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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행 님의 서재입니다.

숫타진경을 찾아서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무도행
작품등록일 :
2023.03.30 16:00
최근연재일 :
2023.04.25 15:0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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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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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글자수 :
151,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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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3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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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편 – 백암객잔 구삼

DUMMY

말을 타고 천천히 산에서 내려오며 보니 무려산은 말 그대로 화강암 돌산이라 풍경이 평양성에서 보던 나무가 우거진 산들과는 다른 색다른 풍경이라 또한 볼만했다.


두 식경쯤 말을 달리니 백암 객잔이 눈에 들어왔다.


말을 묶어두고 들어가니 점소이가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이했다.


“헤헤···. 손님 또 오셨네···. 어째 낙타봉에는 올라가셨나요?”


나는 점소이가 나를 희롱하는 것을 알았지만 짐짓 강한 척 대답했다.


“아직 올라가진 못했지만, 조만간 올라갈 생각이요!”


나는 가지고 있는 모든 은전을 건네며 말했다.


“술, 말린고기, 만두를 챙겨주시오! 나는 국수 한 그릇 주고. 그리고, 객잔 앞에 묶어둔 내 말을 팔고 싶소. 얼마나 쳐주겠소?”


나는 호기 있게 말을 했지만 점소이의 눈빛은 내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점소이는 나보다 한두 살 많아 보였으며 역시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저는 말이 필요 없는데요? 돈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굳이 팔고 싶다면 오늘 내어 드리는 술, 말린고기, 만두 만큼을 다음에 오면 세 번 더 드리겠습니다.”


흥정할 때는 되도록 빨리 판단해서 되받아쳐야 한다.


‘양도인과 3달을 지내려면 이곳에 여러 번 와야 할 텐데 세 번으로는 부족하다···. 확 그냥 열 번이라고 해볼까?’


순간적으로 마음을 정한 나는 사실 점소이의 조건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짐짓 만족스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 말했다.


“세 번은 턱도 없는 소리! 열 번 주시오!”


나는 내가 말하고서도 너무했나 싶었다.


나는 점소이의 반응을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점소이는 내가 값을 비싸게 부르자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순간 나는 아차 싶었다.


‘아···. 다섯 번이라고 할걸···.’


그러나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열 번은 말도 안 되는 가격입니다. 특별히 다섯 번 드리겠습니다. 그 이상은 안 됩니다.”


‘어라! 일단 다섯 번 확보!’


나는 그냥 한번 해본 소리인데 상대가 이렇게 나오자 괜히 한 번 더 튕겨봤다.


“음···. 여덟 번까지 양보하겠소. 나도 그 이하는 안 되겠소!”


점소이는 그 정도면 좋은 가격에 말을 얻었다고 생각되었는지 못 이기는 척 수락했다.


“좋습니다! 요구하신 물건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앗싸! 성공이다’


잠시 앉아있으니 점소이가 국수 한 그릇과 술, 말린고기, 만두를 가져다줬다.


나는 국수 한 그릇과 만두 몇 개를 먹고 점소이를 불러 물었다.


“혹시 쾌검 양수, 양도인을 아시오? 그 노인이 무공을 할 줄 아나요?”


나의 말에 점소이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물었다.


“양도인을 만나셨나요?”


“내가 지금 양도인의 집에서 묵고 있는데···.”


나의 대답에 점소이는 깜짝 놀랐다.


“양도인은 이 일대에서 손꼽히는 고수입니다. 그의 별호가 쾌검인데 검을 뽑으면 눈이 어지럽도록 검이 빨라 대적할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내가 깜짝 놀라 물었다.


“그럼 모용선생, 탁불웅 이란 사람은 아시오?”


“탁불웅은 알죠. 아주 흉악한 놈인데 무공이 세서 모두 마주치기를 꺼립니다. 그리고 모용선생이라···. 모용씨는 이곳 요동에서 유명한 모용세가의 성입니다. 모용씨의 이름만 대도 이쪽에서는 알아줍니다.”


