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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톤 님의 서재입니다.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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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팩스톤
작품등록일 :
2020.10.24 21:23
최근연재일 :
2021.03.05 18: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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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9,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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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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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해방 - 2

DUMMY

국장이 상기된 얼굴로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역시! 당신이 제국의 구원자가 맞았던 모양이오! 나와 만나기도 전에 해답을 가지고 있었다니! 지금 바로 말해주실 수 있소? 제국을 구원할 방......”

“아니.”


나는 국장의 눈을 노려보며 고개를 저었다. 화려한 말솜씨로 나를 구슬리려는 노력은 가상하다만, 나는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어디서 날로 먹으려고.


나는 일부러 한 박자 쉬고, 입을 열었다.


“그 전에 내게 할 말이 있지 않나?”

“무엇이 말이오?”


이거 봐라?


국장은 나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모른 척 차를 마셨다. 나는 그의 눈동자를 직시하며 입을 열었다.


“넌 내가 올 것을 알고 있었잖아.”

“그렇소. 알고 있었소.”


대체 무슨 생각이지?


의외로 흔쾌히 대답하는 국장의 모습에 핫초코를 한 모금 머금었다.


“어떻게 알았냐?”


생판 본적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내가 이곳에 올 것을 알고 있었을까?


그것도 내가 활동하던 세상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하늘 위에서.


다른 사람의 일이었다면 그냥 넘어가겠으나 이는 나와 관련된 일.


확실하게 알고 넘어가야겠다.


“말하면 비밀을 알려줄 것이오?”

“물론.”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다.

오히려 빨리 알릴수록 좋은 정보다.

국장이 원하는 정보란 것은 고작 메림을 발견하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정보.


그렇기에 나는 호언장담했다.


내 말을 들은 국장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침음을 흘리더니, 표정을 펴고 나를 보았다.


“흐음... 뭐, 상관없겠군. 좋소. 어느 날 지상에서 순례자가 나타났소.”

“지상에서?”

“그렇소.”


이야기는 시작부터 평범하지 않았다.


이계화된 숲.


그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장소의 하늘에 위치한 부유섬에 순례자가 다녀갔다고?


‘뭐 하는 놈이야?’


나는 치솟는 궁금증에 질문하고픈 마음을 억누르며 국장의 말에 귀 기울였다.


“잉크가 흐르는 숲에서 올라온 순례자는 제국을 한 바퀴 돌며 종교를 전파했지.”


그 종교는 바로 어둠의 신 뽀삐 교단.


“그녀는 짧은 시일 이내 구원자가 나타날 것이라 이야기했소. 눈과 머리가 검으며 엄청난 힘을 지닌 구원자가 말이오.”


눈과 머리가 검으며 강력한 힘을 지닌 구원자. 이것에 부합되는 이는 나와 호구다.


그럼 구원자란 용사인가?


“그녀의 이야기가 제국에 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소.”


쪼끄만 도시에 갇혀 사는 이들이다.


조그만 가십거리 하나로도 몇 년을 우려먹을 텐데. 종교 같은 큰 거라면......


“신민들은 어둠의 신에게 열광했소.”

‘아주 열광을 하겠지.’


“저주로 인한 고통스러운 삶을 끝내줄 자가 나타난다는데 누가 싫어하겠소? 뭐, 싫어하는 자들이 있긴 있었소.”


꼭 이런 이야기에는 이상한 놈들이 항상 나오기 마련이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대충 알 것 같았다.


“총독부였소.”


그럼 그렇지.


예상했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상인의 출몰과 큰 종교의 출현.


둘 다 큰 사건이다.


그리고, 두 사건이 엮이며 탄생한 저주의 해방이라는 소식은 큰 사건을 넘어 그들에게 천지개벽이나 마찬가지.


커다란 변화인 것이다.


하지만,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적인 이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런 놈들은 대부분 권력자들이지.’


기나긴 수명과 강력한 권력.

