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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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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1.01.16 11:18
최근연재일 :
2011.01.16 11:18
연재수 :
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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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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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2
글자수 :
816,019

작성
10.07.16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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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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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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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평범 (26)

DUMMY

" 이제 어쩔거야? "


무책임하게 무기만 던져주고 가버린 짝퉁선생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우리보고 뭐 어쩌라는 이야기는 일언반구도 없었기에 할일은 문자 그대로 우리가 알아서 찾아야했다. 할일이야 뻔하지않나? 머지않아 전장에 함께 뛰어들 사람들인데. 전장에서 같은 팀끼리 손발이 안맞아서야 초반 광탈 확정이다. 나는 간단한 합동훈련을 제의할 요량으로 운을 띄웠다.


" 어쩌긴 뭘 어째? 아직도 모르겠어? "


그러나 돌아오는 로만의 반응이 영 시원찮다. 이놈만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다른 놈들도 다 고개를 끄덕인다. 어라? 나만 바보된건가?


" 놈들은 우릴 화살받이로 쓰려는거다. "


말렉이 멍청하게 서있던 내게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 뭐? 기껏 돈들여서 신참을 사왔잖아. 왜 버린다는거야? "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보수가 어차피 랜스당 얼마로 나오고, 개인에게 3분의 1씩 회비를 걷는다면 우리같이 실용성이 결여된 잉여 랜스는 후방에 두고 시간만 때우면 나날이 이익이 창출된다. 놈들도 규모 겸 이익 창출을 위해 나 같은 뼉다구를 사들인게 아니었나? 기왕 돈주고 샀으면 밥값을 시켜야하잖아?


" 몰라. 그거까지 내가 어떻게 알아? 하지만 이런 큰 용병대는 보통 자기들만의 특기가 있어. 예컨데 진형이라던가, 전술이라던가. 근데 그런건 훈련 한번없이 써먹을 순 없잖아. 우릴 정말 전력으로 써먹을려면 단체 훈련에 참가시켰을걸? 우리 맘대로 하게 내버려 둔다는건 우리가 어찌됐건 상관없단 뜻이야. "


로만의 말에 말렉이 동의하며 보충했다.


" 아마 사정이 더러운 전장일걸? 분명히 조만간 박살날 것 같아서 발을 빼고는 싶은데 당장 큰 손해는 없으면서 아군도 건재한 편이란 말야. 이러면 용병대도 쉽게 발을 못빼지. 명분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쓸대없는 놈들을 한뭉텅이 버려버리고 그걸 핑개로 발을 빼려는거 아냐? "


" 에이, 설마. 내 생각에는 돈 때문에 우릴 데려다놓은 것 같던데. "


나는 내 의견을 털어놓았다. 로만과 말렉은 내 설명에 일단 일리는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정말 믿는 눈치는 아니었다. 나 역시도 아무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의 의견을 무시하진 못했으니까.


그때, 조용히 듣기만 하던 카스티앙이 입을 열었다.


" 여기 발폼멜 용병대는 지금 참가하는 전쟁이 없어. 커티스의 말이 맞겠지. "


오오 진지맨! 내 편을 들어주니 이렇게 든든할수가!


그러나 그의 뒤이은 말에 가슴은 또 한번 철렁 내려앉았다.


" 하지만 네 말대로 후방에 배치하더라도 훈련은 시킬거다. 배후의 기습이라는게 있으니까. 어디에 배치받는지 알면 속셈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각자 대비하는게 최선이다. "


" 뭐, 결론은 역시 그건가. "


로만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뜨덕이며 일어섰다. 그는 자기 몫으로 나온 창을 지팡이처럼 짚고 일어나 찌르기 연습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말렉이 킬킬 비웃음을 날렸다.


" 풉, 너 창 처음잡지? 그래가지고 개미나 잡겠냐? "


" 시끄러 임마! 그러는 넌 그 썩은 나무가지고 화살이나 날릴 수 있겠냐! "


" 어쭈구리? 너 그러다 전장에서 뒷통수 뚫리는 수가 있다? "


" 할테면 해봐 새꺄! "


칫, 하고 일어서는 말렉은 베시시 웃고 있었다. 그리곤 활에 화살을 하나 메기곤 로만을 향해 주저없이 당겼다.


쉬이이익!


" 히익!! 야, 너 쐈겠다?! "


화살은 로만의 머리 위를 한참 넘겨서 30m 가량을 날아갔다. 형편없이 빗나간(?) 화살이지만 그것도 겁났는지 로만은 성을 씩씩 내면서 창을 빙글빙글 돌리며 말렉의 뒤를 쫓았다.


뭐, 말렉이라고 가만히 있었겠는가.

너무 빨라서 알아듣기 힘든 몇마디 - 아마도 놀리는 말일게 뻔한 - 를 던지며 줄행량을 놓았다.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고 있자니 카스티앙이 방패를 들고 어께를 툭 쳤다.


" 어? "


" 덤벼봐. 나도 연습 해야하니까. "


언제든지 괜찮다는 듯, 손을 까딱거리는 그를 보며 나는 잠시 망설였다. 생판 초짜인 내 상대로 몸을 다 가리는 사각방패를 들고 다칠 일은 없을거라 생각하지만 날붙이를 남에게 휘두른다는건 상당한 거부감이 들었다.


