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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or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 만들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expressor
작품등록일 :
2018.04.09 19:06
최근연재일 :
2018.05.17 21:07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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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49
추천수 :
65
글자수 :
471,948

작성
18.05.0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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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1화. 인간계 체험 上 - 4, After

DUMMY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초원을 보는 순간, 불어오는 바람에 이제까지 내가 했던 걱정과 고민들이 다 휩쓸려 날아가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른 하늘과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볕.

아아, 여기가 천국이구나 싶은 생각마저 든다.


“다른 수계자들은 어디에 있는 거죠? 안제루즈님은?”


리아세스테의 불안 가득한 목소리에 멍하니 풀려있던 동공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그, 글쎄.”


주위를 둘러보니 악마는커녕 소나 양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무, 무슨 사고인 걸까요? 분명 안제루즈님께서 먼저 도착한 악마는 흩어지지 않도록 그 자리에 있으라고 하셨.......”


순간,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한 마디의 말.


‘만약, 만약 인간계로 이동하는 도중 문제가 생겨 너 혼자 다른 곳으로 소환된다면.......’


“서, 설마 정말로.......”


겉으로는 의심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이미 확신하고 있다.

안제루즈님은, 날 일부러 다른 곳으로 떨어트려 보내 주신 거다.

자, 잠깐. 그렇다면.......


“리아세스테, 너는 왜.......”


“네? 왜라니요? 저는 혼자 가는 건 아무래도 불안해서 로제에스테님과 같이 가려고 이동 하실 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내가 이동 할 때 나를 붙들어 같이 이동해 온 듯하다.


“.......”


잠깐, 이거 위험한 거 아냐?

지금 이렇게 평화롭게 있을 수 있는 건 여기 오기 전에 먹은 약의 효능 때문일 텐데.

나는 둘째 치고서라도 마기를 감지한 성기사들이 몰려오면 리아세스테는.......


“리아세스테, 혹시 다른 악마들의 마기 느껴지는 것 없어?”


“네? 아뇨, 전혀요. 그보다 왠지 몸에 힘도 없고.......”


리아세스테의 말을 듣고서야 눈치 챘다.

너무 깨끗해서 전혀 눈치 못 챘지만 보이지가 않는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심상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옅은 곳이라도 심상이 없는 곳이 없던 지옥과는 확실히 다르다.


“어, 어쩌지.”


시간개념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지만. 반나절 정도 지속시간이 간다고 하셨었으니, 해가 지기 전까지는 안제루즈님을 찾아야 한다는 건데........


“아, 느껴졌어요! 약하긴 하지만.”


“정말?”


다들 약을 먹었는데 마기가 느껴졌다는 게 뭔가 이상하긴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이다.

아니, 정말 다행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머릿속에서 달려드는 성기사들의 모습이 그려지던 참이었는데.


“멀어? 멀리 있는 거야?”


“그것 까지는 모르겠어요. 너무 약하게 느껴져서.”


“방향은? 일단 방향만 알면 되니까.”


“바, 방향이요? 음, 이 쪽....... 인 것 같아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하고 리아세스테가 손을 들어 가리킨 방향은 내 오른편 큰 참나무가 솟아있는 방향.

우리가 다른 수계자들과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움직이자.”


급한 마음에 리아세스테의 손을 붙잡고 이끌었다.

이미 내 눈에 주변의 풍경은 보이지 않게 된 지 오래다.


.

.

.


“로, 로제에스테님! 잠시만요!”


꽤나 오래 달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이 들판을 벗어나지 못했다.

괜스레 마음만 다급해져 점점 걸음이 빨라지다가 리아세스테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멈춰 섰다.


“잘은 모르겠지만....... 몸에 힘이 잘....... 안 들어가요.......”


론니악에 있을 때는 나보다도 더 오래 뛰고서도 숨 한번 흐트러지지 않았던 리아세스테다.

그런데 겨우 저기서 요만큼 와놓고 힘들다니.

새삼스레 이곳이 지옥이 아니라 인간계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미안, 조금 천천히 가자.”


마음은 쉬었다 가자고 하고 싶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


“네, 그리고....... 기왕 온 인간계잖아요. 조금은 즐기면서 가면....... 안될까요?”


“하지만 약의 지속시간이.......”


“하지만요.......”


갑자기 내 옆으로 한 걸음 더 달라붙는 리아세스테.


“저는 언제 또 이렇게 로제에스테님과 인간계에 나올 수 있을지 모르니까.”


라는 그 말에.

