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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톤 님의 서재입니다.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팩스톤
작품등록일 :
2020.10.24 21:23
최근연재일 :
2021.03.05 18:05
연재수 :
1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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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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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0
글자수 :
699,515

작성
21.02.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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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고대인 - 4

DUMMY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까마귀가 비둘기를 잡았다.

내가 몇 번이나 죽였던 까마귀가 말이다.


“...같은 편 아니었어?”


푸화악!


검은 까마귀가 회색 비둘기의 가슴팍에서 손을 뽑더니, 팔을 크게 휘둘렀다.


그 동작은 마치 손에 묻은 더러운 것을 떨쳐낼 때의 반응과 비슷했다.


나는 나를 향해 날아오는 공격에 대응하면서도 까마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까마귀가 아군의 뒤통수를 후렸다는 생각지도 못한 사건에는 다 이유가 있을 테니까.


찰칵.


비둘기의 숨이 멎은 것을 확인한 까마귀가 자신의 검은 까마귀 가면을 벗었다.


정말로 강직하기 그지없는 맨 얼굴.

도무지 배신자로는 보이지 않는 믿음직스러운 얼굴인데, 역시 사람의 마음은 얼굴만 봐선 알 수 없는 법이다.


까마귀 가면을 품속에 집어넣은 남자가 입을 열었다.


“무기를 내리라. 뽀삐의 사도여. 우리는 싸울 마음이 없다.”

“음?”


나는 놀란 마음에 침음을 삼켰다.


하나는 뽀삐의 사도라는 말에 놀랐고, 두 번 째는 상대가 대륙 공용어로 말을 걸어왔기 때에 놀랐다.


그건 그렇고, 싸울 마음이 없다?


“그런 말 하기 전에 공격은 멈춰야지.”


좌측에서 빛이 번쩍이기에 우측으로 고개를 틀었다. 작은 빛줄기가 내 볼을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빗나간 마력의 탄환은 나의 후방에 위치한 건물 외벽을 꿰뚫었다.


광선총에 맞은 부분이 치즈처럼 녹아내리는 모습을 보면 상대가 정말 대화로 해결하고 싶은지가 의문이 든다.


“이미 내 부하들이 움직이고 있다.”


크읍!


남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를 향해 총을 쏜 병사가 쓰러졌다. 앞으로 엎어진 병사 너머 흰까마귀의 눈동자가 번쩍였다.


‘역시 혼자가 아니었네.’


뽀삐 교단의 교세는 대체 어디까지 퍼져있는 걸까? 지상과 유리된 하늘 위에까지 닿은 것만으로도 놀랄 일인데, 간부를 포함한 부대 하나가 전부 뽀삐교의 신도라니.


“나는 리벨루프 신트메일. 제국 뽀삐 교단의 주교다. 따라와라. 내 상관을 소개해주겠다.”


이건 함정인가?


함정이 맞을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를 따라가면 도시의 권력자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선택은 정해졌다.


나는 뒤돌아서 걷는 리벨루프를 따라가며 실없는 질문을 내뱉었다.


“말투가 딱딱하네.”

“어쩔 수 없다. 완벽한 번역기는 정보국에 없다. 총독부에나 있을 것이다.”


정보국?

총독부는 또 뭐야?

이 도시에 있는 세력들인가?


나는 인상을 찡그린 채 입을 열었다.


“이 도시엔 총독부가 없냐?”

“잘못 이해한 것 같군. 도시 자체가 정보국이다. 총독부는 제도(帝都)의 북쪽에 위치해 있다.”


흘려들을 수 없는 발언.

나는 표정을 살짝 굳힌 채 되물었다.


“제도에는 이런 도시가 몇 개나 되지?”


그 물음에 리벨루프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그는 잠시 내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슬며시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5개다. 정보국과 총독부를 포함해 다섯.”


그 말을 끝으로 리벨루프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의심이 많은 새끼네.’


까마귀의 반응으로 보아 더 이상의 질문은 허용되지 않을 듯하다.


네가 말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네놈이 함정으로 인도하더라도 상관없다.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너희의 목숨이 내 손아귀에 있다는 것은 변치 않을 테니까.


나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형형히 빛나는 청록빛 광석은 밤임에도 도시를 밝게 비추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보는 것은 부유석 따위가 아니었다.


부유석 너머 내가 보인다.

메림에게 과자 봉지를 건네주는 내가.


