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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한냥이 님의 서재입니다.

탑스타 여배우와 하룻밤을 보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高미나
작품등록일 :
2024.05.27 23:42
최근연재일 :
2024.07.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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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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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DUMMY

두 건의 미래 문자가 도착했다.


-[World] 충격적 이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한국 여배우!

-[PICK] 화려한 폐막식을 알린 부산 국제 영화제, 배우 "최고은" 올해의 신인 배우상을 거머쥐어···.


심장 고동 소리가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이제 미래 문자에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다.


뒷덜미를 타고 흐르는 싸늘한 긴장감이 한여름의 더위도 잠시 잊게 했다.


그 상태로 천천히, 미래 문자가 보내온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잠시 후,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헐리우드?"


이건 또 뭘까?


-[World wild] 충격적 이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를 거머쥔 한국 여배우!


"···. 한국 여배우가 오스카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고?"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말이 되나?'


아카데미.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 시상식(award).


미래 문자에 따르면 전 세계 영화제에서 한국 여배우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무리 미래 문자라지만, 믿기가 힘든데?'


전 세계가 인종 차별 반대를 외치고 있다.

그럼에도 백인우월주의가 남아있는 곳이 헐리우드다.


그 헐리우드의 꽃이라 불리는 아카데미에서 한국 여배우가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모습은···.

열심히 상상력을 발휘해봐도 전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턱을 느릿느릿 긁던 나는 시선을 돌려 기사 보도 날짜를 확인했다.


내 두 눈이 치켜 떠졌다.


"뭐야? 지금부터 10년 뒤라고?"


아니, 너무 먼 미래의 기사를 보내준 거 아니야?


'그런데 10년뒤면···.'


한국 여배우가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게···.말이 되나?


문득 군대에서 들었던 농담이 떠올랐다.


네가 전역 할 때쯤이면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있을 거라는 실없는 농담이었다.


그 말을 들으며 전역한 지가 5년.

놀랍게도, 이 실없는 농담이 현실이 됐다.


프랑스 파리에 하늘을 나는 에어 택시가 있다고 하니까.


"···. 그래도 한국 배우가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는 건 상상이 안가는데."


고민하던 나는 생각의 방향을 틀었다.

10년 뒤 일어날 일을 지금부터 고민하는 건 비효율적이니까.


두 번째 미래 기사를 읽었다.


-[PICK] 화려한 폐막식을 알린 부산 국제 영화제, 배우 "최고은". 올해의 신인 배우상을 거머쥐어···.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받는 여배우?"


할리우드만큼은 아니지만, 이쪽도 꽤 흥미로웠다.

두 번째 기사 보도 날짜를 확인했다.


"첫 번째는 10년 뒤, 두 번째는 당장 이번 연도네?"


갭 차이가 너무 큰 거 아닌가?


'그럼 이 두 미래는 연관성이···. 없는 건가?'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보였다.


첫 번째 미래 문자와 달리 두 번째 미래 문자는 현실성이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신인상을 거머쥐는 신인은 매년 쏟아져 나오니까.


"배우 이름은 최고은."


처음 듣는 이름이다.


'아직 무명인가?'


아니면 예명일 수도 있고.

어쩌면 데뷔 자체를 안 했을 수도 있다.


이름만으로 최고은이 어떤 배우인지는 추측이 불가능했다.


생각을 끝마친 나는 벤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고개를 드니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이 보였다.


"···. 폭풍이네."


그러고 보니 오늘 비바람을 동반한 태풍이 분다고 했지?


"지금 내 상황도 폭풍인데."


정신을 잠깐이라도 놨다가는 거센 바람에 휩쓸려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날 둘러싼 상황은 그만큼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태도가 바뀐 이하은.'


미래 문자, 백 대표와의 내기, 500만 오컬트 시나리오,복권당첨.


여기서 헐리우드와 부산 국제 영화제 신인까지 끼어들었다.


상황이 너무 복잡하다 보니 속이 약간 메스꺼웠다.

한 번이라도 발을 삐끗하면 끝이 안 보이는 낭떠러지에 떨어질 것만 같은 기분이랄까.


그런데···.

압박감은 느껴도 두렵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 자극적인 상황이 미치도록 재밌었다.


"진짜 미쳤네."


이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내 신경 체계는 복권에 당첨된 뒤로 망가졌다.


역치를 넘어선 자극에 위기감을 느끼기는커녕 도파민이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그래.

이 상황에서 겁을 먹고 도망치면 죽도 밥도 안 되겠지?


"차라리 즐기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네."


도망칠 수 없다면, 앞으로 뚫고 나가는 수밖에.

그 순간 하나의 길이 보였다.


이하은, 흑의 신부, 로맨스 황태자 서태준.

