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expressor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 만들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expressor
작품등록일 :
2018.04.09 19:06
최근연재일 :
2018.05.17 21:07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33,453
추천수 :
65
글자수 :
471,948

작성
18.04.26 13:00
조회
365
추천
0
글자
11쪽

9화. 죄와 유체 - 1

DUMMY

9화. 죄와 유체.



이제까지의 수업은 항상 리아세스테나 나스미스테와 함께 다녔기에........ 이렇게 혼자 수업을 들으려니 아무래도 심적 부담이 크다.

적당히 아침에 나와 계시면 됩니다. 라니.

혹여나 늦지는 않을까 걱정이 돼 잠에서 깨기가 무섭게 약속장소인 론니악 앞 공터까지 나왔건만, 얼마나 오래 기다린 건지 까마득해 생각하기도 싫다.


“하아.”


그렇다고 속편하게 넋 놓고 기다릴 수 있는 거라면 또 몰라.

언제 어디서 게르틴님이 짠. 하고 나타나서 로제에스테! 하고 소리를 질러올지 모르니 긴장은 긴장대로 계속하고 있고.......

아아, 아직 수업은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몸은 피로가 한계치의 반 이상 쌓인 기분이다.

설마 안 오는 거 아냐? 말은 내일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던지........ 라는 데 까지 생각이 닿고 나니 이제는 그냥 돌아가 버리고 싶어졌다.


“.......돌아갈까?”


듣는 사람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혼자 중얼중얼.

아무래도 안 오려는 게 맞나보다.

돌아가자....... 하고 뒤를 돌아보면 짠!


“.......”


.......하고 나올 리가 없지.


“그건 또 무슨 놀이인가요?”


“와, 와악! 루즈에스테!”


아아, 잊고 있었다.

악마들은 항상 내 예상보다 한 걸음 앞서나가 나를 놀래켜 왔다는 것을.

뭔가 이렇게까지 생각을 하니 일부러 나를 놀래키려 그렇게들 나타나고들 하는 건 가 하는 생각이.......


“혹시 오래 기다리셨나요?”


그걸 말이라고 하냐! 라고 소리를 버럭 질러버릴까 하다가 차마 그렇게까지 할 용기는 나지 않아 그냥 말없이 고개를 가로지어 보였다.


“후후,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사실 로제에스테님의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거든요.”


뭐, 뭐?

그럼 내가 괜히 설레발로 먼저 나온 게 아니라 루즈에스테가 늦은 게 맞다는 말이....... 이제 와서 화를 낼 수도 없고 아아, 갑자기 뒷목이 땡긴다.


“그보다 어서 이동하지요. 안제루즈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디로 가면 되는데?”


“제 손을 잡으시면 됩니다. 공간이동으로 가야하거든요.”


“응? 뭐 론니악이 얼마나 넓다고. 그냥 걸어가면 되지.”


실은 공간이동 후에 잠깐 찾아오는 그 어지러움이 싫을 뿐이다만.


“아,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나 보죠? 수업은 이 곳이 아닌 켈타니아 호수에서 하고 있습니다.”


켈타니아 호수? 어딘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론니악의 밖이라는 말인가?


“로제에스테님? 무슨 문제라도?”


“아, 아냐, 아냐.”


라고는 말했지만....... 안 그래도 처음으로 혼자, 물론 루즈에스테가 있긴 하지만, 수업을 듣는다는 것 만으로도 부담이 큰데 다짜고짜 밖으로 나가자니.

지금이라도 가능만 하다면 ‘미안, 역시 수업은 다음에 듣는 게 좋겠어.’ 라고 하고 도망 가버리고 싶다만........ 할 수만 있었다면 이렇게 속으로 투덜대고 있지는 않았겠지.


“로제에스테님?”


“아, 으응.”


하고 루즈에스테의 손을 붙들었다.

마치 사형장에 끌려가는 죄수라도 된 기분이다.


“그럼 이동하겠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눈 앞 보이는 모든 것들이 검게 물들어들다........ 갑자기 타올랐다.


“우, 우욱.”


갑자기 훅 하고 올라온 열기와 공간이동 후의 어지러움이 뒤섞여 부끄럽게도 헛구역질을 하고 말았다.

붉음이라는 색과 동 떨어진 론니악에 있었기 때문일까?

시야를 뒤덮은 그 붉음 자체에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아 손을 들어 가렸다.

나도 모르게 흐르는 땀 한 방울.

란세르님의 영혼석을 받은 이후로 베스파로제님의 마법 없이도 시원하게 지내 잊고 있었다만.......

정면으로 받는 지옥의 열기는 기억했던 것 이상으로 뜨겁게 느껴졌다.


“안제루즈님. 로제에스테님을 모셔왔습니다.”


이제야 좀 눈이 이 붉음에 익숙해진 듯하다.

아, 그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안제루즈님께 인사를 먼저........