가진 자들은 위험을 거부한다.


큰일이 터지면 권력도 흔들린다.

잘 되면 좋지만, 잘못되면 큰일.


그렇기에 가진 것을 보전하길 원하는 권력자에게 있어 변화는 막아야 할 적일 것이다.


그러니, 이다음은 아마도......


“총독부에서 그녀를 처형했고, 제국은 완전히 분열되었지.”


이 대목에서 나는 살짝 얼이 빠졌다.


‘저 미친 숲을 헤치고 여기까지 온 인간이 처형당했다고?’


수상하다.


하늘섬 아래의 지상은 아주 끔찍한 장소다. 여길 제대로 탐험하기 위해서는 마왕군 군단장급의 실력자는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지옥을 홀로 탐험한 인간이 겨우 제국의 머저리들에게 당했다니.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건지 모르겠네.’


나는 남은 찻잔을 비웠다.


“나는 어둠의 신편이오. 당신 덕에 총독부의 잔당을 정리했지. 의문은 좀 풀리셨소?”

“오히려 복잡해졌네.”

“흠... 마음이 청량해지는 차를 타드릴까?”

“아니. 차는 됐어.”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고, 할 일이나 해야겠다. 나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내 목적은 하늘섬을 무너뜨리는 거야.”

“...잘 못 들었소만, 방금 뭐라고.”

“너희의 섬을 무너뜨려 아래의 숲을 부수는 것. 그것이 내 목표라고.”

“잠깐. 그렇게 되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요.”

“다 뒤지겠지. 대비하지 않으면.”

“흐음......”


그들의 사정은 잘 알았다.


하지만, 나도 절박하다.


전장.


마왕군의 진격을 차단하고 있는 접경지.


요리사 로무드를 시작으로 간부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간부가 늘어날수록 내 부담도 커져만 가고 있다.


...전투력의 문제가 아니다.

간부든 부하든 내 손에 걸리면 평등하게 한방에 골로 가고 있으니까.


문제는 이 새끼들이 부하들을 지휘한다는 점이다. 비겁하게 부하들을 데리고 튀고 있다고. 이대로면 뚫리는 건 시간문제다.


“시간은 넉넉하지 않은 모양이군.”


내 표정에서 그를 읽은 국장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눈을 바라보았다.


“방법은 지금 알려줄게.”


나는 창문을 향해 다가가 부유석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쩌엉!!


“무, 무슨!”


천장에서 엄청난 충격음이 들리더니 그 안에서 한 인영이 튀어나왔다. 잠깐 몸을 풀던 인영은 엄청난 속도로 이쪽으로 날아왔다.


콰차창!!


“...이게 대체.”


눈을 동그랗게 뜬 국장이 나와 새로 나타난 인물을 번갈아 보았다.

창문을 깨고 들어온 ‘나’가 국장을 돌아보며 손에 든 요정을 던졌다.


“으앙!”


국장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받으려 했으나 그의 손에 닿기 직전 메림은 스스로 떠올랐다.


“뭐야뭐야! 놀랐잖아! 한 번 더! 제대로 못 즐겼어!”


국장의 눈이 메림을 향했다.


정확히는 메림이 탄 부유석에 못 박힌 듯 고정되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부유석을 건드리며 입을 열었다.


“방법이라는게......”

“어. 요정. 가능하겠어?”

“잠깐 기다리시오.”


국장이 품에서 리모컨을 꺼내더니, 마력을 불어넣었다.

마력을 받아먹은 리모컨은 작게 떨리더니. 얇은 마력의 실을 뽑아내었다.


“응? 모야모야?”


슬며시 꿈틀대며 날아간 실이 메림의 부유석을 휘어 감았고, 이내 공명하듯이 따스한 빛을 뿜어내었다.


“흠... 이거라면......”

“어때?”

“가능하겠소. 약간의 처리 과정을 거치면 말이오.”

