상이다.

이 현상을 처음 인지 한 것은 베스파로제님의 성에서 쉬고 있을 때였다.

아마 덴에 있었을 때도 범람은 있었을 거라 생각되지만 덴은 아무래도 빛 자체가 잘 없는 곳이었으니까.


그때는 갑자기 횃불의 빛들이 모두 사라지고 주위가 온통 어둠에 휩싸여 공황상태에 빠졌었다.

물론 그냥 주위의 불이 모두 꺼진 거라면 그렇게까지 당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상당히 기괴한 것이 예를 들면 횃불을 보면 분명 흔들리고 있는 것이 불은 붙어있는데 빛만 나오지 않는다는 식으로 모든 것이 이상했다.

그렇게 공황상태에 빠져있는 날 일으켜 세운 베스파로제님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이 어둠의 정체를 설명해 주셨다.

바로 천계의 정기적인 지옥 정찰의 영향이라는 것.


나도 범람이라는 이름에 깜빡 속아 당연히 어둠이 범람하여 범람이라 부르는 거 겠구나 했었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어둠이 주위를 뒤덮은 것이 아니라, 천계에서 지옥에 펼쳐져 있는 빛을 일시에 빨아들여 그 흔적을 읽고 지옥을 정찰하는 것이라는 것.

지금은 잠시 가라앉은 것일 뿐,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천계와 지옥은 끊임없는 전쟁이 계속 되고 있었다고 하니 이런 행위도 이해가 안 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상적인 일일뿐이라는 베스파로제님의 태도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 거라면 이런 행위를 하는 걸 그냥 두고 보고만 있어도 되는 거야?

뭐, 그 때 이후로 몇 번의 범람을 더 본 후로는 나 역시 익숙해져버려 이제는 일어나는 둥 마는 둥 별로 신경도 쓰이지 않지만....... 이렇게 또 밖에서 어둠이 와 닿기가 무섭게 하나 둘 씩 꺼져가는 탑의 불들을 보니 괜스레 생소하게 느껴져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하다.


“로제에스테, 로제에스테!”


“으, 응?”


“정신 차려. 들어가자.”


.

.

.


끼이익. 하고 탑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벽과 천장을 타고 웅웅 울려올 정도로 탑의 내부는 조용했다.

앞서가는 테르에스테를 따라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따라가려 했으나 발자국 소리가 나는 건 막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 시간에 론니악에는 악마들이 없다는 것.

물론 나는 이에는 데모테르님도 포함된다 생각해, 계실 리가 없잖느냐 하고 묻기도 하였으나 테르에스테는 데모테르님은 자신의 성은 버려두고 연구실에서 살다시피 하신다는 대답으로 일축했다.


“악!”


계단에 발을 찧었다.

더 큰 소리가 날 뻔한 걸 억지로 입을 틀어막아 참아내는 게 한계.

어두우니 계단을 올라가는 게 제일 고생이다.

물론 그렇다고 범람이 왔다고 해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어두워진다는 것은 아니다.

조금만 익숙해지면 주위를 더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걸어 다닐 만 하달까....... 계단만 아니면 말이지.


“쉬-잇.”


앞서가던 테르에스테의 발걸음이 멈췄다.

입에 검지 손가락을 가져다대며 눈짓으로 신호를 주는 테르에스테.

조심스레 심호흡을 한번 하고 준비완료의 신호를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르르 열리는 연구실의 문.


“음? 이 시간에 누군가?”


바로 들려오는 데모테르님의 목소리.


“흠흠.”


아아, 순간 긴장이 되어 숨이라도 막힌 듯 말이 나오질 않는다.

도와달라는 뜻으로 슬쩍 뒤를 돌아보니 테르에스테는 ‘대체 뭐하는 거야!’ 라는 게 역력히 드러나는 얼굴을 하고 고개를 좌우로 저어 보일 뿐이다.


“흐, 흠. 연구실의 운영은....... 크흠, 잘 되어가고 있는지 확인 차....... 잠깐 들렸네.”


.....,.망했다.

완전히 긴장해 혀가 굳어 목소리도 떨렸을 뿐더러 더듬거리기까지 하고 말았다.

볼 것도 없지. 들통 날 게 뻔하다.

그냥 도망가는 게 어떠냐고 손짓해 보냈지만 테르에스테는 여전히 고개를 가로저어 대답해 올 뿐이다.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러내린다.


“허허, 이거 제가 에네스님을 못 알아 뵙고 실수를 했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밤눈이 어두워서 말이지요. 어서 들어오시죠.”


