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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행 님의 서재입니다.

숫타진경을 찾아서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무도행
작품등록일 :
2023.03.30 16:00
최근연재일 :
2023.04.25 15:05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3,426
추천수 :
47
글자수 :
151,061

작성
23.04.0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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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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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1편 – 내가 대표 선수라고?

DUMMY

모용부는 고연수의 아들 고연도와 양수 도인 뒤에 서 있던 나를 한 번씩 바라봤다.


‘음···. 저쪽에서는 고연도를 내보낼 심산이군···. 어차피 양도인을 이기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나머지 두 판을 모두 이겨야 하는데 못 이기는 척 양도인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좋겠구나’


계산을 마쳤는지 모용부가 엷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불상사가 생길까 우려하신 양도인의 고견에 따르겠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아들이 없고 조카 아이가 한 명 있습니다. 고 장문의 아드님은 올해 몇이 되었습니까?”


고연도가 한발 나서며 공손히 답했다.


“올해 스물둘 되었습니다.”


모용부가 불렀다.


“모용복 나서거라!”


모용부의 뒤에 시립 해있던 젊은이가 모용부 옆으로 나섰다.


“너는 올해 몇이더냐?”


“열여덟 되었습니다.”


모용복은 모용부 동생 모용삭의 아들이며 나이는 어리지만 어려서부터 모용부에게 사사를 받아 무공 수련에 상당한 진전을 보았다.


모용부가 고연도를 보니 호기가 충만한 게 상당한 무예를 익힌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아까는 보이지 않던 무도가 양도인의 뒤에 시립 해있는 것이었다.


얼핏 보기에도 18세가량의 소년이다.


잘됐다 싶은 모용부가 말했다.


“한 명은 이미 장성했고, 한 명은 이제 갓 소년티를 벗었으니 조금 불공평하게 생각되는군요. 양도사께서 제안하셨는데 후배 되는 처지에서 거부할 순 없고······.”


모용부가 지긋이 나를 바라보자 양도사는 모용부의 눈치를 간파하고 생각했다.


‘무도가 무예를 익힌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상대도 아직 어린아이니 내공이 강한 무도에게 희망이 없지는 않겠지···.’


양도사는 고연수에게 긍정의 눈빛을 보냈다.


고연수는 양도사가 자신이 있어서 그러겠지 하고 모용부의 의견에 동의했다.


얼떨결에 나서게 된 나는 당황하여 얼굴이 빨개졌다.


‘뭐야! 나보고 나서라는 건가?’


양도사가 다가와 속삭였다.


“당황하지 마라! 목검으로 겨룰 테니 익힌 데로 해보아라!”


“제가 어찌···.”


나는 이리 말하다가 다시 생각했다.


‘어찌 보면 이 일은 나와 관련된 일이다. 행수님의 복수를 할 기회인 것이다! 죽기 살기로 해보자!’


“알겠습니다. 해보겠습니다.”


의외로 내가 당당하게 대답하자 양도사도 약간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이렇게 상대가 정해졌는데 갑자기 붉은 옷을 입은 이쁘장한 소녀가 앞으로 나오며 외쳤다.


“아버님! 무도인이 어찌 아들과 딸을 구별하십니까? 저도 이제 열일곱이고 당당히 모용세가의 일원이며 아버님의 자식입니다. 제가 나서겠습니다.”


모두 갑자기 등장한 소녀에게 눈길이 쏠렸다.


홍의의 소녀는 모용부의 딸 모용언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 홍의의 소녀를 다시 쳐다봤다.


분명 목소리는 아까 같이 검술을 겨루었던 백의 소년인데 어찌 된 영문인지 이번엔 꽃다운 소녀가 아닌가?


모용부는 모용언이 어릴 적 어미를 잃고 외로이 커서 모용언의 말이라면 무엇이든지 들어줬다.


하지만 오늘같이 중대한 일에 딸이 갑자기 나서자 모용언의 당돌함에 뿌듯함과 걱정이 교차했다.


모용언은 아버지의 허락이 떨어지기도 전에 비무장 한가운데로 뛰어올랐다.


모용언은 자못 늠름한 표정으로 비무장 한쪽에 자리를 잡고 내가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양도사의 허락을 기다리던 나도 양도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비무장으로 뛰어올랐다.


