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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톤 님의 서재입니다.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팩스톤
작품등록일 :
2020.10.24 21:23
최근연재일 :
2021.03.0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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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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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주우거어!!”


괴물이 괴성을 지르며 덤벼들었다.

솥뚜껑보다도 더 거대한 주먹이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나도 아닌 네 개의 주먹이.


“안 보이냐? 네 친구.”


괴물의 공격 범위에는 나 혼자만 있지 않았다. 놈의 군단장 동료였음이 분명한 마법사도 같이 있었지.


나는 마법사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휘리리릭! 콰아앙!!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괴물의 주먹.

허나, 놈의 공격은 아무것도 죽이지 못했다.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괴성을 내지른 괴물은 전신을 들이밀었다.


“이건! 못 피할 것이다!”


손바닥을 타고 마법사의 떨림이 느껴진다. 충분히 이해된다. 끔찍하게 생긴 괴물이 온몸으로 덮쳐오면 누구라도 벌벌 떨겠지.


쿠우웅!!

“흐어어!”


하지만, 이것도 내겐 의미 없다.


나와 마법사의 신체가 괴물과 완전히 겹쳐졌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 놀란 빠진 마법사가 몸부림친다.


나는 손에 힘을 주었다.


손이 떨어지는 순간 그녀는 괴물과 겹쳐진다. 그녀의 육체가 괴물만큼 강하진 않을 테니, 눈 깜짝할 새에 핏물이 되리라.


“겹쳐졌다! 이제! 넌! 아무것도...!?”

푸확!


괴물이 되면 지능이 떨어지는 건가?

아니면 처음부터 생각이 없는 것이었을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온몸을 바쳐 나를 덮친 괴물은 산산조각이 나 사방에 육신을 흩뿌렸다.


그제서야 나는 마법사에게서 손을 떼었다.


“하늘! 하늘이다! 마왕은 하늘에 있어!”


마법사의 발악 섞인 외침에 내 시선은 하늘을 향했다. 하늘은 푸르렀다. 그 외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마왕은 하늘로 올라가 신을 죽일 것이다. 얼마 전에 레우스한테 들은 말이다! 용사가 나타나서 일정이 조금 빨라졌다고......”


마법사는 필사적이었다.


필요한 정보와 관심 없는 정보까지 모든 정보를 쏟아내었다. 삶에 대한 열망이 대단하다. 어찌 되었든 그 덕분에 빠르게 결론지을 수 있었다.


‘지금 당장은 방법이 없나.’


마왕의 위치는 확인했지만, 그쪽으로 갈 방법이 없다. 하늘섬의 미로에서도 쩔쩔맸던 내가 천계가는 법을 어떻게 알겠는가.


지금은 기다리는 법 밖에는......


한 편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눈을 떴다.


그곳에 있는 놈은 국장.

요정에게 작업 걸다 제국을 말아먹은 하늘섬의 정보국장 닐이다.


그를 보는 순간 떠올랐다.


국장은 제국의 권력자이다.


먼 옛날 천계와 교류했었다는 제국의 권력자 말이다. 심지어 이 인간은 정보국의 수장이며, 제국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이다.


제국의 역사에 빠삭한 그라면 내게 필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


근처에 내가 있음을 느꼈는지.

국장의 몸이 파르르 떨린다.

슬며시 눈을 떠보려다가 그만두고 몸에서 힘을 푼다. 그리고 그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자연스럽게 숨이 멎는다.


기가 막힌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게 죽은 척?


“그럼 장례는 내가 직접 치러주마.”


쿠르르르!!


국장의 왼편에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고, 그 중심에 국장을 집어 던졌다.


국장은 쿵! 소리와 함께 무덤 중앙에 머리부터 처박혔다. 그럼에도 꼿꼿이 서 있는 꼴이 식목일에 심어진 나무 같았다.

이래도 안 일어난다고?


나는 마법사에게 눈짓했다.


“불.”


마법사는 떨떠름한 얼굴로 일어서 마법을 영창했다. 곧 그녀의 앞에 푸른 불덩이가 생겨났다. 스테이프를 재로 만든 그것과 똑같은 물건이다.


