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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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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1.01.16 11:18
최근연재일 :
2011.01.16 11:18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56,337
추천수 :
1,382
글자수 :
816,019

작성
10.08.18 20:48
조회
871
추천
9
글자
7쪽

평범 (50)

DUMMY

어린 카마르는 이상한 냄새를 맡고 잠에서 깨었다. 어린 짐승이라 하지만 누구도 그 짐승을 우습게 여기진 못할 것이다. 네발로 선 짐승은 길이만 3m를 넘어가는 덩치, 소의 굵은 목도 한입에 씹어부수는 강력한 턱과 튼튼인 이빨. 등에서 뻗어나온 팔 같은 것에 달린 송곳도 카마르가 자랑하는 훌륭한 무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카마르는 아직도 어렸다. 이제 갓 어미 젖을 때고 독립한 상태랄까. 나이가 들면서 점점 거대해지는 카마르 성체는 보통 9m 가까이 자란다. 이러한 괴물이 살 수 있는 것은 숲의 환경 때문이다. 숲에는 카마르 못지않은 거대한 짐승들이 많았고 카마르는 그것을 먹고 살았다. 그렇게 위험한 숲 근처에 자리잡은 인간들의 마을은 의외로 안전한 편이었는데 짐승들은 서로서로 견제하며 두려워해 자신들의 영역을 쉽사리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린 카마르는 본능에 따라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그 밖으로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영역은 숲에서 가장 가장자리에 있는 영 좋지않은 자리였는데 맹수로서 등급이 낮은 어린 카마르는 좋은 자리를 자신의 영역으로 선포할 능력이 없었다. 성체가 된다면 숲 중앙을 노려볼 만도 했지만 지금은 아직 어리다. 가끔씩 숲의 경쟁에서 떨려난 늙은 개체가 어린 카마르를 노리긴 했지만 대체로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차에 아주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


숲속에서 흔히 느껴지는 피와 내장 냄새는 이상할게 없었지만 어린 카마르가 처음 맡아보는 기묘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 냄새는 그의 영역 밖에서 날아오고 있었기에 어린 카마르는 갈등했다. 방금 식사한 탓에 배는 고프지 않았다. 본능은 영역에서 배나 두드리고 있으라고 속삭였지만 어린 카마르는 강력한 호기심을 느꼈다. 거대한 엉덩이가 들썩거리고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마침내 이 어린 짐승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숲을 나섰다. 어차피 가장 외곽에 있었기 때문에 숲 밖으로 나가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숲을 나서자 냄새는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어린 카마르는 코를 벌름거리며 다가가다 처음 보는 생명체의 머리를 보았다. 이런 짐승은 숲 속에서 본 적이 없었기에 카마르는 킁킁 냄새를 맡아보곤 입안에 집어넣았다. 으지직! 형편없는 맛이 입안에 퍼지자 어린 카마르는 그것을 뱉어버렸다. 그 생물의 것으로 보이는 내장이 주변에 흩어져 있었지만 방금 전의 맛을 생각하면 땡기지 않았다.


어린 카마르는 약간 실망했다. 그러나 이상한 냄새는 바로 앞에서 나고 있었기 때문에 포기하기보다는 조금 더 전진하는 걸 선택했다. 그런데 냄새가 가까워지자 냄새 옆에 무언가 이질적인 냄새를 발하는 동물이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살아 있었다. 본능적으로 경계를 느낀 어린 카마르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크르르르릉!


이질적인 동물은 어린 카마르에게 겁을 먹었는지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달리는 속도는 너무 느려서 어린 카마르라도 마음을 먹으면 얼마든지 뒤쫓아가 잡아먹을 수 있었지만 어차피 배는 불렀고 어린 카마르는 이상한 냄새를 내는 고기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어린 카마르는 어께 위의 팔로 뜨거운 무언가에 얹혀있는 고기를 땅바닥으로 꺼냈다. 냄새를 맡아보니 숲에까지 진동하는 그 냄새가 틀림없다. 어린 카마르는 한입에 고기를 집어삼켰다.


