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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님의 서재입니다.

무당전생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정원.
작품등록일 :
2014.10.27 17:08
최근연재일 :
2014.11.27 23:2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892,151
추천수 :
28,518
글자수 :
92,919

작성
14.10.31 23:00
조회
30,444
추천
921
글자
7쪽

사대제자(四代弟子) 삼(三)

DUMMY

“오늘 배울 글자는 권할 권(勸), 상줄 상(賞), 물리칠 출(黜), 오를 척(陟)이다. 이 권상출척이란 말은 열심히 일한 자는 상주고 게을리 한 자는 내쫓는다는 뜻이다.”

유난히 어린 나이로 가득한 꼬마들이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선오의 가르침은 어린아이가 이해하기가 버거웠다.

문자 하나하나 뜻을 외우고, 쓰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네 글자를 합친 뜻도 알아야한다. 그 뿐인가? 선오는 간간히 기습적으로 사대제자에게 질문하여 자기 생각을 해보라는 악랄한 수법까지 동원한다.

“어디보자……진겸(眞謙)아, 일어나 보거라.”

“예, 옛!”

꼬마 무리들 사이에서 유난히 키가 큰 아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옳지. 역시 키가 크니 유난히 눈에 잘 띄는구나.”

선오가 껄껄 웃으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 반면 진겸의 얼굴은 시체처럼 창백하게 질렸다.

“넌 방금 배운 단어에 어떻게 생각하느냐?”

‘방금 알려줬으면서!’

꼬마 일동이 동시에 생각했다.

아니, 배운지 얼마 됐다고 물어보는 것일까? 게다가 진겸은 외관으론 십삼 세 정도 되지만, 사실은 아홉 살밖에 되지 않은 성장이 빠른 아이였다. 정신은 몸만큼 성숙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어려운 질문은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모르겠느냐?”

대답이 없자 선오가 안타까운 얼굴로 물었다.

“예…….”

진겸이 울상을 짓곤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어쩔 수 없지. 저기에서 마보를 취하고 있거라.”

“흑…….”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글스승이었다. 아홉 살이 뭘 안다고 대답할까, 게다가 그걸 모른다고 하면 벌을 주곤 했다. 진양은 군대에서 저런 선임을 만나면 일찍이 탈영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진겸이도 참 불쌍하지.’

진겸은 키가 크다 보니까, 항상 선오의 첫 번째 먹잇감으로 잡혔다. 그동안 마보를 얼마나 했는지, 동년배 사이에서 마보만큼은 천하제일인이라 불러도 부족할 정도였다.

“어디보자……그래, 양이!”

‘켁!’

진양의 얼굴이 처참할 정도로 일그러졌다.

자신을 삿대질하고 있는 선오가 악귀처럼 보였다.

사실 진양도 최근 들어 선오의 눈에 들어왔다. 과거에 아직 전생에 대한 기억으로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멋모르고 나이에 맞지 않는 수상쩍인 행동을 했었다.

그 이후 선오는 항상 학문 시간마다 진겸 다음으로 진양을 지목했다.

“양이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후우. 젠장.’

진양은 잠시 두 눈을 감곤 생각에 잠겼다.

그는 먼저 선오의 성격을 떠올렸다.

선오는 괴팍하다. 또한 심각한 변덕쟁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고작 열 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이런 고차원적인 질문을 하는 것은 단순한 재미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선오가 재미있어할 만한 대답을 해야 한다. 무당의 가르침만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상관없었다.

“모르겠느냐?”

이 질문은 마지막 경고다. 여기서 답을 내지 않으면 그 역시 꼼작 없이 진겸의 마보대전(馬步大戰)에 참전해야한다.

“열심히 일한 자는 상을 내리고, 게을리 한 자는 내쫓는다는 뜻입니다.”

“설마 그게 다가 아니겠지?”

선오의 얼굴에서 실망스러운 기색이 묻어났다.

“아닙니다. 각주님의 가르침엔 또 다른 의도가 숨어있습니다.”

“호오. 어디 한 번 읊어봐라.”

“크게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아마 각주님께선 글공부라고 우습게보지 않고 열심히 하라는 의도시겠죠. 확실히 저를 포함한 사대제자는 무공 이외의 학문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요새 느슨해진 저희를 위해서 이런 문자를 준비해주신 것이 아닙니까?”

“하하하하!”

선오가 무릎을 탁 치며 유쾌하게 웃었다.

주변에선 아이들이 웅성거리며 진양을 대단하듯이 쳐다봤다. 꼬마들 입장에선 알아먹을 수 없는 말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어려운 말을 섞어서 쓰는 진양이 자신들과 다르게 보였다.

“핵심을 잘 찔렀구나. 좋다. 오늘은 더 이상 질문은 하지 않겠다. 다들 열심히 문자를 외우도록 하거라.”

“예!”

다들 희희나락 한 얼굴로 좋아했다. 보통은 대여섯 번정도 질문하기 마련인데, 이번엔 다행히 두 번만에 끝났다.