지금 내게 일어난 문제 중, 가장 급한 문제들을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길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이 사건들을 내 통제하에 둘 필요성이 있었다.


생각을 끝마친 나는 곧바로 움직였다.


"최 팀장님. 내일 밥 드시죠."


제멋대로 날뛰는 사건들에 고삐를 채울 시간이다.

그 첫 번째 타자는, 500만 오컬트 시나리오 흑의 신부였다.





***



오컬트 명감독.

박준서 감독이 들뜬 목소리로 최팀장에게 물었다.


"진짜 이하은 배우 섭외된 거 맞아?"


"아니, 진짜라니까!"


푸른 소나무 제작사 최 팀장이 호언장담했다.


"박 감독이 그때, 권 실장 표정 못 봐서 그래! 완전 홀라당 넘어갔다니까?"

"···. 진짜?"

"아오, 진짜라고! 이하은 담당 매니저가 흑의 신부 시나리오 보더니 눈이 팍 돌아버렸다니까! 잘만 구슬리면 이하은 말고 다른 배우도 빼 올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라구 흐흐..."


최 팀장의 호들갑에 박준서 감독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 이게 진짜라고? 그 이하은이 내 영화에 출연한다고?


이하은 같은 거물이 왜 이런 마이너 영화에 출연하려는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갔다.

하지만 최 팀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한 가지는 분명했다.


흑의 신부 서린비를 연기하는 이하은의 비주얼은 엄청난 싱크로율을 보일 것이다.


'애초에 서린비라는 캐릭터 자체가 이하은을 모티브로 탄생했으니까!'


이 이야기 맞다면, 내 입장에선 초대박인데?

박 감독의 입이 느물느물 풀렸다.


'···. 오늘 이야기 잘 끝나면 최 팀장한테, 진짜 큰 거 하나 선물해야겠는데?'


어디 보자.

최 팀장 이놈, 술이면 환장하는 친구지?

저번 영화제 가서 받아온 500만 원짜리 양주가 있는데 그걸 선물로···.


그때 약속 장소로 잡은 룸의 미닫이문이 열렸다.


"아, 죄송합니다. 길이 막혀서 조금 늦었습니다."


백학 5팀 권찬 실장.

이하은의 전 매니저라고 알려진 남자가 웃는 낯으로 나타났다.


최 팀장이 호들갑을 떨었다.


"늦기는 무슨! 우리도 방금 왔어. 자자, 일단 와서 앉아 권 실장!"


권찬이 박감독 맞은편에 앉았다.


"이쪽이···."

"아, 흑의 신부 시나리오 쓴 박준서 감독이라고 합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뵙는 건 처음이네요 박준서 감독님. 백학 매니지먼트 5팀, 권찬 실장이라고 합니다."


권찬이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박준서 감독에게 건넸다.

명함을 받은 박준서 감독이 슬쩍, 권찬을 훔쳐봤다.


'마스크가 좀 성숙한데?'


노안이란 소리가 아니고 풍기는 분위기가 무겁단 소리다.

듣기로 나이가 그렇게 많지는 않던데, 상당히 독특한 아우라다.


하긴, 저 젊은 나이에 실장을 달았는데 분위기가 가벼우면 그것도 이상하지.


그 사이 최 팀장이 분위기를 띄우며 소리쳤다.


"자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먹으면서 이야기합시다!"


최 팀장이 소고기를 불판에 올리며 물었다.


"권 실장. 술 할 거야?"

"아, 오늘은 사양하겠습니다."

"왜? 고기에 소주 한잔해야지!"

"저번에 술 먹고 시나리오 보는 데 죽을 것 같더라고요."


부드럽게 최 팀장의 제안을 거절한 권찬이 화제를 돌렸다.


"밥 먹기 전에 흑의 신부 시나리오 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감독님?"

"아, 물론이죠."


박준서 감독이 준비해 온 시나리오를 내밀었다.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놓은 권찬이 건네받은 시나리오를 펼쳤다.


-촤륵.


묘한 침묵이 방안에 내려앉았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권찬이 시나리오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뿐.

최 팀장과 박준서 감독의 시선은 그런 권찬에게 고정된 채 떨어질 줄 몰랐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최 팀장이 결국 참지 못하고 질문했다.


"어때, 권실장?"

"다 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


최 팀장이 무안한 표정으로 입맛을 쩝 다셨다.

옆에 있던 박준서 감독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분위기만 무거운 게 아니라, 사람 자체가 묵직한데?'


이것봐라?

거기다 매니저치고 대본을 보는 태도도 묘하게 이상했다.


'집중력이 장난 아니다.'


시나리오를 보는 권찬의 눈에서는 마치 거물 배우가 시나리오를 보는 것처럼 불꽃이 튀었다.


