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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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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1.01.16 11:18
최근연재일 :
2011.01.1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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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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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16,019

작성
10.08.1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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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평범 (43)

DUMMY

쾅!


" 지금 이놈들을 날 뭘로 보는거야! "


할부에 대한 설명을 들은 관리는 표정을 굳히고 권한이 없다는 핑개로 자작에게 보고했다. 용병대의 요구는 그만큼 지나쳤다. 향후 5년간, 영지 소출의 반을 내놓으라는 말에 분개하지 않을 영주가 어디 있겠는가?


" 제놈들 달라는 대로 다 주더라도 6천 틸러밖에 안되는데 영지 소출의 반이라니? 그것도 오년이나?!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


용병대에게 제시한 보수는 무려 3천 틸러. 로덴 금화로 64만개 정도다. 용병 한명이 대게 1주일에 3로덴을 받는다는걸 감안하면 6천명을 35주 동안 고용하고도 1만 로덴이 남는다.


말이 35주지 거의 아홉달이다. 그만한 거액을 약속했기 때문에 반폼멜 용병대도 람푸트 자작이 제시한 6천명을 체워왔던 것이다. 4천명을 명당 60로덴으로 사와도 총액 24만개니 기세좋게 사들일 수 있었다.


용병대 입장에서도 상당한 도박이라 할 수 있었지만 람푸트 자작 입장에서도 위험한 도박이었다. 3천 틸러는 그가 영지를 4년 내내경영해 벌어들인 순이익과 맞먹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외국에 자리잡은 반폼멜 용병대를 고용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안좋았기 때문이다. 상대인 솔레리안 자작가가 그가 속한 멜리움 왕국 굴지의 용병대를 고용하는데 성공하는 바람에 그의 편에 섰던 용병대가 위약금을 물고 발을 빼버렸던 것이다.


용병이란 자고로 승산없는 게임에 끼어들지 않는 법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대부분의 무력을 외부 용병대에게 의존하던 자작에겐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그래서 받은 위약금으로 인해 여유가 생긴 자금을 통 크게 풀어서 상대에 뒤지지 않는 명문 용병대를 끌어들이는 것 까지는 좋았건만...


" 이런 빌어먹을! "


이제와서 영지병을 끌어모아봤자 소용없다. 노회한 용병대장의 눈을 속이고 병력을 모아본들 얼마나 모으겠나? 1주일 정도 시간이 있으면 무지렁이들을 잡아다 5천명 정도야 어떻게 긁어모으겠지만 그들을 무장시킬 장비도 없는데다 밭이나 매던 농부들에게 무기를 들려줘봤자 전쟁으로 단련된 용병대를 이길 가능성은 제로나 다름 없다.


그렇다고 이 날강도들에게 굴복할 수는 없었다. 그건 실리적인 면도 있지만 귀족으로서의 자존심이 용납할 수 없다. 처음 약속했던 보수를 지급해 주는 것은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최후의 선이었던 것이다. 이제 자작은 자신이 실수했음을, 자신의 자존심이 상처 입었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자신의 실추된 명예를 되찾기 위해 명예를 다시 한번 실추시키는 것을 감내하기로 결심했다. 마음을 정한 자작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 협상을 질질 끌어라. 시간만 벌면 내가 해결하겠다. "


" 알겠습니다. "


평민 관리는 자작이 위험한 결정을 내린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며 부복했다. 머지않아 영지에 피바람이 불어닥치리라...






나는, 반폼멜 용병대는 무료한 시간을 보냈다.

무리한 요구를 하는 용병대장 때문에 협상이 길어지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용병대는 성을 포위하듯 주둔하고 있었지만 딱히 내려온 명령도 없는데다 마을로 내려가는게 허락된 것도 아니라 그저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특히나 할일없던 나는 요즘들어 자기식 쌍검술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사실 검술이라고 할 것도 없다. 그저 상대가 덤벼들면 어떻게 대응할지 나름대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인데, 단순히 찌르고 베는 모션을 반복할 뿐, 어떤 체계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 진검으로 하는 칼장난에 가까워서 처음엔 한두명씩 지켜보던 4번대 부대원들은 관심을 끊고 자기들끼리 놀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연습을 계속했다. 달리 할게 없었으니까.


눈을 감고 적군 전투병이 내게 달려드는 모습을 상상한다. 적은 기세좋게 사선으로 검을 내려치고 나는 오른발을 한발 뒤로 빼며 몸을 비틀어 검격을 피한다. 동시에 몸을 비트는 반동으로 왼팔을 뻗어 검을 찔렀다.