“진짜지? 진짜 던져도 뭐라 안 할거지?”


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마법사는 힘껏 입술을 짓씹고, 불덩이를 국장을 향해 집어 던졌다. 그녀의 스트레스가 듬뿍 담긴 마법은 국장의 엉덩이에 직격했다.


“잠깐!!”

쿠과과과!!!


폭발과 함께 국장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으아아아!!”


불타는 고통에 번민하며 울부짖었다.


“으아아......”


그리고 뭔가를 느꼈는지 비명이 사그라들었다. 국장은 떨떠름한 얼굴로 상체를 일으켰다. 얇은 막이 그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

“살아있었네.”


국장은 무안한 얼굴로 웃었다.


“오랜만이오. 용......”

“너 말고.”

“응?”


국장은 멍한 표정으로 팔을 내려다봤다. 커다란 그림자가 머리 위로 드리워져 있다.

그는 삐걱이는 목을 억지로 돌렸다.


“으억!”


그리고 보았다.

꿈에 나올까 두려울 정도로 끔찍한 외형을 자랑하는 쌍두괴물.


그놈은 침을 질질 흘리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


“크어어!!”


괴물의 포효에 바닥의 흙이 들썩였다.


추와아악!!


파묻혀있던 육편들이 괴물에게 흡수된다.


“세상에.”


국장의 멍한 눈동자에 괴물의 모습이 한가득 담겼다. 수많은 시체를 흡수한 괴물은 거인이 되었다.


“쿠와아아.....!”

쿠과과과과!!!!


그리고 한 줌의 핏물이 되었다.


“...발?”


갑작스레 나타난 거대한 발이 괴물을 짓밟아 터뜨렸다. 괴물을 살해한 발은 할 일을 끝마쳤다는 듯 허공으로 스며들었다.


국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꼼짝없이 죽었구나, 싶었는데 어떻게 잘 넘어갔기 때문이리라.


텁.


물론 이른 한숨이었다.


“천계 가는 법. 넌 알지?”


이견을 받지 않겠다는 강한 어조에 국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 여긴 옛 제국의 수도. 천계로 향하는 문은 당연히 존재한다네. 하지만, 그걸 여는 건 또 다른 문......”

“먼저 안내나 해.”


마왕이 천계로 넘어갔다.

그녀가 문을 열어두었을지 모른다.


그렇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기다리면 언젠가 문으로 나올 테니까.

안 나오면? 국장을 통해 직접 열면 된다.


‘시간은 많아.’


곧 마왕을 만날 것이다.

나는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드디어 튜토리얼을 끝낼 때가 왔다.


*


콰직!


“쿨럭!”


헌신짝처럼 날아간 용사가 대전의 중앙을 뒹굴었다. 성검 로레이드는 육신의 절반을 잃고 용사의 옆에 쓰러져있다.


“어째서......”


필사적으로 고통을 억누르며 검을 움켜쥔 용사.


“어째서 봉인이......”


그의 동작엔 아까와 달리 힘이 없었다. 그저 다가오는 마왕을 향해 검을 들이밀 뿐.


“봉인?”


마왕은 우습다는 듯이 용사의 검날을 움켜쥐었다.


“너희가 엘비아를 봉인한 게 아니야.”


움켜쥔 칼끝을 스스로의 가슴팍으로 가져오고, 힘차게 찔러넣었다.


“엘비아를 봉인한 건 나야.”


하지만, 용사의 검은 마왕을 꿰뚫지 못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용사의 칼날은 가냘픈 마왕의 피부에 상처하나 남기지 못하고 부서져 내렸다.


“쓸모없네.”


마왕은 쓰레기를 보는 시선으로 용사를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자신의 엄지를 씹어 피를 내었다.


후두둑.


그녀의 손가락에서 쏟아진 피와 김호수가 흘린 피가 섞이자.


대전 중앙에 황금빛 마법진이 나타났다.


쿠우우우!!!