.......눈치 채지 못했다? 씨익 미소를 짓고 있는 테르에스테.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약의 효과가 있었다는 거겠지.

내가 데모테르님을 따라 연구실 안으로 들어서자 테르에스테는 바로 뒤따라 들어와 구석진 곳에 몸을 숨겼다.

데모테르님이 테르에스테가 뒤를 따라 연구실에 들어왔다는 걸 눈치 챈 기색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

테르에스테의 말대로 마기탐지를 방해하는 약이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이쪽 어딘가에 의자가 있을 겁니다. 앉으시지요. 이거 뭐라도 대접해 드려야 할 텐데 하필이면 범람중인지라,”


“아, 아니네. 괜찮네.”


약이 효과가 있다는 걸 알아서 일까?

조금씩 용기가 생기는 듯하다.

여유롭게 데모테르님이 말한 곳 주변에 있는 의자로 다가가 엉덩이를 붙였다.


“그 사이 취향이 많이 바뀌셨나 보지요? 저번에 오셨을 때는 손님에 대한 정성이 없다느니 그렇게 역정을 내 놓으시고는.”


이라는 데모테르님의 말에 뜨끔.

뭐야, 에네스님은 그런 말을 하실 악마가 아니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성격 안 좋은 거 아냐?

아아, 그보다 일단은 말을 돌려야.......


“연구실 운영에 뭐 부족한 거나 더 필요한 건 없는가?”


“부족한 거나 더 필요한 거라....... 지금은 딱히 없는 것 같습니다만.”


다행이다. 일단은 어찌어찌 잘 넘어간 듯하다.

나도 모르게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슬쩍 돌아보니 테르에스테는 무언가 거대한 것을 품에 안아 들고서 성공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렇게 큰 게 사라지면 눈치 채실 법 하다만.......

뭐, 테르에스테가 데모테르님은 그리 기억력이 좋지 않다고 자신 있게 얘기했으니. 상관없겠지.


좋아, 그렇다면 이제 그럼 됐다고 둘러대도 돌아가기만 하면 상황 끝.

아아, 다행이다.

여기서 더 뭐라도 일이 틀어졌으면 정말이지 수명이 10년은커녕 20년은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보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그 인간 건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인간?

쓸데없는 말은 그만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저쪽에서 테르에스테가 몹시 당황해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손짓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으며, 범람이 끝날 시간이 다되어 간다는 것도 알고 있다.


“전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베스파로제의 수계자.”


알고 있지만. 더 들어야 한다는 충동이 일어 자리를 뜰 수가 없다.


“제 에스티가 아무래도 그 계승자의 피를 눈치채버린 것 같아서 말이죠. 일단 대충 둘러대기는 했습니다만. 다른 악마들이 눈치 채고 손대기 전에 차라리 이쪽에서 먼저........”


순간, 몸이 한쪽으로 쏠리며 의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깜짝 놀라 올려 본 곳에 있는 건 넘어진 내 양팔을 붙들고 있는 테르에스테.

그리고 멀리서부터 돌아오기 시작하는 불빛들.

그리고....... 무너져 내리는 듯한 나를 포함한 주위의 모든 것들.


“멍청아! 거기서 왜 바보같이 가만히.......”


이곳은....... 테르에스테의 실험실이다.


“.......”


“너는 바보처럼 멍하니 서있고, 범람은 끝나가고. 어쩔 수 없잖아! 공간이동을 하는 수밖에!”


아, 공간이동을 한 건가.

이상하게 머릿속이 탁해 테르에스테의 말이 잘 들어오질 않는다.


“정말....... 내 공간이동은 아직 미숙해서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추적해 오실 수 있을 텐데. 어떡할 거야!”


눈앞이 몽롱하고 어지럽다.

테르에스테의 말이 전부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내가 잘못을 했다는 건 알고 있다.


“미안.”


“나 참, 뭐 지금까지 안 쫓아오시는 걸 보면 다행히 걸리지는 않은 것 같으니까. 그건 됐고 자.”


하고 테르에스테가 뒤돌아 가리킨 것은 바닥에 놓인 거대한 모래시계 모양의 유리병이다.


“공간이동 해오는 중에 조금 흠집이 난 것 같지만....... 문제없어. 내일 아침까지 약을 만들어 놓을 테니 와서 찾아가.”


“응, 고마워.”


현기증이 난 것처럼 머리가 쑤시고 속이 매스껍다.

아까 너무 긴장을 해 그런 걸까?

아니면 아까 먹은 그 약의 부작용?

잘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한시라도 빨리 드러누워 자고 싶다는 마음 뿐.


“그럼 난 이만.”


