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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or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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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or
작품등록일 :
2018.04.09 19:06
최근연재일 :
2018.05.17 21:07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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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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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3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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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10화. 2차 각성 - 4, After

DUMMY

“불쾌하다고 그랬다니까! 어떻게 사람, 아니 날 앞에 두고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그 때를 생각하면 정말이지....... 지금도 눈물이 날 것 같다.


“그, 그래. 그래. 루즈에스테가 나빴네. 으응.”


“그리고 말이야 또 들어봐. 응? 다 들어놓고서는 ‘방금 하신 게 노래였다는 거죠?’ 라면서 알면서도 또 물어봤다니까. 날 민망하게 만들려고 말이야!”


“그래, 그래. 그것도 루즈에스테가 나빴네.”


“그리고, 그리고 말이지.......”


“아, 아니 잠깐만! 잠깐만 진정해봐. 응? 자자, 날 따라서 크게 숨을 들이 키고.”


라는 말에 잠시 말을 멈추고 심호흡을 한 번 크게 내쉬었다.


“어때, 좀 괜찮아 졌어?”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대답했다.


“그래, 그럼 하나만 물을 게. 여긴 대체 왜 온 거야? 설마 그 얘기하러 온 건 아니겠지?”


테르에스테의 그 말에 뒤늦게 정신이 번쩍하고 들었다.

아무래도 상처가 컸던 모양이다.

테르에스테를 보자마자 하소연부터 하다 보니 본 목적을 잃을 뻔 했다.


“아니, 그게 실은. 조금 부탁할 게 있어서.......”


.

.

.


“.......하게 돼서 말이야.”


나스미스테의 얘기를 테르에스테에게 설명해주는 사이.

상처받았던 가슴도 많이 진정되어 괜찮아졌다.

그리고 그만큼 아까 테르에스테에게 매달려 하소연하던 내 모습이 떠올라.......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흐음, 그래서 내게 부탁하고 싶다는 게 뭔데?”


“그, 예뻐지거나 귀여워지는 그런 약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해서.......”


아아, 몇 번이고 말해도 몇 번이고 부끄러운 말이다.


“너 혹시 나를 무슨 약이든 다 얻을 수 있는 그런 편리한 잡화상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거 아냐?”


라며 나를 노려보는 테르에스테의 눈빛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뜨끔.

이미 늦은 것 같기도 하다만 더 의심받기 전에 있는 힘껏 고개를 가로저어 보였다.


“.......뭐, 아니라면 다행이지만.”


이, 일단 화제를 돌릴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그래서 말이야. 만들 수 있어? 없어?”


“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시적이라도 괜찮다면 겉모습을 바꾸는 약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아. 하지만.......”


하지만? 말끝에 ‘하지만’이 붙어서 좋았던 기억이 없기에 나도 모르게 조금 긴장.


“그, 예쁘다는 것과 귀엽다는 것의 기준이 아무래도 애매해서 말이지.”


오오, 맞는 말이다. 그 기준은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실 예로 내가 보기엔 추녀도 보통 추녀가 아닌 줄리아나 누나를 옆집 아인 형은 천사같이 예쁘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지.


“그래서 이건 로제에스테. 네가 좀 도와줬으면 하는데.......”


“내가?”


“잠깐 따라와 봐.”


자리에서 일어나 방 뒤쪽으로 향하는 테르에스테를 따라 나도 이동.


“겉 모습을 바꾸는 약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아. 하지만 문제는 아까도 말했다싶이 그 바뀔 모습의 기준이라는 건데.”


테르에스테의 발이 멈춘 곳은....... 내용물이 보이지 않는 검은 병으로 가득 찬 굉장히 커다란 찬장 앞.


“여기 병에 들어있는 건 론니악 모든 수계자들 각각의 신체의 일부들이야.”


그 말에 경악하고 말았다.


“시, 신체의 일부?”


“뭘 놀라고 그래. 신체의 일부라고 해도 기껏 해봐야 머리카락 정도일 뿐인 걸. 뭐, 어쨌든. 내가 도와달라는 건.......”


