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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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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1.01.16 11:18
최근연재일 :
2011.01.1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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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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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2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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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평범 (55)

DUMMY

" 제 이름은 리디아에요. "


소녀는 그렇게 말했다. 성은? 이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게 곧 의미없음을 알았다. 가족이 없는 여자에게 성이란 한없이 무의미한 것이다.


" 그래.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들은 걷는다. 얼마 남지않은 국경을 향해서...




" ..... "


세상은 냉혹하고 비정하다. 소년과 소녀의 여행이란 이야기속에서 곧잘 나오는 것이지만 실제로 소녀와 하는 여행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 혼자하는 여행을 이미 경험해봤다면 더더욱 그렇다.


" 조, 조금만 쉬다가요... "


저 말이 벌써 열두번째다. 나 혼자 갔으면 하루만에 갔을 길인데, 아직 절반도 더 남았는데 해가 뉘엿뉘엿 지고있다. 이건 무슨 마라톤 선수랑 어린애가 보조를 맞춰가며 하는 마라톤도 아니고...


나는 리디아에겐 보이지 않도록 시선을 돌려 한숨을 쉬었다. 그래, 어쩌면 당연한거지. 그녀도 나름대로 일은 했겠지만 멀리 갈 일은 없었을 것이다. 시골 여자애라고 모두 천방지축 동내가 좁다하고 달리면서 자라는건 결코 아니다. 오래 걷는 것이 힘들 법도 하지. 나는 채념하고 짐을 풀었다.


"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


이제 곧 밤이다. 이 근방에 잠을 잠자리가 있을만한 마을은 없다. 기왕 노숙을 해야한다면 체력이 있는 상태가 좋겠지. 나는 리디아에게 식량을 풀어주고는 밤을 대비해 모닥불을 피울 재료를 찾아나섰다. 저번의 카마르 사건을 생각해 숲 주변에서만 나무와 풀을 채취했다. 의외로 마른풀은 드물어서 나는 그냥 떨어진 나뭇가지를 중심적으로 모았다.


돌아오자 리디아는 몰래 도둑질하다 들킨 것처럼 흠칫 놀라더니 손을 내렸다. 나는 그녀의 손에 검은 빵이 들려있는 것을 보았다. 먹으라고 주고 갔는데 저런 반응이라니. 나는 기가차서 한숨을 쉬었다. 요즘들어 한숨이 늘어나는 것 같다.


" 괜찮아. 먹으라고 줬는데 뭘 그렇게 놀라는거야? "


" ... 아무것도 아니에요. "


자기도 민망한가보다. 거의 저물어가는 석양빛이 비춰주는 그녀의 얼굴은 석양과 같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나는 그만 피식 웃었다.


" 뭐가 그렇게 웃겨요! "


" 아냐, 아무것도. "


그야말로 소녀같은 반응에 나는 킬킬 웃었다. 그리고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고 하루빨리 국경을 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날 피를 잔뜩 묻혀서 와버린 탓에 옷을 한번 세탁하는 호사를 누렸지만 그녀는 여전히 씻지못해 꼬질꼬질했다. 남의 옷 씻어주는 여유는 있으면서 자기 머리칼은 안감다니. 내 원 참. 이럴때 보면 정말 여자애 맞는가 싶다.


큰 마을에 가면 여관 정도는 있겠지. 그래, 거기라면 씻을 수 있을거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불을 피웠다. 모닥불에 불이 붙기 시작하는것과 동시에 하늘이 어눅어눅해졌다.






서부의 강국, 클레리안의 동쪽 국경에서 맹렬한 전투가 일어나고 있었다. 클레리안의 자랑, 광전사대가 포티안 대성국의 특수부대, 사신부대와 결전을 벌이고 있었다.


" 전군! 돌진!!! "


" 우리의 검이 곧 정의다! "


본디 기마부대인 광전사대는 연이은 전투로 대부분의 대원이 전마를 잃어버렸다. 그 대신 튼튼한 두 다리로 적진을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이에 맞서는 사신부대는 수도사들의 부대로 본래 부대명은 광휘의 구도자들이었으나 그 혁혁한 전과로 인해 타국에서는 사신부대로 통했다.