“잠깐만, 로제에스테. 너 안색이 안 좋은데....... 괜찮은 거야?”


“응, 조금 피곤해서 그래.”


라고 대충 둘러대고 테르에스테의 실험실을 빠져나왔다.

힘이라도 풀린 듯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억지로 잡아끌고 옆방의 문을 열어 베스파로제님의 성으로 돌아왔다.

세르에스테는....... 내 이불을 껴안은 채 먼저 잠들어 있었다.

세르에스테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그 옆으로 가 누웠다.


“.......”


이상하다. 바로 잠들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지러운 가운데에도 또렷이 머릿속에 자리 잡은 데모테르님과의 대화 중 머릿속에 떠오른 한 장면.

아버지의 모습과 그 옆에 서있는 나.

그리고 내게 무언가를 얘기해 주시는 아버지.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그 말의 내용이 기억나질 않는다.


.

.

.


내 인생 17년. 그렇게 오래 살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 짧은 세월 중에서도 아무리 애를 써도 전혀 기억나지 않는 하나의 편린이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기 때의 기억은 아니다.

어렸을 적의 아버지와의 기억.


아버지의 무덤이 발견 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오고 집안이 침울에 잠겨 있을 때였다.

어머니와의 이야기 중 내가 어렸을 때, 그것도 불과 아버지가 집을 나가기 전인 10년 전 쯤에, 나는 항상 여동생은 뒷전이고 아버지 옆에 붙어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와 크게 놀란 적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지와의 그런 기억이 통째로 없었기 때문이다.


7살 때는 물론이고 여섯 살 때, 그리고 다섯 살 때의 기억도 다소 가물거리기는 하지만 분명히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기억 가운데 아버지와 있던 기억만 일부러 골라낸 것 마냥 없었다.

당연히 질 나쁜 농담 또는 상실감이 크셨던 어머니가 남기신 실언 정도였을 거라 치부하고 넘어갔었다.

하지만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는 그 장면.

혹시 그게 내가 잊고 있던 기억의 일부가 아닐지.......


“........”


결국 잠에 들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만 어느새 곯아떨어졌는지 어제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무리를 했었기에 그런 걸 까? 온몸이 뻑적지근하다.

그나마 다행인건 그렇게 어지럽고 몽롱하던 머리가 다 거짓말이었다는 것 마냥 말끔히 나아졌다는 것.


아직 내 옆에서 세르에스테가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게 푹 오래 잠에 들어 있던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괜스레 부스럭 거리다 세르에스테를 깨우느니 한 숨 더 잘까 고민하다 차라리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만 뒀다.

어차피 오늘도 세르에스테를 두고 테르에스테에게 약을 받으러 가야하니 말이다.

그렇게 마음을 먹었으니 남은 건 행동으로 옮기는 것 뿐.

세르에스테가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몸을 일으키고 그대로 창문을 열어 넘었다.


.

.

.


“으으...... 진짜 아침에 오라고 했다고 이렇게 일찍 오다니”


굉장히 피곤해 보이는 테르에스테의 얼굴.

무리를 시킨 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 걱정이 조금 피어오른다.


“뭐야, 그 얼굴은. 괜찮아. 나도 악마. 약속한 건 철저하게 지킨다고!”


라며 테르에스테가 엉망으로 어지럽혀져있는 책상에서 집어든 건 하얀 액체가 가득 들어있는 유리용기.


“도구만 있다면 이 정도 약을 만드는 건 식은 죽 먹기지.”


후훗, 하며 가슴을 쫙 펴고 코를 높이 세우는 테르에스테의 모습이 우스워 나도 모르게 피식 하고 웃고 말았다.


“뭐, 뭐야! 거짓말 같다는 거야? 만드는 과정을 보여줘야 믿겠어?”


“아, 아냐 아냐. 미안.”


“흐음. 아, 그래. 하던 얘기를 마저 하자면....... 이 약을 먹으면 상대 악마는 효과는 그리 길지 않겠지만 분명 일시적으로 인간의 감정을 갖게 될 거야.”


사실 잘 안됐다느니 라며 변명을 댈 거라 예상했었기에 이렇게 솔직하게 나오니 오히려 또 믿음직스럽기까지 하다.


“다만.”


잠깐. 다만? 지금 이 대화. 전에도 똑같이 했었던 것 같은 기억이.......


“사실 나도 이런 류의 약을 만드는 건 처음이라서 말이야. 농도를 얼마나 짙게 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


바로 가져가 세르에스테에게 주면 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뭔가 또 불길한 예감이 오기 시작했다.