마왕과 용사의 피가 섞인 채 금빛 선을 따라 내달렸고, 피로 이루어진 마법진을 형성했다. 완성된 마법진이 빛을 뿜는다.


뿜어진 빛은 하늘로 솟구쳤고.

하늘에서는 검은 빛줄기가 내려왔다.


곧이어 금빛과 검은빛이 교차했고.


고오오오......


문이 나타났다.


황금빛 문이었다. 화려한 무늬가 양각된.

허나, 오염되어 있었다.

검은 촉수가 문을 감싸고 있었으니까.

마왕은 용사의 목덜미를 잡고 문을 향해 걸어갔다.


“천계의 문이야.”


용사는 멍해진 눈으로 문을 보았다.


끼이이이......


검은 촉수가 움직여 문을 강제로 열었다.


문의 너머는 어두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에 용사는 빠져드는 것만 같은 감각을 느꼈다. 그래서 느끼지 못했다.


마왕이 그를 들어올린 것을.


“문에는 열쇠가 필요해.”


용사는 소름이 돋았다.


마치 물건을 대하는듯한 마왕의 목소리에 뼛속까지 닿는 서늘함을 느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마왕이 이다음에 무엇을 할지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랬기에 용사는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열쇠는... 너야.”


어느새인가 검은 촉수가 그의 전신을 감고 있었으니까.


“여기가 네 행복의 종착지야.”


그리고, 용사는 문으로 빨려들어갔다.


화아아아!!


어둠이 밝혀졌다.


마왕은 말없이 빛을 향해 걸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한성이 전장에 난입했다.


*


“저쪽이오.”


나는 손에 든 것을 휘둘러 바위 덩어리를 날려버렸다. 그리고 발견했다.


“촉수?”


건물 파편 사이로 촉수 몇 가닥이 꿈틀대고 있다. 드디어 발견한 특이점에 기분이 상기된 나는 무기를 마음껏 휘둘렀다.


“으어어어!!”


무기에서 소리가 나네.

바람 빠지는 소리가 조금 나긴 하지만, 무기 성능은 확실했다.


쿠과과과광! 쿠과앙!


폐허에서 문을 파내었으니까.


“이게 천계 입구 맞지?”


촉수에 감싸인 화려한 문.

국장은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황금색 문. 틀림없소. ‘금빛 문에서 쏟아져나온 신의 군단에 의해 제국은 무너져내렸다.’라고 역사책에 서술되어 있소.”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고 대꾸했다.


“여는 법은 알고?”

“물론이오. 하지만, 저 검은 촉수가 있으니 조금 곤란하군. 그리고 열쇠도 필요......”

“열쇠는 있어.”


콰아아앙!!

“꾸워어어엉!!!”


잘 가라.

넌 훌륭한 철거도구- 열쇠였어.

눈물을 머금고 던진 열쇠가 힘차게 문에 부딪혔다. 장비의 우람한 체구는 촉수의 방해를 무시하고 문을 가볍게 열었다.


화아아!!


부서진 문틈에서부터 강렬한 빛이 흘러나온다. 문이 활짝 열리자, 당황한 촉수가 쏟아져나와 닫아 보려 했지만. 만능열쇠의 힘 앞에서 촉수의 저항은 한없이 무력했다.


“으아아아!!”


그 와중에 촉수에 휘감겨 있던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호구?”


마왕에게 개털린 것으로 보이는 호구였다.


-들리는가? 한성.

“들려.”

-크흠. 일단 구출작업은 막바지라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이 안 보여.

“뭐가?”

-용사. 용사가 없다네. 일행은 발견했는데 용사가 없네. 자네가 호구라고 부르는......

“찾았어.”

-응? 찾았는가? 그럼 어디.

“촉수랑 놀고 있어.”

-그건 무슨 소린가?


무슨 소리긴 말 그대로지.


“으어어.... 우욱! 으아아!!”


촉수의 격렬한 움직임에 호구는 사방으로 토를 흩뿌렸다.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는 냄새에 나는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런 게 있어. 그보다 다른 할 말은?”