문득. 어쩌면 리아세스테가 나와 함께 인간계에 온 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자라있는 풀들 말이야.”


“풀.......요?”


“응, 이 바닥에서 솟아올라 있는 녹색 줄기들.”


걸음을 계속하는 와중에 살짝 허리를 숙여 바닥에서 풀 한포기를 뽑아 들었다.


“이건 관록초라고 부르는 풀인데 말이야. 염소나 양, 특히 소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먹이지.”


“염소, 양, 소? 그건 또 뭐죠?”


“가축이라고도 부르는 건데 말이야. 음, 마수가 좀 더 순해지고 쓸모 있어 졌다고 생각하면 돼.”


“잘 상상이 안가네요.”


“주위를 잘 살펴보다보면 어쩌면 볼 수 있을지도 몰라. 이렇게 좋은 풀이 많은 곳이니까.”


“정말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여기저기 주위를 살피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오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이 곳. 닮았다. 우리 마을 가까이에 있던 들판과.


우리 집에도 한 때는 염소가 한 마리 있던 적이 있었다.

이름은 메르. 집에서 기르는 동물이라고는 가까이만 가면 길길이 날뛰는 암탉 한 마리, 그리고 메르가 전부였기에 나와 동생은 틈만 나면 메르가 누구의 염소인지를 가지고 싸우곤 했다.


하루는 내가 동생 몰래 메르를 데리고 들판으로 먹이를 주러 나온 적이 있었는데, 나무에 목줄을 묶어두고 잠시 낮잠에 든 사이 메르가 목줄을 끊고 도망가 버린 일이 있었다.

어머니께 혼날 까봐 걱정되어 집에도 못 들어가고 울며 메르를 찾아 들판 위를 방황.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는 나를 찾아온 동생은 욕심 부린 대가야! 라고 매몰차게 말하곤 집으로 돌아갔고, 나는 야속한 동생을 속으로 욕하며 계속 메르를 찾아 헤맸다.

그러던 나를 구해준 것은 다름 아닌 동생이었다. 그것도 한 손에는 메르의 목줄을 든 채.

나한테는 ‘내가 더 좋았는지 나한테 바로 찾아오더라고.’ 라고 말한 동생이었지만 그게 거짓말이라는 건 흙이 잔뜩 묻은 동생의 옷을 보고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동생과 손을 잡고 돌아가던 중. 나는 고맙다는 뜻으로.......


“로제에스테님! 저건 뭐죠?”


리아세스테의 목소리에 회상에서 빠져나왔다.

나도 참, 그럴 때가 아닌데 쓸데없이 감상적이 되어서는.......


“아.”


리아세스테가 손으로 가리킨 곳에 있는 것은 바닥에 박혀있는 거대한 나무 말뚝.

그리고 내 눈은 그 말뚝 끝에 새겨진 작은 글씨에 박혀 결국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글씨인가요? 뭐라고 쓰여 있는 거죠?”




“메르는....... 레나의 것임.......”




순간. 잠시 심장이 멈췄다 다시 뛰기 시작했다.


.

.

.


들판이 눈에 익다고 생각한 건 착각이 아니었다.

아까 들판 위에서 봤던 큰 참나무도 이전에 내가 메르의 목줄을 묶어놓았던 그 참나무가 맞다.

그렇단 말은.......


“로, 로제에스테님?”


이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지만 발걸음이 자꾸만 빨라진다.


“그쪽이 아니에요!”


알고 있다. 하지만, 분명 나무를 향해 이쪽으로 계속 가다보면.......


“.......”


보인다. 마을로 향하는 마찻길.

밀 농장에 갈 일이 없는 날이면 동생과 함께 길가에 앉아서 한가로이 마을로 들어오는 마차가 없나 쳐다보곤 했다.

가끔씩 과자나 사탕 따위를 잔뜩 싣고 프랑 누나가 마을에 장사 차 들릴 때가 있었는데, 그 때에는 프랑 누나의 마차를 타고 마을까지 오며 실컷 과자를 먹을 수 있었던 즐거운 기억이 있다.


“로제에스테님, 갑자기 왜.......”


아아, 이러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다.

약의 효과가 떨어지기 전에 빨리 다른 수계자들을 찾아야한다고 으름장을 놓은 건 나였다.

그럼에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이 먼저 기억을 따라 앞서 움직인다.


마을까지 마찻길을 따라가는 것도 괜찮았지만 중간에 너무 빙글빙글 도는 감이 있어 나는 지름길을 애용하곤 했다.

샘 아저씨네 양 목장을 가로질러 가는 길 말이다.


“아, 저게 소인가요?”


