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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톤 님의 서재입니다.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팩스톤
작품등록일 :
2020.10.24 21:23
최근연재일 :
2021.03.05 18:05
연재수 :
1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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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016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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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99,515

작성
21.02.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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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요리사

DUMMY

잠시 몸을 풀던 근육괴물이 멧돼지처럼 달려들었다.


“어딜.”


휘릭- 촤악!

나는 놈의 손아귀를 피해 끈적한 어깨를 붙잡아 힘차게 바닥에 내리꽂았다.


꽈아앙!

“꾸어억!!”


그대로 땅에 박힌 근육괴물이 비명을 내지른다. 그에 이상함을 느낀 나는 놈에게서 한 걸음 물러섰다.


목소리를 내지를 머리통은 바닥에 박혀 있을 텐데, 어째서인지 비명소리는 코앞에서 들렸거든.


울룩울럭!

“꾸워어... 꾸워어엉!!”


허우적거리던 놈의 고간이 이리저리 뒤틀리더니 머리통이 튀어나왔다.

굵직한 두 다리는 어느새 팔로 변해 자신이 박혀 있던 땅을 짚었다.


쿠확!

“그르르......”


그리고 지면에서 빠져나오는 놈의 하반신.


기가 막힌 탈출방식에 머리를 긁적였다.


금방 빠져나오리라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저딴 방식으로 빠져나올 줄은 몰랐는데.


그때였다.


근육괴물의 양어깨가 출렁이며 부풀더니,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터졌다.


터진 부위에서 잉크가 흘러나온다.

어깨와 이어진 팔을 타고, 빠른 속도로.


“검?”


잉크가 괴물의 손까지 내려와 형성한 것은 검이었다.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두 자루의 대검.


꽈드득!


괴물이 두 자루의 대금을 들어 올린 괴물이 천천히 몸을 낮췄다. 그런 그의 몸을 붉은 기세가 휘감았다.


그 모습은 피로 물든 바위와도 같았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놈의 모습에서 나는 깊은 기시감을 느꼈다. 저 괴물과 비슷한 이와 싸운 적이 있던 것 같았거든.


“주, 주거라아아......!”


‘생각할 시간은 없나?’


괴물이 달려들었다.

두 자루의 대검을 교차하며 베어온다.

나 또한 대응했다. 내 목을 향해 서서히 날아드는 두 개의 칼날이 교차하는 지점을 노려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쩌엉!!


엄청난 소음.


내 힘을 이기지 못한 괴물이 날아간다.

나는 놈의 궤적을 따라 추적했다.

괴물은 날아가면서도 나를 경계했는지 무기를 이리저리 휘두르고 있다.


허나, 눈 없는 공격에 당할 내가 아니다.


꽈드득!

“꾸허억!!”


틈을 노려 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소스라치게 놀란 괴물이 주먹을 휘둘러 오지만, 그 공격은 내겐 솜방망이나 다름없었다.


푸하악!

“끼에에엑!!”


잉크로 이루어진 놈의 손이 꿰뚫린다.


덥써억-! 잉크의 강을 헤집은 손이 근육으로 이뤄진 멱살을 붙잡는다.


꽈아앙!!


지체하지 않고, 땅에 내리찍었다.

여기서 끝낼 생각은 없다.


꽈아앙!

쿠화아악!!

꽈지지그가각!!!


이리 내리치고, 저리 내리치고.

놈의 몸을 붙잡아 끊임없이 패대기쳤다.

놈의 몸에서 힘이 빠질 때까지.


추욱......

“꾸르르......”


마침내 힘을 잃고 녹아내리는 괴물.


“됐다.”


나는 그제 서야 놈을 놓아주었다.


‘어디서였지?’


놈을 제압한 나는 아까의 기시감을 따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육신을 감싼 붉은 기세.

단단한 바위와도 같은 굳건함.

멧돼지와 같은 돌격.


마지막으로 주무기는 대검.


‘아.’


그런 놈이 하나 있었다.