“그럼 탁불웅 하고 양도인하고 비교하면 누구의 무공이 높은가요?”


점소이는 어이없어하며 웃었다.


“양도인에 비하면 탁불웅은 저잣거리의 왈패수준이지요. 비교 대상이 아닙니다.”


‘오! 양도인이 그리 쎄단 말인가?’


나는 점소이가 세상사에 밝은 것이 놀랍기도 하고 나의 무지가 부끄럽기도 했다.


그래서 은근히 친밀감을 표시하며 친해지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무도라고 하고 올해 18살입니다. 형은 이름이 어찌 됩니까?”


점소이는 내가 갑자기 존칭을 쓰며 이름을 묻자 은근히 좋아하는 눈치였다.


그는 나의 앞에 앉아 정식으로 인사를 했다.


“나의 조상은 연나라 사람으로 이름은 구삼이라고 해. 난 올해 19살이야!”


나는 상대가 한 살 형이라 마음 편히 존대했다.


“구형! 내가 낙랑국에서 이곳으로 온 지 얼마 안 되어 세상일에 무지합니다. 구형이 세상 돌아가는 것 좀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구삼은 내가 자신을 형이라 부르며 도움을 요청하자 기쁜 마음에 말했다.


“히히! 나한테 존대하는 사람은 처음이라···. 흠흠···. 내가 이곳에서 오가는 사람들로부터 세상일을 들어온 지 수해가 넘었지! 동생이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이형에게 물어봐. 내 모르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서라도 알려줄게. 흠흠···.”


나는 구삼이 알려주는 세상일을 한참이나 재미있게 듣다 보니 한시진이나 객잔에 머물게 됐다. 아차! 하는 생각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말했다.


“구형! 오늘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 내가 다음에 또 올게. 양도인이 기다려서 구형의 재미난 얘기를 더 들을 수 없는 게 아쉽네!”


나는 구삼과 작별하고 서둘러 물건을 챙겨 무려산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무려산 입구에 들어서자 그제야 걸음을 늦추며 생각했다.


‘양도인이 그렇게 대단한 무예의 고수라니···.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이렇게 형편없구나···. 천산선인을 힘들게 만난다고 해도 나를 제자로 받아줄지도 의문인데 양도인의 제자가 되어 열심히 수련하면 탁발웅 정도는 제압 가능할 텐데···. 어쩔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양도인의 집 앞에 도착했다.


“다녀왔습니다.”


내가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양도인이 침상에 앉아 참선 중이었다.


양도인이 눈을 치켜뜨며 소리쳤다.


“사내놈이 그렇게 발이 느려서야 어디다 쓰겠느냐?”


나는 양도인이 고수라는 것을 알게 돼서인지 나도 모르게 고분고분 대꾸했다.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신속히 다녀오겠습니다.”


양도인은 내가 고분고분 대꾸하자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가져온 술과 고기, 만두를 탁자 위에 풀어놓았다.


양도인은 얼른 자리를 잡고 술병을 병째로 들고 마셨다.


“카! 맛좋다! 너도 한잔해!”


나는 양도인이 넘겨준 술병을 들고 망설였다.


“무엇하느냐! 마셔라!”


나는 술이 처음이라 눈을 질끈 감고 한 모금 들이켰다.


술이 뱃속으로 들어가니 단전이 따뜻해지며 기분이 좋아졌다.


양도인은 술 마시는 나의 모습을 재미있어하며 자신이 한잔 마시면 나에게 한 잔 주고 하면서 술 단지 하나를 금방 비웠다.


나는 적잖이 취기가 돌자 고향 생각이 나서 침울해졌다.


나의 표정이 침울해지자 양도인은 내가 고향 생각을 하는 것을 알아채고 운을 띄웠다.


“그래, 너는 어디에서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오게 됐느냐?”


양도인이 이렇게 묻자 나는 처음으로 나의 처지를 하소연 하게 됐다.


