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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or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 만들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expressor
작품등록일 :
2018.04.09 19:06
최근연재일 :
2018.05.17 21:07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33,467
추천수 :
65
글자수 :
471,948

작성
18.04.2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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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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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8화. 악마의 눈물 - 3

DUMMY

[...악마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완벽하게 소환의식을 준비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앞에서 몇 번이나 기술하였지만 소환한 악마를 잘 통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또 중요하기 때문이다...]


음, 이건 나도 베스파로제님을 소환했을 때 봤던 그 검은 마법서에서도 본 내용이다.

물론 알고는 있었지만 그 결과는....... 아, 아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다.


[...최초로 악마에 대해 기술한 해그놀리아라는 책에서는 악마의 감정을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신은 태초에 세 개의 세상을 만들고 하나는 천계, 하나는 인간계, 하나는 지옥이라 이름 붙였으며 천계의 천사들에게는 선한 마음만을, 지옥의 악마들에게는 악한 마음만을, 그리고 가장 사랑한 인간들에게는 선한마음과 악한마음 둘 모두를 주었다. 라고..]


천사에겐 선한마음, 악마에겐 악한마음, 인간에겐 둘 모두라....... 그럴 듯하게 들리긴 한다.


[...천사는 어떻게 만나본 적도 없다만, 악마 같은 경우에는 약 100여구의 악마를 분석해본 결과 해그놀리아의 내용이 꽤나 신빙성 있는 얘기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100여구라니, 이 책의 저자는 엄청난 소환사가 아니었을 까 생각해본다.

아니면 엄청난 거짓말쟁이거나.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악마는, 아니 대부분의 악마는 몇 가지 감정에 있어 확실한 결핍 또는 부재를 보였다. 실험으로 알아낸 것은 대표적 선한 감정인 사랑, 희망, 용기, 절제. 사실은 한번 시작해본 연구, 끝을 내보고 싶었지만 피험체들이 견디지를 못해 더는 무리였다...]


악마가 견디질 못할 실험이라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리고 위의 선한 감정이 없다는 것은 악한감정과 선한감정이 만날 때 생기는 감정표현인 눈물 방탕 자비와 같은 것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건 별개의 얘기지만 기쁨이란 감정을 악마가 가지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그렇게 보면 천사는 웃음기가 전혀 없는 존재가 아닐까 예상도 가능하다. 참고로 앞에 ‘대부분의’ 악마라고 제한을 둔 것은 내 제자로 있는 악마인...]


“로제에스테님? 뭘 그렇게 열심히......”


“으, 응? 아, 아냐 아무것도”


왠지는 모르겠지만 본능적으로 책을 뒤로 숨기고 말았다.

여, 역시나 같은 악마를 가지고 실험을 했다느니 하는 책은 기분 나빠 하겠지?


“뭔데요? 굉장히 골똘히 보시던데.......”


“으아! 아니 그보다 잠깐 볼일이 생각나서 말이야. 리아세스테, 잠깐만 세르에스테를 부탁해!”


“네? 로제에스테님?”


그렇게 무슨 일이냐는 얼굴로 나를 붙드는 리아세스테와 굉장히 당황한 얼굴을 한 세르에스테를 남겨놓고 다짜고짜 서재를 빠져나왔다.

얼렁뚱땅 막무가내로 빠져나왔다만....... 차라리 잘된 일이다.

이렇게 혼자 나올 기회가 필요하긴 했었고.


게다가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었다만 그래도 어느 정도 필요한 내용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응? 그러고 보니 얼떨결에 책을 들고 나왔다.

뭐, 나중에 가져다 꽂아놓으면 되겠지.

그보다 어떻게 얻은 귀중한 시간이다.

늦는다고 둘이 나를 찾기 전에 어서 움직여야.......


.

.

.


“로제에스테? 무슨 일이야?”


얼굴의 반은 웃고 있지만 반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테르에스테.

그리고 뭐야, 그 한숨은!

