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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or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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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or
작품등록일 :
2018.04.09 19:06
최근연재일 :
2018.05.17 21:07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33,475
추천수 :
65
글자수 :
471,948

작성
18.05.0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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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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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1화. 인간계 체험 上 - 2

DUMMY

나스니악의 앞. 론니악 공터.


“하아.”


그렇게 반동이 일어나 정신을 잃고.

다시 깨어나고 보니 나스미스테가 미안함 가득한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자기만 믿고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며! 하며 빽하고 소리를 질러주고 싶었지만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미안하다며 침울한 표정을 지어보이기에, 차마 말로 꺼내지는 못하고 속으로 삭힐 뿐이었다.


그리고 그걸로 나스미스테와의 오늘 치 수련은 종료.

반동이 일어나 몸이 엉망이 돼버려 쉬어야 한다는 게 그 이유다.

아직 날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았건만.

나스미스테의 말대로 오늘의 난 조금 이상한 게 맞는 것 같다.

분명 평소대로의 나였다면 ‘아니 인간계 체험이 얼마나 남았다고!’ 라면서 불안 가득 차 펄쩍펄쩍 뛰었을 텐데.

지금은 왠지 모든 게 다 무의미한 것 같이 허탈해 이젠 뭐라도 상관없는 것 같은 기분이다.


“평화롭구나.”


원래 가끔 다른 악마를 만날 때만 제외하고는 항상 조용했던 론니악 앞 공터였다.

하지만....... 가슴 속이 텅 비어버린 마냥 허무한 기분이 들어설까?

왠지 평소보다 더 조용하고 쓸쓸하게 느껴지는 기분이다.


뭐, 지금 로제니악에 돌아가 봤자 할 것도 없고.

세르니악에 가 책이나 읽을까.


.

.

.


“나스미스테, 나야.”


하고 나스미스테의 방문을 두드리는 손에도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몸이 아파서? 아닐 거다.

저번에 반동이 왔을 때도 몸은 하루면 충분히 다 회복이 됐었으니까.

몸이 아픈데 힘이 없다는 건 역시


“아, 왔어? 어라, 로제에스테. 무슨 일 있었어?”


정신 상태가 문제라는 거겠지.


“아냐, 그냥 조금 피곤해서.”


어제, 그렇게 나스미스테와의 수련이 흐지부지 끝나고 오랜만에 속편이 책이나 읽어볼까 하는 마음에 세르니악에 갔지만 얼마 있지 않아 로제니악으로 돌아갔다.

옆에 달라붙어 앉은 세르에스테의 방해는 둘째치고서라도 뭐랄까, 여기서 내가 뭘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도저히 눈에 들어오지를 않았다.

억지로라도 잡아 든 책들은 의도치 않았음에도 하나같이 인간계에 대한 내용들.

내가 뭐하는 건가 싶어 순간 짜증이 울컥 솟아 책을 덮고 그대로 로제니악으로 돌아갔었다.


“.......그래?”


그렇게 돌아간 로제니악에서도 마찬가지.

잔느와 얘기를 하더라도 인간계 얘기.

그러다 피곤해져 자리에 드러누워서도 인간계 생각.

그나마 다행인 건 잘 때 꿈은 꾸지 않았다는 것 정도?


“가자가자, 나 스레나스님께 여쭤보고 준비한 게 많아!”


앞서 걸어가는 나스미스테를 따라 나도 걸음을 옮겼다.

자꾸만 느려져 가는 다리를 부여잡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면 안 된다. 다른 의미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르는 인간계 체험이다.

준비할 수 있는 기간도 오늘이 마지막. 더 이상 헛되이 보낼 시간은 없다.


.

.

.


“내가 스레나스님과 상담해봤는데 말이야.”


나스니악의 지하.

자동으로 수복된다는 나스미스테의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는지 어제 파놓은 벽의 자리가 흔적도 없이 깔끔하게 돌아와 있다.


“로제에스테? 듣고 있는 거야?”


“응? 아, 으응.”


“정말, 딱 한 번만 얘기해 줄 테니 잘 들어.”


“알았어, 알았어.”


“네 오른 팔의 방출은 방출이 아니야. 개방, 정확히는 개방의 원형? 그런 거지.”


개방? 개방의 원형? 다 처음 듣는 단어들이다.


“라고 해봤자, 너는 하나도 모르겠지?”


알아주니 다행이다.

맞다는 의미로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음, 일단 개방은 말이야. 악마 개개인이 사용하는 고유의 무기? 그런 걸 의미해.”


무기? 이전 란세르님과의 결투 때 베스파로제님이 꺼내들었던 검이 기억났다.

그게 개방....... 이려나?


“대충 짐작은 하고 있겠지만, 이 개방이란 건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지는 게 아냐.

다 자기의 방출을 응집시켜 무기의 형태로 만드는 거지.

다만 방출로 형상화해 무기를 만드는 것과 다른 건, 한번 개방을 만들어 놓으면 다음에 또 필요할 때는 심상을 구현화하는 과정이 필요 없다는 거야.