설마 여기에 내 이름도 있는 건 아니겠지?


“신체 부위별로 네 생각에 가장 예쁜 수계자를 얘기해주면 내가 그 정보를 이용해 약을 만드는 거지. 이해 됐어?”


내가 알아들은 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일단은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아, 그리고 아직 보수 얘기를 안했는데.......”


보수? 하긴, 테르에스테에게는 계속 도움만 받았으니까.

뭔지는 몰라도 내 능력안의 일이라면 다 들어주기로 미리 마음먹었다.


“네 피를 조금. 이 약병에 들어갈 정도로만 조금 얻을 수 있을까?”


피? 그걸 어디에 쓰겠다는 건지.

뭐, 많이도 아니고 저 정도면 생명에 위험이 가는 것도 아니니까.


“알았어, 그럼 이걸로 거래는 합의를 본거다?”


“응, 나도 악마니까 한 입으로 두 말은 안 해. 그럼 바로 시작하자. 우선은....... 그래, 얼굴. 얼굴부터 시작하자. 네가 생각하기에 얼굴이 가장 예쁜 수계자는 누구야?”


얼굴? 얼굴이라.


“그, 꼭 얼굴도 바꿔야 하는 거야?”


“음, 꼭이라는 건 아니지만....... 왜?”


“아, 나스미스테는 지금도 꽤 귀여운 얼굴이니까.”


“그래? 그럼 다음. 가슴이 가장 예쁜 수계자는 누구야?”


바로 가슴인거냐!

가슴, 가슴이라니. 당연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세르피리아님이지만.......

수계자 중에서라면 역시.


“리아에스테.”


왠지 변태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얼굴이 화끈화끈 거린다.


“리아에스테라. 아, 여기 있군. 그래, 다음은 허리. 허리가 가장 예쁜 수계자는 누구야?”


허리라. 평소에 유심히 보지를 않아서 잘은 모르겠다만....... 아, 그렇다고 가슴은 평소에 유심히 본다는 건 아니고!


“.......”


나도 참, 누구한테 변명을 하는 건지.

아, 그래. 그러고 보니 그 에스테 회의 때 크로에스테에게 화를 낼 때 보였던 허리가.......


“나스에스테.”


“음, 여기 있네. 좋아, 다음은 엉덩이.”


엉덩이. 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떠오르는 한 얼굴.

아, 이건 안 돼. 라고 속으로 되 뇌여 보지만 딱히 다른 수계자가 떠오르질 않는다.


“.......루나에스테.”


“좋아, 좋아. 이제 마지막. 다리는?”


다리라....... 역시 다리하면.......


“리아.......세스테.”


“음! 좋아. 잠깐만 기다려. 금방 만들어 올 테니까.”


하고 찬장에서 꺼낸 검은 약병들을 들고 쪼르르 실험도구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테르에스테. 그리고 혼자 남겨진 나는....... 왠지 내 나체를 테르에스테에게 홀라당 다 보여준 듯한 기분이 들어 부끄러움에 움직이지 못하고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

.

.


“나스미스테. 나야, 로제에스테.”


하고 노크를 두 번.

기다릴 필요도 없이 바로 열리는 나스미스테의 방 문.


“로제에스테? 무슨 일이야? 아, 테르에스테도?”


사실 테르에스테는 자기는 안 갈 거라고 했지만, 아무래도 혼자는 불안해서 억지로 끌고 왔다.

그래선지는 몰라도 테르에스테는 연신 뚱한 표정을 계속 하고 있다.


“이거, 테르에스테가 만들어준 약이야.”


하고 왼 손에 고이 쥐고 있던 약병을 들어 나스미스테에게 보여주었다.


“약?”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자.”


하고 또 다시 나스미스테의 등을 떠밀며 방안으로 입성.


“아, 그러고 보니 로제에스테. 아침에 나한테 해준 그 화장법 말이야.”


“으, 으응?”


순간 철렁하고 가슴이 내려앉아 약병을 반쯤 떨어트렸다가 다시 고쳐 잡았다.