전장의 한복판에서 이 두 집단이 팽팽히 맞붙었다. 그러나 광전사대의 돌진으로 인한 가속도에 사신부대의 전열이 서서히 분열되더니 마침내 돌파당하고 말았다.


" 됐다! 사신부대는 우리의 돌진에 패해 사라졌다! 이제 우리를 막을 것은...! "


희열에 차 주먹을 불끈 쥔 광전사대의 대장은 몸이 이상한 것을 느꼈다. 여전히 열기에 가득 차 있는 팔이지만 도무지 움직일 줄을 몰랐다!


" 아, 아니!? "


그의 눈에 하늘을 수놓는 새하얀 구체의 향연이 보였다. 그것에 맞은 광전사들이 하나 둘 느려지더니 마침내 멈춰버리는 것이었다!


" 부, 불곰부대! "


불곰 깃발을 표식으로 삼는 중장 성기사대 불곰부대! 그들은 구체 형식의 충격탄을 발사, 몸에 흐르는 영력의 흐름을 일시적으로 둔화시켜 신체 능력을 극도로 저하시키는 것으로 악명 높았다.


그들이 전장에 끼어들자 곧 광전사대 곳곳에서 비명이 울려퍼졌다.


" 버틸수가 없다! "


광전사들의 처절한 외침은 불곰의 파도에 쓸려 묻혀버렸다.



한편, 내륙의 바다라 불리는 레옹 강에서도 한창 해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클레리안이 자랑하는 전투함, 배틀루저 호는 화살이 비오듯 쏟아지는 전장속을 돌파하고 있었다.


그때, 배 위로 공격이 작렬했다. 동시에 함장의 눈이 부릅떠지며 비장한 목소리로 외쳤다.


" 배를 버려라!!! "


전장의 상황을 보며 배의 진로를 찾던 1등 항해사가 황당하다는 듯 반박했다.


" 예에? 함장, 갑판에 화살 한대 맞았을 뿐인데요!? "


심지어 불화살도 아니었다!




육전과 해전 양쪽에서 포티안 대성국의 우세가 이어졌다. 클레리안 측은 이미 몇번이나 함정에 빠져 많은 손해를 보았고 가까스로 대회전을 유도하는데 성공했지만 정면승부에서조차 밀리고 있었다. 정면에서는 이길 수 있다는 그들의 자신감이 부숴지는 순간이었다. 사실, 애당초 적의 힘을 빼놓고 정면승부로 끝을 보려는게 성국의 의도였으므로 결과는 예견된 일이었다. 결국 강에서의 패배로 적의 보급로 차단에 실패했고 육전의 연이은 패배로 이미 국경을 새로 그어야할 지경에 이르렀다.


"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 "


그 모든 상황을 유도한 늙은 성직자. 기앙의 발리앙은 기분좋게 웃었다. 대륙 중앙부를 차지한 대성국과 국경을 맞대는 클레리안은 순례자 문제로 크고작은 갈등이 있었다. 순례를 핑개로 국경을 넘은 클레리안 국민, 혹은 귀족들이 성국을 통해 타국으로 망명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급기야 왕위쟁탈전에서 밀려난 제 3왕자가 일이 틀어지자 순례자로 변장, 성국을 통해 테스톡 제국으로 망명하면서 갈등이 극에 달하고 마침내 새로 제위에 오른 베힐루스 발레 카휠타 클레리안 국왕은 포티안 대성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성국은 이름뿐인 종교국가가 아니다. 대륙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한번도 수도가 침공당한 적이 없다는 역사는 겉치례가 아니었다. 대성국의 군대는 강했고, 발리앙이 원하는 모든 상황을 만들어낼 좋은 카드가 되어주었다.