소환! 하면 짠하고 나오는 그런 느낌?”


그런 느낌이라니.

설명이 조금 웃기긴 했다만 그래도 이해는 확실히 됐다. 하지만.......


“응응, 무슨 말 하려는지 아니까 얘기하지 않아도 돼. 왜 넌 방출을 쏘려고 한 건데 개방이 되느냐가 궁금한거지?”


물어보려 한 건 그게 아니다만....... 뭐, 그것도 궁금하긴 하니 그냥 맞다고 대답했다.


“네 그 심상의 출력을 제한하는 반지가 문제야. 본디 개방이란 건 방출을 억눌러 농축시켜 그 형태를 만드는 거니까. 그 반지의 힘이 의도치 않게 네 오른팔의 방출을 개방으로 만들어 준 거지. 행운이라고!”


라고 웃으며 말하는 나스미스테.

그렇게 뭔가를 기대하는 표정을 해보여도 얼떨떨할 뿐이란 말이지.


“뭐야, 그 표정은. 좀 더 좋아해도 좋잖아! 원래 개방은 2차 각성을 해 해방을 익히고서도 한참을 더 있어야 익힐 수 있는 심상구현의 상위 기술이라고!”


“그, 그래?”


“어쨌든, 중요한 건.......”


얼떨결에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기는 했으나, 나스미스테의 말대로라면 생각이상으로 대단한 것.......이라는 것 같은데.


“그럼 이거 위험한 거 아냐? 더 심한 반동이 일어난다던지.”


“로제에스테, 너 바보지?”


이런 도발엔 이전에 이미 익숙해졌었다만.

오랜만에 들어 서일까? 살짝 화가 올라오다 말았다.


“바보야, 악마가 인간들처럼 육체가 약하고 힘이 없어서 무기를 쓰겠어?”


그러고 보니 확실히 이상하다.

애초에 무기라는 건 인간이 스스로의 약한 몸을 지키기 위해 만든 문명의 이기 아닌가.


“개방은 방출의 힘을 담고 있어. 더불어 만들 때 해방을 섞는다면 감정에 따른 추가 효과도 담을 수 있지. 하지만 이런 이유만으로 악마가 무기를 쓸 필요는 없지.

중요한 건 개방은 그 자체에 농축된 방출을 담고 있기 때문에 개방을 사용할 때는 추가로 심상을 몸에서 내보낼 필요가 없다는 거야.

다르게 말하면 몸에서 심상을 출력해내지 않아도 개방을 사용함으로서 방출 또는 해방을 사용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거지.

방출을 구현해낸다고 드는 시간도 필요 없어지고 말이야.”


“그렇다는 건.......”


“이제 알겠어? 몸에 담을 수 있는 심상의 양이 적은 네게는 딱인 거라고.”


반동의 우려가 없다. 라는 건 분명 굉장한 이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순간 희망이 깃들어 분위기가 달아올랐지만....... 애석하게도 오래가지 못하고 금세 식고 말았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는데. 내가 아까 개방이 아닌 개방의 원형이라고 했던 거 기억나?”


물론 지금 나스미스테가 ‘하지만’을 덧붙여서인 건 아니다.

이런 식의 전개는 이미 많이 익숙해져 있으니까.


“네가 방출이라고 해서 만들어냈던 건 ‘형태’를 잡지 않은 개방이야.

실제 개방처럼 원할 때 마다 꺼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방출을 농축시키는 행위를 반복할 뿐인 거지. 그래서 반동이 있었던 거고.”


그렇게 하지 않으려 애를 썼지만

결국 또 마음에 생긴 여유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자리 잡은 그 생각.


“그래서 말이야.......”


지옥을 나가게 되면.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게 되면.

이런 게 과연 필요할까 라는 그 생각 때문이다.


.

.

.


“방금 전이 두 번째였지?”


“아마.......도?”


개방의 형태를 만들자! 라고 시작한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으려나.

정신없이 두 번 방출을 쏘아내고 쉬었다를 꽤나 오랫동안 반복한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럼 휴식!”


온 몸이 후들거리는 게 앉았다가는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아 벽 쪽으로 몇 걸음 걸어가 그대로 등을 기대 몸을 쉬었다.


“흠음, 칼도 아니고 창도 아니고.”


나와 나스미스테의 머릿속에 든 지식이란 지식은 모두 총 동원해, 만들 수 있는 무기는 모두 구현화해 보았다. 물론 대부분이 내 머릿속에서 나온 지식이었지만.

어쨌든 문제는 형태가 지속되는 시간이 짧아 제대로 쓸 만한 게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쓸 만해 보였던 게 방패?

물론 금방 깨어져 무너져 내리는 건 마찬가지지만 위급할 때는 쓸 만하지 않을까 하고 그 형태를 기억해 두었다.


“더 생각나는 무기는 없는데.......”


