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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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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1.01.16 11:18
최근연재일 :
2011.01.1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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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1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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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 (46)

DUMMY

자정에 가까운 시간. 용병대장은 난데없는 호출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요즘들어 협상이 지지부진한데다 무슨 배짱인지 아예 처음 약속한 돈만 줄테니 싫으면 꺼지라는 태도로 나온다. 안그래도 속내가 의심스러운데 야심한 밤에 수뇌부만 오라고? 웃기는 소리. 용병대장은 코웃음을 치면서 1번대 대장을 불렀다.


" 야, 1번대 전부 데리고 나와. 그거... 혹시 모르니까 관리하는 애들은 냅두고. "


" 알겠습니다. "


'그거'가 뭔지 단박에 알아들었는지 1번대 대장은 몇몇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나머지 인원을 끌고 따라갔다. 용병대장의 근위대이자 최강의 전력인 1번대 500명은 개개인의 무력이 기사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단체전에선 기사 못지않은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1번대가 모두 들어가면 일반병은 천명이 아니라 2천명이 달려들어도 무서울 게 없다. 용병대장은 자작이 허튼 수작을 부릴 경우 역으로 제압해 영지를 강탈할 생각까지 하면서 성으로 향했다.


" 부대장급 이하는 들어올 수 없습니다! "


문지기가 성벽 위에서 소리쳤지만 용병대장은 코웃음을 쳤다.


" 알겠다. "


용병대장은 영주가 그를 제거하고자 마음먹었다고 판단하고는 미련없이 몸을 돌렸다. 그의 입가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군인들은 흔히 말한다. 짬밥이 어디 가겠냐고. 용병은 오직 돈에 의해 팔려다니는 존재. 돈 이외 아무것도 믿지 않고 그렇기에 배신을 하는것도 당하는 것도 일상이다. 다만 덫이 너무 허술하지 않은가. 3천년 전에나 통했을법한 음모에 걸리기엔 용병대장은 너무 험하게 살아왔다.


' 무슨 생각인지 원. '


설령 용병대장의 목을 베더라도 변하는건 아무것도 없다. 남아있는 부대장들은 상황을 파악한 후 즉시 차기 대장을 뽑을 것이며 주둔하고 있는 용병대는 즉시 성을 공략, 약탈하는건 물론이고 자작의 영지 전역을 순회공연하며 털어버릴 것이다.


돈이 나오지 않는다면 용병은 배신을 주저하지 않는다.


용병대장은 부대장들을 불러 성 공략을 준비시키고 상대의 반응을 기다렸다. 어차피 급할 것은 없다. 성 안에는 주둔하는 병사는 불과 200명도 되지 않으며 기사는 열두명에 불과하다. 아무리 수성전이라지만 그런 병력으로 6천의 용병대를 막는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 자작이 외부에 수작을 걸어도 소용없다. 자작의 영지로 병력을 급파하려면 람푸트 자작의 원수인 솔레리안 자작가의 영지를 지나지 않으면 안된다. 아무리 상황이 변해 왕국의 깃발아래 같이 종군해야 하는 처지지만 원수의 몰락을 막을 이유는 되지 않을 터. 오히려 좋아겠지. 전쟁터에서 람푸트 자작이 공을 세워 세를 불리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테니까. 게다가 왕이 소집령을 내렸는데 람푸트 자작이 아무리 거액을 걸어도 왕의 소집에 늦는 불상사를 감수할 멍청이가 있을리 없잖은가? 여기서 전투를 하고도 제시간에 맞춰갈 수 있는 영주는 오직 솔레리안 자작뿐이며 다소 늦어도 상관없을 만큼 권세있는 영주는 이 근방에 없다.


그런 자신감으로 용병대장은 협상하는 동안 외부와의 통로를 막지 않았다. 그때, 성에서 심부름꾼이 나왔다. 그는 내심 마음을 굳혔음에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영주님이 허락하셨습니다. 필요하시다면, 호위를 데리고 오셔도 좋습니다. "


" 호오. 얼마 정도 데려가도 되나? "


" 원하신다면, 얼마라도 상관없습니다. "


용병대장의 눈초리가 올라갔다. 예상 밖의 행동. 뻔히 보이던 상대의 패가 갑자기 미궁속으로 빠져들었다.


' 흠, 뭐 손해보는건 없지. '


그는 잠시 고민했지만 문제는 없다. 1번대의 전력을 성안에 들여보내 준다는 것은 곧 성을 내준다는 뜻. 어떤 함정을 파더라도 돌파할 자신이 있었다. 게다가 여차하면 5500의 병력이 여전히 성을 포위하고 있지않나? 그는 이참에 지지부진한 이야기를 끝내고 어떤 쪽이든 돈을 챙겨 정리하겠다고 마음먹고 제의에 응했다.