“효과가 부족할 수도, 과할 수도 있으니 말이지. 일단 아무나 한번 다른 악마에게 실험을 해 볼 필요가 있어.”


아아, 난 또 뭐라고.

그리고 실험이라면.......


“나? 안 돼, 안 돼. 내가 말했잖아. 난 대부분의 독에 내성이 있다고.”


“.......독?”


“아, 아냐, 아냐! 말이 그렇다는 거지. 어쨌든 나를 실험상대로 하는 건 조금 무리가 있다는 건 사실이야.”


저렇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 점점 저 손에 든 약이 더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자! 부탁해.”


라고 억지로 내게 유리용기를 넘겨준 테르에스테는 등을 떠밀어 쫓아내듯 나를 내보냈다.


“........”


뭔가 또 일이 엄청나게 꼬인 것 같은데.

그냥 이대로 어떻게 되든 세르에스테에게 갖다 줘 버릴까도 고민했지만....... 그건 아무래도 위험하겠지.


“이 약, 정말 위험하고 그런 건 아니지?”


라고 문 밖에서 테르에스테에게 되물었다.

하는 수 없지. 아는 악마에게 약의 실험을 부탁한다는 게 조금 껄끄럽긴 하다만.


“응응! 그건 내가 책임질 수 있어!”


라고 문 앞에서 돌아온 대답.

별 수 없지. 아무래도 찜찜한 건 어쩔 수 없지만....... 테르에스테를 믿고 다른 악마에게 약의 실험을 부탁하는 수밖에.

일단 라니악에 가서 리아세스테에게 부탁을 해봐야겠다 마음먹고 걸음을 옮겼다.


.

.

.


로제니악의 문 앞.

조심스레 문을 살짝 열고 주위를 두리번 살펴보았지만 다행이도 주변에 게르틴님은 안 계신 듯하다.

언제까지 이렇게 조심하며 다녀야 하나 생각하니 저절로 한숨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론니악이 완전히 다 복구되기 전까지는 최대한 조심하는 수밖에....... 그보다 리아세스테, 라니악에 있겠지?


“어! 로제에스테님?”


아, 이 목소리는.......


“다 들었어요! 란세르님의 영혼석을 받으셨다고.”


루나에스테다.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얼굴 가득 만연한 미소를 띠고 있다.

아니, 그보다 그 얘기는 또 어디서 들은 거야.


“자, 여기요.”


라며 나를 향해 양 팔을 펼쳐 보이는 루나에스테.

뭐, 뭘 어쩌라는 거지?


“그 파랗게 변한 오른팔의 방출. 한 번도 안 써보지 않으셨나요? 제가 맞아드릴게요. 자.”


라며 루나에스테는 기대감 가득 찬 얼굴로 눈을 감았다.

뭐가 그리 신나서 싱글벙글인가 했더니 이걸 기대하고.......

자고 일어나 조금이나마 상쾌했던 기분이 통째로 날아가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방출은 아직 좀 그렇고....... 부탁할 게 하나 있는데.”


“부탁이요?”


“이 약,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한번 먹어봐 줄래?”


왠지, 루나에스테라면 아무 생각 없이 덥썩 먹어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네, 얼마든지요~”


라면서 루나에스테는 오히려 내가 당황해 어쩌나 하는 사이 손에서 약병을 낚아채 단숨에 들이켰다.


“어, 어어.......”


저, 저거 저래도 되는 건가? 괜찮은 건가?


“어머, 이거 맛있네요? 대체 무슨 약.......”


으음?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몸을 숙이고 부들부들 떠는 루나에스테.

무슨 일이지? 부작용이라도 오는 건가? 일단 테르에스테를 불러서........


“하으으.......”


가냘프게 울리는 목소리와 그 붉은 피부위로도 분명히 알 수 있는 상기된 볼.

부들부들 떨리는 입술, 반쯤 풀린 동공.

뭐, 뭐지?


“로제에스테님.......”


라면서 루나에스테가 갑자기 내게 안겨와 얼떨결에 받아 들고 말았다.


“몸이....... 뜨거워요.......”


루나에스테의 말대로 맞닿은 피부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놀라고 말았다.

엇갈린 머리 사이, 내 귓가에 와 닿는 루나에스테의 뜨거운 숨결.


“아아, 더는 못 버티겠어요.”


라는 말과 함께 툭 하는 소리가 들려 슬쩍 고개를 내려 봤더니 어디선 가 많이 본 것이 떨어져 있었다. 가 아니라 저거 루나에스테의 옷.......


“아아, 로제에스테님.......”


옷 위임에도 분명하게 느껴지는 그 뭉클한 느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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