사람들은 두 소년, 소녀가 5장이나 떨어진 비무장까지 날렵하게 뛰어오르자 감탄의 탄성을 보냈다.


“대단하네!”


“역시! 모용세가야!”


“양도사의 제자인가 봐!”


피바람을 예상했던 무림인들은 갑자기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변하자 모두 한 쌍의 소년, 소녀의 비무를 마음 편하게 관전하려 비무장 주위로 모여들었다.


사람들이 환성을 지르며 좋아하자 모용부도 더는 어찌하지 못하고 자리에 앉아 딸 모용언이 잘해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모용언이 먼저 나에게 포권의 예를 갖추자, 나도 자세를 바로잡고 준비했다.


내가 보니 모용언은 아까 후원에서 무예를 겨룰 때와 달리 얼굴빛이 진지했다.


모용언이 짧은 기합 소리와 함께 소매를 떨치며 오른쪽으로 휙 돌아 나의 뒤쪽에서 어깨를 향해 목검을 날렸다.


나는 그녀의 예사롭지 않은 검의 움직임에 움찔 놀라며 몸을 앞으로 굽혀 목검 아래로 빠져나갔다.


그러자마자 모용언은 바람을 일으키며 정면에서 목검으로 내리치며 들어오며 왼손으로 나의 목을 노렸다.


아까 후원에서 겨룰 때와 같은 초식이나 이번에는 검과 장을 동시에 사용한 것이었다.


위에서는 목검이 떨어지고 동시에 허리에서 목 쪽으로 장이 날라오는 양면 공격을 받게 된 나를 보며 사람들은 내가 이번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듯 작은 탄성을 보냈다.


“저런!”


“위험한데...”


그러나 나는 왼발을 굴러 빠르게 뒤로 날아올라 모용언의 공격을 피했다.


모용언은 나의 발이 땅에 닿기 전에 몸을 날려 또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나는 공중에서 왼발을 날려 상대의 어깨를 노렸다.


모용언이 오른쪽으로 피하자 나와 모용언은 동시에 땅에 떨어졌다.


이렇듯 모용언이 붉은 장포를 휘날리며 공격하자 얼핏얼핏 보이는 그녀의 아리따운 얼굴에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탄성을 자아냈다.


“아름답군!”


“마치 춤을 추는듯하네!”


우리의 비무를 보던 한 무림인이 관전평을 하였다.


“소녀의 공세는 보기 좋고 아름답구나! 소년의 몸놀림은 무게가 있으면서 날렵하다. 결코, 소년의 실력이 소녀의 아래가 아니다. 그런데, 소년은 왜 공격을 하지 않는 것이지?”


그렇다! 나는 상대가 모용복 일 때는 호승심이 불타올랐는데 갑자기 상대가 모용언으로 바뀌자 왠지 모르게 공격의 매서움이 없어졌다.


양도인은 내가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지 않자 불안해졌는지 한마디 했다.


“두 젊은이가 싸우는 모습이 사랑싸움하는 것 같군! 내가 무슨 결혼식장에 초대받은 것 같네···.”


나는 양도인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내가 본분을 잊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정신 차리자!’


정신을 차린 나는 절벽에서 연습했던 그림자 검객들을 생각하며 천천히 자세를 바꿔봤다.


나의 목검이 이전과 다르게 느릿느릿 모용언을 향해 움직였다.


모용언이 보기에는 느려터진 나의 목검이 자신의 오른쪽 허리를 노리는가 싶다가도 왼쪽 허리를 찌르고, 다리를 쓸어가는 것 같다가 갑자기 어깨를 노리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모용언은 갑자기 바뀐 나의 검초에 정신이 산란해지고 어지러움을 느꼈는지 보폭이 엉키다 결국 나의 목검에 허벅지를 맞고 쓰러졌다.


“앗!”


나의 목검에 모용언이 맞고 쓰러져 일어서지 못하자 나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많이 다친 건가?’


놀란 나는 검을 내려놓고 모용언을 부축했다.


“괜찮아?”


모용언은 간신히 일어나며 이쁜 입을 삐쭉거렸다.


“흥! 너 오늘 벌써 두 번째야!”


