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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톤 님의 서재입니다.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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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팩스톤
작품등록일 :
2020.10.24 21:23
최근연재일 :
2021.03.05 18:05
연재수 :
1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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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99,515

작성
21.02.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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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국군 - 3

DUMMY

겁에 질려 그 자리에 굳어있던 박사는, 두려움을 떨쳐내려는 듯 나를 비난했다.

수많은 제국인들이 나 때문에 죽을 것이라며 싸늘한 눈으로 쏘아 뱉었지.


나의 죄책감을 건드림으로써 자신의 절망적인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리라.


그러다 병사들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더니 혼자 중얼거리다 무릎을 꿇었다.


솔직히 그가 마지막으로 지은 표정은.


조금, 아니.


많이 꺼림칙했다.


다소 거북해진 가슴을 두들긴 나는 신이라도 본 것인 양 눈을 못 마주치는 박사를 슬며시 지나쳤다.


‘하긴, 이럴 수도 있지. 저놈들을 봤으니.’


한 사람 한 사람씩 몸을 일으키는 제국군.


감각이 완전히 돌아오진 않은 모양이지만 그들은 움직이고 있었다.


저주에 걸린 제국인이면서.

저주를 중화할 장비도 없으면서.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그것은 나와 관련이 있다.


정확히는 메림과 카르투스가.


나는 분신의 시야를 통해 메림을 보았다.


‘이거 봐! 이렇게! 이렇게! 날아다녀!!’

‘우와... 돌이 혼자 날아다녀. 신기해!!’

‘나두! 나두! 나두 갖구싶어!’

‘에헴! 난 여왕이니까 특별히 알려줄게! 저기! 저어깄는 엄청 큰 돌로 만들었어!’


동료 요정에게 영업을 하고 있다.

만드는 방법까지 하나하나 열심히.


‘제국인이 어떻게 저주를 피했냐고?’


나와 내 일행들 덕분이다.


정보국에서 몰래 가져온 부유석 에너지 정제 장치를 카르투스에게 가져다줬다.


프레온 최고의 연금술사는 장치를 분석했고, 그에 대한 메커니즘을 나에게 알렸지.


나는 시스템 경매장에 의뢰를 올렸다.


카르투스가 알려준 메커니즘에 재미있는 놀이를 접목하기 위해서.


카르투스가 짠 메커니즘이 아무리 완벽하더라도, 재미없으면 요정은 조금도 신경쓰지 않을 테니까.


결과적으로 메림과 요정들은 제국을 구원할 능력을 획득했다.


‘봐! 이렇게 하면! 바람이 나온다! 뜨거운 것도 나오구. 차가운 것도!’

‘우와아......’


문제가 있다면 안 그래도 강하던 요정들이 더 강해졌다는 것 정도?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후우.”


나는 박사의 뒤통수를 떨떠름한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시간이 꽤 지났으나 아직 일어날 생각은 없어 보였다.


“헙! 치, 침입자다!”

‘조금 늦었네.’


드디어 나를 발견한 제국군의 목소리가 주둔지에 울려 퍼졌다.


“...하필 이때!”

“딕! 여긴 내가 맡겠다! 넌 빨리 군단장님에게... 뭐야? 흐, 흑우왕이 쓰러졌다고? 젠장, 이제 어쩌지?”


소스라치게 놀라서 군단장을 찾는 광경이란, 참 우스꽝스러웠다.


그러고 보니 그들의 군단장도......


-크하하하!! 하찮고도 미천한 지상인이여! 신은 이 몸에게 웃어주는구나!

-그래. 그러시겠지.

-흥! 네년의 여유도 여기까지다. 이젠 방심하지 않는다! 흑우왕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겠다!


파파파팟!!


그래.


당연히 눈치챘겠지.


놈이 그대로 제압된 채 머무른 이유는 저주 때문이었다. 저주의 효과가 사라진 지금 그에게 걸림돌도 사라졌다.


-분리하라!


