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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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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1.01.16 11:18
최근연재일 :
2011.01.1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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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2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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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 (56)

DUMMY

발리앙은 눈살을 찌뿌렸다. 그의 손에 들린 보고서는 어찌보면 간단히 넘어갈 수 있는 이야기지만 느낌이 좋지 않았다.


" 케론. 이게 무슨 소린가? "


북서부의 판티움에서 몇 개 교구에서 정기연락이 오지 않았다는 보고서였다. 판티움과 대성국까지는 짧지않은 여정이었기에 대게 열흘 정도는 오차범위 내로 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락이 오지 않았다는건 오다가 변을 당했거나 연락을 보내지 못했거나 둘 중 하나다.


만약, 변을 당했다면 대성국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것이 된다. 몬스터에게 당했다면 그건 논외지만 만약 그랬다면 몇 군데나 동시에 연락이 없다는건 말이 안된다. 그랬기에 발리앙의 말투에는 가시가 돋혀 있었다.


" 말 그대로입니다. 판티움 북부 6개구에서 정기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원인은 불명이며 주변 교구에서 들어온 특별한 보고도 없습니다. 물론, 원인이 밝혀졌을 수 있습니다만 보고가 들어올때까진 최소 두달은 걸릴거라 생각합니다. "


그의 직속부하, 행정관 케론이 무심한 목소리로 답했다. 이제 30대에 접어드는 그는 완숙한 업무처리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가 그렇다면 대게 그런 것이다.


두달이라. 일단 원인도 모르고 움직이기는 곤란하다. 그만한 문제가 있었다면 주변 교구에서도 지금쯤 알았으리라. 한참 보고서가 올라오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기다리는게 좋긴 한데...


늙은이의 감이 그냥 넘어가선 안된다고 말한다.


『별거 아니잖아? 좀 있으면 알아서 보고하겠지』


지켜보던 장인수가 건성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발리앙의 결심을 부추겼다. 그의 경험에 비춰보아 장인수는 지극히 정상인이 할법한 이야기만을 한다. 보통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의 느낌에 걸리는 일이라면 뒤가 구릴 확률은 경험상 80% 이상. 발리앙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 조사단을 파견해야겠군. 누가 좋겠나? "


케론은 조금 놀란 듯이 발리앙을 바라보았으나 곧 평정을 되찾고 추천했다.


" 그 정도 일이라면 '광휘의 눈'에 지령만 하달하시면 될 것입니다. 특별히 어느 인재를 고를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합니다. "


광휘의 눈은 대성국 내부의 감찰기관이다. 주로 표면의 일을 조사하는 자들로 정보기관으로서는 하급에 속한다. 케론이 이번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것이다.


" 요즘 카일 캘투안이란 이름이 자주 보이더군. 그 자에게 팀을 꾸려서 한번 조사해보라고 하게. "


그렇기에 더더욱, 최근 실적을 올리고 있는 유능한 조사관을 지목했다.


" 알겠습니다. "


케론은 선선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기가 기억해야 할 이름에 카일 캘투안을 추가해뒀다. 최근 광휘의 눈에서 주목받고 있는 신예인데다 마침내 대주교까지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미래가 아주 밝은 젊은이라는 반증이었다. 물론, 발리앙은 그 카일 캘투안이란 사람이 고작 16세의 소년이며 보고서에 자주 이름이 언급된건 신예 중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내용일 뿐인 애송이 루키라는걸 알았다면 뒷목을 잡으실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깨닫기엔 발리앙의 업무가 너무 많았고 그의 나이 역시 너무 많았다.


즉, 케론의 기준에선 주목받는 풋내기에게 걸맞는 일이라고 생각할만했고 발리앙은 자기 딴에는 전문가를 보냈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 카일 캘투안. 지령이다. "


카일 캘투안은 조장이 내려주는 지령서를 보며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그의 나이 16세. 이제 다가오는 겨울을 지나면 17세가 되는 어린 소년이다. 그러나 올해 초 광휘의 눈에 입단한 이래 신예 중에서 단연 두각을 보이는 기대주이기도 했다.


" 이례적으로 대주교님의 지명으로 신입 중에선 처음으로 네가 조사단을 꾸리게 되었다. 조사단의 구성은 전적으로 네게 일임되었으니 잘 판단해서 선별하도록 해라. 이상, 자세한 내용은 서류를 보면 된다. "


설명과 함께 지령서를 건내주는 조장의 표정이 썩 편치 않았다. 조사단을 구성하고 지휘하는 일은 그처럼 10년 이상 근무한, 노련한 중견 조사원에게도 흔치않은 일이다. 게다가 완전히 일임이라니. 가벼운 일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파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조차도 그런 경험은 없었는데 아직 신입 꼬리표도 때지못한 애송이가 맡게 되다니 조장으로선 내심 자존심이 상할 수 밖에 없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미운털이 박힌 카일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체 팀을 꾸리러 나섰다.


" 뭐래? "


문을 나서자마자 물어오는 목소리. 카일은 씨익 웃으며 소년을 보았다. 닐 바벨리. 그의 동기이지만 한살 많은 친구는 줄곳 그를 기다렸는지 문 옆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 나더러 팀 짜서 임무를 수행하래! 게다가 팀 구성도 전적으로 내 맘대로야! "


" 뭐!? 정말이야? "


부러움 가득한 눈길에 카일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는 소년다운 치기로 가슴을 탕! 치며 큰소리쳤다.


