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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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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1.01.16 11:18
최근연재일 :
2011.01.16 11:18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56,429
추천수 :
1,382
글자수 :
816,019

작성
10.08.22 10:11
조회
904
추천
9
글자
7쪽

평범 (54)

DUMMY

무덤은 초라했다.


유달리 잠이 일찍 깨어 새벽녘 동이 터올 무렵에 집을 나선 우리들은 산 아래에 묻힌 두개의 무덤 앞에 있었다.


봉분도 없는 무덤.


무덤이라기보다는 그냥 땅을 파고 묻어놓은 것이었다.


그것이 무덤인 줄 아는 것은 나무로 만든 묘비가 세워져 있는 덕이다.


달랑 부부의 이름이 적혀있을 뿐인 묘비. 그 곁에 세워진 아들의 묘비. 허술하기 그지없어 머지않아 세월속에 삭아 없어지고 여기가 무덤이라는 것을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리라. 억울한 죽음 뒤에 무덤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하는 삶. 이런 것이 평민의 삶인가 싶어 가슴이 답답해졌다.


무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그들의 명복을 빌었다.


마음 같아서는 묘비 정도는 제대로 된 돌로 세워주고 가고 싶지만 돈이 얼마나 들어갈지도 모르고 직접 돌을 깎아낼 실력도 없다.


" 봄이 오기전에 잊혀지겠죠. "


소녀는 무심한 표정으로 말한다.

거기엔 비관도 없고 거짓도 없다. 나무 쪼가리나 다름없는 묘비는 겨울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묘비조차 없다면 누구도 여기가 묘인지 모를 것이다.


" 비석은 얼마나 할까. "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결심한 듯 말했다.


" 세울거에요. "


그 결연한 각오에 시선이 절로 돌아간다. 굉장히 진지한 표정이지만 어딘가 나이에 맞는 치기가 어려있어 이제야 진짜 소녀같아서 미소가 절로 지어졌지만 분위기 때문에 고개를 돌려 얼굴을 감췄다.


그러나 가슴 한켠이 착잡해지는건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이제 떠난다. 말도 모르는 이곳에 정착할 생각은 없다. 농사지을 줄도 모르고 차갑기 그지없는 이런 사람들 속에 섞여살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나는 자리가 잡히면 여행을 떠날거다. 돌아가기 위한 여행을... 그것은 이곳에 농사를 지어서는 결코 할 수 없는 것이다.


괜찮을까. 동내 사람들은 아무 도움이 안된다. 적이 되지않으면 다행. 여자애 혼자 농사를 지으면 얼마나 짓겠는가. 정말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한숨을 쉬었다.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은 것이다.

지나가는 용사님이 당장의 문제를 해결해준다 해도, 문제는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잠깐의 기쁨은 곧 사그라들고 현실의 아픔이 뼛속에 사무친다. 내가 한일도 결국은 언발에 오줌누기. 그것을 알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 그럼, 여기서 안녕이네. "


나는 쓰려오는 마음을 숨기며 애써 무심하게 말했다. 당초 계획은 원래 이거였다. 그들의 무덤에 명복을 빌어주고 떠나는 것. 그것이 끝났으면 되었다. 당분간은 괜찮겠지, 하고 애써 긍정했다. 그때, 그녀의 말이 발목을 잡았다.


" 저도 데리고 가세요. "


" 뭐? "


" 이런 곳에 있어봐야 아무것도 되지 않아요. 기껏해야 하루 먹을 양식에 몸이나 팔겠죠. 기왕 몸을 팔아야한다면 돈이 되는 도시에 가서 파는게 나아요. "


너무나 냉정한 말에 나는 잠시 말을 잊었다. 스스로의 처지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현실적인 판단을 내린다. 차갑고 거친 세상은 이런 아이를 낳는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불쌍한 아이는 그런 삶밖에 살 수 없는 걸까? 지나가는 미친놈이 흑심을 품었다는 이유로 가족을 잃고, 나락에 떨어져 창녀가 되는 수 밖에 없는걸까?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는 멍청하다. 나는 힘도 없고 재력도 없다. 그녀를 부양할 능력 따윈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이런 자그마한 여자애 정도는 지켜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약간 말랐지만 사지멀쩡하고 건강한 사내가 조그마한 계집애 먹을 것도 벌지 못할까 하는 치기어린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지구에 있을 가족들에게 의견을 묻는다. 냉정하게 따져서 멍청한 이야기다. 나는 내 한몸 건사할 자신도 없다. 이런 계집에 따위, 어떻게 되든 무시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가족들은 떠안으라 말한다. 가슴이 그렇게 말한다. 나는 피식 웃었다. 역시 나는 바보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머리보다 가슴의 말을 따르는 사람은 후회하지 않는다는 누군가의 말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 좋아. 어려울 것도 없으니까. "


나는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소녀는 내 얼굴을 보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날, 우리는 우리가 보는 앞에서 묘비를 파고 있는 석공 뒤에서 배낭을 매고 있었다.


" 이걸로 미련은 없나? "


그녀는 헐값에 집과 땅을 처분했다. 받은 것은 고작 은화 열 두개. 아무것도 모르는 나라도 제값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상관없다는 듯 흥정도 하지않고 돈을 받았다.


그녀는 그 중 하나를 들여 가족들의 묘비를 세웠다. 석공은 돌을 지고와서 무덤 앞에서 직접 글을 팠다. 숙련된 석공은 금방 글씨를 파내렸다. 마침내 무덤에 제대로 된 묘비가 서고 석공이 떠나자 우리는 각오를 다졌다.


" 가자. "


" 네. "


마을을 벗어나 큰길에 접어들어 국경을 향해 나아간다. 그때, 나는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깜박했다는걸 깨달았다.


" 참, 우리 아직 이름도 모르는군. 내 이름은... "


커티스 버질이라 말하려다가 머뭇거렸다. 공식적으론 그 이름이 정식이 되었겠지만 남의 이름을 도용한다는건 역시 꺼림직했다. 하지만 당장 생각나는 이름도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결국 나는 임시방편조차 되지않는 헛소리를 늘어놓고 말았다.


" 마음대로 불러. 뭐라도 괜찮으니까. "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다못해 수상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은 듯했다. 그녀는 잠시 생각했다.


" 아서★ 메네☆... "


" 잠깐, 그 이름은 어딘가의 허락을 받아야 할 것 같다. "


그녀는 불만스러운 듯 볼을 부풀렸다. 소녀다운 귀여운 반응이었지만 나는 그걸 감상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식은땀을 흘렸다. 무, 무서운 우연...!


" 그럼 지☆스 크☆이스트. "


" 넌 대체 날 뭘로 만들 셈이냐!!!! "


허억허억! 자, 작가 이놈! 대체 무슨 셈이야? 이 감동적인 분위기의 마지막을 이렇게 장식해도 되는거야? 나는 그녀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찬찬히 이름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작명센스가 없음을 깨닫고 한숨을 쉬었다.


" 그냥 커티스 버질로 됐어... "


그래요, 하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가슴을 펴고 말했다.


" 제 이름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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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에게 떠넘기겠습니다. 도망!


분량은 이걸 위해 일부러 끊었습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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