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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톤 님의 서재입니다.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팩스톤
작품등록일 :
2020.10.24 21:23
최근연재일 :
2021.03.05 18:05
연재수 :
1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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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019
추천수 :
980
글자수 :
699,515

작성
21.03.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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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엘비아

DUMMY

콰앙! 끄악!


김호수는 비명을 질렀다.

벽에 처박힌 몸뚱아리도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벽은 비명을 지르지도 못했다. 김호수와 부딪친 순간 스티로폼처럼 박살 나버렸으니까.


“천천히! 천천......!!”

“시끄럽다!”


푸와앙!!


천천히 가달라는 요청은 가볍게 묵살되었고, 로레이드는 오히려 속도를 높였다.


콰앙!

“흥. 설탕만큼 달달해 빠진 벽이로군.”


로레이드는 벽에 몸을 들이받는 것을 즐기는 눈치였다.


나는 위기감을 느꼈다. 이러다가 싸우기도 전에 먼저 쓰러지겠다.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전신이 바스라질 위기에 빠져서일까.

나는 순식간에 답을 도출해냈다.


“흐읍!”


염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사방의 환경을 부여잡는다. 그리고, 로레이드가 향하는 방향에 있는 벽을-


염력으로 짓눌러 허문다.


푸스스스!

“잉? 뭐야!”


성공이다!


머리가 들이받히기 직전 벽면이 가루가 되어 무너져내렸다.


나는 안심했다.


아무리 이상한 성검이라지만, 몸을 들이받아 벽을 부수는 걸 좋아서 하는 건 아닐 것이다. 그저 가장 빠른 길을 선택했을 뿐이었겠지. 하지만, 이젠 괜찮다.


김호수 자신이 벽을 허물어 길을 만들어줄 수 있을테니까.


‘이제 좀 편하게......!?’

콰아앙!!


이게 무슨 일이지?


내가 실수한 건가?


아니다.


분명히 나는 벽을 허물었다.


그런데 대체 무엇인가. 이 아픔은.


흔들리는 초점을 바로잡으며, 성검을 가로막는 벽을 허물었다. 그리고 충격적인 광겅을 볼 수 있었지.


휘릭! 쿠와앙!!


성검은 내가 뚫어준 길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화려하게 회전해 벽에 들이받았지.


“크억!”


아프다.

엄청나게 아프다.


그리고 믿을 수 없었다.

이 미친 성검은 무슨 생각에서인지 일부러 벽에 몸을 갔다 박고 있다.


박을 거면 지 혼자 박지!

애꿎은 나를 들고!


푸스스!!

“흐흐......”


이번엔 성공했다.

성검의 혀 차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그렇게 죽음의 레이스가 진행되었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


푸스스스......


드높이 치솟은 흙먼지가 가라앉는다. 귀청이 터질듯한 굉음도 사그라들었다.


피와 뇌수로 얼룩졌던 대지는 하늘에서 내려온 흙으로 뒤덮여 커다란 무덤이 되었다.


얼마 전까지 수많은 생명이 살아 숨 쉬던 고성은 엄청난 규모의 흙무덤이 되었다.


“무너졌네.”


그것을 내려다보는 한성의 감상이었다.

거대 무덤을 만든 장본인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무덤덤한 목소리.


그에 남자는 입술을 짓씹고 뛰었다.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서.


후욱!


그리고 무기를 휘둘렀다.


갈랐다.


한성의 목을 갈랐다.


성공인가......?


“크업!”


숨이 턱 막혔다.

우악스러운 손길이 목에서 느껴진다.

남자는 필사적인 마음으로 적의 팔에 칼을 내리 찔렀다. 찔렀는데... 찔렀는데......


“어, 어째서어......”


그의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닿기라도 했다면 이토록 절망스럽지는 않았으리라. 통과했다. 무기는 적의 팔을 찌르지 못하고, 그대로 통과해버렸다.


실체가 없는 유령을 상대하듯이.


“당황했나봐?”


상대의 이죽임에 남자는 눈에 핏발을 세우며 노려보았다. 그도 안다. 이래 봐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으리란 사실을.