" 상부에서 드디어 내 진가를 알아준거라고. "


닐은 그럴리가, 하고 생각했지만 카일의 말이 진짜라면 정말 능력을 인정해줬다는 뜻이다. 동시에 닐의 고개가 저어졌다. 거의 모든 훈련부문에서 카일이 두각을 나타내기는 했지만 대부분 닐도 같이 경험했던 일이다. 신입 레벨에서는 몰라도 상부가 이만한 신뢰를 보내줄 만큼 능력을 보여줄 일은 없었다.


' 허, 참. '


닐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지시에 정신이 멍해졌지만 이윽고 이어진 카일의 말에 생각하는 것을 그만뒀다.


" 닐! 너도 갈거야. 설마 싫다는건 아니겠지? "


" 당연하지. 이번에야말로 내 능력을 상부에 똑똑히 보여주겠어. 지금까지 네가 조금 앞서갔던건 훈련이라서 그래. 난 실전에 강한 타입이거든! 이번 기수의 최고는 네가 아니라 바로 나라는걸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보여주겠어. "


" 너만 실전파인줄 알아? 나도 실전파야. 네가 날 따라온다는건 영영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


두 소년은 서로 마주보고 킬킬댔다. 그것은 그들에게 찾아온 최초의 기회였다. 그것도 아주 먹음직스러운 기회.



" 뭐? "


" 그러니까 너도 팀에 들어와 베티. "


" 무슨 소리야? 난 조사부가 아니잖아. "


수련 사제, 베르시타 알스테인. 통칭 베티는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는 친구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성직에 몸을 담으려는 자는 누구나 필수적으로 수련원을 거치는데 우연히 같은 수련원에 배속된 베티와 두 소년들은 그때의 인연으로 나름의 친분이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별개의 이야기다. 조사/감사 조직인 광휘의 눈에 소속된 두사람과 정식 사제의 길을 걷는 베티는 엄연히 다른 조직에 속해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각종 성법에 정통한 숙련된 사제라면 모를까 이제 갓 수련 사제가 된 베티가 광휘의 눈과 같이 행동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이 꼬마들이 상상 이상의 권한을 가지고 나타난 것만 빼면.


" 이번에 이 녀석이 조사팀을 꾸리게 됐다고! 그것도 전적으로 이놈 재량대로 구성할 수 있단 말이야. 무려 대주교님이 승인했어! 그러니 네가 원하기만 하면 우리 팀으로 들어오는건 문제도 아니야. "


" 정말이야? 완전히 일임했어? "


닐의 자랑스런 설명에 베티의 눈이 둥그래졌다. 갓 성직에 발을 담금 베티도 의미를 알 정도로 파격적인 이야기였다. 카일은 거만한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정말이야. 임무라고 해도 북쪽을 한번 둘러보고 오는 것 뿐인 간단한 일이지만. 어때, 흥미없어? 이건 솔직히 말해 공금으로 가는 여행이라고! 이런 기회는 흔치않아. 잘 생각해봐. 너 지금부터 정식으로 서품받고 교구로 발령날때까진 여기 틀어박혀 있어야 하잖아? 답답하지 않아? "


그 말에 소녀의 마음이 흔들렸다. 정식사제가 되는 길은 험하다. 수련사제로 최소 4년이 지나야 정식으로 승급하는 시험을 볼 수 있으며 이 시험이 굉장히 어려운데다 일년에 한번밖에 기회가 없어서 몇번 미끌어지다보면 늦은 사람은 수련사제로 8년씩 지내기도 한다. 그건 활달한 그 나이대 소녀로서 꽤나 답답한 일이다.


" 좋아. 나도 낄게. "


" 잘 생각했어! "


마침내 소녀는 꼬임에 넘어갔다. 비록 견습이지만 성법을 배우기 시작한 성직자의 존재는 여행에 큰 도움이 된다. 두 소년은 손을 마주치며 기쁨을 만끽했다.



" 그래서, 마지막으로 찾아온게 나냐? "


카일을 가르쳤던 교관, 라만의 그로웰은 한숨을 푸욱 쉬었다. 그로서는 귀찮기 그지없는 일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지금의 자리에 만족하고 애착이 있었기에 승진에 대한 기대도 관심도 없었다. 자연히 실적을 쌓는 것 외에 어떤 이익도 없는 일에 끼어드는건 내키지 않았지만 대주교가 허가했다는데 저항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여간 이 꼬마는 예전부터 그를 귀찮게 하는데 일가견이 있다고 투덜대며 팀이 끼었다.


" 왜 귀찮게 저 노땅을 섭외했어? 그냥 우리끼리 가는게 낫지않아? "


닐이 작은소리로 투덜거렸다. 그도 그럴게 그로웰이 끼면 그만큼 자유가 줄어들고 간섭이 심해진다. 그러나 그로웰을 끌어들인 카일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다. 이로서 팀 구성은 끝이다. 아무리 재량권을 가졌다지만 간단한 임무에 많은 사람을 데려가면 그의 평가가 깎일 것이다. 그러나 자만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어릴때부터 성직에 투신해 세속과 동떨어져 살아왔기에 세상 물정을 잘 몰랐다. 실력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지만 고작 셋이서 모든 위험에 대처할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을 지켜줄 충분한 실력이 있으면서도 세상물정에도 밝은 그로웰을 팀에 포함시켰다. 성법에도 일가견이 있고 육체적 능력도 초인의 경지에 이른 그로웰과 함께라면 이번 임무는 말 그대로 가벼운 여행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교활한 꼬마는 여러 수 앞을 내다보는 스스로에게 찬사를 보내며 짐을 싸기 시작했다. 세상에 직접 나선다는 생각에 소년의 가슴은 가볍게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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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돌파. 하루 쉬었더니 선작이 2분 떨어져나갔습니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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