“아니, 저건 양.”


그대로다. 주위 환경뿐만이 아니라 양 목장의 양들도 그대로다.

조금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이전에 양 목장을 지나갈 때는 꼭 양 때를 겁주겠다며 소리를 지르고 가다가 항상 마지막에 양치기 개한테 쫓겨 있는 힘을 다해 도망가곤 했었다.


“헤에, 양이요.”


양들이 신기한 듯 리아세스테가 양 한 마리를 향해 조금 다가가자 양 때는 일사분란하게 저 멀리로 도망가고 말았다.


“왜 도망가는 거죠?”


“네가 악마라서?”


바로 침울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리아세스테.

그 표정이 너무나 귀여워 피식 하고 웃고 말았다.


“농담이고, 다가가는 방법이 틀려서 그래. 봐, 이렇게 손을 좌우로 펼쳐 공격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리아세스테를 뒤로 남기고 혼자 양 때를 향해 조심스레 발을 옮겼다.

다가오는 나를 보고 경계태세를 취하는 양들.


“바닥에서 풀을 한주먹 뜯어서 눈앞으로 가져다 대면.......”


손에 든 풀 뭉치를 좌우로 흔들자, 무리에서 한 마리가 빠져나와 내 앞에 섰다.


“옳지, 옳지.”


잠시 망설이다 내 손에 들린 풀을 오물오물 씹어 먹기 시작하는 양.

그리고 부러움 가득 찬 리아세스테의 시선.


“어때, 어렵지 않지?”


“저도 할 수 있는 건가요?”


“물론이지.”


리아세스테는 바닥에서 풀을 한 웅쿰 뽑아 조심스레 걸어와 내 옆에 섰다.

나도 양이 놀라지 않도록 천천히 몸을 일으켜 리아세스테와 교대.

양은 풀을 받아먹는데 정신이 없는지 리아세스테가 앞에 와 앉았음에도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다.


“마, 만져 봐도 돼요?”


“물론.”


내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리아세스테는 풀을 받아먹는 양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부드러워요.......”


리아세스테는 귀까지 빨개져 완전 감동받은 얼굴을 하고서는


“아!”


멍! 하는 소리와 함께 뒤돌아 도망가 버린 양.

리아세스테는 아직 모자란다는 듯 아쉬움 가득한 탄식을 내뱉었다.

저 멀리서 달려오고 있는 건 양치기 개다.

조금 주름이 늘은 것 같으나, 원래 늙은 개였다. 그렇게 큰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

녀석을 보니 알 수 있었다. 지옥에서 보낸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는 것을.......?!


“튀, 튀어!”


“.......네? 로제에스테님?”


컹! 컹! 하는 소리를 내며 우리를 향해 맹렬히 달려오는 양치기 개.

딱히 이제 와서 개가 무섭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항상 이랬었으니까.

양과 놀다가 양치기 개에게 쫓겨 도망.

개에게 쫓겨 도망가고 있을 뿐이지만 달콤한 추억 속에 잠긴 것 마냥 즐겁다.


“후우, 이제 안 따라오겠지?”


한참을 달리고 나서야 걸음을 늦출 수 있었다.

슬쩍 돌아본 뒤로는 양치기 개는커녕 양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아! 미안. 갑자기 달려서.......”


리아세스테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재밌네요, 인간계는.”


숨이 차 말도 제대로 나오질 않으면서 리아세스테는 내게 작게 미소지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니 나도 덩달아 웃음이 터져나오고 말았다.


“푸훕, 악마가 개한테 쫓겼다는 말은 누구한테 해도 믿질 않은걸?”


“예? 먼저 도망간 건 로제에스테님이지. 제가 아니라고요!”


그렇게 몇 마디 더 실없는 농담을 나누다 리아세스테의 호흡이 안정된 걸 확인하고선 말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왼쪽으로 보이는 아랫단이 부서진 담을 찾아낼 수 있었다. 담을 넘기 힘들었던 내가 부순 곳이다.

뭐, 지금은 그냥 걸어서도 넘을 수 있는 크기의 담장이다만.......


“가자.”


그렇게 리아세스테와 함께 양 목장을 나오자 이번에 눈앞에 펼쳐진 것은 아담한 크기의 작은 동산. 나와 동생은 이 산을 보물산이라고 불렀었다.


“이 산에는 여러 가지 열매나 먹을 수 있는 풀들이 많아.”


“열매요?”


백날 말로 설명해서 뭐하리오. 묵묵부답으로 리아세스테를 데리고 함께 산을 올랐다. 그렇게 잠시. 그 작은 크기답게 얼마 걸리지 않아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다.