용사와 관련된 사람이다.


과거 나와 싸웠던 이.


‘붉은 바위 도르무.’


검술대회에서 패배하고 나를 형님으로 모시겠다며 한동안 따라다녔던 도르무.


호구를 구하려다 한쪽 팔을 잃고 현재 혼수상태에 빠졌던 그놈이다.


‘그럼 이놈은 도르무의 조상이려나?’


도르무를 떠올리자, 놈의 본 모습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그때 카르투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음은 그놈인가.

“어.”


검게 물든 숲을 떠도는 전신이 잉크로 이루어진 괴인. 이들은 모두 정해진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것은 이 도르무의 조상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요즘 새로운 괴물이 많이 보이네.”


하지만, 도르무의 조상은 다른 놈들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이놈은 오늘 나타난 신종이라는 점이었다.

나는 의식을 잃은 그의 육체를 회수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건 특히나 강했어.”

-...그런가?


슬슬 때가 되었나 보다.

어두운 수풀 너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강한 잉크 괴인이 나타났다.

참으로 심각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놈들을 상대하기 힘든 것은 아니다.

방금 상대한 자가 무더기로 나타나도 나라면 손쉽게 처리할 수 있으니까.


문제는 내가 막고 있는 마왕군의 일이지.


“이제 곧 저 인간도 나타나겠네.”


숲에서 새로운 괴물의 모습이 나타나게 되면, 짧은 시일 내로 마왕군에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저놈이 103번째. 맞지?”

-그렇다네. 이거 참 큰일이군.


잉크 경비대와 부대끼며 알아챈 사실이 있다. 그건 늦게 나타난 경비대일수록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지.


-후우... 이제부터 나타나는 놈들은 경비대의 간부일 테니.


레이닉스 경비대의 여섯 간부.


방금 상대한 괴물은 아마 그중 한 명이 분명하다. 나는 놈을 향해 분석을 펼쳤다.


[‘요리사’ 로무드.]


‘이번엔 번호가 아니네?’


살짝 눈을 크게 뜬 나는 설명을 쭉 훑어보았다. 커다란 식칼 두 자루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몬스터들을 도륙했던 광전사.


나는 혀를 찼다.


놈을 상대해 보고나니 알겠다.

간부와 부하는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102번째가 10명 이상 달려들어도 얘 하나가 다 이기겠더라.”


나는 로무드의 육체가 담긴 항아리를 밀봉하며 입술을 삐죽였다.


지이잉......


“됐다.”

-봉인 끝났나? 그럼 이리로 보내주게.


카르투스의 요청에 따라 로무드의 육신을 전달한 나는 양 주먹을 움켜쥐며 몸을 일으켰다. 내 눈은 나를 향해 다가오는 잉크 무리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침략자를 죽여라아......”


괴인들의 모습은 방금 사로잡은 로무드의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너나 죽어.”


그그그그.....

“끄어어어!”

“꾸아아아!!”


기세 좋게 달려들던 괴인들이 일제히 땅에 머리 박고 널브러졌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뿌득! 뿌드득!


잉크 괴인의 육체가 있을 수 없는 각도로 꺾였다. 거인의 힘에 의해 가루가 된 뼈가 녹아내려 웅덩이를 형성했다.


“액체 주제에 뼈는 왜 있냐.”


그들을 짧게 흘겨보고 몸을 돌렸다.


거인의 힘에 노출된 것만으로도 잉크 괴물들은 살아남을 수 없을 테니까.


-흠... 망가졌군. 마력을 너무 많이 부여했나? 이보게 한성. 로무드를 한 놈 더 잡아줄 수 있겠나?

“찾아볼게.”


무시무시한 외형과 엄청난 괴력.


여기에 부정형의 육체까지.


이것만 보면 잉크 괴인을 정면으로 상대하는 건 매우 힘들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놈들에게는 치명적인 결점이 있었다.


-피곤하군. 이것들, 마력에 너무 약해서 연구하기가 너무나도 까다롭다네.