마침내 클레리안 왕국의 군세는 분쇄되었고 이제 남은 것은 굴욕적인 조약의 조인 뿐이다. 대성국은 영토를 탐하지 않는다. 그러나 돈은 이야기가 다르지. 기앙의 발리앙은 클레리안 왕국에서 파견될 사절들이 어떤 얼굴을 하고 올지 기대되었다.


예상대로 클레리안 측은 사절을 파견했다. 곧 양국은 협상 테이블로 올라섰고, 감히 성국을 공격한 행위에 대한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요구하고 이어 순례자들의 안전과 이동의 자유를 요구했다. 또한 관세를 비롯한 경제적 요구와 성직자들의 치외법권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조항이었다.


포티안 대성국은 중서부의 강국, 클레리안을 굴복시킴으로서 그 위엄을 한껏 드높혔다. 피해 역시 감수할 레벨이었기에 전쟁을 지휘한 기앙의 발리앙도 엄청난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지위는 대주교에 머물러있다. 죄가 있는자는 - 그러니까 전쟁터에 나섰던 자는 - 추기경으로 진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리앙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지금의 지위에 별 불만이 없었다. 여차할 때, 기도밖에 할 수 없는 추기경보다 병력을 움직여 성국을 지킬 수 있는 대주교가 더 좋았다.


그는 문득 거울을 보았다. 희끗희끗한 머리, 자글자글한 주름. 나도 이제 나이를 먹었다고 발리앙은 생각했다.


『주접떨지마 영감』


발리앙의 머릿속에 낮익은 목소리가 퍼진다. 7년 전부터 그와 함께하고 있는 이계의 영혼. 발리앙의 입가에 미소가 퍼진다.


" 내년이면 나도 벌써 60아니냐. 나이를 먹긴 먹었지. "


그는 고개를 끄덕이곤 복도를 가로질렀다. 전쟁이 끝난 직후다. 그는 책임자로서 마무리할 일이 아직 산더미처럼 많이 있었다. 복도를 지나며 발리앙은 잊을 수 없는 7년 전의 일을 회상했다.




갓 주교에 올랐던 무렵, 발리앙은 사경을 해매고 있었다. 당시 52세였던 그는 이 세계 기준으로 살만큼 산 사람이었기에 그것이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러나 발리앙은 죽기 싫었다. 신의 곁으로 가는 것이니 죽음 자체는 오히려 환영할만한 것이었으나 아직 그가 구하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


그가 맡은 시골지역을 아우르는 작은 교구는 별로 일이 없었다. 갓 주교가 된 애송이(?)들을 교육시키는 차원에서 거쳐가는 곳이었기에 그는 언제나 한줌 업무를 재빨리 처리한 뒤 인근의 아이들을 보살피길 좋아했다.


신심이 깊었던 그는 상당한 신성력을 지니고 있었다. 주교가 있는 곳이라 하나 역시 시골이었던 그곳엔 많은 사람들이 열악한 환경과 무식으로 인해 병마에 시달렸고 어린아이들도 거기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알리는 그가 보살펴주는 아이 중 하나였다.


알리는 이름모를 병에 걸려 있었다. 주교관에 근무하는 유능한 사람들도 알지 못하는 병이었다. 세상에는 이러한 병이 많이 있기에 사람들은 안타까운 눈으로 알리의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발리앙은 노력했다. 그가 믿는 신은 노력하는 자에게 언제나 미소지어주는 분이셨다. 발리앙은 막대한 신성력으로 알리의 몸을 가득 체웠고 신성력은 병마와 싸우며 점차 알리의 건강을 되찾아주었다. 그렇게 치료하길 한달. 이제 열흘 정도면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요 몇 일 사이 기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생각했더니 급기야 발리앙이 먼저 자리에 드러눕고 말았다. 교구의 사제들이 달려와 그를 치료했지만 차도가 없었다. 사람들은 노환이라 말하며 이제 신의 곁으로 가실때가 되었다고들 했다.


병세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었다.