그런 권찬에게 박감독이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던 그 때였다.

마침내 권찬의 입이 열렸다.


"좋네요."

"!"

"전보다 훨씬 스토리도 부드러워졌고, 마지막 반전도 훨씬 깔끔해졌는데요?"


박준서 감독의 표정이 머쓱해졌다.

매니저한테 칭찬을 들었는데 왜 기분이 좋지?

그 사이 최 팀장이 호들갑을 떨며 소리쳤다.


"흐흐···. 그러면 된 거지?"

"뭐가 말이에요 최팀장님?"

"뭐긴 뭐야! 우리 저번에 술 먹으면서 했던 이야기 말이야! 이하은 배우, 섭외된 거지?"


권찬의 입가에 걸려있던 미소가 사라졌다.

권찬을 훔쳐보고 있던 박감독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 응? 뭐야? 이야기된 거 맞아?'


권 실장, 저 사람.

이하은 이야기가 나오니까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졌는데?

하지만 흥분한 최팀장은 그런 권찬의 표정 변화를 보지 못했다.


"조건 섭섭지 않게 맞춰줄 테니까 얼른 미팅 잡자고! 이하은 배우만 도장 찍으면 다른 배우도 바로 섭외 들어갈 거니까, 대본 리딩 날 전에 기사도 쫘악 뿌리..."

"최팀장님."

"응? 왜 권실장?"

"조금 선을 넘으시네요."

"!"


최 팀장이 놀라 입을 다물었다.

그 사이 권찬이 들고 있던 시나리오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제가 언제 이하은 배우 섭외됐다고 말했습니까?"

"어,어? 우리 이야기된 거 아니었어?"

"제가 담당하는 배우들한테 시나리오를 돌린다고 했지, 그게 이하은이라고는 말씀 안 드렸는데요."

"!"

"곤란하네요. 이하은급 정도 되는 배우한테는 작품 확정됐단 소식 자체가 리스크인데, 혹시 어디 가서 입방정 떠신 건 아니죠?"


최팀장이 깜짝 놀라며 손을 흔들었다.


"어휴! 이야기 안 했어! 알고 있는 사람 여기 있는 박 감독뿐이야!"


권찬의 시선이 돌아갔다.

두 사람의 대화를 조용히 지켜보던 박 감독이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저도 어디 가서 이야기 안 했습니다."


한순간에 분위기를 휘저은 권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어,어 그래! 다녀와!"


권찬이 룸이 빠져나간 것을 확인한 박 감독이 최 팀장을 향해 소리쳤다.


"이하은 확정됐다며 이 머저리야!"

"아, 아니···. 확정된 분위기였다고···."

"하여...이놈을 믿은 내가 바보지. 그런데···."


말을 흐린 박 감독이 눈을 부라렸다.


"권실장 저 사람, 실장 맞아? 분위기가 뭐 저래?"

"실장은 맞는데. 그것도 이번에 진급한 실장···."

"진짜 이제 막 진급한 햇병아리 실장이라고?"

"오늘 좀···. 사람이 다르긴 하네."

"아는 것도 제대로 없네 아오...!"


박감독이 입술을 질끈질끈 깨물며 중얼거렸다.


"너, 이제부터 입 다물어 최 팀장."

"..."

"잘못하면 본전도 못 건질 것 같으니까, 입 뻥긋하지 말라고! 알겠어?"


최팀장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승질이 뻗친 박 감독이 최팀장이 굽고 있던 고기를 덥석 뺏어 먹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권찬이 돌아왔다.


"···."


낮고 묵직한 긴장감이 내려앉았다.

최 팀장과 박 감독의 목울대가 크게 출렁거렸다.


그사이 자기 자리로 돌아온 권찬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이야기, 입단속 잘 해주셨으면 합니다."

"!"

"무슨 뜻인지 충분히 설명드린 것 같으니 말씀은 더는 안 드리겠습니다. 그럼···."


말을 흐린 권찬이 방긋 웃었다.


"다시 캐스팅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




확실히 신경이 날카로운 모양이다.


평소였다면 최 팀장 호들갑에 이렇게 세게 반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평소 같지 않은 내 모습 덕에 협상의 주도권이 이쪽으로 넘어왔다.


그 증거로 날 바라보는 최 팀장과 박 감독의 시선이 묘하게 주눅 들어 있으니까.


곤두서 있던 감각을 조금 느슨하게 풀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다시 캐스팅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박 감독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캐스팅이라면 주연 서린비 말고 다른 캐릭터도 염두에 두신 겁니까?"

"네. 최 팀장님한테 말씀드렸는데, 못 들으셨나요?"


박 감독이 시선을 홱! 돌렸다.