잉크 괴인은 마력이 섞인 공격에 당하면 아무것도 못하고 시체가 된다.

마력을 조금이라도 다룰 수 있는 이라면 쉽게 맞상대할 수 있는 것이다.


-후우... 마왕은 이걸 어떻게 보완한 것이지......


하지만, 마왕군은 달랐다.

분명 잉크 괴인과 같은 근원을 가졌을 마왕군일진데 이상하게도 놈들은 마력 저항력이 강했다.


카르투스는 현재 이 부분을 연구 중이다.


내가 마왕군의 근원지를 찾고 있다면 카르투스는 마왕군의 약점을 찾고 있지.


나는 차분한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널브러진 잉크 괴인들의 시체가 부글부글 끓며 땅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예상대로의 반응에 웃음을 입에 걸고 시체 중앙에 가서 서며 말했다.


“걱정 마 재료는 널렸어.”


스멀스멀 이곳을 향해 잉크 괴인들이 몰려든다. 카르투스가 한참 동안 실험하고도 남을 숫자의 괴물들이.


-그건 그렇군.


카르투스의 대꾸를 들은 나는 붉은 노을을 꺼내 들었다. 노을빛 칼날에서 시작된 검광이 사방을 밝게 물들였다.


“죽여어어......”

“할 줄 아는 말이 그것밖에 없냐?”


빛에 이끌린 검은 괴인들이 빠른 속도로 달려온다. 그 모습은 어두운 밤 불빛에 이끌린 부나방처럼 느껴졌다.


3년을 함께하며 강화하고 또 강화한 붉은 노을이 날아드는 날벌레들을 향해 번쩍였다.


잠시 후 나는 여러 개의 항아리에 둘러싸였다. 항아리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괴물들을 바라보았다.


“경비대장을 보기 전에 찾았으면 좋겠네.”


놈이 나타나면, 책의 위치도 드러나리라.

하지만, 내 방어선 또한 뚫리고 말겠지.


왜냐하면 경비대장.


레이닉스의 도적대장은 굉장한 지휘력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져 내려오거든.


무턱대고 우회하려고만 드는 병신들에게 생각하기 위한 뇌가 생겨난다면 일이 굉장히 복잡해질 것이다.


-그게 그렇게 쉽게 흘러갈까?


카르투스의 한숨 섞인 대답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넓디넓은 어둠의 대지에서 책 한 권을 찾는 일이다.


이걸 하루 이틀 만에 찾을 정도로 운이 좋았다면 나는 진작에 부활했겠지.


“부활만 했다면 다 끝인데.”


마왕이 3년 전 스펙 그대로라면 지금의 나에겐 상대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그녀도 강해졌다면?

그래도 나한테 안 된다.


까놓고 말해서, 난 분신이랑 거인 던져놓고 도망만 다니더라도, 마왕은 나를 해할 수단이 없을 테니까.


나는 하늘 높이 결계를 펼치고 그 위로 점멸했다. 저 멀리 산자락에 걸린 노을이 내 눈을 간지럽힌다.


“익숙해져 버렸네.”


책을 찾아 숲을 헤맨지 오늘로 한 달이 넘었다. 한 달의 탐색 끝에 얻은 것은 마왕의 이계화에 저항할 수단과-


“안녕!”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귀찮게 구는 못된 요정과의 인맥뿐.


“왜 그렇게 죽상이야?”

“대체 넌 날 어떻게 찾아오는 거냐?”

“엥? 무슨 말이야?”


나는 분신까지 동원해 여럿이서 이곳을 탐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숲의 규모는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첫 번째 튜토리얼의 숲은 물론.

화이트레온, 프레온, 리오스를 다 합친 땅보다도 여기 하나가 더 넓다고.


그런데, 이 요정은 하루도 빠짐없이 나를 찾아내더라.


“그냥? 여기 있을 것 같길래.”

“......”


나한테도 요정 같은 탐색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나는 메림을 조용히 흘겨보다가 허공에서 박스를 하나 꺼냈다.