“있다!”


날이 더워지기 시작할 무렵이면 동산 맨 위에 자란 나무들에게서 쉬이 볼 수 있는 열매. ‘마렌’이다.

크기가 큰 열매는 아닌지라 두 손가락으로 잡아서 터지지 않게 조심스레 따내 리아세스테에게 넘겨줬다.


“예쁘게 생겼네요.”


“보는 게 아니라 먹는 거야. 그거.”


“먹는다고요?”


내키지 않는 건지. 아니면 불안한 건지. 살짝 인상을 써 보인 리아세스테는 잠시 망설이다 손을 들어 마렌을 냉큼 입에 집어넣었다.


“.......달아요! 달아요! 달아요 이거!”


음, 당연하지.

성에서 파는 비싼 설탕 같은 건 하나도 필요 없을 정도로 달콤한 맛을 내는 열매가 이 마렌이다.

마렌은 물론 생으로도 충분히 맛있긴 하다만 역시 제대로 먹으려면 어머니께 갖다드려 마렌 파이를 만들어 먹는 게 또 일품인데....... 리아세스테에게 어머니의 마렌 파이의 맛을 못 보여주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그것 말고도 맛있는 열매가 여기저기 많아.”


하고 리아세스테의 손을 이끌고 정상의 좀 더 높은 곳으로 데려갔다.

이쪽에는 바닥에서 붙어 자라는 루인다의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이 루인다의 열매는 마렌과는 다르게 조금 새콤한 맛이 또 일품인데.......


“아, 이 바닥에 파란 건 뭐죠? 이것도 열매인가요?”


“.......”

나도 모르게 산 아래로 내려 박힌 시선에 몸이 굳고 말았다.


“로제에스테님?”


깊은 나뭇가지 수풀 사이로 보이는 마을의 전경.

그래, 양 때 목장을 지나 이 동산을 넘으면 바로 마을이었다.

마찻길을 따라가는 것보다 두 배는 빨리 갈 수 있던 나와 동생만의 지름길.


“아, 미안 미안. 그러니까 그것도 열매가 맞는데.......”


억지로 시선을 돌려 말을 계속하던 중.

시선에 걸린 손톱만한 크기의 작은 파란 지붕의 집.

마음이.

둘 사이에서 방황하던 마음의 방향이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어! 잠시 만요. 여기 상당히 가까 워요. 마기가 느껴지는 곳이랑.”


“응? 무, 무슨 말이야?”


“눈치 못 채고 있었는데....... 상당히 가까워졌어요.”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아마, 지름길로 온 덕분에 다른 수계자들이 있는 곳에도 상당히 가까이 온 것 같다 이거겠지. 좋은 소식이다.


“아, 리아세스테.”


하지만 듣지 않는 게 좋았을지도 모른다.


요동치던 마음의 방향이


“네?”


완전히 꺾여버리고 말았다.



“저쪽 언덕 뒤쪽에 보면 굉장히 아름다운 꽃이 있는데 말이야.”


그래, 내가 없어도 리아세스테가 다른 수계자들을 찾아가는 건 문제 없을 테니까.


“꽃이요? 살아있는 꽃이요? 꼭 보고 싶었던 거예요!”





“에이. 뭐예요! 흙밖에 없잖아요! 로제.......”










“로제에스테님?”






11화 – 인간계 체험 上. 끝.





============================


11화 – 인간계 체험 上 - After.


============================



“리아세스테! 리아세스테!”


벌써 가버린 건가.

금방 돌아왔다고 생각했지만 동산 위 정상을 아무리 둘러봐도 리아세스테는 보이지 않는다.


“.......”


찾아야 한다.

절박함만을 가득 안고 동산을 달려 내려갔다.

몇 번이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며 무릎이 엉망이 되었지만 고통이 느껴지진 않았다.


“리아세스테!”


동산 밑, 다시 또 한참을 리아세스테를 불러보았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리아세스테!”


마지막 희망을 담아 한 번 더 불러보았지만 여전히 묵묵부답.

이 주변에는 없는 듯하다.


“.......”


무심코 올려다 본 하늘은 저 멀리서부터 붉은 노을이 물결 쳐 올라오고 있었다.

오래지 않아 돌아왔다는 건 내 착각이었던 듯싶다.

지옥에서 출발한 건 아침이었으니까. 슬슬 약의 효과가 떨어질 시간이 다 됐다.

역시....... 돌아간 걸 테지.