정보국 천장 위에 앉아 있는 나의 손아귀에는 극도로 응축된 마력이 쥐어져 있었다.


‘그전에 빌리가 일을 끝냈으면 좋겠네’


부디 저 마력이 사용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안 따라오고 뭐하나.”

“지금 간다.”


피식 웃음을 흘리며 리벨루프의 뒤를 따라갔다. 딱딱하기 그지없는 저 남자는 알까?


도시를 멸절시킬지 모를 재앙이 저 위에 있다는 것을. 하긴, 알아서 무엇하랴.


모든 걸 안다 하더라도.


할 수 있는 게 없을 텐데.


*


정보국 한가운데 있는 거대한 풀장.

녹색 액체로 가득 들어찬 수영장은 난데없이 호황을 이루고 있었다.


“크허업!”

푸화악!


수영장에 빠지기라도 했던 것일까?


격렬하게 숨을 몰아쉬며 녹색 액체를 뱉어내는 남자. 그는 가슴을 미친 듯이 더듬거리며 자리에 드러누웠다.


수영복은커녕 팬티 한 장 안 입었음에도 아랑곳 않고.


보통 수영장이었다면 큰 해프닝이었겠지만, 이는 비록 그 혼자만의 상황이 아니다.


푸허!

크아하아!

으어윽!! 살려허억!


이곳의 모습은 수영장이 아니라 응급실을 보는 것 같았다. 의료진이 재빨리 뛰어다니며 환자를 돌본다.


환자의 수가 어찌나 많았는지 침상이 부족할 정도였다.


그때 녹색 풀장이 크게 출렁였다.


우우웅!


“또 온다!”

“준비해!”


이번 반응은 평소와는 달랐다.

의료진들은 그 즉시 돌보던 환자까지 내팽개친 채 풀장을 향해 뛰어왔다.


우우웅!!

우우우웅!!!


녹색 액체가 격렬하게 소용돌이친다.


푸와아아아!!


엄청난 기세로 허공으로 솟아오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보이기 시작하는 인영.


촤아아!


그의 손짓에 소용돌이가 갈라졌다.


“리테이프님! 리테이프님이십니까!?”


표독스러운 얼굴을 한 남자는 의료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끓어오르는 듯한 목소리로 읊조릴 뿐이었다.


“배신자를 찾았다.”


“자, 잠깐! 어디 가십니까! 리테이프님! 아직 육체의 조정이 끝나지...... 악!”

“비켜!”

“티케! 이런! 빨리 티케를 끌어올려!”


리테이프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방해하는 의료원을 밀쳤고, 힘없이 밀려난 불쌍한 의료원은 풀장에 빠지고 말았다.


놀란 동료들이 재빨리 구하려 해보지만, 아직도 솟아오르고 있는 환자들로 인해 그녀를 구하는 건 힘들어 보였다.


“젠장. 간부면 다야? 귀족이면 다냐고......”

“야. 참아. 저 새끼 신트메일이라고.”

“넌 분하지도 않아? 저 개새끼가 우릴 대하는 걸 봐봐.”

“알지. 잘 알아......”

“푸하! 구했어! 허억! 인공호흡!”


친구를 다독이던 의료원은 리테이프가 나간 방향을 노려보며 읊조렸다.


“쓰레기 같은 놈. 그렇게 이미지 관리한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으냐?”


리테이프.


그 작자는 스스로를 존경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자들은 그가 부리는 부하밖에 없다.


엄청난 월급을 주며 부려먹은 부하들 밖에 말이다. 의료원은 입술을 짓씹었다.


“잘 뒤졌다. 씹새끼.”


그는 품에 손을 넣어 작은 조각을 어루만졌다. 조각이 품은 따스한 어둠이 몸을 감싸는 것만 같았다.


‘어둠의 주인이시여... 부디 저 쓰레기에게 지옥을 보여주시길......’


“쿨럭! 하아하아!”

“티케가 깨어났어!”


동료가 깨어났다는 말에 기함한 그는 재빨리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품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라 한 방향으로 스멀스멀 흘러갔다.


“...네놈이 사교도였다니... 후우... 이걸 어떻게 처리한다.”


그리고, 리테이프의 몸에 의료원의 저주가 다가왔다. 그 순간 리테이프의 전신이 격렬하게 빛났다. 그리고 드러나는 저주의 문양.


문양은 탐욕스럽게 저주를 집어삼키고, 주인을 향해 입맛을 다셨다.