하지만, 남자는 눈에 더욱 힘을 줬다.


이것은 일종의 신호다.


푸와아!!


신호는 통했다.


흙먼지를 뚫고 날아오는 불의 구체.

경이적인 마력을 품은 지옥의 정수가 세상을 불태우며 전진한다.


목적지는 마왕군 최대의 적.

그의 목을 붙잡은 자! 강한성!


지옥불의 뜨거운 열기가 남자의 얼굴을 비춘다. 불빛에 비친 다크엘프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감돌았다.


“소용없어.”


다크엘프. 군단장 스테이프의 희망은 허무할 정도로 쉽게 무너져내렸다.


후욱!


렐리아의 회심의 마법이 적에게 닿았다.


등을 그대로 통과해 가슴으로 빠져나왔다.


스테이프는 허망한 얼굴로 적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상대의 가슴팍에서 튀어나온 푸른 불덩이를.


슬로모션처럼 서서히 다가온 청색 구슬이 스테이프에게 닿았다.


따뜻했다.


쿠와아앙!!


푸른 화염구가 폭발했고, 남아있던 흙먼지도 날아가 버렸다.


“......”


나는 손아귀를 털어 다크엘프였던 것의 재가 사방에 뿌려진다.


“뜨끈하네.”


별일 아닌 듯 행동하고는 있지만, 사실은 상당히 놀랐다. 환영무의 진정한 활용법은 정말 상상을 능가할 정도로 강력했으니까.


‘효율이 장난 아니네.’


정말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효율이 구리다고 생각했던 환영무가 실은 엄청난 효율을 자랑하는 스킬이었다는 것이.


쓴웃음이 절로 지어진다.


“스테이프!!”


방금 다크엘프 이름이 스테이프였나?

스테이프의 동료로 보이는 여인이 경악에 찬 얼굴로 달려온다.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 자리에 멈췄다.


“아, 아아......”


난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여자는 애처로운 표정으로 서서히 뒷걸음질 쳤다. 그녀의 주위로 마법이 떠오른다. 정상적이진 않았다. 그랬다면 저렇게 흐릿할 리가 없을 테니까.


“오지마!!”

“안 갔어.”


수십에 달하는 마법이 일제히 쏟아져 내려온다. 물론 내게 닿는 것은 없었다.


숭숭숭숭......


아니, 닿지 않는 게 아닌가?


마법은 나를 그대로 통과했고, 뒷편의 폐허를 미친 듯이 두들겼다.

적응이 안 돼서 그런가?

아직도 기분이 이상하다.


“귀신이 된 것 같네.”


당연히 귀신은 아니다.

나는 슬며시 눈동자를 굴리며, 시신경에 마력을 집중했다. 그러자 주위에 산개한 채 마법을 피하는 잔영이 보인다.


슈슈슉! 슈슉!


잔영이 마법을 회피하자, 그 마법은 내 몸을 통과했다. 더불어 잔영은 하나가 아니었다. 수십이나 되는 잔영들이 비처럼 쏟아지는 마법을 회피하고 있다.


이것이 내게 공격이 통하지 않는 이유.


‘하나의 잔영이라도 피하는데 성공한다면.’


그 공격은 내게 닿지 않는다.


이것이 환영무의 진정한 활용법.


“왜 안 통하는 거야!”


아.

하나 더 있다.

공격도 가능하다.


“악!”


내 몸에서 잔영이 하나 튀어나가 마법사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그녀는 그대로 엎어지더니, 양손으로 머리를 움켜쥐고 땅을 뒹굴었다.


나는 그녀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야.”

“으으......”

“내 말 알아듣냐?”

“모, 몰라!”


모르긴 뭘 몰라?

어쨌든 잘 알아듣는 모양이네.


“어딨냐? 마왕.”

“......”


마법사는 몸을 굳히고 슬며시 고개를 들어 올렸다.


“말하면... 살려줄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성에 침범하고, 국장을 겁박했으며, 덤벼오는 멍청이들까지 전부 처리했다.