2세의 관절기에 묶여있던 흑우왕이 전신을 크게 떨었다. 흑우왕을 이루던 파츠들이 떨어져나와 그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나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 네가 마무리해라.

“그렇게 호언장담하더니만, 이제와서 꼬리를 마네.”

-큭! 갑자기, 갑자기 저주가 풀릴 거라는 걸, 그걸 내가 어떻......

“아 알았어. 알았어. 내가 알아서 끝낼게.”

-...부탁한다.


미르셀의 기어 들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흑우왕을 향해 눈을 돌렸다.


놈은 아직도 변신 중이었다.


슈와아악!

-돌격모드!


군단장의 지휘에 목소리에 맞게 처음과는 다른 형상으로 조립되는 흑우왕.


차차차착!


흑우왕이 갖춘 형태는 완전한 검은 소의 모습이었다.


-미사일 발사대 전개!


미사일?


“침입자가 날아올랐다!”


나는 흑우를 향해 뛰어올랐다. 미사일이라는 단어가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검은 소의 등이 펼쳐지고, 내부에서 매우 얇은 기계팔이 튀어나왔다.


수십의 기계팔이 남은 파츠를 움켜쥐더니 흑우왕의 등 위로 가져와 조립을 시작했다.


철컥! 철컥철컥!

-보아라! 이것이 바로......


그렇게 완성되었다.


다연장 로켓포를 짊어진 검은 소.


-흑우왕 어썰트 모드!


나는 확 깬 기분이 되어 로봇의 머리를 내려다보았다. 반질반질한 강철에 비친 내 얼굴은 얼이 빠져나간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흑우왕이라니까 확 깨네 진짜.”

-프허엇!

빵! 휘오오오!!


내 목소리를 들은 것인가?


군단장은 기묘한 비명을 내질렀고, 검은 소는 하늘로 뛰어올랐다.

나는 흑우왕의 머리에 발을 붙인 채 로봇이 바닥으로 돌아가는 것을 기다렸다.


쿠우우웅!!


생각보다 성능이 괜찮은데? 툭 치면 산산이 분리될 것처럼 허술해 보였는데.


과소평가였다.


대머리 군단장이 나를 보고 뛰어오를 때 나 또한 힘을 보태줬었다.


2세 같았으면 큰 무리가 갈 상황이었으나, 흑우왕은 조금의 손상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긴, 최신 기종인데 이 정도는 해야지.’


고개를 살짝 끄덕인 나는 흑우왕의 뿔을 톡톡 두들겼다.


이 새끼는 언제까지 벙쪄있는 것일까? 이쯤이면 정신을 차릴 때도 됐......


-넌 뭐냐? 언제 내 머리 위에......


차렸네.


나는 뿔을 두들기던 동작을 멈추고 흑우와 눈을 마주쳤다. 언제 올라왔냐고? 한참 전에 올라왔다.


“변신이 느렸잖아.”


로봇은 변신이 느려터졌고.

돼지는 눈치가 느려터졌다.


그야말로 그 로봇에 그 파일럿.


나는 흑우왕의 반질거리는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로봇의 내부로 점멸했다.


“어디갔지? 혹시 도망간 것인가!? 이놈! 내게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점멸을 통해 로봇 내부로 입장한 나는 눈앞의 군단장의 모습을 보고 터질 뻔했다.


‘이거 완전 VR기기 쓴 돼진데.’


친숙한 물건을 머리에 쓴 채 개처럼 엎드려 있는 군단장.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는 모습은 마치 사료 냄새를 맡은 돼지 같았다.


나는 비집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조용히 그에게 접근한 후.


“자랑스러운 제국의 군인들이여! 빌어먹을 지상인이 도망...”


번개처럼 손을 뻗어 뒷덜미를 낚아챘다.


“크업!! 꺼억!”

“안녕?”


휘릭!


“끼약!”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돼지를 살짝 던졌다. 허공에 뜬 돼지의 몸이 회전해 나와 마주 보는 자세가 되자.


나는 놈의 목을 잡았다.