털썩. 하고 무릎 꿇고 주저앉고 말았다.


“.......”


다행. 이라는 건 리아세스테가 무사히 돌아갔다는 것.

절망. 이라는 건 남겨졌다는 것.


“제기랄....... 제기랄....... ”


자업자득이다.

납득하고 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알고 있었다.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이 그대로 땅에 떨어질 때 까지

단지 허망하게 그대로 나는


“로제에스테님?”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수풀사이를 빠져나온 리아세스테.

뻔히 바라보고 있음에도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


“어떻게 되신 거예요, 갑자기 사라지셔서 돌아오지도 않으시고. 전 어디 떨어져 다치시기라도 한 게 아닌가 걱정이 돼서.......”


그 말에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차라리 화를 내줬으면 좋았으련만.


“다, 다른 수계자들은?”


“로제에스테님이 사라지시고 느껴지던 마기도 사라져 버려서요.”


“.......일단 움직이자. 약의 효과가 금방 다 떨어질 거야.”


눈을 돌렸던 건 잠시였건만 다시 돌아본 하늘은 어느새 반 이상 붉은 물결에 휩쓸려 있었다.

식은땀이 한 방울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떨리는 손으로 리아세스테의 팔목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방향은? 마기가 느껴지던 방향은 어디였지?”


“저쪽이요.”


정 반대 방향인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시간이 없다. 빨리 가지 않으면.......


“잠깐만요!”


리아세스테의 외침에 그래선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발을 멈추고 말았다.


“느껴져요. 방금 전까지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거대한 마기들이. 하나, 둘....... 마기가 넷 모여 있어요. 저 쪽이에요."


.......넷? 그 숫자로 봐선 틀림없다.

안제루즈님과 나스에스테, 루나에스테 그리고 테르에스테.

하지만 리아세스테의 손이 향하고 있는 방향은 또 전혀 다른 쪽.


“잠깐, 그럼 우리가 계속 쫓고 있던 그 마기는?”


“이 쪽으로....... 오고 있어요.”




순간.


소름이 돋으며 온 몸이 경직 됐다.



“빠, 빨라요! 이 대로라면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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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12화. 인간계 체험 下 - 1 18.05.03 368 0 7쪽
» 11화. 인간계 체험 上 - 4, After 18.05.02 351 0 18쪽
47 11화. 인간계 체험 上 - 3 18.05.02 351 0 10쪽
46 11화. 인간계 체험 上 - 2 18.05.01 356 0 11쪽
45 11화. 인간계 체험 上 - 1 18.05.01 359 0 13쪽
44 10화. 2차 각성 - 4, After 18.04.30 383 0 19쪽
43 10화. 2차 각성 - 3 18.04.30 364 0 19쪽
42 10화. 2차 각성 - 2 18.04.29 360 0 20쪽
41 10화. 2차 각성 - 1 18.04.29 366 0 17쪽
40 9화. 죄와 유체 - 5, After 18.04.28 362 1 19쪽
39 9화. 죄와 유체 - 4 18.04.28 364 0 10쪽
38 9화. 죄와 유체 - 3 18.04.27 370 0 16쪽
37 9화. 죄와 유체 - 2 18.04.27 369 0 16쪽
36 9화. 죄와 유체 - 1 18.04.26 365 0 11쪽
35 8화. 악마의 눈물 - 5, After 18.04.26 368 0 21쪽
34 8화. 악마의 눈물 - 4 18.04.25 368 0 17쪽
33 8화. 악마의 눈물 - 3 18.04.25 366 0 17쪽
32 8화. 악마의 눈물 - 2 18.04.24 376 0 21쪽
31 8화. 악마의 눈물 - 1 18.04.24 367 0 7쪽
30 7화. 서열전쟁 - 6, After 18.04.23 366 1 14쪽
29 7화. 서열전쟁 - 5 18.04.23 371 0 8쪽
28 7화. 서열전쟁 - 4 18.04.22 372 0 9쪽
27 7화. 서열전쟁 - 3 18.04.22 366 0 11쪽
26 7화. 서열전쟁 - 2 18.04.21 358 0 17쪽
25 7화. 서열전쟁 - 1 18.04.21 371 0 10쪽
24 6화. 에스테 회의 - 3, After 18.04.20 382 0 13쪽
23 6화. 에스테 회의 - 2 18.04.19 389 0 23쪽
22 6화. 에스테 회의 - 1 18.04.19 395 0 12쪽
21 5화. 로제니악 - 3, After 18.04.18 390 1 23쪽
20 5화. 로제니악 - 2 18.04.18 38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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