발리앙의 부탁으로 다른 사제들이 알리의 병세를 보았으나 발리앙만한 성력이 없어서 그런지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도 알리의 병세는 차도가 없었다. 발리앙은 그것이 가슴아팠다. 마음같아서는 벌떡 일어나 알리의 몸에 성력을 불어넣어주고 싶은데 몸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그저 꽉 쉰 목소리로 한마디씩 흘릴 수 있을 따름이었다.


그는 신에게 기도했다. 자기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단 열흘만 더 주시면 기쁘게 당신께 돌아가겠다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러나 병세는 점점 더 악화되었고 옆 교구에서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인도해줄 주교까지 도착했다.


발리앙은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인망이 있었다. 그는 주교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천민들 곁으로 가는 것을 꺼리지 않았고 아픈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고쳐주려 애썼기에 사람들은 그를 존경했다.


교구 사람들은 그의 마지막을 슬퍼했다. 누군가는 너무나 선하신 분이라 신께서 곁에 두기위해 거둬가신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침내 그 스스로도 마지막이 다가왔다고 깨닫자 그는 삶을 포기했다. 그리고 마지막 기도를 올렸다.


신이시여. 단 한사람이라도 많은 사람을 위해 살게 하소서, 라고. 숨이 끊어지는 그 찰나의 순간까지 사람들을 위해 살게 해달라고

빌었다. 신을 원망하지 말고 운명을 원망하지 말며 누구에게도 엉뚱한 원망을 남기지 않고 사람들을 위해 살았던 이 마음을 지켜달라고 빌었다.


그리고 허락한다면, 이 육신과 영혼을 받아주시고 단 한명이라도 많은 사람들을 구하게 하소서.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장인수는 대표적인 폐인이다.


그는 일할 능력도 없고 일할 의지도 없었다. 그저 부모님 품에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인터넷이나 뒤적거리며 살아갈 뿐이다. 미래에 대한 생각도 없고 오늘에 대한 생각도 없다. 잠깐잠깐의 자극만으로 하루를 넘기고 또 내일을 살아간다.


그는 요즘 망상속에서 살았다. 인터넷도 지겨워지는 요즘, 인터넷 사이트에서 판타지 소설을 읽으며 나도 저렇게 좀 살아봤으면,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그러나 아무리 밤이 지나도 그는 좁은 골방안에 틀어박힌 폐인이었고 이계에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대신 부모님이 죽었다.


동반자살이었다.


쓸데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외동아들과 매일매일 늙고 병들어가는 그들의 육신을 보며 좌절한 부모는 마침내 지긋지긋한 인생에서 벗어나기로 합의했던 것이다.


장인수는 졸지에 혼자가 되었다.


부모님은 부유하지 못했기에 남긴 것이 없었다. 어떻게어떻게 친척들의 도움으로 장례를 치렀다. 그리고 장인수는 끈떨어진 연이 되었다.


장인수는 돈이 없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기 시작했다. 그는 이미 성인이었기에 친척들이 그를 부양할 이유가 없었다. 세상에 홀로남은 장인수는 몇일 되지않아 식량이 떨어지는 참사와 직면했다. 집안엔 돈 한푼 남아있지 않았고 먹을것이 없었다. 장인수는 마침내 거리로 나왔다. 그에게 돈을 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배가 고팠다.


편의점에서라도 일을 해보려고 했지만 대번에 쫒겨났다. 그는 외관을 전혀 가꾸지 않았기에 머리도 지저분했고 수염도 제멋대로 자라 있었다. 외모관리가 시급했지만 미용실에 갈 돈도 없었다. 막노동이라도 해야하나. 그러나 건설경기의 악화로 장인수는 막노동조차 할 수 없었다.


장인수는 궁지에 몰렸다. 인터넷을 통해 집안의 가구를 싼값에 팔아치웠다. 그러면서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고 경멸했던 광고 댓글 알바를 할때도 있었다.


달이 지났다.