뭐 작정하고 마음잡고 앉아 생각을 해본다면 한두 개 정도는 더 떠오를 수도 있겠으나, 지금 상태로는 무리다. 절대 무리.


“게다가 사실 그런 무기들을 만들어 낸다고 해도 다룰 줄도 모르고.”


검이니, 창이니 책에서나 읽었지 실제로는 들어본 적도 없는 나다.

손에 쥐어준다고 해봤자 어설프게 휙휙 휘두르기 밖에 더 하겠는가?


“그럼 어떡하지.”


“별 수 있나. 포기하는 수밖에. 이제 시간도 없고.”


“하지만.......”


그래도 해볼 건 다 해봤다는 생각에 속은 편해졌다.


“내일이라고 했지? 인간계 체험.”


“응.”


지금까지 몇 번이고 얘기해 모를 리가 없건만 괜히 또 되묻는 그 의중을 알 수가 없다.


“안 가면....... 안될까?”


라는 나스미스테의 말에 결국 피식하고 웃어버리고 말았다.


“내 맘대로 안 갈 수 있었으면 진작에 안 간다고 했겠지. 안 그래?”


오히려 안 간다고 했다간 큰일 난다고 겁을 줬던 게 누군데 그런 말을 하는 건지.


“하지만.......나 불안해.”


“나스미스테?”


몸이 굳고 말았다.

마주쳐온 나스미스테의 눈이


“로제에스테, 왠지....... 이대로 가 버리면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서.......”


란세르님을 잃었을 때의 세르에스테의 눈과 겹쳐서


“재, 재수 없는 소리하지 마.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어.”


더는 그 눈을 마주보고 있을 수가 없어 억지로 쌀쌀맞게 대답하곤 뒤로 돌아서버렸다.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그리고 이 오른팔의 방출도 개방은 못되었더라도.”


그대로 오른팔로 방출을 펼치곤 벽을 쳐 그때와 같은 커다란 홈을 만들어 냈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쓸모가 있으니까.”


그래, 원래 있지도 않았던 것에 매달려 좌절하는 건 나답지 않다.


“로제에스테?”


뒤 쪽에서 들려온 나스미스테의 조금 놀라움이 섞인 듯한 목소리.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하고 주먹을 꽂아놓은 쪽을 바라보니 예상한 것 보다 더 크게 파인 벽이 눈에 들어왔다.

뭐, 어제오늘 계속 방출만 줄창 뽑아낸 걸 생각해보면 이 정도는 성장해 줘야지.

나스미스테는 이런 걸 뭘 놀랍다고.......


“방금 그거 세 번째야!”


“.......거짓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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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12화. 인간계 체험 下 - 1 18.05.03 368 0 7쪽
48 11화. 인간계 체험 上 - 4, After 18.05.02 351 0 18쪽
47 11화. 인간계 체험 上 - 3 18.05.02 351 0 10쪽
» 11화. 인간계 체험 上 - 2 18.05.01 357 0 11쪽
45 11화. 인간계 체험 上 - 1 18.05.01 359 0 13쪽
44 10화. 2차 각성 - 4, After 18.04.30 383 0 19쪽
43 10화. 2차 각성 - 3 18.04.30 365 0 19쪽
42 10화. 2차 각성 - 2 18.04.29 361 0 20쪽
41 10화. 2차 각성 - 1 18.04.29 366 0 17쪽
40 9화. 죄와 유체 - 5, After 18.04.28 362 1 19쪽
39 9화. 죄와 유체 - 4 18.04.28 364 0 10쪽
38 9화. 죄와 유체 - 3 18.04.27 370 0 16쪽
37 9화. 죄와 유체 - 2 18.04.27 369 0 16쪽
36 9화. 죄와 유체 - 1 18.04.26 366 0 11쪽
35 8화. 악마의 눈물 - 5, After 18.04.26 369 0 21쪽
34 8화. 악마의 눈물 - 4 18.04.25 368 0 17쪽
33 8화. 악마의 눈물 - 3 18.04.25 367 0 17쪽
32 8화. 악마의 눈물 - 2 18.04.24 377 0 21쪽
31 8화. 악마의 눈물 - 1 18.04.24 368 0 7쪽
30 7화. 서열전쟁 - 6, After 18.04.23 367 1 14쪽
29 7화. 서열전쟁 - 5 18.04.23 371 0 8쪽
28 7화. 서열전쟁 - 4 18.04.22 372 0 9쪽
27 7화. 서열전쟁 - 3 18.04.22 366 0 11쪽
26 7화. 서열전쟁 - 2 18.04.21 359 0 17쪽
25 7화. 서열전쟁 - 1 18.04.21 372 0 10쪽
24 6화. 에스테 회의 - 3, After 18.04.20 383 0 13쪽
23 6화. 에스테 회의 - 2 18.04.19 389 0 23쪽
22 6화. 에스테 회의 - 1 18.04.19 396 0 12쪽
21 5화. 로제니악 - 3, After 18.04.18 390 1 23쪽
20 5화. 로제니악 - 2 18.04.18 38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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