“아무래도 인간의 기준인지 악마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더라고. 스레나스님께서 얼마나 웃으시던지.”


“아, 그....... 그래?”


억지웃음을 지어 보이며 상황이 별 문제 없이 지나가게 도와준 신에게 깊은 감사를 올렸다.


“응, 아. 그보다 빨리 말해줘. 그 약이 뭔데?”


뭔가 더 설명을 덧붙여 얘기해야 할 것 같으나 당장이라도 스레나스님께서 문을 박차고 들어와 우리 미스티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하고 호통을 치시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되어 머리가 돌아가지를 않는다.


“이, 일단 그냥 먹어봐.”


다짜고짜 약병을 내밀자 나스미스테는 잠시 고민하다 약병을 받아들었다.


“이거 위험한 건 아니지?”


“응, 그건 테르에스테가 보장 하니까.”


하고 돌아보니 테르에스테는 아직도 뭐가 그리 불만인지 다른 곳을 쳐다보며 뚱해하고 있다.


“알았어.”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약병을 들어 단숨에 꼴깍하고 내용물을 들이킨 나스미스테.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나까지 긴장이 되고 말았다.


“으.......써. 이 약 대체 무슨.......응?”


하는 순간 거짓말처럼 퐁! 하고 부풀어 오르는 가슴.


“뭐, 뭐야 이거!”


아름다운 선을 그리며 오므라드는 허리.


“흥, 그러니까 내가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잖아.”


그리고 마치 원래부터 그랬던 것 마냥 완벽한 곡선을 보이는 엉덩이와 다리 라인.

아, 이렇게 뚫어지게 보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빼앗긴 시선을 되돌릴 수가 없.......


“로제에스테. 이게 무슨 약.......”


.......?!


“으아아아악!! 테르에스테! 테르에스테에에!”


분명. 분명 얼굴은 바꿀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나스미스테의 얼굴도 변해 있었다.

그것도 마치 도마뱀의 얼굴처럼.


“아, 지옥 도마뱀의 이빨이 어디갔나 했더니 그 약에 빠졌던 거구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차분하게 얘기하는 테르에스테의 목소리에 그만 눈이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빨리! 빨리!”


“아, 알았어. 분명 여기에 해독제를.......”


“해독제? 너 지금 분명 해독제라고.......”


“말실수야, 말실수. 자자 어서 이 걸.”


.

.

.


해독제를 먹고 나스미스테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기까지 한참.

공황상태에 빠진 머리가 원상복귀 되기까지 또 한참.

나스미스테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 까지만 확인하고 바로 테르에스테를 쫓아낸 뒤부터 계속된 참을 수 없이 불편한 침묵.


“.......”


아아, 더는 시간도 없고 이대로 계속 있다간 내가 먼저 말라 죽을 것 같다.

뭐라도 말을 해야.......


“저기, 나스미스테?”


“응? 아, 응.”


기나긴 정적에 익숙해져서였을까? 나름 신경 써서 작은 목소리로 불렀음에도 나스미스테는 깜짝 놀라 이쪽을 돌아봤다.


“미안, 도움이 안돼서.”


결국 이런 말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도움은 다 동원했었으니 말이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내 속에 낀 먹구름이 개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일 뿐.


“아냐, 괜찮다고 했었잖아. 나야말로 무리 시켜서 미안해.”


그리고 다시 내리 깔리는 숨이 막힐 것만 같이 무거운 침묵.

그래, 이제 나도 인간계 체험을 준비할 시간이고 뭐고 다 포기다.

지금은 이 상황을 벗어나는 것에만 집중하자.


“그, 겉모습이 뭐가 중요하겠어? 하하.”


불난 곳에 기름 붓는 짓을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일단 화제를 돌리는 게 어렵다면 분위기라도 바꿀 필요가 있다.

그게 비록 나스미스테를 화나게 하는 내겐 더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어, 어라? 당연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하고 버럭 화를 낼 줄 알았건만.......


“흉측한 모습으로 변해버리면.......”