“저는 낙랑국 평양성 대동강 변에서 대장장이를 하는 아버지와 둘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저의 대장간으로 낙랑공주와 공주의 경호무사 비연이 찾아와 낙랑공주가 사용할 단검을 만들어달라 했지요.”


양도인은 내 얘기가 흥미가 가는지 나의 말에 집중했다.


“저는 평생 그렇게 이쁜 여자는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낙랑공주가 너무 이뻐서 아버지가 만든 단검을 가지고 낙랑공주를 한 번 더 보기 위해 공주님를 찾아갔지요.”


“그래서?”


“공주께서도 제가 마음에 드셨는지 저를 공주님 처소 후원 정자로 데리고 가셔서 다과도 주시고 저와 얘기를 나눴는데 그때 고구려 호동 왕자로부터 전서구 한 마리가 날라왔고 그 편지를 읽은 낙랑공주가 매우 낙담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던 저는 저도 모르게 공주의 일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양수 도인은 다음 얘기가 더욱 궁금해졌다.


“공주가 대체 무슨 일을 했는데?”


“저도 나중에 안 일이지만 호동 왕자는 공주에게 자명고를 찢고 자명각을 자르라 시켰던 것입니다. 그 일을 하기 위해 저희 아버지에게 예리한 단검을 만들도록 요청한 것이었고요. 고민하던 공주는 결국 왕자의 요청대로 자명고와 자명각을 망가트렸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저는 공주의 지시대로 강변에 배를 준비해놓고 공주님을 태워 강 건너 고구려까지 데려다주려다 군사들에게 발각되었고 공주와 비연은 체포되었지만 비연이 저를 강물로 빠트리며 도망가라 하여 저는 집으로 도망갈 수 있었습니다. 아···. 그때 도망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나는 그때의 일을 떠올리니 후회막심이었다.


“왜? 도망갔으면 잘된 일 아니냐?”


“저는 정신없이 집으로 도망가느라 병사들이 저를 쫓아오는 것을 미처 생각지 못했던 거지요. 결국, 저의 아버지와 병사들 간에 격투가 벌어졌고 그로 인해 아버지가 군사들에게 큰 상처를 입고 돌아가시게 된 것입니다.”


거기까지 얘기한 나는 다친 아버지가 비밀동굴에서 나에게 전수해준 숫타음경의 내공 씨앗에 관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저에게 무려산 천산선인을 찾아가라 유언하셨습니다.”


나의 얘기를 들은 양도인은 자신이 어렸을 적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랐는지 나를 가엽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네가 이제 세상에 혼자 남아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려 이먼 요동 땅까지 온 것이구나.”


양도사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무슨 생각이 났는지 표정이 밝아졌다.


“내일 아침 일찍 약초를 캐러 가야 하니 이만 자자!”


이리 말하고 양도사는 돌침상에 누웠다.


나는 잽싸게 불을 끄고 바닥에 자리를 잡고 잠을 청했지만 한번 생각난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쉬이 잠을 청하지 못하고 한참을 뒤척였다.


다음날 동이 트자 양도사와 나는 집을 나섰다.


양도사는 나의 체력을 확인하려는 듯이 다리에 힘을 주고 빠르게 산을 달려 올라갔다.


한참을 양도사의 뒤를 쫓아가던 나는 예전과 달라진 나의 체력에 놀랐다.


‘내가 이렇게 다리 힘이 좋았나? 벌써 한시진이나 산을 탔는데도 전혀 숨이 차질 않는구나?’


양도사도 은근 나의 체력에 놀라 하며 더욱 비탈진 산길을 잡아 앞장서갔다.


이렇게 반 시진을 더 올라가니 산정상에 도착했다.


산 정상에 올라선 양도사가 나에게 말했다.


“너는 무려산을 어떤 곳으로 알고 있느냐?”


“조선이 발원한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 이 무려산을 중심으로 조선이 발흥해 한때는 서쪽으로 중원까지 영토를 넓히며 제국이 되었었지···. 그러나 세상의 흥망성쇠는 늘 영원한 것이 없다.”