심지어 성의 기둥으로 마왕성까지 무너뜨렸지만, 마왕은 찾아내지 못했다.


그리고 이 성에 살아남은 존재는 나와 이 마법 쓰는 군단장뿐이다. 그녀까지 죽인다고 마왕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다크엘프도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스테이프였던가? 그에게 무슨 생각이 있을 줄 알았다. 자신이 잡혀있었음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동료에게 공격을 요청했으니까.


그런데 죽더라고.


불덩이가 ‘펑’ 터지니, ‘화르륵’ 하고 타버렸다. 군단장씩이나 되는 놈이 한순간에 재가 되어버리는 것을 보고 얼마나 황당했는지 아는가?


‘혹시 걔도 부활하나?’


개나 소나 다 부활하던데, 다크엘프가 부활하지 않을 이유가 없...나?


난 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머리에서 지우며 무릎꿇은 마법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크아아아!!!”


말이 씨가- 아니, 생각이 씨가 된 것일까?


뒤편에서 기괴한 포효가 들렸다.


“우욱......”


혐오스러운 것을 본 듯한 마법사의 표정이 내 뒤에 무언가가 있음을 알려준다.


“와.”


그곳에는 혼종이 있었다.


2개의 머리.

기괴하게 접합된 몸통.

다 합쳐서 8개인 팔다리.


“좆같이 생겼네.”


뭐라 설명하기 힘들 정도의 역겨움을 간직한 그 생물은 레우스와 스테이프가 섞여 있는 것 같았다.


“결코오 이길 수우......”

“어째애서어어......”


섞인 것 같은 게 아니라 진짜 섞였잖아.

그래도 내 생각은 맞았다.


‘이러면 부활은 아니지.’


다크엘프가 부활하는 일은 없었다.


합체진화를 했을 뿐이지.


“차라리 부활을 해!”


나는 괜히 땅을 향해 신경질은 냈다.

혼종의 끔찍한 외형은 도저히 보고 있기 역겨워서 접촉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


꿈을 꿨다.


악몽이었다.


엄마와 손을 잡고, 꽃동산에 놀러 갔던 날의 기억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행복했다.

보고 있기만 해도 행복했다.


그래서 슬펐다. 절대로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기억에 눈물을 흘렸다.


나는 불행하다.


어둠 속에서 스르르 눈을 떴다.

언제나와 같이, 포근한 장막이 몸을 감싸안았다. 하지만, 편안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몸을 일으켰다.


휘르르르......


장막이 휘몰아치며 사방으로 퍼졌다.

그리고 빛이 내려왔다.


그녀. 마왕. 엘비아는 빛을 올려다보았다.


손을 뻗어 잡으려 했지만, 잡힐 리가.


“곧이야.”


은은한 목소리가 대전을 울린다.


“모든 것이 뒤바뀔 날이.”


목소리는 실체를 지닌 채 바닥을 타고 퍼져나갔다. 묵직한 소리와 어둠의 장막이 뒤섞이며 수십 개의 기둥을 만들어내었다.


기둥은 하늘까지 닿아 있었으며.

하늘의 빛은 더욱 강해졌다.


“떨어뜨릴 거야.”


기둥이 크게 뒤흔들렸다.

하늘은 더욱 강한 빛을 내뿜었다.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았다.


“끌어내릴 거야.”


기둥이 응어리진 포효를 내질렀다.

하늘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틀었다.

엘비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걸렸다.


“전부 움켜쥐어......”


기둥이 하늘로 빨려 들어갔다.

하늘은 더 이상 반응하지 않았다.

엘비아는 상기된 얼굴로 손을 뻗었다.


“밑바닥에 박아넣을 거야.”


콰아앙!!

“으아아!!”

“도착했다!!”


벽 한 면을 부수고 불청객이 나타났다.

덩어리 하나와, 용사 한 마리.


엘비아는 손을 내렸다.


“어서 와.”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용사가 머리를 가로저었다. 그의 의문에 찬 시선을 엘비아는 웃음으로 받아주었다.