의자 위로 다리를 올려 안고 그 사이로 머리를 파묻는 나스미스테.


“다들 날 피할 거 아냐.......”


“아,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생각을 거치지 않고 나온 내 목소리에 내가 더 당황하고 말았다.


“로제에스테?”


“그, 그러니까 말이야. 나스미스테가 어떤 모습이 되더라도 난 절대 피하지 않을 거니까! 그러니까.......”


눈앞에 모든 것이 핑핑 돌기 시작한다.

아아, 이젠 나도 날 제어하는 걸 포기. 눈을 감아버렸다.


“그러니까 그런 쓸데없는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하고 말을 끝낸 뒤, 스스로 한 말에 닭살이 돋아 얼굴이 화끈거려 빙글 돌아서 버렸다.

저 바보는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고 핀잔이나 안 돌아오면 다행이라고 스스로 자책을 계속.

하지만 의외로 돌아오는 반응은 하나도 없이 조용한 게....... 살짝 눈을 떠 다시 뒤를 돌아보니.


“나스미스테?”


온 몸이. 말 그대로 온 몸이 하얗게 빛나고 있는 나스미스테.

내, 내가 뭘 잘못한 건가? 내가 나쁜건가? 하고 당황하기가 무섭게 갑자기 사그러드는 빛.

그리고


“괘, 괜찮아?”


부르는 내 목소리에 눈을 뜬 나스미스테는


“이, 이게.......”


“한 거야? 지금, 2차 각성을 한 거야?”


“응? 으응. 아마도?”


하지만 위아래 어디를 둘러봐도 여느 때와 전혀 다른 모습이 보이지를 않는다.


“하지만 변한 곳이 없.......”


그렇게 나스미스테의 몸을 위 아래로 훑던 시선이 멈춘 곳은 나스미스테의 머리 위.

그 위로 솟은 앙증맞게 작은 뿔 한쌍.


“그, 그거 하나 변한거야?”


이건 의외로 실망이다.

난 겨우 이런 결과가 겁이 나서 이제까지 그런 생고생을.......


“아, 아닐 거야! 스레나스님이 분명.......”


하고 자신의 몸을 여기저기 더듬거리는 나스미스테.

그러던 중 다리 뒤로 살랑거리는 무언가가 내 시야에 잡혔다.


“잠깐만, 잠깐만 가만히 있어봐.”


하고 나스미스테의 어깨를 잡아 뒤로 돌려보니.......


“이건.......”


나스미스테의 허리춤에서 붙어 솟은 하늘하늘 흔들거리는 이 하얀 털이 보들보들하게 뒤덮고 있는 것은....... 꼬리다.


“꺄, 꺄악! 뭘 만지는 거야!”


순간 뺨에 불이라도 붙은 듯 얼얼해지며 고개가 반대방향으로 휙 하고 꺾였다.

아파서? 아니다. 그것과는 다른 감정 때문에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나, 나스미스테.......?”


“뭐, 뭐야! 이상한 표정을 하고서는!”


이런 허망한 일로 소중한 2일을 날려버린 나의 한심함이 서럽다 못해 눈물이 날 정도로 슬펐기 때문이다.


“도와....... 줄 거지?”




10화 – 2차 각성. 끝.




===============================


10화. 2차 각성 – After


===============================



“미스티, 2차 각성 축하해-!!”


이건 아니다.


“자, 여기 선물!”


“감사합니다, 에스테님.”


아니, 분위기가 안 좋다는 말은 아니다.

2차 각성 한 나스미스테를 축하하려 스레나스님과 나스에스테가 찾아온 건 분명 좋은 일이다.

봐라, 커다란 분홍색 곰 인형을 선물 받고 나스미스테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음, 축하한다. 미스티. 나도 여기 선.......”


“됐어요! 정말, 스레나스님 때문에 고생한 걸 생각하면.......”


“그래도 재밌지 않았어?”


“재미라니요!”


스레나스님의 본 모습이 흉측하다고 한 건 모두 스레나스님의 거짓말이었다고 한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나스미스테 못지않게 나도 크게 당황했었다.