으적으적


생전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뜨끈뜨끈한 고기는 카마르의 한입거리밖에 되지 않았지만 맹세코 어린 카마르는 이보다 맛있는 고기를 먹어본 적이 없었다. 짐승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불을 바라보다가 발을 살짝 얹어보았다. 뜨겁다. 어린 카마르는 놀라서 발을 뺐다. 이것은 무서운 것이다. 이걸 어떻게 물리쳐야 하나 어린 카마르는 고민했지만 곧 그것이 먼저 공격해오지는 않는다는걸 깨닫고 내버려 두기로 했다. 어린 카마르는 불에 대한 호기심이 가라앉자 이런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동물이 궁금했다. 그래서 성큼성큼 아까 달아난 동물의 냄새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킁킁!


동물의 뒤를 뒤쫒던 어린 카마르는 굉장히 많은 냄새가 섞인 공기를 맡았다. 너무 진한 냄새에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는 것 같았다. 조금 있으니 진정되었지만 강렬한 냄새를 풍기는 장소에 다가가는 발걸음이 조금 느려졌다. 마침내 냄새의 근원지가 눈에 보일만큼 가까워졌다.


" 캬릉? "


어린 카마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것은 어린 카마르에게 너무나 이상한 광경이었다. 네모난 모양의 나무가 줄지어 있고 그 안에 아까 맡았던 이상한 동물의 냄새가 났다. 이상한 동물은 이상한 나무 안에 살고 있는 모양이다.


그곳에는 향긋한 냄새가 나기도 하고 가축들의 배설물 냄새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어린 카마르를 자극하는 강렬한 냄새는 없다. 어떤 맹수도 이곳은 영역으로 정해놓지 않은 것이다.


어린 카마르의 호기심이 빛을 발했다. 여기는 내거야. 어린 카마르의 앞발에서 끈적끈적한 액체가 배어나왔다. 어린 카마르는 그것을 마을 주변에 골고루 발랐다. 영역 표시다. 어차피 숲의 외곽까지 강력한 맹수가 나올 이유가 없기에 이곳은 어린 카마르만의 비밀기지다. 어린 카마르는 영역표시를 마치고 적당한 돌 위에 엎어져 잠을 청했다. 호기심은 여전히 왕성했지만 늦은 밤에 배까지 불렀으니 수마를 이길 수 없었다. 어린 카마르는 아직 잠이 많다. 어린아이는 많이 먹고 많이 자면서 자라는 것이다.




나는 미친듯이 달려 마을로 숨어들었다. 거기에 이르러서야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것도 없다. 다행히 그 괴물은 구운 개 구이에 정신이 팔렸던 모양이다. 긴장이 풀어지며 다리가 탁 풀렸다. 마을과 그리 떨어진 곳은 아니었지만 필사적으로 달린 탓에 숨이 턱에까지 차 있었다. 나는 꼴사납게 주저앉아 거친 숨을 골랐다.


" 후우, 루페른도 없는데 죽어라 달릴 줄이야. "


세상은 참 요지경이다. 한참을 주저앉아 있자니 처마가 유달리 긴 집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기어가듯 그곳으로 걸어가 벽에 등을 기대고 눈을 붙였다. 호흡이 안정되며 절로 루페른이 가르쳐준 호흡법이 구현되었다. 뜨거운 기운이 몸속을 돌고 정수리를 통해 빠져나간다. 피로가 풀리며 자연스럽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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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애가 나오면 꼭 선작이 하나 줄어드는군요. 정말 미스테리합니다...


이번건 짧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ANU
    작성일
    10.08.18 21:19
    No. 1

    그 한분이 원하는건 뭔치킨?
    감사히 읽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스마우그
    작성일
    10.08.20 12:40
    No. 2

    헐 그럴리가 저는 평범한 애가 가장 좋은데!!!!!카마르 귀여워요ㅋ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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