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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행 님의 서재입니다.

숫타진경을 찾아서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무도행
작품등록일 :
2023.03.30 16:00
최근연재일 :
2023.04.25 15:0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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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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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글자수 :
151,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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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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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4편 – 모용언과 팽연화

DUMMY

우리는 호연승과의 식사 자리에서 술도 몇 잔 기울이며 그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해 적대감은 없어졌다.


호연승은 평생 무공만 익힌 무림인 이다 보니 생각보다 소탈하고 솔직한 면이 있었다.


“무도 자네가 양수 도인에게서 무공을 배웠다니 어린 나이에 귀인을 만났군! 그런데 영웅대회 비무장에서 처음에는 양수 도인의 쾌검 초식을 사용하다가 마지막에는 나도 처음 보는 희한한 초식을 사용하던데 그 검초도 양수 도인에게서 배운 것인가?”


나는 호연승의 식견에 감탄하며 말했다.


“역시 대사의 식견은 대단하시군요. 그것은 양수 도인에게서 배운 것이 아니고 제가 무려산에서 우연히 얻은 비급의 무공입니다.”


호연승은 무공비급 얘기가 나오자 어쩔 수 없는 무림인이라 급 관심을 보였다.


“무려산에서 얻은 무공비급이라고?”


나는 절벽동굴의 문자들을 혹시나 호연승이 해독할 수 있을까 해서 숨김없이 비급을 얻은 과정을 얘기했다.


호연승이 나의 얘기를 듣고는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


“혹시 나한테 비급을 잠시 보여줄 수 있는가? 그러면 내가 비급의 근원을 추측해볼 수 있을 것인데···.”


어차피 내가 해독을 못 하는 비급이라 별생각 없이 품속의 나무통을 꺼내 절벽동굴 비급을 적어놓았던 양피지를 꺼내 호연승에게 보여줬다.


호연승도 그저 비급에 대한 무인으로서의 관심으로 얘기한 것이었다.


호연승이 보니 나무통에는 무공비급 외에 양피지가 하나 더 있는데 얼핏 봐도 무슨 지도 같다.


호연승의 날카로운 눈이 어찌 이것을 놓치겠는가?


‘오호! 저것이 시황묘도인가?’


호연승은 일단 무도가 꺼내준 무공비급이 적힌 양피지를 유심히 살펴봤다.


비급에 적힌 글자는 옛 북방민족이 사용하던 글자이다.


그러나 호연승도 그 정도만 알 수 있을 뿐이었다.


호연승이 양피지를 나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내가 보기에 이 비급에 적힌 글자는 예전 북방민족이 사용하던 글자이다. 글자만 해독하면 그 뜻은 내가 능히 너에게 설명해줄 수 있겠다! 내 이 글자를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을 알고 있다. 나도 이 비급에 관심이 있으니 내가 그 사람을 북경으로 초빙해 오겠다. 너의 생각은 어떠한가?”


나는 호연승의 말에 어찌할까 생각해 보았다.


‘나에게는 손해 볼 일이 아니지 않은가?’


“대사님이 그렇게까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렇게 호연승은 내가 지도를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고, 나도 비급을 해독할 방법을 찾게 되었기에 우리는 기대하지 않은 유익한 만남을 가졌고 서로 만족하고 헤어졌다.


사실 호연승은 군주라고 불리는 유정의 오만한 태도와 팽목지의 교활한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나와 모용언이 돌아가자 어찌할지를 생각해 보았다.


‘내가 무림인으로서 새파랗게 어린 유정에게 잘 보여 무슨 영광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무도의 비급을 해독하면 나는 저절로 무공비급을 얻을 수 있지 않은가? 굳이 내가 강제로 지도를 뺏어 무도 저 아이와 척을 질 이유가 없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한 호연승이 팽목지를 찾아가니 팽목지는 마침 오두미교 호법 장로 장릉과 얘기 중이었다.


호연승은 지도를 무도가 가지고 있는 것을 직접 확인한 사실을 알려주었다.