-자네가 용사를 찾았다면 이쪽 일은 끝났다네. 그러니 그쪽으로 지원을 보낼 생각인데 상황이 어떤가?

“다 뒤졌어.”


인류의 결사대는 남김없이 전멸했고, 마왕군도 한 명 빼고 다 죽었다.


“으어어......”


저 괴물 새낀 마왕성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안 뒤지니까 논외다.


-그럼 지원은 필요 없는가?

“지원은 됐고, 여기 와서 호구나 구해.”


나는 국장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문은 이미 열려있군. 정말로 마왕은 천계로 향한 것이 분명하오. 그런데, 저 촉수는 좀......”


천계의 문은 잘 작동하는 모양이다.

나는 문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다가오는 촉수들을 분해하고 빛 속에 몸을 던졌다.


빛의 느낌은 특이했다. 마치 물속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옅은 빛이 길을 인도해준다. 이건 호구의 기운이다.


호구가 왜 잡혀있나 했더니 이걸 위해서였나 보다.


그런 내 옆으로 한 명이 더 나타났다.


레비였다.


‘왔냐?’


목소리는 나오지 않지만, 뜻은 전해졌으리라. 레비는 활기차게 웃으며 엄지를 들었다.


그리고, 빛이 걷혔다.


쿠과과과과!!!!


천계에 들어와 처음으로 들은 것은 세상이 무너지는듯한 소음이었다.


천계에 들어와 처음으로 본 광경은 살육의 축제였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떨어진 붉은 번개가 지면- 아니, 구름을 내리쳤다.


벼락 맞은 구름은 괴물이 되어 날개 달린 사람을 찢었고, 벼락에 스친 천인은 괴물로 화해 동료를 찔렀다.


천계라기엔 너무나도 끔찍한 광경.


이미 멸망은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저 하늘 너머로 시선을 들어 올렸다.


그곳에는 커다란 성이 있었다. 성은 윗부분부터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었다.



“저깄네.”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했다.


엘비아 유르 멜카디아스.


그녀와 시선이 마주쳤고,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그녀의 마소는 파괴의 정화가 되어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그리고 성이 지워졌다.


-끄아아아아!!


찢어지는 여성의 비명이 천계에 울려 퍼진다. 그리고 뒤이어서.


-어서 와. 나의 세계에.


여신을 죽이고 흡수한 마왕이 나를 내려다보았다.


[모든 조건이 달성되었습니다.]

[히든보스가 나타납니다!]



[마신 엘비아 유르 멜카디아스.]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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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성검 - 2 +1 21.03.02 197 3 14쪽
118 성검 +1 21.02.28 231 3 13쪽
117 거신병 +1 21.02.27 214 3 13쪽
116 마왕성 +1 21.02.26 211 3 12쪽
115 용사와 계곡 21.02.25 228 3 13쪽
114 패왕과 황소 +1 21.02.24 204 3 12쪽
113 용사와 현자의 돌 21.02.23 229 3 11쪽
112 재회 +2 21.02.21 246 3 12쪽
111 미로 +1 21.02.20 188 3 13쪽
110 황궁 21.02.19 185 3 12쪽
109 제국군 - 3 +1 21.02.18 219 4 12쪽
108 제국군 - 2 21.02.17 192 3 12쪽
107 제국군 21.02.16 213 3 12쪽
106 해방 - 5 +1 21.02.14 237 4 13쪽
105 해방 - 4 21.02.13 213 3 12쪽
104 해방 - 3 +1 21.02.12 248 4 14쪽
103 해방 - 2 21.02.11 212 3 13쪽
102 해방 21.02.10 216 3 12쪽
101 고대인 - 4 +1 21.02.09 222 3 12쪽
100 고대인 - 3 +2 21.02.07 230 4 14쪽
99 고대인 - 2 +1 21.02.06 238 3 13쪽
98 고대인 21.02.05 262 3 13쪽
97 하늘섬 21.02.04 256 4 13쪽
96 반지 +1 21.02.03 237 3 13쪽
95 요리사 +1 21.02.02 26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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