모용부는 이미 자신의 딸이 졌고, 두 사람이 이미 아는 사이인 걸 눈치챘다.


그는 무도가 양도인의 제자이고, 솜씨가 훌륭하고 품행이 바른 것을 보고 내심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그만하거라!”


모용부는 발을 디디지도 않고 가뿐히 날아 비무장 중앙에 올라섰다.


“이미 승부는 났습니다! 역시 양도인의 명성대로 제자 또한 훌륭합니다.”


모용부는 고연수를 돌아보며 포권을 취했다.


“고 장문! 이 모용부 고 장문께 사과드리겠소.”


고연수는 생각보다 쉽게 모용부가 사과를 하자 급하게 포권을 취했다.


“오늘 모용세가로 초대해주셨는데 저희가 결례를 범했습니다.”


서로 겸손의 말을 주고받은 후 모용부가 좌우를 돌아보며 말했다.


“어찌 됐건 이렇게 방문해주신 무림 친구분들! 오늘 저녁은 제가 한 상 크게 차려 대접할 테니 많이들 드시길 바랍니다.”


모용부가 주인답게 사과를 하고 인심을 쓰자 모였던 무림인들은 모두다 모용부의 사내다움을 칭찬했다.


사람들은 모용세가에서 준비한 술과 음식으로 호탕하게 즐기며 오늘 비무에서 보았던 모용언과 나의 모습이 하늘에서 내려온 한 쌍의 부부 같다며 모용언의 미모와 나의 무예를 칭찬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나는 부끄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여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잠시 후···.


옷을 청색으로 바꿔입은 모용언이 양도사 옆에 앉아있는 나에게 다가왔다.


모용언이 양도인에게 꾸벅 인사를 하며 말했다.


“양도인! 제가 양도인의 제자를 좀 빌릴까 하는데 허락해주시겠습니까?”


나는 갑작스러운 모용언의 요청에 얼굴이 빨개졌다.


고연수와 태백은 이 상황이 재밌기만 한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양도인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모용언은 나의 손을 잡아채서 어디론가 끌고갔다.


모용부 또한 이 상황을 봤지만, 특별히 뭐라 하지 않았다.


나를 후원에 데리고 온 모용언이 말했다.


“너는 나를 두 번이나 쓰러트리고 어째서 나를 보러 오지 않지?”


나는 모용언의 화장한 얼굴을 마주하니 코끝이 간질거리고 가슴이 쿵쿵거려 그저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나는 네가 남자였자 여자였다 흰옷을 입었다 붉은 옷을 입었다 다시 청색 옷을 입었다 해서 정신이 없었어!”


모용언의 내 말이 뭐가 웃긴지 ‘깔깔깔’ 웃었다.


“뭐가 정신이 없어? 좋아! 그건 이 누이가 용서해줄게!”


나는 또 멍청한 소리를 했다.


“내가 너보다 한 살 많은데 왜 네가 누이야?”


모용언은 내가 농담과 진담을 구별 못 하자 피식 웃고 말았다.


“근데 너는 어디 사니?”


나는 왜 그런지 그녀가 물으면 바로 사실대로 말했다.


“무려산에서 양도인과 같이 있어!”


“양도인? 넌 스승님을 그렇게 불러?”


“아···. 난 양도인의 정식 제자는 아니고···. 사정이 있어.”


“그래? 알았어! 그럼 언제 무려산으로 돌아가니?”


“글쎄···. 양도인께 여쭤봐야지···.”


“너 내일이 무슨 날인지 알아?”


“무슨 날인데?”


“5월 5일 단오절(端午節) 이잖아! 내일 나랑 단오절 구경하러 가자!”


모용언은 북방의 풍습 속에서 자라나 남녀 간에 거리낌이 없었다.


“너 어디에 묶고 있어?”


“소홍루.”


“알았어! 내일 점심때 갈 테니 기다려! 양도인 기다리시겠다 얼른 가봐!”


나는 모용언이 마음대로 약속을 잡았지만 싫지는 않아 얼떨결에 대답하고 양도인에게 돌아왔다.


내가 돌아오자 양도인은 고연수와 태백에게 작별을 고하고 나를 데리고 모용세가를 빠져나왔다.