장릉은 호연승과 팽목지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호연승이 팽목지가 직접 손을 쓰도록 일을 넘기는 듯하여지자 자신이 나섰다.


“내가 그 지도를 가져다드리겠소!”


팽목지와 호연승은 장릉이 나서겠다고 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장릉이 팽목지와 호연승 앞에서 큰소리를 친 것은 나름대로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장릉에게는 오두미교의 절기인 면닉법(緬匿法)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 면닉법은 정통 무공은 아니고 최면술, 미약, 경공술을 조합하여 만든 일종의 속임수다.


아무튼, 장릉이 생각하기에 자신의 면닉법을 사용하면 무도가 지닌 지도하나 훔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한편 모용언은 호연승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독웅에게 은자도 전달하자 마음 한쪽 구석에 있던 짐을 덜어 홀가분했다.


그리고 내가 자연스럽게 지도를 호연승에게 보여줬으니 어찌 됐건 일이 잘 풀리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제 곧 팽목지 측에서 지도를 가지러 올 것으로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래서 지도는 몸에 지니고 다니고 절벽동굴 비급은 따로 보관했다.


상대방의 행동은 생각보다 빨랐다.


장릉은 그날 밤 바로 무도의 침소로 잠입했다.


장릉은 참으로 신출귀몰하여 바람과 같이 들어와 바람과 같이 사라졌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보니 머리가 아팠다.


이상한 생각이 든 나는 대나무 통을 확인해보니 나무통 속에 넣어뒀던 지도가 사라진 게 아닌가?


예상했던 일이지만 이렇게 감쪽같이 당할 줄은 몰랐기에 적지 않게 놀랐다.


‘앞으로는 적의 침입에 철저히 대비해야겠구나!’


나의 내공에 비춰봤을 때 이리 감쪽같이 일을 처리한 것으로 볼 때 침입자의 무공이나 수법이 무척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한편 장릉으로부터 지도를 확보한 팽목지는 지도와 역사 전문가들을 초빙해 지도의 진위를 확인했다.


역사적 지리와 상황을 검토해 봤을 때 지도에 적힌 내용은 신빙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오자 팽목지는 지도의 복사본을 하나 만들어 놓고 원본을 가지고 모용각과 유정을 찾아갔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예외가 없는 것인가?


장릉 또한 이미 복사본을 만들어 놓았음은 물론이다.


지도를 얻은 유정은 팽목지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살피며 물었다.


“이건 한 왕조의 중대사이오! 혹시 복사본을 만들어 놓지는 않았겠지요?”


팽목지가 예상했다는 듯이 답했다.


“저는 무림인으로서 다른 욕심은 없습니다. 군주께서 도와주시는데 제가 어찌 딴마음을 품을 수 있겠습니까?”


유정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고는 한결 부드럽게 말했다.


“내 이 지도의 진위를 확인해본 후 황제께 아뢰겠소이다. 암튼, 수고하셨소!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뭐든 얘기하시오!”


“감사합니다. 주군!”


유정은 모용각을 바라보며 말했다.


“모용선생! 선생도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해보시오!”


모용각이 기회가 오자 얼른 머리를 굴렸다.


‘좀 있으면 모용부가 북경에 올 것이고 괜히 모용부의 눈에 띄었다가는 곤욕을 치를 수도 있으니 이참에 유정을 따라가서 큰물에서 놀아봐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정한 모용각이 유정에게 간청했다.


“저를 데려가 주시면 분골쇄신하여 모시겠습니다.”


“나를 따르겠다···. 좋소이다!”


유정은 모용각 같은 고수가 자신의 옆을 지키면 든든하겠다고 생각되어 흔쾌히 승낙했다.


두 가지 임무 중 하나를 해결한 유정은 지도를 가지고 황제를 알현하기 위해 모용각을 데리고 떠나고 뒷배를 단단히 확보한 팽목지는 화북 무림을 장악할 계획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들떴다.