하지만 뭐, 스레나스님이 거짓말을 하는 일이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그래도 이렇게 서로 웃는 분위기가 된 건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일 때문에 로제에스테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요!”


라는 나스미스테의 말에 갑작스레 나를 향하는 모두의 시선.


“아, 아뇨. 그래도 나스미스테가 무사히 2차 각성을 했으니까.......”


음,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스레나스님.

웬일이래~ 라며 이상한 걸 본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나스에스테.

그리고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는 나스미스테.

그래, 솔직히 고생을 하기는 했으나 뭐, 결과가 좋았으니 그걸로 됐다.

하지만.......


“저기, 나스미스테?”


문제는 이거다.


“도와주기로 한 건....... 언제쯤?”


이러는 와중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고, 점점 줄어드는 시간들이 모여 내 목을 졸라매고 있다는 것.


“응? 아, 그거? 나중에~”


그리고 나스미스테를 포함한 이곳의 악마들은 이런 나의 마음은 전혀 몰라주고 있다는 것.


“그, 그럼....... 도움을 받는 건 내일로 미루고. 이만 가봐도 될까?”


“안-돼. 김새는 소리 좀 하지 마 쫌!”


아니, 의도적으로 셋이 짜고 날 말려 죽이려 하고 있다는 것.


“저, 저기 나스미스테? 나스에스테? 스레나스님?”


.

.

.


지옥의 밤하늘.

어차피 짙은 구름에 뒤덮여 그 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만.

그래도 뭐라도 보이는 것 마냥 박힌 시선은 내려올 줄을 모른다.

힘없는 걸음걸이에 내 몸과 함께 비틀거리는 하늘.

‘아, 피곤해. 로제에스테. 수련은 내일부터로 하자. 오늘 하루는 정말 고마웠어. 푹 쉬어-’ 라니.

푹 쉬어라니.


“푹 쉴 수 있을 것 같냐아아아아!!!”


하고 하늘을 향해 외쳐봤자 이미 날아가 버린 시간은 돌아오질 않는다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아.”


그래서 더 힘이 빠지는 거고 말이다.

발이 멈춰선 곳은 로제니악의 문 앞.

힘없이 올린 손으로는 문이 밀리지 않아 몸을 기대어 밀어 열었다.

계단을 올라가는 내내 힘이 없기는 마찬가지.

남은 3일로 할 수 있는 게 있긴 한 걸까 하는 고민과 함께 140번 방의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잔느, 나 왔어. 차 한 잔 부탁해.......”


창문을 넘어오자마자 그대로 내 잠자리로 직결. 몸이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처럼 피곤하다.


“잔느, 차 한 잔 달라니까.”


하고 반쯤 짜증 섞인 눈으로 돌아본 곳에 있던 것은


“.......!!”


어둠. 그리고 그 사이로 빛을 발하고 있는 하얀 날개.

그리고....... 잔뜩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는 잔느.


“아, 안제루즈님?!”


“차라면 여기 방금 끓여 놓은 게 있으니....... 이리 오면 내 한잔 따라주도록 하지.”


안제루즈님이 내 방에는 왜?

게다가 잔느의 저 겁에 질린 눈.

잔느에게....... 무슨 짓이라도 하신 건가?

일단은 경계심을 유지한 채 조심조심 걸어 탁자 옆 안제루즈님의 건너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네 하인. 꽤나 차를 맛있게 끓일 줄 알더군.”


쪼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빈 찻잔의 안으로 차오르는 찻물.


“여기는 무슨 일로 오신건지.......”


돌연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쳐 오는 안제루즈님.

나도 모르게 놀라 움찔 하며 뒤로 한 발짝 물러서고 말았다.


“인간계 체험의 준비는 착실히 하고 있는지 궁금하군.”


그 의중을 알지 못해 깃든 잠깐의 침묵.

들리는 소리는 안제루즈님이 찻주전자를 탁자 위로 내려놓으며 난 소리뿐이다.