" 놈들이 미끼를 물었습니다. "


12시 27분경. 마침내 500의 병력을 이끌고 입성한 용병대를 들여보낸 외성문이 닫겼다. 곧이어 내성문이 열리고 오백의 병력을 집어삼킨 내성도 단단히 닫겼다. 그러나 성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내성으로 들어온 이상 용병대장은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었다. 그는 편안한 마음으로 영주의 행방을 물었다.


" 영주님은 어디 계신가? "


" 그레이트 홀에 계십니다. "


" 그래? "


' 정말 끝을 낼 생각이었나? '


용병대장의 마음속 계획이 조정되기 시작했다. 영주가 정말 사심없이 교섭을 끝낼 작정이라면 타국에서 껄끄러운 일을 만들 필요는 없다. 영주가 나온다는건 흥정은 끝났다는 말. 용병대장은 일이 생각보다 쉽게 풀리는 분위기에 내심 마음을 놓고 심부름꾼의 뒤를 따라 그레이트 홀로 들어섰다.


그레이트 홀은 보통 식사하는데 쓰이지만 연회를 열기도 하고 영지에 따라선 하인들이 자는 곳으로 쓰이기도 하는 곳이니만큼 굉장히 넓었다. 그러나 오백의 인원이 들어오기엔 너무 좁은 곳이기도 했다. 용병대장은 지시를 내려 300명을 때어내 홀 주변에 대기시켰다. 여차하면 나무창을 부수고 난입시킬 작정이었다. 그리고 200의 병력을 데리고 홀로 들어섰다.


그리고 멍청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홀은 텅 비어있었다.


뒤이어 홀에 불이 났다면 그는 '그렇게 나왔냐! ' 하고 소리치며 탈출했으리라. 그러나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한장의 종이만이 넓은 홀 중심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용병대장은 반사적으로 그것을 줏어들었다.


『욕심쟁이 짐승아, 철창에 갇힌 기분이 어떠냐?』


" 젠장, 함정이다!! "


그의 깨달음은 너무 늦었다.


이미 내외성은 밖에서 철저하게 폐쇠되어 빠져나갈 수 없는 거대한 감옥이 되어 있었다.




람푸트 자작은 거대한 맹수를 우리에 처넣은 사냥꾼처럼 즐거운 기분으로 멀리 보이는 자신의 성을 바라보았다. 식량으로 위조해 자재들을 운반해 성문은 물론 성벽으로 올라가는 모든 길을 철저하게 틀어막고 줄이나 사다리가 될만한 물건들은 물론, 높이 쌓을만한 가구들도 옮기거나 부숴버린 뒤다. 설마하니 성 안으로 들어가면서 공성장비를 챙겨가는 미친놈들은 없을테니 적을 막기위한 성이 적을 가두는 감옥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한 것이다.


아무리 정예들이라도 군대란 대가리가 없으면 혼란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는 머지않아 무법자들을 정리해줄 원수를 기다리며 약속한 돈 이상의 손해를 보지않을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 일어나라. 습격이다. "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단잠을 자고 있는데 낮선 목소리가 들렸다. 평소라면 그냥 흘려들었겠지만 습격이라는 한마디가 고막을 두들기는 순간, 뇌가 번쩍 깨어나며 두 눈이 절로 뜨였다. 잠기운은 이미 우주 저편으로 날아간 뒤였다.


" 스, 습격!? "


" 아무튼 난 전했으니 잘 살아남아봐라. "


어둠속에 가려져 목소리의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전했다는 말이 나를 긴장시켰다. 내게 무슨 말을 전해줄만한 사람은 루페른밖에 없으며 그는 결코 헛소리나 지껄일 양반이 아니다.


나는 벌떡 일어나 천막 한켠에 뒹구는 두자루 칼을 허리에 찼다. 이제는 한자루밖에 쓰지 않지만 비상시를 대비해 둘 다 가지고 다니라는 조언 떄문이었다. 사건 이후 넓지는 않지만 천막 하나를 혼자 썼기에 거치적거리는 놈은 없었다. 맨바닥에 자느라 엉망이 된 머리칼을 뒤로 넘겨 시야를 확보한 후 밖으로 뛰쳐나왔다.


" 스으읍겨어억? "


성은 조용하기만 했다. 무슨 소리가 울리는 듯도 싶었지만 너무 멀어서 잘 들리지도 않는 데다가 습격이니 조심하라는 말로도 안들렸다.


나는 속은게 아닌가 싶어 천막으로 다시 돌아가려다가 성 뒷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칼을 뽑아들었다.