“그럼 내 계획에 협조할 거냐?”

“못할 것도 없지.”

“하늘섬이 무너지면 너희의 도시도 사라질 텐데?”

“그건 신경 쓸 필요 없소.”


국장이 리모컨으로 조작하자 도시의 지면에 커다란 마법진이 나타났다.


“도시는 제도의 남부를 잘라내 가져온 것이오. 이 컨트롤러만 있다면 옮기는 것은 빵을 들어 올리는 것만큼 간단하오. 그보다도 요정인 이 녀석뿐이오?”

“난 메림이야!”


파직!


“크윽! 조, 좀 사납구려.”

“우습게 보지 마. 얘네 엄청 위험하니까.”

“맞아! 나 엄청 세!”

“주의하겠소. 그런데 요정은 메림 혼자 뿐이오?”

“아니. 네 생각보다 엄청 많을걸.”


재앙 같은 힘을 가진 생물이 개체 수까지 엄청나게 많다.


-한성. 분석이 끝났네.

“이제 어디로 갈 생각이오? 아. 일단 평의회는 내게 맡기시오. 그들은 내 편이니.”


딱 좋은 타이밍에 카르투스의 연락이 도착했다. 나는 엉겨 붙는 메림을 손가락으로 밀어내며 통신에 집중했다.


-첨탑을 분석한 결과. 이 도시와 비슷한 장소를 총 4군데 더 찾았네. 각각 제 3제국군, 평의회, 총독부, 그리고 황궁. 어딜 먼저 방문할 텐가?

“도시의 위치는 내가 알고 있소?”

“응. 넌 이사 준비나 해.”


삐약삐약!


화려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온 빌리가 내 어깨에 내려앉았다.


-도시의 위치는 빌리가 알 것일세.

삐약!


자신만만하게 날개를 들어 올리는 빌리에 손끝으로 부리를 쓰다듬었다.


“제국군.”

삐익!


내 말을 들은 빌리는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방금 내가 뚫고 내려온 구멍을 향해. 나 또한 분신과 함께 그쪽으로 몸을 날렸다.


-제국군이라... 고대 제국은 어떤 무기체계를 사용할지 궁금하군. 오랜만에 조사할 의욕이 샘솟는군.

-나도 너를 두들겨 패고 싶은 의욕이 샘솟는군.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입만 살았구나. 케르투스. 뽀삐가 아니라도 넌 내게 한주먹거리도 안된다.

-헛소리. 네놈의 승리는 전적으로 운이었다. 실력은 내가 너보다 한 수 위...... 으읍! 으브븝!!

-어떠냐. 내가 새로 개발한 침묵 마법이. 소리를 지우는 침묵 마법과 달리 이 마법은 입을 열 수 없......


지이잉......


설명 고문을 시작한 카르투스에 진저리를 쳤다. 내게 하는 말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욕이 실시간으로 가라앉는다.


하지만, 여기 가만히 있을 시간은 없다.


삐약!


나는 큰 소리로 울부짖는 빌리의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또 어디가아!!”


그 뒤로 메림이 쫓아왔고.


“잠깐 기다리게! 요정! 부유석을 조금 채취하고 싶......”


국장의 급박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쿠과과과과......


청록빛 암석이 무너져 내린다.

도시 중앙의 첨탑이 쓰러진다.

과거의 영광을 간직했던 아름다운 도시가 끝에서부터 서서히 부서져 내리고 있다.


하지만, 무너지는 도시에 고통을 호소하는 인물은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젠장.”


허나, 그 누구도 이 남자만큼 분개하지는 않을 것이다.


“고작, 한 명에게 제국군이......”

쿠구구구궁!!


눈앞으로 떨어져 내리는 건물 파편에 화들짝 놀란 그는 재빨리 전면으로 굴렀다.


콰콰콰콰......


발끝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간 바위 덩이에 그는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큰일날 뻔했군.”