비정한 명세서가 집으로 날아들었다. 집세, 물세, 가스세, 전기세,등등... 각종 세금이 그를 옥죄었다. 거기에 부모님이 시달렸던 카드빚도 등장했다. 당연하다 생각했던 모든 것은 공짜가 아니었다. 이미 먹고살기도 막막했던 그는 마침내 전기가 끊겨 인터넷이 먹통이 되는 순간, 삶의 의지를 상실했다.


" 이 개같은 세상! 다 망해버려라!!! "


그날은 묘하게 하늘이 맑았다. 구름한점 없이 깨끗한 하늘아래 그는 악의에 가득찬 외침과 함께 20층 옥상에서 떨어졌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이었다.



발리앙은 생명력이 다했다. 헌신적인 삶을 살아온 발리앙은 그 스스로 느끼진 못했으나 많은 병에 걸려 있었다. 다만 강대한 신성력으로 누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항상 성력이 전투모드로 대기하고 있었으니 부담이 계속 누적되었다. 그러다 알리를 치료하기 위해 대량의 신성력을 쏟아부었고, 남은 성력은 병마와 더욱 치열하게 싸웠다. 그러면서 몸이 축나고 생명력이 소모되었으며 육체는 마침내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이계의 인물 장인수가 죽었다. 동시에 이 세계와 이계가 극도로 가까워졌다. 신은 거리가 좁아진 틈을 타 장인수의 영혼과 생명력을 거둬 발리앙에게 주었다.


발리앙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모두의 눈물속에서 침상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것은 그의 마지막을 지키러 온 알리가 너무 놀라 심장마비를 일으킨 것만 빼면 감동의 대단원이었다.


젊었던 장인수의 생명력을 얻은 발리앙은 비록 늙었음에도 노화가 느려졌고 마치 젊을적처럼 정력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 강력한 생명력에 비해 나약했던 늙은 영혼은 장인수의 영혼이 들어옴으로서 균형을 맞췄다.


그러나 많은 이계진입물에서 그렇듯, 장인수가 발리앙의 육체를 차지하진 못했다. 그는 그저 영력에 딸려온 덤이 되어 발리앙과 말동무를 할 수 있을 뿐이었다. 둘은 시간을 들여 서서히 친해져갔지만 근본적으로 장인수는 늙은이의 몸에 갇혀있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발리앙의 입장에서 장인수의 영혼은 보물이었다. 그것은 그의 육체와 영혼의 균형을 맞춰주었을 뿐만 아니라 놀랍도록 발달한 이계의 정보를 고스란히 가져다주었다. 무엇보다 발리앙을 흥분시킨건 그들과 유사한 체계를 갖춘 이계의 종교, 가톨릭의 존재였다. 교구의 개념이나 사제들의 품계, 수도원 따위가 너무나도 비슷했고 유일신을 모신다는 것 역시 똑같았다. 그것은 발리앙에게 신의 실존은 물론 어느 세계에나 신이 계신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명백한 증거처럼 느껴졌다.


발리앙의 신앙심은 더욱 탄탄해졌고 그는 알리를 시작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성력을 배풀었다. 그러면서 점차 큰 교구를 맡아갔고 마침내 대성국에서 근무하게 됨으로서 대주교의 자리에 올랐다.


발리앙은 대주교에 자리에 오른 이후 군사적인 일에도 두각을 나타냈다. 이계의 많은 정보와 장인수가 읽었던 명작 판타지들은 그에게 상당한 영감을 주었다. 현실에 바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었지만 다듬고 다듬다보면 쓸만한 것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함정을 파는데는 상당한 재능을 보였는데 그는 그가 판 함정이 성공할때마다 장인수가 살았던 시대에 유행했던 함정카드라는 그림에 나오는 대사를 읆조리는게 습관이 되었다.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


넌 내 함정카드를 발동시켰어, 정도의 말이지만 왠지 그 발음이 입에 착착 달라붙어서 기회만 있으면 말하게 되는 것이다. 발리앙은 이것도 중독인가 싶어 자제하려고도 해봤지만 잘 되지 않았다.


상관없겠지.


발리앙은 미소지으며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업무의 바다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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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쓰기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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