푸욱!


상상속에서 적병이 옆구리에 검을 꽃고 쓰러진다. 상상속에선 항상 내 일격이 빗나가는 일은 없었고 적은 일격에 치명타를 입었기에 일격 이후는 연습할 것이 없었다. 스스로도 이런 일은 없을거라 생각했지만 상대가 어떻게 피할 것인지를 일일이 예상하다보면 동작이 느려지고 마침내 멈춰버리고 말았다.


누군가 상대해준다면 모를까 혼자서는 이쪽이 효율이 높았다. 그래서 가급적 일격에 쓰러트리기 위해 일격필살의 동작들을 연습하며 운동을 거듭했다. 상상속에서 칼날은 가볍게 인간을 몸을 파고 들었지만 실제로도 그럴지는 모른다. 말렉을 찔렀을 때, 위에서 올라타 엄청난 힘으로 내려찍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저항감을 느꼈던 것을 떠올렸다.


내가 죽인 말렉을 떠올리자 기분이 나빴다. 요즘들어 종종 그가 습격해오는 악몽을 꾸곤한다. 죽일만한 놈을 죽였어도 이런데 전쟁터에서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을 마구 죽여댈 수 있을까?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지만 실제로 마주친다면 주저없이 찌를 것 같았다. 사람을 죽여본 후 역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이 부쩍 커버린 탓이다.


" 뭐하고 있나? "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돌아온 루페른이 있었다. 요즘들어 그도 슬슬 한가해지고 있었기에 마주치는 시간이 점점 늘어지만 수련하는 것을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 나름대로 수련합니다. "


" 수련? "


벌떡 일어나 일격필살의 동작들을 반복하자 루페른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저게 대체 무슨 의미인가 고민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폭소가 터져나왔다.


" 푸하하하하핫!! "


항상 무게잡고 진중하던 사람이 신나게 웃어대는 것을 보자 정신이 멍해졌지만 곧이어 얼굴로 피가 쏠리는게 느껴졌다. 거울을 본다면 아마 홍당무처럼 빨개져있을 얼굴로 버럭 소리쳤다.


" 뭐가 그렇게 웃깁니까! "


내 고함에도 웃음소리는 조금도 잦아들지 않았다. 급기야 너무 웃어 눈물까지 삐져나온 뒤에야 겨우 웃음이 잦아들었다.


" 하하, 아핫 하하하... 그야 기지도 못하는 놈이 날려고 드니까 웃길 수밖에. 거기 한번 자세 잡아봐. "


웃음은 그쳤지만 얼굴은 웃겨죽겠다는 그대로라서 나는 불쾌한 표정으로 양손에 검을 잡고 어께 너비로 다리를 벌린 후 팔을 늘어뜨렸다. 나름대로 멋있다고 생각하는 자세였는데 루페른은 우스꽝스러운 광대를 보는 것처럼 다시 폭소하기 시작했다. 제기랄! 성질이 솟아올라 칼을 던져버렸다.


" 젠장, 마음대로 웃으라구요! 어차피 난 멍청이니까. "


챙그랑!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그래도 직속상관에게 대들기는 뭐해서 혼자 있으려고 등을 돌렸더니 칼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는지 고개를 든 루페른이 제지했다.


" 가지말고 칼 들어봐. 기본은 가르쳐줄테니까. "


어쩔까? 마음 같아서는 확 때려치고 싶지만 이 거친 세상에서 살아가는데 나름의 한수가 필요하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기에 갈등했다. 그러나 고민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쨌거나 내 한 몸 지킬 힘은 필요했으니까.


" 좋습니다. "


나는 지옥의 문을 활짝 열어제낀 줄도 모른 체 검을 줏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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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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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79 雨彗海
    작성일
    10.08.11 18:22
    No. 1
  • 작성자
    Lv.38 스마우그
    작성일
    10.08.11 18:50
    No. 2

    오오 드디어 수련에 들어가는군요 에휴... 제 취향이 이상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한쪽의 그 영력 엘프 마법사 먼치킨 세상없이 주인공 시점만 보여주면 훨씬 재미있을거 같음..ㅠㅠ 주인공의 고분분투! 뭐 이런게 좋은데 말이죠...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ANU
    작성일
    10.08.12 02:26
    No. 3

    감사히 읽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5 소설만쉐
    작성일
    11.02.05 06:15
    No. 4

    수련이 쉬운 게 아니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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