나는 양도사의 말을 들으며 주위의 풍경에 푹 빠져있는데 양도사가 물었다.


“너의 몸속에 있는 내공은 누구에게 받은 것이냐?”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뭐라 얘기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했다.


양도사가 부드럽게 말했다.


“내가 너의 내력을 다 알 필요는 없으나 너의 몸속의 진기는 내가 보기에는 중원이나 조선의 무공과는 다른 것이다. 즉, 함부로 건드리면 오히려 너에게 해가 될 것이다. 천산선인이 돌아오면 같이 고민해 볼 문제이지만 너는 일단 외공을 익히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는 뭐라 얘기해야 할지 몰라서 머뭇거리자 양도사가 계속 설명했다.


“너는 천산선인의 제자가 되기를 원하니 나도 너를 제자로 받지 않겠다! 다만 상승 무공을 배우려면 기초가 탄탄해야 하는데, 오늘 너와 산에 오르면서 보니 너의 내공이 생각보다 정순하고 두터워 무공을 익힐 준비로는 충분하다. 나는 검술을 수련할 테니 너도 너 나름대로 검술을 수련해라!”


양도인은 이렇게 말하고 고송에서 나뭇가지를 하나 꺾은 후 평지에 서서 검술 초식을 펼치기 시작했다.


나는 양도인의 의중을 파악하고 한 귀퉁이에서 양도인의 초식을 감상하며 이해는 되지 않지만, 검을 빼 들고 양도사의 동작을 따라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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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편 – 무도와 나영의 대결 23.04.25 54 1 11쪽
28 28편 – 장불회와의 만남 23.04.24 58 2 11쪽
27 27편 – 을두지의 계획 23.04.23 62 2 11쪽
26 26편 – 팽목지의 음모 23.04.21 67 2 11쪽
25 25편 – 결혼식에서 만난 앙숙 23.04.20 73 2 11쪽
24 24편 – 모용언과 팽연화 23.04.19 68 1 12쪽
23 23편 – 화북팽가 팽목지 23.04.18 69 1 12쪽
22 22편 – 오두미교 장릉 23.04.17 75 1 12쪽
21 21편 – 광무제 동생 유정 23.04.14 92 1 11쪽
20 20편 – 구려방 곽도 23.04.13 92 2 11쪽
19 19편 – 갈석궁의 지하 밀실 23.04.12 110 2 11쪽
18 18편 – 모용복과 호연승의 대결 23.04.11 97 2 12쪽
17 17편 – 용문객잔 23.04.10 100 2 11쪽
16 16편 – 무도의 첫 승리와 첫 굴욕! 23.04.07 108 2 11쪽
15 15편 – 북경을 향하여 23.04.06 104 2 12쪽
14 14편 – 요동이여 안녕! 23.04.05 108 1 12쪽
13 13편 – 내가 치료하고 말 거야! 23.04.04 119 1 11쪽
12 12편 – 천산선인 23.04.03 110 1 12쪽
11 11편 – 내가 대표 선수라고? 23.04.03 113 1 12쪽
10 10편 – 운명적 만남 23.04.02 120 2 12쪽
9 9편 – 요양의 모용세가 23.04.01 126 2 11쪽
8 8편 – 숫타음경 23.03.31 151 2 11쪽
7 7편 – 요동 무림계에 부는 피바람 23.03.31 140 2 11쪽
» 6편 – 백암객잔 구삼 23.03.30 142 1 12쪽
5 5편 – 쾌검 양수 도인 23.03.30 141 1 12쪽
4 4편 – 모용각과의 악연 2 23.03.30 157 1 12쪽
3 3편 – 모용각과의 악연 1 23.03.30 182 1 12쪽
2 2편 – 염사방 방주 안승 23.03.30 205 2 12쪽
1 1편 – 내몸속에 심어진 내공 씨앗 23.03.30 37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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