게르틴님께 안 들키게 여기까지 온다고 고생한 건 나라고!


“아, 그. 아까 얘기했던 부탁할 거 말이야.”


“오, 그거? 봐, 내가 말했지? 부탁할 일이 분명 생길 거라고.”


라며 테르에스테는 이제야 씨익하고 웃어 보였다.

속이 훤히 보이는 녀석이다.


“그래, 그래서 부탁할게 뭔데?”


“음, 그러니까.......”


여기까지 온 주제에 뭘 또 망설이는 건지 나는.


“그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선한 감정을 가질 수 있는 약을.......”


“으응? 선한감정? 그게 무슨 말이야?”


“그게, 그러니까.......”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횡설수설 여러 가지 얘기를 테르에스테에게 꺼내 놓았다.

녀석은 녀석 나름대로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거나 혀를 내두르며 인상을 써 보이거나 하며 얘기에 반응을 보여줬지만....... 더 부끄럽기만 할 뿐이다.


“호오, 그러니까 세르에스테가 한번 크게 울고 마음의 무게를 좀 덜었으면 좋겠다. 라는 말 맞지?”


그 말이 맞음에도 이렇게 적나라하게 정리된 말로 들으니까 엄청 부끄럽다.

그래도 일단 대답은 해야 하기에 고개를 끄덕.


“하, 이것도 참 인간다운 쓸데없는 참견이랄까.......”


.......응?


“지, 지금 뭐라고.......”


“아! 그, 그게. 그러니까 데모테르님께 들은....... 아, 아니! 어쨌든 비밀로 할 테니까!”


오히려 내가 놀란 것의 배 이상으로 놀라는 테르에스테.

하지만 이제 다른 악마가 내 정체를 안 것 정도로는 그리 놀랍지도 않다.


“크, 크흠. 어쨌든 그보다 말이야. 그 선한감정 악한감정이라는 말. 어디서 들은 거야? 그런식으로 악마의 심리를 분석한 내용은 나도 처음 들어서 말이지.”


“아, 그게.......”


들고 있던 책을 테르에스테에게 보여 줬다.


“혹시 악마강령개론?”


“맞아!”


한 번에 맞추다니.

이 책, 그렇게 유명한 책인가?


“헤에, 진귀한 책을 갖고 있구나?”


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빛을 내는 테르에스테.

한번 보고 싶다....... 라고 해석해도 되는 거겠지?

의도한 건 아니지만 책을 들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 여기. 한번 봐 볼래?”


“아냐 됐어. 본 걸 걸렸다간 에네스님께 소멸당해 버릴지도 모르거든.”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응? 몰랐어? 악마강령개론. 지옥의 5대 금서 중 하나잖아. 그 책을 쓴........ 누구더라? 리, 리나.......”


“리나텔로 아센트?”


“아아, 그래. 리나텔로 아센트. 그 미치광이 마법사는 악마가 피해야 할 두 종류의 인간 중 하나라서 말이야. 또 다른 하나는 영....... 아, 아니 그건 별로 신경 쓸게 아니고.”


악마가 피해야 할 두 종류의 인간?

대체 뭐야 그건 또.


“어, 어쨌든 그 책의 저자. 몇십 년 동안 수백, 아니 수천의 악마를 소환해 책을 쓰기위한 연구네 뭐네 하면서 소멸하기 직전까지, 아니 몇몇은 소멸할 때까지 이것저것 실험을 한 악마보다 더 악마같은 녀석으로 유명해서.......”


잠깐, 그럼 이 책의 그 수백여구의 악마를 실험했다는 것도 거짓말이 아니라는 게.......


“한때는 상위서열 악마들이 직접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고 하더라고. 뭐, 중요한건 그 책은 우리 악마들의 피로 쓴 책이나 마찬가지라는 거지. 이제 왜 금서인지 알겠어?”


알았다는 의미로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책을 바로 다시 등 뒤로 숨겼다.