" 습격이다!!! "


" 젠장! "


차라리 짖궂은 장난이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적군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성 입구와 성 뒷쪽은 성벽이 장애물이 되어 사각지대를 형성했다. 그렇기에 뒷편에서 습격해온 적들도 이쪽의 상황은 아직 모를 것이다. 어떻하지? 어디로 가야하지? 루페른에게 가야하나? 그런데 루페른은 어디있는거야?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누구도 지휘하는 자가 없고 어디 소속될 곳이 없다. 그때 누군가 소리친다. " 지금이데이! 도망가레이! "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목소리. 중부 사투리를 쓰는 까무잡잡한 소년의 얼굴이 떠올랐다. 동시에 성문 입구쪽에서 한 무리의 용병들이 미친듯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젠장! 저것이었구나! 서로 수군거린거는 타이밍을 봐서 단체로 도망치려는 수작이었다. 천지사방으로 흩어지는 용병들을 붙잡기란 요원해보였다.


나도 저 속에 낀다면... 도망갈 수 있다!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루페른은 물론 나의 은인이다. 그러나... 그렇지만...


그를 위해 전쟁터에 남아있을 정도는 아니다.


무엇보다 루페른은 강하잖아! 아무 일 없을거야.


나는 이를 악물고 달리기 시작했다. 혼란속에 끼여 도주하는 놈들을 잡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도주하며 뒤돌아본 입구쪽엔 정예들이 어느새 집결하여 횃불을 들고 대응할 준비를 마친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어중이떠중이들을 구하기 위해 앞서나가진 않는다. 분명 이대로 뒷쪽으로 돌격하면 제대로 된 전투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 같은건 죽어도 상관없다는거야?


나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루페른도 그러길 바랬을거다. 그래서 날 그의 곁으로 부르지 않고 습격만 알려준거다. 나는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 피비린내 나는 세계는 그들에게 맡겨두면 돼. 나는 갈테다.


무작정 앞만보고 달리는 내 눈가에는 이슬이 살짝 맺혀 있었다.


유달리 집 생각이 많이나는 밤이었다.





솔레리안 자작은 유쾌한 눈으로 전황을 살폈다. 오랜 기다림이 보람이 있었는지 습격을 당하는 적군은 제대로 된 저항 한번 하지 못하고 와해되고 있었다. 지형상의 문제로 미리 정찰하지 못한 성문 입구쪽이 불안이었는데 그쪽에서 한 무리의 용병들이 도망쳐오는 것을 보고 자작은 승리를 확신했다.


" 쯧쯧쯧, 저런 것들도 용병이라고 설치기는. 하기야 제대로 된 나라도 없는 북동부 놈들이 다 그런게지. 안그런가? "


전장까지 따라온 심복 가신에게 유쾌한 물음을 던지는 그의 표정이 일그러진건 그 순간이었다.




" 반폼멜의 야수들아 적을 집어삼켜라!!! "


" 흥! 축생은 꺼져라! 청소부들아! 쓰래기는 이렇게 치운다는걸 똑똑히 보여줘라! "


반폼멜 용병대의 정예병이 마침내 나섰다. 안그래도 용병대장이 들어가며 경고한 덕분에 만일을 위해 무장하고 대기하고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쓰일 줄은 몰랐다. 어찌됐거나 호재. 루페른은 커티스 버질이 제대로 도망갔는지 잠시 신경썼다. 그러나 그것은 말 그대로 잠시. 그는 적군을 향해 돌진했다. 그의 등 뒤로 3번대가 쏘아올린 화살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제대로 된 전쟁의 시작이었다.



" 당신들의 차례요. "


1번대 대원이 불쾌한 눈으로 마차를 바라보며 말했다. 성 한켠 구석에 세워져있던 마차는 마치 버려진 것 처럼 지저분했지만 엄연히 사람이 타고 있는지 대답이 들려왔다. 놀랍게도 그 목소리는 이런 전장에 어울리지 않는 청아한 여인의 목소리였다.


" 좋아. 무대는 준비됐겠지? "


" 물론. 당신들의 요구는 모두 들어줬소. "


" 아하하, 그런 순순한 태도는 좋아해. 계약이란 그래야 제맛이지. "


" 당신들도 계약을 지켜야 할 것이오. "


" 물론이야. 이래뵈도 꽤 신용있는 몸이라고. "


마차의 문이 열리며 타오르는 불꽃같이 새빨간 색으로 전신을 감싼 여인이 나타났다. 그 뒤로 모자를 푹 둘러쓴 청년이 이상한 악기를 들고 따라나왔다. 여인 역시 마차 안에서 청년의 악기와 같은 악기를 꺼내 어께에 둘렀다.


" 자, 짐승들아. 미쳐버릴 시간이다. "


여인의 새빨간 눈동자가 지옥의 불꽃처럼 불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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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적고보니 분량이 적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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