양도인은 나를 데리고 소홍루 1층에 앉아 차를 마시며 추궁하듯 말했다.


“네가 모용언과 비무할 때 사용한 마지막 초식은 어디서 배운 것이냐?”


나는 양도인이 자신이 가르쳐준 무공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화를 내는 줄 알고 뭔가 잘못됐구나 싶어 양도인에게 절벽동굴에서 발견한 내용과 이틀간 수련했던 내용을 얘기했다.


“죄송합니다. 얼떨결에 그렇게 됐습니다.”


양도인은 표정을 풀며 말했다.


“그랬구나···. 그렇다면 네가 기연을 만났던 것이다! 다 너의 복이다! 열심히 수련하거라!”


“네.”


“그런데 모용언과는 어떻게 알게 됐느냐?”


나는 모용언과 만나게 된 경위도 사실대로 말했다.


“그렇구나! 그 처자가 너한테 잘해주던데 너도 그 처자가 마음에 드는 거냐?”


나는 양도인이 갑자기 물어오자 뭐라 대답을 못 했다.


“됐다! 남녀 일은 누가 뭐라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나는 바로 돌아가련다. 며칠 무림일에 신경을 썼더니 머리가 아프다. 난 역시! 산속이 제일 편해···. 내일이 중국 명절 단오절이니 너는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며칠 구경하고 오너라!”


양도인은 늘 그렇듯이 자기 말만 하고 은자 몇 잎을 탁자 위에 남기고는 바람이 불 듯 휙 사라졌다.


혼자남은 나는 오늘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며 한편으로는 웃음 짓고, 또 한편으로는 을두지 행수의 부상과 양복의 죽음에 슬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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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숫타진경은 "비급으로 가문을 세우겠습니다." 라는 제목으로 네이버시리즈에서 서비스 중 입니다. 23.03.30 322 0 -
29 29편 – 무도와 나영의 대결 23.04.25 53 1 11쪽
28 28편 – 장불회와의 만남 23.04.24 58 2 11쪽
27 27편 – 을두지의 계획 23.04.23 62 2 11쪽
26 26편 – 팽목지의 음모 23.04.21 67 2 11쪽
25 25편 – 결혼식에서 만난 앙숙 23.04.20 73 2 11쪽
24 24편 – 모용언과 팽연화 23.04.19 68 1 12쪽
23 23편 – 화북팽가 팽목지 23.04.18 69 1 12쪽
22 22편 – 오두미교 장릉 23.04.17 75 1 12쪽
21 21편 – 광무제 동생 유정 23.04.14 91 1 11쪽
20 20편 – 구려방 곽도 23.04.13 92 2 11쪽
19 19편 – 갈석궁의 지하 밀실 23.04.12 110 2 11쪽
18 18편 – 모용복과 호연승의 대결 23.04.11 97 2 12쪽
17 17편 – 용문객잔 23.04.10 99 2 11쪽
16 16편 – 무도의 첫 승리와 첫 굴욕! 23.04.07 108 2 11쪽
15 15편 – 북경을 향하여 23.04.06 103 2 12쪽
14 14편 – 요동이여 안녕! 23.04.05 108 1 12쪽
13 13편 – 내가 치료하고 말 거야! 23.04.04 119 1 11쪽
12 12편 – 천산선인 23.04.03 110 1 12쪽
» 11편 – 내가 대표 선수라고? 23.04.03 113 1 12쪽
10 10편 – 운명적 만남 23.04.02 120 2 12쪽
9 9편 – 요양의 모용세가 23.04.01 125 2 11쪽
8 8편 – 숫타음경 23.03.31 151 2 11쪽
7 7편 – 요동 무림계에 부는 피바람 23.03.31 139 2 11쪽
6 6편 – 백암객잔 구삼 23.03.30 141 1 12쪽
5 5편 – 쾌검 양수 도인 23.03.30 141 1 12쪽
4 4편 – 모용각과의 악연 2 23.03.30 156 1 12쪽
3 3편 – 모용각과의 악연 1 23.03.30 182 1 12쪽
2 2편 – 염사방 방주 안승 23.03.30 205 2 12쪽
1 1편 – 내몸속에 심어진 내공 씨앗 23.03.30 37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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