말없이 고기를 굽던 최 팀장이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마, 말했잖아! 백학 쪽에서 주연 둘 다 원한다고! 동시 제작 이야기도 같이했잖아!"

"···."


변명에 자신감이 없는 걸 보니, 우리 최팀장.

이 이야기는 박감독한테 안 한 모양이다.


그 사이 목이 빨갛게 달아오른 박 감독이 한숨을 퍽, 내쉬었다.


"아무래도...이야기가 전달이 잘 안 된 것 같군요."


조금 전과 달리 박 감독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했다.


"그럼 백학 쪽은 주연 배역인 서린비 말고 강지후도 원하는 겁니까?"

"일단, 그렇습니다."

"···. 생각하고 있는 배우가 있습니까?"


최대한 가벼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일단 배우, 서태준 씨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박 감독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 로맨스 황태자, 서태준 말이에요?"

"네."

"···. 배역상 어울리는 느낌이 아닌데."


혼잣말을 크게 중얼거리는 박 감독.

누가 봐도 나보고 들으라고 하는 말이다.


'이 바닥에서 10년을 넘게 버틴 감독이라 이건가?'


하긴.

그 정도 되는 감독이 자기 밥그릇을 눈뜨고 뺏긴다면 그것대로 문제가 있다.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배우 이미지가 문제가 된다면 동감하지만, 연기력 측면에서 봤을 때 서태준 씨 정도면 강지후 역할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독님."


박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죠. 서태준 배우 정도면 연기 짬밥은 충분하니까."

"이미지가 걸린다는 말씀이죠?"

"뭐, 솔직히 말하면 그렇습니다. 권 실장님도 아시다시피 이 바닥이 이미지로 먹고살지 않습니까?"


박 감독이 강하게 의견을 어필했다.


"물론 서태준 배우 정도 되는 체급이면 이미지 상관없이 무게감이 있겠지만 장르가 오컬트라서 곤란합니다. 작중 분위기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서태준 배우의 이미지는···. 가벼운 측면이 없지 않아 있으니까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이렇게 하시죠 박 감독님."

"어떻게···?"

"제가 서태준 씨한테 시나리오 전달해서 다시 자리 만들겠습니다."

"오디션을 보자는 소리인가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서태준급 되는 배우가 오디션 보는 건 모양새가 그렇지 않습니까?"

"!"

"그냥 가볍게 만나서 준비된 연기 보는 느낌으로 가시죠. 그래야 박감독님 부담도 덜 할 테고."


박준서 감독의 입이 작게 벌어졌다.

마치 요놈 보게? 라는 표정이었다.


"뭐, 그 정도는 괜찮겠네요. 저도 불편하지 않고."

"이번 주 내로 서태준 배우하고 이야기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아참."


집게를 들고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박감독 접시에 툭, 내려놨다.


"주연 서린비, 캐스팅. 조금만 미뤄주실 수 있으십니까?"


박 감독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 예? 서린비를요?"

"네. 아직 확정된 건 없지만 시기를 좀 더 봐도 괜찮을 것 같아서요."


박 감독의 눈이 커졌다.

그 박 감독의 표정에 숨겨진 욕망이 내 가슴을 근질거리게 했다.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말을 흐리며 지금부터 그려나갈 그림의 첫 물감을 한 방울 툭, 떨어트렸다.


"배우 이하은 씨가 차기작으로 흑의 신부 시나리오를 고를 수도 있으니까."


물론 아직 밑바탕일 뿐이다.

본격적인 구상은 지금부터 해나갈 생각이다.




***




그 시각 백학 엔터테이먼트 대표실.

어둠이 내려앉은 서울의 야경을 감상하던 백 대표가 입을 열었다.


"박본 어떻게 생각해?"

"합당한 처사였다고 생각합니다."


박유현 본부장이 프랑스 보르도 지역에서 만든 최고급 와인 중 하나인 샤토 마고(Château Margaux)를 디캔팅하며 말했다.


"김성훈 1팀장 쳐내면서 사내에 돌던 이하은 배우와 관련된 악성 소문도 잡을 수 있게 됐고, 매니지먼트 부서에 긴장감도 불어넣었으니 아쉬워할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백 대표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 그거 말고."

"···. 그럼?"

"하은이 차기작."

"!"


백 대표가 고개를 빙글, 돌렸다.


"하은이가 헐리우드 유니버셜 제안 거절한 거, 박본은 어떻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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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이하은. +91 24.06.30 38,843 1,099 14쪽
35 고민. +70 24.06.29 37,752 1,033 15쪽
34 고민. +45 24.06.28 38,829 94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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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오버랩. +29 24.06.19 41,618 850 15쪽
24 오버랩. +31 24.06.18 42,905 8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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