큰일 날 뻔 했다. 아니, 이미 큰일 난 걸지도.


“뭐, 어디서 난 책인지는 모르겠지만 잘 숨겨놔. 혹여나 에네스님께는 절대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 그런 데에 굉장히 민감하신 분이니까. 실수로 생각이라도 읽히는 날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표정으로 인상을 쓰며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 테르에스테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등이 식은땀으로 흥건하게 젖고 말았다.


“뭐, 어쨌든 그건 그거고. 본론으로 넘어가자면.”


그건 그거라고 간단히 넘어갈 문제가 아닌 것 같다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충분히 가능해. 물론 그 선한감정이란 것만을 집어넣는 건 무리지만, 일시적으로 인간의 감정을 갖게 하는 건 할 수 있어.”


라고 의외로 담담하게 말해오는 테르에스테.

사실 머릿속은 금서에 관한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만....... 그래도 저리 당당하게 말해오니 뭔가 믿음직스럽기까지 하다.


“다만.......”


다만?


“이게 원리가 유체에서 감정의 집합을 직접 흡입해내 흩어져 버리기 전에 농축해 약을 만드는 건데 말이야. 유체 정도야 말만하면 언제든지 론니악에서 구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 감정의 집합체를 직접 흡입해낼 도구가 데모테르님의 연구실에 있어서 말이지.......”


“그런 거라면 내가 가서 빌려 달라 말씀 드리면.......”


“로제에스테. 너 내가 왜 데모테르님의 연구실을 안 쓰고 따로 여기 로제니악에 실험실을 만들어 쓰고 있는 건지 궁금하지도 않았어?”


사실은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만....... 듣고 보니 조금 이상한 것 같기도.


“데모테르님은 다른 악마가 자기의 도구를 만지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신 다구.”


잠깐.


“그, 그렇다면.......”


“하는 수 없지. 나도 악마니까 자기 입으로 한 약속은 지켜야 하고. 너도 이런 터무니없는 부탁을 한 책임이 있으니.......”


있으니......?


“오늘 밤, 론니악의 불이 모두 꺼질 때. 내 실험실로 와.”


“그, 그건 왜.......”


사실 짐작 가는 바가 있기는 하다만....... 아닐 거라 자신에게 몇 번이나 되 뇌이며 되물었다.


“당연하잖아, 훔쳐야지.”


.......이런 불길한 예감은 억울할 정도로 어떻게 한 번도 빗나가는 일이 없다.


.

.

.


그리고 돌아온 세르니악. 대체 어디갔다 온거냐 묻는 리아세스테를 뒤로하고 바로 허리춤에 꽂고 있던 책부터 서재에 원상복귀 시켜놓았다.

다음부터는 책을 봐도 꼭 조심히 골라봐야겠다고 속으로 다짐, 또 다짐.

서재 완독의 꿈이 이렇게 멀어지는구나.


리아세스테에겐 테르에스테와 일이 조금 있었다고 둘러댔다.

물론 중요한 얘기는 비밀로 한 채.

그리고 내가 서재에 들어올 때부터 오른팔에 달라붙은 세르에스테에게는....... 묻지도 않는데 일부러 거짓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후로도 한동안 다른 책을 꺼내들고 보았지만 하나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무의미한 시간이 지나고, 리아세스테가 하품을 해보이기에 그만 돌아가자고 말했다.

바로 라니악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

세르니악의 앞에서 리아세스테와 헤어지고 그 길로 바로 베스파로제님의 성으로 돌아 왔다.


“하아.”


베스파로제님의 성으로 돌아오고 나서는 언제나와 같은 침묵의 계속.

세르에스테는 내가 먼저 말을 걸기 전에는 절대 먼저 말을 거는 법이 없고, 나도 오늘 밤에 만나자는 테르에스테와의 약속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 ᄄᆞᆨ히 나서서 말을 걸 여유가 없으니.

침묵의 줄다리기만이 계속 될 뿐이다.