내가 구려방 사람들에게 열심히 무공을 전수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구려방 사람들의 무공 실력에 진전이 있자 금방 소문이 났고 구려방에 조선의 유민들이 모여들어 구려방의 규모와 세력이 점점 커지게 되었다.


조직에 사람이 늘어나니 곽도는 자연스럽게 북경 외곽에서부터 입지를 굳히기 시작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곽도는 작지만 상단을 만들어 일단 고구려와의 무역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북경 전체의 축제일이 된 모용복과 모용향의 결혼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고 며칠 안에 모용세가의 주인 모용부도 북경에 도착할 것이었다.


나는 다시 구삼의 객잔으로 거처를 옮겼고 모용언이 들뜬 표정으로 객잔으로 찾아왔다.


“오빠! 나 결혼식 예식에 입을 옷을 맞추러 갈 건데 같이 가자! 오빠도 옷 새로 맞춰 입어야지.”


“난, 이 옷이 좋은데?”


“안돼! 다들 좋은 옷을 입고 올 텐데 헌 옷 입으면 사람들이 무시할 거야!”


나는 어쩔 수 없이 모용언의 손에 이끌려 포목 집으로 갔다.


모용언은 부잣집 무남독녀이기에 웬만한 포목 집은 눈에 차지 않았다.


한참을 돌아다닌 끝에 북경에서 제일 유명한 포목점에서 내가 입을 새 옷을 먼저 고른 후 드디어 모용언도 마음에 드는 비단을 골랐다.


모용언은 비단을 만져보며 매우 만족해했다.


“오빠! 내가 이 비단으로 옷을 만들어 입으면 예쁘겠지?”


“그럼! 당연히 최고로 이쁘지!”


그런데 모용언이 한참 들떠 기분이 좋은 상황에서 점소이가 모용언의 기분을 망치는 소리를 했다.


“죄송합니다. 아씨! 이 비단은 이미 다른 분이 예약하신 비단입니다.”


뜬금없는 소리에 모용언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먼저 잡으면 임자이지 상점에 있는 비단에 주인이 따로 있나요?”


점소이가 거듭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다른 비단을 고르시지요?”


이때 시녀를 둘이나 거느리고 소녀 하나가 상점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키가 크고 코가 높은 게 한눈에 봐도 대단한 미녀였다.


점소이는 얼른 그 소녀를 반기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셨어요. 연화 아씨!”


연화라는 소녀가 말했다.


“그래! 내가 주문했던 비단은 준비됐느냐?”


“네. 아씨! 준비됐습니다.”


“그래? 어디 보자!”


점소이는 모용언이 들고 있는 비단을 얼른 가로채 가져갔다.


모용언은 이 황당한 상황에 어이가 없어 얼굴이 붉어지고 눈꼬리가 파르르 떨리는 것이 폭발 직전이었다.


모용언이 이렇게까지 화난 표정을 짓는 것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안 되겠다 싶어서 연화라는 소녀에게 다가가 정중히 말했다.


“실례합니다. 제 동생이 그 비단이 몹시 마음에 든다고 하는데 반씩 나눠서 살 수 있겠습니까?”


내 얘기가 뜻밖이라는 듯 연화라는 소녀는 오만한 표정으로 나와 모용언을 쳐다봤다.


모용언의 얼굴만 봐도 상황을 알 수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연화가 말했다.


“이 비단을 사고 싶다고? 이 비단은 내가 오래전에 주문한 비단이야! 물건이 여기 있지만, 돈도 이미 치렀고 이미 내 것인데?”


이리 말하며 그녀는 나와 모용언을 요상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연화라는 소녀는 딱 잘라 거절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눠 주겠다고 하는 것도 아닌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모용언은 연화가 하는 꼴이 자신을 희롱하는 것 같아 더욱 기분이 안 좋아졌다.


그렇다고 남의 것을 강제로 빼앗을 수도 없기에 분을 삭이며 무도의 팔을 잡아끌었다.


“가자! 오빠!”


그렇게 나와 모용언이 상점을 나가려고 하는데 연화가 말했다.


“잠깐만!”


연화는 나를 돌려세워 놓고 말했다.