진양 역시 오늘도 무사히 넘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천자문 공부에 힘썼다.

‘오성이 뛰어난 수준이 아니야. 아무리 머리가 좋다해도 고작 여덟 살짜리가 저런 대답을 낼 리가 없다.’

선오가 눈을 가늘게 뜨며 실로 오랜만에 진지하게 생각했다.

‘근골이 뛰어나 무공을 대성할 것 같지는 않으나, 분명 자라면 필시 무당에 큰 도움이 될 아이로구나. 무당의 미래는 여전히 밝구나! 허허!’


* * *


글공부는 총 한 시진하고도 반 시진이었다.

앉아서 공부만 하니 좀이 쑤시긴 했지만, 문자의 중요함을 알고 있는 진양은 농땡이 피우지 않고 열심히 외웠다.

선오의 입에서 오늘은 그만이라고 나올 때가 되자 시간은 유시(酉時:5~7시)가 됐다.

허리와 목 등 온몸이 쑤시긴 했지만 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석식(夕食)을 챙길 시간이 됐기 때문이다.

진양은 아침때처럼 느긋한 걸음으로 조리원에 가서 세 사람분의 식사를 챙기고 집무실을 찾았다.

“양아, 오늘 하루도 고생했구나.”

문을 열자 언제나처럼 사저가 자신을 반기며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저녁 식사도 아침 식사 때처럼 별 거 없었다. 조용히 식사를 끝내고,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진양은 어느 때처럼 식기를 챙기고 다시 집무실의 문을 열고 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진연이 그를 불렀다.

“양아, 잠깐만.”

“네?”

“식기를 반납하고 연무장에 오지 않으렴? 어차피 식기 반납하면 자유시간이잖아.”

“연무장이요? 상관은 없지만……아! 혹시 대련 때문에 그러시는지요?”

진양이 무언가 생각난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그의 얼굴엔 약간의 기대가 서려있었다.

“응응.”

사저는 가끔마다 바쁜 청솔을 대신하여 진양의 무공 수련을 도와주었는데, 최근에는 청솔에게 업무를 배우느라 신경써주지 못했다.

“네, 그렇다면야 저야 좋죠. 빨리 다녀올게요.”

“그렇다고 달리진 마. 다치면 큰일이니까!”

“아하하, 전 아이가 아니……아, 맞구나.”

진양은 가끔마다 이렇게 자신의 처지를 생각 못하곤 했다. 다음부터는 좀 더 조심하자고 생각하며, 그는 발걸음을 옮겼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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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재능(才能) 삼(三) +44 14.11.27 30,057 987 7쪽
28 재능(才能) 이(二) +69 14.11.25 29,112 1,021 7쪽
27 재능(才能) +57 14.11.23 30,770 1,079 7쪽
26 양의신공(兩儀神功) 삼(三) +39 14.11.21 28,827 1,117 8쪽
25 양의신공(兩儀神功) 이(二) +21 14.11.21 26,550 897 7쪽
24 양의신공(兩儀神功) +41 14.11.19 29,618 1,028 8쪽
23 성장기(成長期) 오(五) +45 14.11.18 29,318 1,028 10쪽
22 성장기(成長期) 사(四) +45 14.11.17 29,817 1,057 7쪽
21 성장기(成長期) 삼(三) +36 14.11.16 27,212 1,044 7쪽
20 성장기(成長期) 이(二) +28 14.11.16 27,402 868 8쪽
19 성장기(成長期) +31 14.11.14 29,192 986 8쪽
18 유(流)의 묘리 이(二) +36 14.11.13 28,247 970 8쪽
17 유(流)의 묘리 +42 14.11.12 28,683 979 7쪽
16 무룡관(武龍觀) 팔(八) +26 14.11.11 29,434 1,001 9쪽
15 무룡관(武龍觀) 칠(七) +27 14.11.10 28,124 983 7쪽
14 무룡관(武龍觀) 육(六) +19 14.11.09 29,189 947 7쪽
13 무룡관(武龍觀) 오(五) +24 14.11.08 29,211 984 7쪽
12 무룡관(武龍觀) 사(四) +26 14.11.07 28,422 962 7쪽
11 무룡관(武龍觀) 삼(三) +25 14.11.06 28,703 900 7쪽
10 무룡관(武龍觀) 이(二) +18 14.11.05 28,848 969 7쪽
9 무룡관(武龍觀) +29 14.11.04 29,191 942 7쪽
8 태극권(太極拳) 삼(三) +22 14.11.03 29,127 906 7쪽
7 태극권(太極拳) 이(二) +21 14.11.02 29,539 905 8쪽
6 태극권(太極拳) +17 14.11.02 30,621 930 7쪽
» 사대제자(四代弟子) 삼(三) +20 14.10.31 30,445 921 7쪽
4 사대제자(四代弟子) 이(二) +13 14.10.30 33,476 1,017 7쪽
3 사대제자(四代弟子) +20 14.10.29 34,343 98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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