그렇게 금세 시간이 지나고 어느덧 거의 약속시간.


“크, 크흠. 세르에스테?”


바로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쳐 오는 세르에스테.


“그게....... 아까 테르에스테를 만났을 때 약속을 좀 해서 말이지.”


미묘하게 떨리는 은색의 눈동자.

오른 팔을 붙들어 안은 세르에스테의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진다.


“잠깐만, 잠깐만 다녀올게.”


그리고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걸.

가슴속이 너무나도 무겁게 내려앉았지만....... 이를 악물고 억지로 오른팔을 휘감은 채로 세르에스테의 손을 떼어냈다.

의외로 순순히 물러나는 세르에스테.

그 무저항이 더 내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럼....... 다녀올게.”


.

.

.


“오, 왔구나? 근데 왜 그렇게 표정이 안 좋아?”


“아, 아냐. 아무것도........”


아무래도 머릿속에서 세르에스테의 그 눈이 지워지질 않는다.


“흐음, 뭐 그건 됐고. 범람까지는 아직 좀 시간이 있으니까 작전 설명을 좀 할게.”


.......작전? 막무가내로 도둑질을 할 생각은 아니었다는 데에 조금 안심했다.


“계획의 요점은 이거야. 데모테르님은 눈이 안 좋으시다는 거. 특히 어두울 때는 거의 바로 앞에 물건도 잘 못 보신다 생각하면 돼. 그 점을 노려 역이용 하는 거지.”


“범람.......을?”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하지만.......


“아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니까 말하지 마. 그래서 준비한 게 있다고.”


라며 싱글벙글 웃으며 테르에스테가 내게 꺼내어 보인 건 이상한 액체가 들어있는 작고 긴 유리용기 세 개.


“이쪽의 붉은 약은 마기탐지를 어렵게 하는 효과가, 파란 약은 저번에 고생해서 담아낸 에네스님의 채취, 그리고 녹색약은 목소리를 변하게 하는 약이야.”


딱 봐도 수상하고 위험해 보이는 것들뿐이다.


“우선 붉은 약을 먹어 데모테르님이 네 마기탐지를 어렵게 만든 뒤, 파란 약의 효과로 에네스님이라고 착각하게 만들고, 녹색약의 효과로 떳떳하게 에네스님의 목소리로 시선을 끄는 사이, 내가 추출용기를 몰래 가져 나오는 거지.”


잠깐, 뭔가 이상한데?


“그렇다는 말은....... 그 약을 나보고 먹으라고?”


“당연하지, 난 데모테르님의 실험 때문에 웬만한 독....... 아니 약에는 내성이 있어서 말이야.”


“지, 지금 분명 독이라고, 독이라고 했지?”


“자자,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말고. 어쨌든 내 계획대로라면 크게 문제될 건 없을 거야.”


라며 내 등을 떠미는 테르에스테.


“내가 독을 마시는 게 어째서 사소한.......”


“자자, 어서! 이러다가 범람을 놓칠 수도 있다고!”


이렇게 해서 또 다시 얼렁뚱땅 로제니악을 나와........ 왠지 이 녀석과 관련된 일은 모두 이런 식으로 넘어가는 게 녀석에게 말린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뭐, 어쨌든 지금은 론니악 앞 공터.


“음음, 시간은 얼추 맞는 거 같네. 좋아, 내 말 잘 들어. 이 약. 지속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아. 게다가 너도 알겠지만 범람시간 자체도 그렇게 길지 않다고. 그러니까 속전속결이 중요해. 알았지?”


라고 되묻는 말에 뭐라 대답해야 할지.......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여기까지 온 거.

반은 억지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자, 우선 이거.”


하고 테르에스테가 내게 꺼내 민 것은 붉은 약이 든 용기.

일단 받아들긴 했는데........ 쉬이 용기가 나지를 않는다.


“정말....... 시간이 없단 말이지! 진짜 독 같은 건 아니니까 어서!”