“로제에스테, 안제루즈님께 인사드.......”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 말을 계속 할 수 없었다.

안제루즈님의 뒤로 보이는 거대한, 아니 거대하다는 말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크기의 용암의 강. 그리고 그 안에서 허우적대며 괴로워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아니, 유체.


“그럼 시작하도록 하지.”


내 인사가 중간에 끊겨서 일까? 안제루즈님의 미간에 조금 주름이 잡힌 듯해 보였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우리 악마들은 그 존재의 계속을 위해 심상을 필요로 한다.”


억지로 집중하려 노력했으나 안제루즈님의 뒤로 보이는, 말 그대로 아비규환의 현장에 시선을 빼앗겨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도 잘 듣지 못했다.


“로제에스테는 론니악의 밖은 처음인가?”


“아, 아 그게.”


갑자기 내 이름이 나오는 바람에 당황해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럼 말로 하는 것 보다는.........”


이라는 말과 함께 등의 날개를 활짝 피신 안제루즈님.

그 순백의, 말 그대로 천사의 모습과도 같은 형태가 지옥의 풍경과 어우러져 기묘한 광경을 연출 해 보였다.


“........보여주는 게 빠르겠군.”


뒤로 돌아 날아 오른 안제루즈님.

안제루즈님은 그대로 그 용암강 위로 날아가....... 그 안에서 허우적대는 한 유체의 머리를 잡아들고는 다시 돌아와 내던졌다.


“아아아....... 아아아.......”


가까이서 본 유체는....... 피부가 다 녹아내려 차마 눈뜨고는 보기도 힘든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아물어드는 상처들.

정말 순식간에 유체의 몸에 난 상처들은 다 회복 되었고, 그렇게 원 모습을 찾은 유체는........ 인간이다.

말 그대로 나와 다를 바 하나 없는. 인간이다.


“하던 말을 계속하자면, 사실 저런 식으로 유체들을 용암 속에 던져 넣는 것만으로도 심상을 만드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아아아....... 아아아.......”


안제루즈님은 고통스럽게 바닥을 기어 도망가려는 유체의 머리를 잡고 들어 올려


“그런 단순한 고통과”


그대로 오른 손을 들어 유체의 팔뚝 밑의 살을 얇게 베어냈다.

툭, 하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진 살덩어리에 눈이 가기가 무섭게 들려 온........


“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용암에 빠져 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고통스러워하는 비명소리에 소름이 돋고 말았다.


“이런 고문 법에 따른 고통은 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로제에스테, 보이나? 피어오르는 심상이.”


보인다. 그 고통 가득 찬 얼굴 위로 연기라도 나는 듯 피어올라가는 검은 색의.......


“이 고문법은 지옥 곳곳에서 유체들을 고문하는 악마들이나 사용하는 거라 대부분의 서열을 가진 악마들은 무시하는 게 정론. 맞는 말이다. 딱히 직접 유체들을 고문하지 않아도 심상의 부족을 느낄 일은 없으니까.”


손에 쥔 유체를 바닥에 내던지신 안제루즈님은 시선은 그렇게 괴로워하는 유체를 향해있다가 고개를 돌려 나를 향했다.


“하지만, 심상의 농도가 지옥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유체와는 달리 금방 망가져 버리는 인간들 밖에 없는 인간계에서는.”


그 마주친 눈빛에


“그 어떤 마법보다도 유용한 기술이 된다.”



나도 모르게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

.

.


“아아악!! 아아아아악!!!”


유체의 절규소리가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는다.


“이 고문법이라는 건, 단숨에 고통을 끝내지 않고 최대한 오래 지속하는 것이 목표이다. 하지만.”


안제루즈님은 그 특유의 무표정 그대로 마치 용암 속으로 돌아가려는 마냥 기어 움직이는 유체의 등을 밟아 멈춰 세웠다.


“정작 빠른 시간에 많은 심상을 뽑아낼 수 있는 곳은........”


작은 호를 그리며 허공을 가로지른 팔의 궤적.

예리한 칼로 베어낸 듯 한 꺼풀 깊숙이 파여 떨어져나간 유체의 왼다리 허벅지 안쪽 살.

바로 살이 파내진 빈 공간을 가득 채우며 샘솟는 붉은 피.


“아, 아아아악!!! 아아아악!!!”


“아까 보여줬던 팔의 안쪽과 더불어 지금의 다리 안쪽. 이 부분들은 생명에는 그리 큰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도 많은 심상을 뽑아낼 수 있는 부위다. 그리고.”


연달아 안제루즈님은 유체를 발로 걷어 차 뒤집어 놓았다.

이번에도 부드럽게 허공을 베어 가르는 손.

유체의 배 위로 그려지는 타원형의 붉은 선.

붉은 선? 아니다. 저건.......


“복부 역시 많은 심상을 끌어내기에 좋은 부위다. 다만.”


