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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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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1.01.16 11:18
최근연재일 :
2011.01.16 11:18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56,373
추천수 :
1,382
글자수 :
816,019

작성
10.07.18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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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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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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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평범 (27)

DUMMY

상황은 그렇게 종료됐다. 다시 찾아온 용병만 아니었어도.


" 이게 다 뭐지? 너희들은 종잡을 수 없군. 아까까지만 해도 죽이 맞아들어가더니 한놈을 떡으로 만들어놨잖아. 이놈은 용병대 재산이다. 무슨 배짱으로 두들겼지? 누가 이런거냐? "


카스티앙은 주저없이 앞으로 나섰다. 자긴 떳떳하다는 태도에 속에서 열불이 뻗쳤다. 깨진 이빨이 안겨준 뒤늦은 고통만 아니었더라도 다시 한방 먹여주려 했을거다.


" 전투병을 다른놈으로 바꿔주십시오. "


" 왜? "


" 저놈은 남을 향해 칼도 못휘두릅니다. 전장에서 그런 놈이 제 목숨을 맡길 칼이라니, 납득할 수 없습니다. "


용병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게 물었다.


" 진짜냐? "


젠장, 누가 이딴것도 극복 못할까!

나는 칼을 잡고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용병을 향해 칼을 들어올렸다. 대번에 저놈에게 휘둘러 간담을 서늘하게 해주리라는 마음과 달리 칼은 또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 진짜군. "


용병은 기가 찬다는 듯,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리곤 내 몸을 위아래로 슥 훝어보더니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카스티앙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싶더니 갑자기 주먹을 날렸다.


빠악!!!


경쾌한 타격음. 내가 얻어맞았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력한 펀치가 틀림없다. 그 증거로 나와는 달리 튼튼한 몸의 카스티앙이 기습이었다곤 하나 형편없이 나가떨어졌다.


" 퇫! "


카스티앙은 일어나며 이빨 조각을 뱉었다. 얼마나 쌔게 친거야? 용병은 그 모습을 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


" 믿지 못할 동료를 바꿔달라고 말하는 자세는 좋다. 전장에서 동료를 믿지 못한다면 그보다 위험한 일은 없지. 본 대에서도 그런 시시한 이유로 병력을 잃는다는건 사양하고 싶다. 그러나, 그는 본 대에 팔려온 몸이란걸 잊었다는게 네 실수다. 말했다시피 그는 빚을 다 깊기 전까진 본 대의 재산이다. 네 멋대로 상하게 해서 좋은 물건이 아니란 말이다. 알겠나? "


어이, 대놓고 물건이라 말하기냐...

복수를 해준건 고맙지만 그 이유가 심히 마음에 안들었다. 살짝 피어오르던 통쾌함이 불쾌감으로 바뀔만큼 말이다.


곧이어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 네 요구는 일단 수용하마. 기껏 서류 작업 끝내고 왔더니... 네놈들은 여기서 좀 더 기다리고 어이, 검은머리! "


" 네? 넷! "


" 넌 따라와라. "


" 아, 예... "


어째서인지 이놈에겐 반항을 못하겠다. 칼질도 그렇고 남들은 잘만 하는데 왜 나만 안될까? 갑자기 바보가 된 것 같았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느릿느릿 그의 뒤를 따라가다보니 어느새 우리 앞에 와 있었다.


우리?

..... 이거 닭장이잖아.


기가차서 용병을 바라봤더니 놈은 대뜸 닭장문을 열고는 닭 한마리를 손쉽게 낚아챘다. 그리곤 두 손으로 닭을 꼭 잡더니 이러는 것이었다.


" 죽여봐. "


" .....예? "


갑자기 닭을 잡으라니 이게 뭔 소리야? 당황해서 얼어있었더니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여 제촉했다.


" 내가 꼭 잡고 있을테니 모가지만 쳐라. 네 허리에 달린 칼 가지고 힘껏 휘두르면 끝이다. "


" 아니, 갑자기 왜요? "


어이없어서 반문했더니 용병은 왼손으로 닭모가지를 잡고 오른손으론 내 뒷통수를 후려갈겼다.


" 캑! "


누, 눈 앞에 별이보여!!!


가볍게 때린 것 같은데 눈알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눈앞이 번쩍번쩍하고 머리가 멍멍해서 정신을 못차리는데 질책이 날아들었다.


" 네가 상관인가? 명령은 그저 따르면 되는 것이다. "


씁... 돈 안되면 다 집어치우고 도망가라던 양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와!?


속에서 열불이 터질 것 같았지만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법이고 그나마 법도 내 편이 아니니 어찌하리오? 그저 참을 수 밖에.


칼을 뽑아들고 침착하게 닭모가지를 보며 어디를 칠지 가늠했다. 잘못하면 용병의 몸이 베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베인다 생각하니 손이 약간 떨렸다. 그러나 곧 힘을 주어 양손으로 손잡이를 꽉 잡았다. 고작 닭하나 잡는거다.


콰직!


힘차게 휘두른 칼날은 닭모가지를 한번에 가르지 못하고 중간에 박혔다. 뼈를 가르긴 했는데 완전히 가르지 못한 탓이었다. 목이 반쯤 잘린 닭이 난리를 쳤지만 용병이 어찌나 꽉 잡고 있었던지 그저 목과 다리만 버둥거릴 뿐이었다.