조금 마음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생각한다만....... 옆에서 하도 닦달을 해대는 통에 정신이 없다.

그래, 뭘 더 생각하랴. 라는 마음에 눈을 꼭 감고 그대로 입에 털어 넣었다.

맛이 느껴지기 전에 바로 꼴깍. 하고 삼킬 작정이었으나....... 으, 쓰다.


“좋아 좋아, 자 다음은 이거.”


이번엔 파란색 약이다.

좋아, 어차피 더렵혀진 몸. 단번에!


“.......우에엑.”


맛없다....... 아니, 맛이 없다기보다는 뭐랄까 씁쓸하면서도 조금 매운 듯 하면서 입속으로 이상한 향이 푹 풍겨와.......


“머, 멍청아! 뭐하는 거야!”


꽤나 당황한 표정을 하고 있는 테르에스테.

응? 이번엔 또 무슨 문제가.......


“그건 마시는 게 아니라 몸에 뿌리는 거라고!”


바로 입에서 분수를 뿌려내 듯 입안에 남은 액체를 모두 뿜어내고 말았다.


“그, 그런 건 미리 말을 해 줘야.......”


“내가 말했잖아! 에네스님의 채취를 모아둔 거라고! 그걸 마실 생각을 하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냐?”


.......할 말이 없다.


“어떡할 거야, 체취가 가장 중요한 거였는데.”


“그, 그럼 다음에.......”


“다음? 내가 그 체취를 모으는데 얼마나 걸린 줄 알아?”


역시나 차마 할 말이 없어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하는 수 없지. 그래도 마지막에 네가 입에서 뿜어낸 덕분에 조금은 묻어난 것 같으니....... 운에 맡기고 강행돌파를 하는 수밖에.”


아, 아니 운에 맡긴다고 그리 쉽게 얘기할게....... 일단은 내 일이잖아?


“자자, 시간이 없어. 이게 마지막.”


가장 수상해 보였던 녹색약이다.

처음 봤을 때부터 저건 독이다. 다른 건 아니더라도 저건 독이다 라는 직감이 들었던.......

왠지 받아 들기가 꺼려진다.


“이건 분명히 마시는 거니까. 몸에 뿌리거나 하지는 말고.”


라며 피식 웃는 테르에스테.

뭔가 욱하고 화가 뻗쳐 낚아채듯 그 녹색 병을 뺐어들어 단숨에 꿀꺽하고 집어 삼켰다.


“오, 이거 의외로 맛이 달....... 으음?”


내 입에서 나온 힘없고 갈라진 노인의 목소리.

틀림없다. 이 목소리는 에네스님의.......


“좋아좋아, 준비는 완벽하고.”


“아, 아.”


내 입에서 나오는 타인의 목소리가 아무래도 신기해 자꾸 혼잣말을 하게 된다.


“온다. 절묘한 때로군.”


하는 테르에스테의 말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온다. 범람이.”



저 멀리서 내달리듯 다가오는 깊은 어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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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11화. 인간계 체험 上 - 2 18.05.01 356 0 11쪽
45 11화. 인간계 체험 上 - 1 18.05.01 359 0 13쪽
44 10화. 2차 각성 - 4, After 18.04.30 383 0 19쪽
43 10화. 2차 각성 - 3 18.04.30 364 0 19쪽
42 10화. 2차 각성 - 2 18.04.29 361 0 20쪽
41 10화. 2차 각성 - 1 18.04.29 366 0 17쪽
40 9화. 죄와 유체 - 5, After 18.04.28 362 1 19쪽
39 9화. 죄와 유체 - 4 18.04.28 36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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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9화. 죄와 유체 - 2 18.04.27 369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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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8화. 악마의 눈물 - 1 18.04.24 368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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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7화. 서열전쟁 - 5 18.04.23 371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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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7화. 서열전쟁 - 1 18.04.21 37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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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6화. 에스테 회의 - 1 18.04.19 39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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