라는 말과 함께 안제루즈님이 허리를 숙여 원형을 그린 붉은 선의 안쪽 살을 집어들자 마치 포를 뜬 듯 얇게 썰린 살가죽이 들어나며 붉은 피가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깊이 조절을 잘못하면 내장이 흘러나올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그러면 금방 죽어 버릴 테니까.”


이상하다.


“저번 수업에서 한 내용은 여기까지. 오늘은 고문법의 순서를 알려주도록 하겠다. 처음에는 도망가지 못하도록 이렇게 발목 뒤의 힘줄을 끊고.”


분명 덴에 있을 때 시체는 지겹도록 봐서


“혀를 깨물어 자살하지 못하도록 혀를 뽑은 뒤.”


이런 장면은 많이 익숙하다 생각했는데


“그 후에는 처음 알려준 세 가지 방법을 계속 반복한다. 출혈이 심해진다 싶으면 팔과 다리를 이렇게 잘라놓고 그 끝을 불로 지져두면 된다.”


그 잔인함에 비위가 상해.......


“이런 식으로 내장이 흘러나와 버렸다면 그게 마지막. 기다란 쇠꼬챙이 하나를 만들어 밑에서부터 아래턱까지 관통 시킨 후, 천천히 피가 다 빠져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으로 끝이다.”


하고 바닥에 꽂아 놓은 쇠막대. 그 위로 꽂혀 흘러내리고 있는 처참한 몰골의 유체.


“그럼 이번엔 너희들이 직접.......”


“......르의......를.......”


순간 내 귀를 의심하고 말았다.

안제루즈님의 말을 끊고 들려온, 끊어질 듯 말 듯한 가래 끓는 목소리.

분명 그 목소리는


“해세르의....... 저주를.......”


축 쳐진 저 유체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자아가....... 자아가 없던 게 아니었어?

게다가 헤세르라면 분명.......


“무너져 버린 건가.”


안제루즈님의 말씀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본 유체는 이제 더 이상 회복되지 않은 채 마치 악마가 소멸할 때와도 같이 한 꺼풀 한 꺼풀 벗겨져 허공으로 흩어져나가고 있었다.


“우웁.......”


더는 참지 못하고 속에 있는 것들을 전부 바닥에 게워내고 말았다.

조금만 생각하면,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거였건만.......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유체에는 자아가 없을 거라고.......


“역시 네겐 너무 자극적이었던 건가.”


라고 말하는 안제루즈님의 얼굴엔 실망이란 감정이 만연해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악마 만들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9 12화. 인간계 체험 下 - 1 18.05.03 368 0 7쪽
48 11화. 인간계 체험 上 - 4, After 18.05.02 351 0 18쪽
47 11화. 인간계 체험 上 - 3 18.05.02 351 0 10쪽
46 11화. 인간계 체험 上 - 2 18.05.01 356 0 11쪽
45 11화. 인간계 체험 上 - 1 18.05.01 359 0 13쪽
44 10화. 2차 각성 - 4, After 18.04.30 383 0 19쪽
43 10화. 2차 각성 - 3 18.04.30 364 0 19쪽
42 10화. 2차 각성 - 2 18.04.29 361 0 20쪽
41 10화. 2차 각성 - 1 18.04.29 366 0 17쪽
40 9화. 죄와 유체 - 5, After 18.04.28 362 1 19쪽
39 9화. 죄와 유체 - 4 18.04.28 364 0 10쪽
38 9화. 죄와 유체 - 3 18.04.27 370 0 16쪽
37 9화. 죄와 유체 - 2 18.04.27 369 0 16쪽
» 9화. 죄와 유체 - 1 18.04.26 366 0 11쪽
35 8화. 악마의 눈물 - 5, After 18.04.26 368 0 21쪽
34 8화. 악마의 눈물 - 4 18.04.25 368 0 17쪽
33 8화. 악마의 눈물 - 3 18.04.25 366 0 17쪽
32 8화. 악마의 눈물 - 2 18.04.24 376 0 21쪽
31 8화. 악마의 눈물 - 1 18.04.24 368 0 7쪽
30 7화. 서열전쟁 - 6, After 18.04.23 366 1 14쪽
29 7화. 서열전쟁 - 5 18.04.23 371 0 8쪽
28 7화. 서열전쟁 - 4 18.04.22 372 0 9쪽
27 7화. 서열전쟁 - 3 18.04.22 366 0 11쪽
26 7화. 서열전쟁 - 2 18.04.21 358 0 17쪽
25 7화. 서열전쟁 - 1 18.04.21 371 0 10쪽
24 6화. 에스테 회의 - 3, After 18.04.20 382 0 13쪽
23 6화. 에스테 회의 - 2 18.04.19 389 0 23쪽
22 6화. 에스테 회의 - 1 18.04.19 395 0 12쪽
21 5화. 로제니악 - 3, After 18.04.18 390 1 23쪽
20 5화. 로제니악 - 2 18.04.18 388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