“꺽!”

“이야기를 하려면 눈을 마주쳐야겠지.”

처억.


군단장이 쓰고 있던 VR기기를 벗겨 한손에 들어 보였다.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군단장.


“이거 줄 거야? 아니면 죽을 거야?”

탁탁탁!

“모, 모옥!”


아 먼저 놔줘야지.


“커헉! 쿨럭쿨럭!”

“자. 됐지? 이제 넘길래? 죽을래.”

“뭐, 뭐를 넘기라는...”


나는 인상을 구기고 돼지를 걷어찼다.


“꾸엑!”


군단장은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며 물수제비처럼 바닥을 튕기며 날아갔다. 놀라웠다.


대체 몸 구조가 어떻길래 저리도 잘 튕긴단 말인가? 사람이 아니라 공이라 해도 믿을 것 같다.


...잠깐 거기로 가면.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꾸웅!

“꾸웨에에에!!”


돼지의 구슬픈 비명소리를 들으며 슬며시 눈을 떴다. 공손히 양손을 모은 군단장이 푸들푸들 떨고 있었다.


두 손이 다소곳이 올려진 장소는 군단장의 고간. 피가 뚝뚝 흘러내리는 고간이었다.


“...터졌네. 터졌어.”


잠시 동안의 대치가 끝나고, 군단장의 몸이 서서히 앞으로 기울어졌다.


고간 위에 손을 모은 자세 그대로 쓰러지더니. 철푸덕-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안면을 들이받았다.


-띠링! 소유주의 생명 활동이 정지되었습니다. 새로운 주인 인식을 하시려면 암호를 말씀해 주십시오.

“......”


군단장은 결국 죽고 말았다.


훗날 밝혀진 사인은 쇼크사였다.


*


-저쪽으로?

“어. 그 좌표로.”


흑우왕에 탄 미르셀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 한 번 물어왔다.


-정말로? 진짜 해도......

“아이 씨! 이게 몇 번째야! 그냥 쏴! 쏘라고! 그게 그리 어렵냐?”

-그, 그치만! 그쪽은 황궁이라고! 황궁! 제국의 황제가 산다는 황궁!


부들부들 떨리는 미르셀의 목소리에 나는 이마를 붙잡고 흑우왕을 바라봤다.


“야. 황제 본 적 있냐?”

-...아니.

“그럼 황궁에서 왔다는 사람은?”

-본적은 있는데, 다 사기꾼......

“그렇잖아!”


나는 답답함을 떨쳐내듯 크게 기지개 켜며 소리 질렀다.


“결계 속에 처박혀서 두문불출하는 놈들인데 미사일로 인사 좀 한다고 뭐라 하겠어?”

-...그게 인사라고?

“그래.”


알아들었으면 얼렁 쏘란 말이야. 나는 다시 황궁 방향을 바라보며 손을 휘저었다.


“시, 시키실 일 있습니까! 지상인님!”


내 제스처에서 무엇을 느낀걸까? 지나가던 군인이 경례를 해왔다.


“지상인이라 부르지 마.”

“그럼 뭐라고 부릅니까!!”

“소리 지르지 마.”


잠시 혼란에 빠진 병사는 매우 작은 목소리로 소곤소곤 이야기해왔다.


“그럼. 뭐라고 부릅니까?”

“...너. 매일 욕먹지.”

“어, 그걸 어떻......”

“디이익! 이 새끼야! 폐 끼치지 말고 빨리 일로와! 그, 그럼 수고하십시오!”

“저, 저 지상인님께서 시키......”

“닥치고, 따라와, 딕.”


얼빠진 병사 딕이 선임에게 끌려가고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언제 쏠......”

-하면 될 거 아냐! 하면!


삐익! 일제 사격을 개시합니다.


뭐?


“어, 어. 난 분명 한 발만......”

-죽어라아!! 황제 자식아!!


푸슈슈슈슈슈!!!!


흑우왕의 다연장 로켓포가 불을 뿜었다.