“그 실력이라면 분명 돌아오지 못하겠지. 누가 들어도 놀랄 일은 아니야.”


뭐라도 대답하기 위해 입을 열려하는데 먼저 말을 꺼낸 건 안제루즈님이었다.


“인간계로 넘어가기 전, 모든 악마는 감시탑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마기와 함께 자신의 힘을 봉하는 약을 먹는다.”


처음 듣는 얘기다. 하지만 안제루즈님은 대체 왜 이런 말을 내게.......


“그건 달리 말하면 이쪽에서도 서로의 위치를 알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지.”


“안제루즈님? 전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만약. 만약 인간계로 이동하는 도중 문제가 생겨 너 혼자 다른 곳으로 소환된다면.”


자, 잠깐.


“인솔자인 나는 널 찾지 못할 테고, 넌 결국 혼자 떨어져 죽은 것으로 마신님께 보고되겠지.”


안제루즈님은 지금 내게.......


“물론 인간인 넌 약의 효과가 떨어져도 네가 방출이라도 사용하지 않는 이상 감시탑에 잡히지 않아 무사할 테지.”


“안제루즈님?”


“차는 충분히 마셨다. 난 돌아가 보도록 하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안제루즈님은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 마냥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긴장이 풀리며 다리에 힘이 빠졌는지 털썩 하는 소리를 내며 쓰러지듯 바닥에 주저앉는 잔느.



그리고 나는.



복잡한 심정으로 안제루즈님이 계시던 자리만 계속 바라보다가.......





10화. 2차 각성 – After. 끝.


11화. 인간계 체험 上 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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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12화. 인간계 체험 下 - 1 18.05.03 369 0 7쪽
48 11화. 인간계 체험 上 - 4, After 18.05.02 351 0 18쪽
47 11화. 인간계 체험 上 - 3 18.05.02 351 0 10쪽
46 11화. 인간계 체험 上 - 2 18.05.01 357 0 11쪽
45 11화. 인간계 체험 上 - 1 18.05.01 359 0 13쪽
» 10화. 2차 각성 - 4, After 18.04.30 384 0 19쪽
43 10화. 2차 각성 - 3 18.04.30 365 0 19쪽
42 10화. 2차 각성 - 2 18.04.29 361 0 20쪽
41 10화. 2차 각성 - 1 18.04.29 366 0 17쪽
40 9화. 죄와 유체 - 5, After 18.04.28 362 1 19쪽
39 9화. 죄와 유체 - 4 18.04.28 364 0 10쪽
38 9화. 죄와 유체 - 3 18.04.27 371 0 16쪽
37 9화. 죄와 유체 - 2 18.04.27 369 0 16쪽
36 9화. 죄와 유체 - 1 18.04.26 366 0 11쪽
35 8화. 악마의 눈물 - 5, After 18.04.26 369 0 21쪽
34 8화. 악마의 눈물 - 4 18.04.25 369 0 17쪽
33 8화. 악마의 눈물 - 3 18.04.25 367 0 17쪽
32 8화. 악마의 눈물 - 2 18.04.24 377 0 21쪽
31 8화. 악마의 눈물 - 1 18.04.24 368 0 7쪽
30 7화. 서열전쟁 - 6, After 18.04.23 367 1 14쪽
29 7화. 서열전쟁 - 5 18.04.23 371 0 8쪽
28 7화. 서열전쟁 - 4 18.04.22 372 0 9쪽
27 7화. 서열전쟁 - 3 18.04.22 366 0 11쪽
26 7화. 서열전쟁 - 2 18.04.21 359 0 17쪽
25 7화. 서열전쟁 - 1 18.04.21 372 0 10쪽
24 6화. 에스테 회의 - 3, After 18.04.20 383 0 13쪽
23 6화. 에스테 회의 - 2 18.04.19 389 0 23쪽
22 6화. 에스테 회의 - 1 18.04.19 396 0 12쪽
21 5화. 로제니악 - 3, After 18.04.18 391 1 23쪽
20 5화. 로제니악 - 2 18.04.18 38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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