흡, 후우...


심호흡을 한번 하고 칼을 들었다. 이제부터 전장으로 갈 몸. 남에게 칼도 못휘둘러서야 동료들에게 짐이다. 굳게 마음먹고 카스티앙에게 검을 겨눴다.


덜덜덜


" 어? "


이, 이상하다?


손이 제멋대로 덜덜덜 떨렸다. 칼을 남에게 휘두른다. 죽이는게 아냐, 어차피 막을거라고. 근데 왜이래? 멈춰! 멈추라고! 왜 자꾸 떨려!? 내가 이렇게 겁쟁이었어?


" 뭐하나? "


" 아, 아냐. 잠깐, 잠깐만 기다려봐. "


진정해. 진정하자 나. 저건 사람이 아냐. 그냥 통나무야. 통나무에 장난치는거야. 진정해. 그만, 그만 떨리라고!!


딸그랑!


손은 멈추기는 커녕 더 심하게 떨더니 급기야 칼을 떨어뜨려버렸다. 전쟁하러 가야하는데 사람을 향해 칼도 휘두르지 못한다? 어처구니가 없어 그냥 멍해져버렸다.


빠악!


" 이 머저리가!! "


묵직한 주먹이 얼굴을 강타했다. 고작 주먹 한방일 뿐인데 나약한 몸은 벌렁 나자빠졌다. 방패를 집어던진 카스티앙이 씩씩대며 쓰러진 내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


" 대체 너 뭐하던 놈이야!? 내가 보다보다 사람 못죽인단 놈은 많이 봤지만 칼도 못휘두르는 놈은 네가 처음이다. 그렇게 맘이 약한 놈이면 머리 깎고 수도원에나 가지 여긴 왜 왔어? 어? "


맞을때까지도 멍했었지만 듣다보니 속에서 뭔가 울컥 올라왔다. 그 기운에 의지해 튕기듯이 일어나 눈을 마주보고 소리질렀다.


" 나라고 오고 싶어서 왔는줄알아!? 내가 팔려왔다 했잖아! 넌 귓구멍에 뭐가 끼였냐 아니면 금붕어 대가리라 기억력이 3초냐?! "


" 야이 등신아! 말은 잘하면서 왜 칼질은 못해! 입으로 조잘거리지 말고 칼 똑바로 잡고 휘두르란 말이야! 전장에서 이러면 내 목이 먼저 떨어져! 너 혹시 나한테 무슨 원수졌냐? 그런거야? "


화가 머리끝까지 난다는게 이런걸까?

바닥에 떨어뜨린 칼을 냅다 줏어들고 카스티앙에게 휘둘렀다. 아니, 휘두르려고 했다. 이번에도 내 손은 의지를 배반하고 휘두르기 직전에 칼을 놓아버린 것이다.


빠악!


머뭇거린 사이에 카스티앙의 주먹이 내 얼굴을 빈대떡으로 만들어 주었다. 천만다행으로 고개를 돌린 덕에 코뼈가 주저앉는 대참사는 피할 수 있었지만 대신 입속에 뭐가 굴러다니는 것 같았기에 걸그적거려서 침과 함께 뱉었다.


" 퇫! "


썅...

욕이 절로나온다. 하얀 이빨이 두 개나 피에 섞여 바닥에 나뒹굴었다. 하필이면 한개는 어금니다. 평생 왼쪽으론 음식 못씹겠네,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 이런 미친새끼가! "


이빨이 나가자 눈알이 확 돌아버리는 것 같았다. 어금니가 부러져 입에서 피가 철철 나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칼 따윈 필요없어! 주먹을 꼭 쥐고 달려들었다.


쾅!


" 컥!! "


분노를 가득담아 뻗은 주먹은 어느새 집어든 방패에 힘없이 막혔다. 쇳덩어리를 때린 셈이니 안그래도 아파 죽겠는데 막히는 것과 동시에 방패가 열리면서 카스티앙의 오른발이 내 배에 틀어박혔다. 주먹질도 버티지 못했는데 발길질을 버티는건 무리였다. 얻어맞자마자 한심하게 나뒹굴어버렸다.


" 몸만 비리비리한 줄 알았더니 정신도 썩어빠졌군. 칼 하나 휘두를 독심도 없는 놈 따윈 필요없어. 너 같은건 짐짝이다. 짐짝은 짐짝답게 전장에서 칼 맞고 죽을때까지 찌끄러져 있어. "


카스티앙의 말이 비수처럼 심장에 틀어박혔다.


그뿐만 아니다. 실실 웃던 로만도, 활잡이 말렉도 사태가 이렇게 커져도 말리기는 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카스티앙이 날 죽였어도 " 저질렀구만 " 한마디만 던지곤 피식 웃고 말 것들이다.


그제서야 여기가 어딘줄 확실히 깨달았다.


이곳은 용병대.


남을 죽여서 번 돈으로 살아가는 쓰래기들의 집합소다.




================================================================


여담


카더라 통신에 따르면 착한 사람(풋 사과?)이 정말 사람을 찌르려고 칼을 들면 손이 덜덜 떨린답니다. 레알.


추신


착한 어른들은 실험하지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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