" 뭐하나? 마무리 지어라. "


" 예... "


나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닭을 보며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그러나 이왕쳤는 이상 죽여야한다. 그게 닭을 위해서도 좋다. 다시금 칼날이 공중을 갈랐다.


" 어라? "


이번엔 완전히 갈라버렸겠지 하고 생각했더니 칼날은 엉뚱하게 아까 쳤던 곳이 아닌 조금 위쪽을 쳐버렸다. 게다가 힘이 약했는지 이번에도 완전히 가르지 못하고 3/2 정도에서 멈춰섰다. 닭은 목에서 피를 줄줄 흘려대며 버둥거렸지만 점차 그것도 조용해져갔다.


나는 마지막으로 검을 들어 닭을 쳤다. 이번에도 아까 쳤던 곳을 치지 못했다. 그러나 요행히 뼈와 뼈 사이를 쳤는지 칼날은 가볍게 목을 가르고 지나갔다. 닭 모가지가 떨어지자 곧이어 몸뚱이도 조용해졌다.


목이 날아간 닭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손이 부르르 떨렸다. 처음 보는건 아니다. 잘 손질된 생닭은 몇 번이나 봤다. 모가지 없는 닭이란 친숙한 존재인 것이다. 그러나 직접 목을 쳐본건 처음이다.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닭을 보자 생명을 죽인다는게 뭔지 감이 확 왔다. 마지막까지 버둥거리던 닭의 모습이 뇌리에 세겨졌다.


용병은 아무말 없이 목잘린 닭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손에 묻은 닭피를 털어버리고는 중얼거렸다.


" 지나치게 착한 것도 탈이지. "


그리곤 나를 주저앉히더니 이전에 없던 자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 가능하면 후방으로 빼주고 싶지만 내게 그런 권한은 없다. 살고 싶으면 남을 죽이면서 살아남는 수 밖에 없는거야. 사람은 본디 누군가를 해치면서 살아가는거다. 들판의 밀은 인간이 먹기 위해 있는게 아니며 네가 잡은 닭을 비롯한 모든 고기, 생선들은 우리에게 먹히기 위해 있는게 아니다. 단지 우리가 살기 위해서 그것들을 잡아먹는거야. 알겠나? 그건 나쁜게 아냐. 당연한거지. 전장에서 네가 살아남기 위해 남을 죽이는 것도 그와 같다. 망설이지 마라. 망설이면 네 적이 너를 죽이고 살아남을 것이다. "


그의 말엔 묘한 박력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얼결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대로 따를 자신은 없었다. 나라고 망설이고 싶어서 망설이는게 아니었으니까. 몸이 제멋대로 반응해서 떨리는건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이런 내 마음을 읽은 듯 말했다.


" 걱정마라. 네 몸이 떨리는건 마음의 동요만이 아닌 본능의 문제다. 네 몸은 그걸 휘둘렀다간 오히려 네가 죽거나 감당못할 일이 생긴다고 생각하는거야. 그러니까 위험을 피하려는 본능이 그걸 막는거지. 네 몸 스스로 자신감을 가질만큼 강해지면 괜찮아. "


아...

무심코 몸을 내려다보았다.


인도의 유명한 마하트라 간선생님이 연상될만큼 앙상한 팔다리, 만져보면 갈비뼈가 잡히는 가슴. 발달해서가 아니라 가려줄 군살이 남아나질 않아서 튀어나온 복근까지 어디하나 싸울만한 몸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칼부림. 몸이 역으로 살해당하는걸 두려워해시작 자체를 틀어막은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몸은 자기 보신을 위해서라면 머리의 사정 따윈 눈꼽만치도 신경쓰지 않으니까.


" 전장에 나가는건 언제입니까? "


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몸이 문제라면 그 몸을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내일 전장에 나간다면 원인을 알아도 대처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전장에서 위험을 막는답시고 벌벌 떨다간 아무짓도 못하고 살해당할 테니까.


" 나도 자세히는 모른다. 허나, 장담하건데 그 몸이 건강해질 만큼 멀지는 않지. "


젠장...

결국 방법은 정신무장 뿐인가. 본능을 거부하려면 부단한 노력과 확고한 의지로으로 정신이 몸을 억눌러버리면 된다. 되기는 하는데...


' 그게 말처럼 쉽냐구요!! '


게다가 그것도 시간걸리긴 매한가지. 내가 앞일을 고민하고 있을때 그가 대뜸 내 등에 손을 가져다댔다.


" ?! "


" 뭐, 너처럼 착한 사람이 흔한 것도 아니고 이런데서 죽게하긴 좀 아까우니까 작은 선물을 주마. "


그의 손바닥에서 나온 뜨거운 기운이 등을 통해 몸속으로 침투하자 나는 펄쩍 뛸뻔했다. 그러나 기운이 들어오면서부터 내 몸은 이미 내 것이 아니었다. 마음과는 달리 몸은 미동도 하지 않고 얌전히 앉아 있었다. 나는 불안감을 안고 뜨거운 기운이 몸속을 휘젓는걸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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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이 간만에 줄었군요. 12라는 숫자 좋아하는데...

하기야 재미있을 내용은 아니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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