“...아이?”


이 용사의 반응은 저번과는 다르네.

오히려 예전의 용사와 같은 반응이다.

그녀가 아직 갑옷 속에 숨기 전 용사들이 보였던 반응과 동일했다.


그렇다면 반응은 뻔하다.


“어린아이가 여기 왜......”


의문을 표하고.


“아니야.”


의심하고.


“여기는 마왕성의 대전이다. 옥좌에 앉은 여자아이. 그렇다면 저 아이가 설마......”


결론을 내린 뒤.


“마왕......!!”


검을 들이민다.


용사의 검 끝을 보며, 엘비아는 웃었다.

제아무리 고결하고, 정의감 넘치는 용사라도 그녀와 마주친 용사는 언제나 저랬다.


혼자서 쇼를 하다가 결국 검을 들이밀었지. 그녀의 말을 들을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다. 용사란 족속들은.


추락한 여신의 권속들은......


마법이라도 걸린 듯이 똑같았다.

예외는 없었었다.


‘없었었지.’


5년 전 그녀와 싸웠던 용사.


그는 그녀가 보았던 용사와 전혀 달랐다.


갑옷을 가볍게 찢어발기고, 그녀를 끄집어냈다. 그녀를 보고도 아무런 고뇌도 하지 않았다. 공포도 적의도 무엇하나 없었다.


싸움은 그저 의무라는 듯이 덤벼왔지.


전투는 비겼다.

그는 죽었고, 엘비아도 죽었다.


그녀에게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저 불사의 힘을 부여한 고블린을 소멸시킨 이를 확인하러 갔을 뿐인데.


어찌 알았으랴.

그곳에서 그를 만날 줄은.


역대 최강의 용사를 만났다.

모든 것을 쏟아부어 싸웠다.


공멸했다.


인간의 군대를 지우고, 대륙의 태반을 멸망시켰다. 몰려오는 신의 군세를 지우고, 여신을 죽음 직전까지 몰아붙였다.


여신은 이름을 잃었고, 인류는 살아갈 땅을 잃어버렸다.


그런 내가 죽었다.


단 한 명의 인간에게.


“불행해. 불행해.”


허나, 마왕은 살아났고, 용사는 죽었다.


대적자는 죽었고, 나는 죽지 못했다.


“각오해라. 마왕!!”


웽웽대는 부나방의 목소리가 거슬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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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승천 +1 21.03.04 235 3 12쪽
» 엘비아 +1 21.03.03 211 3 12쪽
119 성검 - 2 +1 21.03.02 197 3 14쪽
118 성검 +1 21.02.28 231 3 13쪽
117 거신병 +1 21.02.27 214 3 13쪽
116 마왕성 +1 21.02.26 211 3 12쪽
115 용사와 계곡 21.02.25 228 3 13쪽
114 패왕과 황소 +1 21.02.24 204 3 12쪽
113 용사와 현자의 돌 21.02.23 229 3 11쪽
112 재회 +2 21.02.21 246 3 12쪽
111 미로 +1 21.02.20 188 3 13쪽
110 황궁 21.02.19 185 3 12쪽
109 제국군 - 3 +1 21.02.18 219 4 12쪽
108 제국군 - 2 21.02.17 191 3 12쪽
107 제국군 21.02.16 213 3 12쪽
106 해방 - 5 +1 21.02.14 237 4 13쪽
105 해방 - 4 21.02.13 213 3 12쪽
104 해방 - 3 +1 21.02.12 248 4 14쪽
103 해방 - 2 21.02.11 212 3 13쪽
102 해방 21.02.10 216 3 12쪽
101 고대인 - 4 +1 21.02.09 222 3 12쪽
100 고대인 - 3 +2 21.02.07 230 4 14쪽
99 고대인 - 2 +1 21.02.06 238 3 13쪽
98 고대인 21.02.05 262 3 13쪽
97 하늘섬 21.02.04 256 4 13쪽
96 반지 +1 21.02.03 237 3 13쪽
95 요리사 +1 21.02.02 26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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