“우아!!”


그 즉시 박스를 향해 달려드는 메림.


그도 그럴게.


이 상자는 얼마 전에 뽑은 명품 간식 세트거든. 판매가 15,000나 하길래 중고로 팔아 치웠다. 이건 능력으로 뽑은 거고.


“아삭아삭!”


나는 그윽한 눈으로 과자를 먹는 메림을 바라보았다. 천진난만한 얼굴로 과자를 먹는 메림의 모습은 어린 시절 내 동생을 떠올리게끔 했기 때문이었다.


“......”


그날의 내가 어떻게 했더라?


과자를 깨작거리는 동생의 모습에 손이 근질거림을 느꼈던 나는 동생의 품에서 과자를 하나 빼냈었다. 겨우 한 조각을 뺏긴 것에 어찌나 억울했던지 얼굴이 시뻘개졌......


스윽.


나는 메림이 내민 초코칩 쿠키를 내려다보았다. 눈을 질끈 감고 과자를 내미는 몸짓이 자못 애처롭기 그지없었다.


“머, 머꼬 싶으면 주, 주께!”


나는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 마를 하지 그래써! 말을 하지, 히히!”


과자를 들고 있는 메림의 손을.


“야. 손에 그거 뭐냐?”

“과, 과자......”

“그건 너 먹고. 네 손에 반지.”


가지라는 소리에 어찌나 기뻤는지 과자에 얼굴을 파묻는 메림. 나는 그녀를 살짝 들어 과자에서 떼어놓고 말했다.


“대답부터 해야지.”

“아, 아? 아! 이거? 우리 엄마가 준거!”


엄마?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그러자 메림은 내 손아귀를 벗어나 내가 들고 있는 쿠키에 얼굴을 묻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전혀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내 시선은 메림의 손가락에 못 박힌 듯 붙어있었으니까.


‘반지......’


반지에서 이질적인 기운이 흘러나온다.

잊고자 해도 잊을 수 없는 강력한 힘이.


“허, 미치겠네.”


왜 이걸 이제야 깨달았을까? 의문이 뇌리를 스쳤지만,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요정 특유의 마력 때문에.’


요정의 마력은 그 크기와 순도가 실로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그에 반해 반지에 깃든 힘은?

지극히 미미한 수준이지.


지금 발견한 것도 내가 아니었다면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었다.


“잊을 수가 있나.”


반지 속에 잠든 기묘한 힘.


세상 모든 것을 지워 무(無)로 되돌리는 무시무시하기 그지없는 강대한 힘.


내가 죽었던 그 날 하늘을 메운 채 내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던 파멸의 구체.


“마왕의 마력.”


내게 죽음을 가져다줬던 마왕의 힘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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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패왕과 황소 +1 21.02.24 203 3 12쪽
113 용사와 현자의 돌 21.02.23 229 3 11쪽
112 재회 +2 21.02.21 246 3 12쪽
111 미로 +1 21.02.20 187 3 13쪽
110 황궁 21.02.19 185 3 12쪽
109 제국군 - 3 +1 21.02.18 219 4 12쪽
108 제국군 - 2 21.02.17 191 3 12쪽
107 제국군 21.02.16 213 3 12쪽
106 해방 - 5 +1 21.02.14 237 4 13쪽
105 해방 - 4 21.02.13 213 3 12쪽
104 해방 - 3 +1 21.02.12 248 4 14쪽
103 해방 - 2 21.02.11 212 3 13쪽
102 해방 21.02.10 216 3 12쪽
101 고대인 - 4 +1 21.02.09 222 3 12쪽
100 고대인 - 3 +2 21.02.07 230 4 14쪽
99 고대인 - 2 +1 21.02.06 238 3 13쪽
98 고대인 21.02.05 262 3 13쪽
97 하늘섬 21.02.04 256 4 13쪽
96 반지 +1 21.02.03 237 3 13쪽
» 요리사 +1 21.02.02 26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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