“내가 오늘 기분이 좋아! 특별히 선심을 쓰겠어! 반만 가져도 옷 한 벌은 충분히 나올 테니 그리해줄게!”


나는 연화가 뜻밖에 호의를 베풀자 그녀에게 연신 감사의 말을 했다.


“고맙습니다. 아가씨!”


모용언은 연화의 하는 꼴이 눈꼴시지만 어쩌겠는가!


결혼식 때 남한테 뒤질 수는 없기에 치미는 울화를 꾹 참고 값을 치르고 옷을 만들어 줄 것을 주문했다.


점소이가 모용언과 나의 몸 치수를 재고는 말했다.


“두 분 옷은 사흘 후에 찾으러 오세요.”


나와 모용언이 포목 집을 나가려고 하는데 연화가 모용언을 보며 물었다.


“나는 연화라고 해!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너 이름이 뭐니?”


모용언은 상대가 사정을 봐줬기에 그녀를 상대하기 싫었지만 억지로 참고 대답했다.


“난 모용언! 이 오빠는 선우 무도.”


심기가 불편한 모용언은 말을 짧게 했다.


연화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호! 모용씨 집안 아씨였군! 내가 그 집 모용향은 익히 아는데 모용향과는 어찌 되는 사이야?”


두 소녀 간의 팽팽한 긴장을 없애기 위해 내가 나섰다.


“언이는 요동에 있는 모용세가 가주이신 모용부의 딸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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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숫타진경은 "비급으로 가문을 세우겠습니다." 라는 제목으로 네이버시리즈에서 서비스 중 입니다. 23.03.30 322 0 -
29 29편 – 무도와 나영의 대결 23.04.25 53 1 11쪽
28 28편 – 장불회와의 만남 23.04.24 57 2 11쪽
27 27편 – 을두지의 계획 23.04.23 62 2 11쪽
26 26편 – 팽목지의 음모 23.04.21 66 2 11쪽
25 25편 – 결혼식에서 만난 앙숙 23.04.20 73 2 11쪽
» 24편 – 모용언과 팽연화 23.04.19 68 1 12쪽
23 23편 – 화북팽가 팽목지 23.04.18 68 1 12쪽
22 22편 – 오두미교 장릉 23.04.17 75 1 12쪽
21 21편 – 광무제 동생 유정 23.04.14 91 1 11쪽
20 20편 – 구려방 곽도 23.04.13 92 2 11쪽
19 19편 – 갈석궁의 지하 밀실 23.04.12 110 2 11쪽
18 18편 – 모용복과 호연승의 대결 23.04.11 97 2 12쪽
17 17편 – 용문객잔 23.04.10 99 2 11쪽
16 16편 – 무도의 첫 승리와 첫 굴욕! 23.04.07 108 2 11쪽
15 15편 – 북경을 향하여 23.04.06 103 2 12쪽
14 14편 – 요동이여 안녕! 23.04.05 107 1 12쪽
13 13편 – 내가 치료하고 말 거야! 23.04.04 119 1 11쪽
12 12편 – 천산선인 23.04.03 110 1 12쪽
11 11편 – 내가 대표 선수라고? 23.04.03 112 1 12쪽
10 10편 – 운명적 만남 23.04.02 119 2 12쪽
9 9편 – 요양의 모용세가 23.04.01 125 2 11쪽
8 8편 – 숫타음경 23.03.31 150 2 11쪽
7 7편 – 요동 무림계에 부는 피바람 23.03.31 139 2 11쪽
6 6편 – 백암객잔 구삼 23.03.30 141 1 12쪽
5 5편 – 쾌검 양수 도인 23.03.30 141 1 12쪽
4 4편 – 모용각과의 악연 2 23.03.30 156 1 12쪽
3 3편 – 모용각과의 악연 1 23.03.30 181 1 12쪽
2 2편 – 염사방 방주 안승 23.03.30 205 2 12쪽
1 1편 – 내몸속에 심어진 내공 씨앗 23.03.30 37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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