적어도 수십은 될 것 같은 투사체들이 창공을 가로질러 날아올랐다.


저 멀리 황궁의 결계 앞에 서 있던 나 또한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곳의 나는 황궁의 방벽과 미사일 세례를 번갈아 보다가. 혀를 힘차게 차고 옆에서 사탕 빠는 메림을 품에 넣고 몸을 피했다.


쿠콰콰콰콰콰콰콰콰......!


금빛 장벽과 강철의 비.


천지를 뒤흔드는 폭음에 하늘 위의 대지는 비명을 질렀다. 하늘섬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럼 파괴의 소나기를 받아들이고 있는 장벽은 어떠할까?


놀랍게도 미동도 없었다.


콰콰콰콰콰콰......


뿌리와 뿌리를 엮어 태풍에 대항하는 산천초목처럼.


쏟아지는 강철의 비를 그대로 받아내었다.


스스스스......


그리고, 화염의 비가 멎었다.


쏴아아아아......


대신 시원한 소나기가 내렸다.

나는 금빛 방벽 위에 손을 가져갔다.


“인간! 뭐야? 머야모야? 어엄청! 엄청 큰 소리 들렸는데.”


방벽의 따스한 느낌이 손끝을 가로막았다.

그런 내 손 위로 빗물이 떨어져 내린다.


또르르... 스스......


손을 타고 내려온 물방울은 아무런 제지도 없이 방벽 내부로 스며들었다.

화염의 비는 뚫지 못한 방벽을 시원한 소나기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지나쳤다.


“못들었어? 인간! 나 엄청 큰 소리 들었다니까! 이렇게 이렇게 큰!”

스스스......


눈을 크게 뜨고 앞을 바라보았다.


팔을 전신을 활용해 미사일이 터지는 소리를 묘사하는 메림. 나는 메림을 향해 손을 가져갔다.


스윽.


단단하고 따스한 느낌이 손을 가로막았다.


“인간?”


방벽 너머의 메림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너.”


나는 어안이 벙벙해진 기분에 헛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향해 손가락질했다.


“거기 어떻게 들어갔냐?”


별 지랄을 해도 못 들어간 방벽 너머에 메림이 있다.


“그냥 들어왔는데?”


표정을 구겼다.


나는 무슨 짓을 해도 들여 보내주지 않았는데, 어째서 메림은 제지 없이 자연스럽게 들여 보내주는 것인가.


‘사람 차별하는 거냐?’


오냐.


오른손에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갔다.


벽 새끼야.


힘이 들어간 팔을 서서히 들어 올렸다.


이제 간 보는 것은 관두겠다.


눈을 부릅뜨고 방벽 너머를 노려봤다.


모조리 날려버리겠다.


방벽 너머 저 멀리 서 있는 황궁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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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패왕과 황소 +1 21.02.24 203 3 12쪽
113 용사와 현자의 돌 21.02.23 229 3 11쪽
112 재회 +2 21.02.21 246 3 12쪽
111 미로 +1 21.02.20 187 3 13쪽
110 황궁 21.02.19 184 3 12쪽
» 제국군 - 3 +1 21.02.18 219 4 12쪽
108 제국군 - 2 21.02.17 191 3 12쪽
107 제국군 21.02.16 213 3 12쪽
106 해방 - 5 +1 21.02.14 236 4 13쪽
105 해방 - 4 21.02.13 213 3 12쪽
104 해방 - 3 +1 21.02.12 248 4 14쪽
103 해방 - 2 21.02.11 212 3 13쪽
102 해방 21.02.10 216 3 12쪽
101 고대인 - 4 +1 21.02.09 222 3 12쪽
100 고대인 - 3 +2 21.02.07 229 4 14쪽
99 고대인 - 2 +1 21.02.06 237 3 13쪽
98 고대인 21.02.05 262 3 13쪽
97 하늘섬 21.02.04 256 4 13쪽
96 반지 +1 21.02.03 237 3 13쪽
95 요리사 +1 21.02.02 25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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