평범한 바위였다면 가볍게 박살 낼 수 있었겠으나. 아쉽게도 이건 평범하지 않다.


스으으......


바위를 감싸고 있던 옅은 막이 사라지자, 남자는 식은땀을 훔쳤다.


“미친 자식. 내가 그리도 말했건만......”


증오서린 시선으로 돌더미를 내려다본 남자는 후드를 고쳐 쓰고 다시 몸을 날렸다.


하지만, 신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키이이이잉!

침입자 발견!

콰콰콰콰아아!!!


“젠장!”


하필 이 앞에!

불과 한 블럭 너머에서 들려오는 엄청난 소음에 소스라치게 놀란 남자는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왼편 건물 내부로 몸을 날렸다.


쿠구구구궁!!


그의 판단은 옳았다.


엄청난 마력의 물결이 그가 서 있던 자리를 훑고 지나갔고, 그 자리에는 오직 로봇이었던 것의 파편만이 남아있었다.


“durls SFdlsrk? vksxkwldptj fhqhtdmf ek qhsp.”


남자는 목소리에 몸을 떨었다.

무시무시한 지상인이 근처에 있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비는 것 뿐이었다.


“fhqhtqkRdp djqtsms ehtldptj tkfkadmf qhsms rjs cjdmadlsrk?”

‘제발.’


제발 그냥 지나가라......


그의 기도가 통한 것일까?

침입자의 발걸음 소리는 서서히 멀어졌다.

그리고, 발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고.


“허억! 후억! 후욱! 후욱!!”


남자는 참던 숨을 몰아쉬었다.


“사, 살았어. 살았다고......”


침입자의 마력이 아직도 느껴지는 것 같다. 강철의 병사를 우습게 분쇄하던 그 마력이 말이다.


“흐흐흐......”


남자는 후드를 걷고 미친놈처럼 웃었다.


“나는 살았다... 쓰레기들아......”


빌어먹을 군단장을 비롯한 모두가 탈출하고, 도시에 남은 인간은 오직 그 혼자뿐.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 이리라.


‘코 앞이다.’


여기서 조금만 더 걸으면 출구에 도착할 수 있다. 제국의 저주? 그깟 저주는 내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남자는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주물렀다.


“빨리 일어서야 해... 빨리 탈출해......”


그가 반쯤 일어선 그 순간, 여기에 있어선 안 되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의 반대편에 위치한 탁자 위에 누군가가 앉아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dlwpdi snsclcoTsp.”

“아, 아아......”

“도와줄까?”


입술을 비틀어 올린 침입자가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남자는 다리가 풀려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거 작동하는 거 맞아?”


침입자. 한성은 탐탁지 않은 눈으로 통역기의 옆면을 두들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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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패왕과 황소 +1 21.02.24 204 3 12쪽
113 용사와 현자의 돌 21.02.23 229 3 11쪽
112 재회 +2 21.02.21 246 3 12쪽
111 미로 +1 21.02.20 188 3 13쪽
110 황궁 21.02.19 185 3 12쪽
109 제국군 - 3 +1 21.02.18 219 4 12쪽
108 제국군 - 2 21.02.17 192 3 12쪽
107 제국군 21.02.16 213 3 12쪽
106 해방 - 5 +1 21.02.14 237 4 13쪽
105 해방 - 4 21.02.13 213 3 12쪽
104 해방 - 3 +1 21.02.12 248 4 14쪽
» 해방 - 2 21.02.11 213 3 13쪽
102 해방 21.02.10 216 3 12쪽
101 고대인 - 4 +1 21.02.09 222 3 12쪽
100 고대인 - 3 +2 21.02.07 230 4 14쪽
99 고대인 - 2 +1 21.02.06 238 3 13쪽
98 고대인 21.02.05 262 3 13쪽
97 하늘섬 21.02.04 257 4 13쪽
96 반지 +1 21.02.03 237 3 13쪽
95 요리사 +1 21.02.02 26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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