리테이프는 저주의 존재를 느끼지 못했다.


“리벨루프도 신트메일이다.”


신트메일의 후계가 사교에 심취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되면 리벨루프는 확실히 몰락할 것이다. 가주의 자리는 리테이프 것이 되겠지.


허나, 가문의 이미지는?


‘엄청난 타격을 입겠지.’



그리고, 최고가 아닌 가문은 그가 이어받고 싶은 가문이 아니다. 그렇기에 고민된다.


‘그래.’


리테이프의 눈동자가 비열하게 빛난 것은 그때였다. 입술을 한 번 핥은 리테이프는 거울을 보며 속으로 읊조렸다.


‘다른 이와 엮는 거야.’


사건은 더 큰 사건으로 덮는다.

치부는 더 거대한 치부 앞에 가려진다.

또한, 덮어씌울 상대는 널려있다.

정보국에는 낙하산이 많거든.


‘국장은 안 된다.’


정보국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자는 단연코 국장이었으나, 그에게 덮어씌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국장은 엄청나게 유능한 인물이니까.


아무런 증거도 없이 연기만으로 상대방을 나락에 떨어뜨리는 인물이 국장이다.


리테이프에게는 부담스러운 상대지.


“그건 아쉽군.”


여유로이 옷차림을 고친 리테이프는 느긋하게 걸었다. 부하들의 죽음 따위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타인의 시선이 어떻든 간에 리테이프는 여유로움을 가장했다.

누군가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데 있어 감정적인 모습은 마이너스 요소기에.


“국장님은 어디계시지?”

“5층의 회의실입니다.”

“수고하도록.”


마나 승강기에 몸을 실었다.

5층에 도착하는 것은 금방이었다.

그리고, 리테이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엄청난 기세군.


회의실 문 너머로부터 느껴지는 강렬한 기세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내가 꿇릴 이유는 없지.’


애써 마나를 끌어올리자 몸을 겨누기 힘들었던 위압감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음? 자넨 리테이프가 아닌가? 분명 침입자를 요격하러 가지 않았나?”

“예. 그랬었죠.”

“그런데 왜... 자네. 머리의 그 액체는......”

“예. 죽었습니다.”


붉은 참새 가면의 인물은 침음을 삼켰다. 리테이프의 흉험한 마음도 알지 못한 채.


‘당신이 좋겠군.’


붉은 참새 가면은 리테이프가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가진바 능력을 제외하면 정보국에 아무 쓸모 없는 쓰레기다.


심지어 이자는 정보를 다루는 자면서 술과 여자에 찌들어 매일같이 홍등가를 드나들기까지 한다. 음지를 자주 들락거리는 자이니 덮어씌우기에 적당한 자이리라.


‘조금 아깝긴 하지만.’


이 남자를 희생양으로 쓰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저는 배신당했습니다.”

“...정말인가!?”


리테이프는 쾌재를 불렀다.


멍청한 참새 가면이 소란을 부려준 탓에 시선이 이쪽으로 몰렸다.


“배신자는 누구인가.”

“...죄송합니다. 아직, 모르겠습니다.”


국장의 물음에 리테이프는 혼신의 연기를 선보였다. 여기서 리벨루프가 사교도임을 밝히는 것은 좋지 않기에.


“하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무엇을 말인가?”

“저의 등을 꿰뚫은 자는 조종당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기운을 잘 알고 있습니다.”


조종이라는 말에 회의실 내의 시선이 한 방향으로 집중되었다.


“왜 나를 보는겐가.”


그곳에서는 붉은 참새 가면이 팔목을 벅벅 긇고 있었다.


“흥! 여기서 타인을 조종하는 힘을 가진 건 너뿐이다.”


참새와 사이가 좋지 않던 녹색 매 가면이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나는 아니다! 내가 왜 배신을!!”

“그래?”

“빌어먹을! 나는 아니란 말이다! 나에게 죄가 있다면 정보국에 충성한 죄밖에......”

“그럼 매일 밤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녔는가?”

“그, 그건......”


딱따구리의 이죽임에 참새는 몸을 웅크렸다. 온몸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그 모습에 리테이프는 남몰래 웃음을 지었다.


“그만하게. 아직 조종당했다는 말밖에 없었잖은가. 말뿐인 증거는 아무 의미 없네.”

“...알겠습니다. 국장.”

“구, 국장님! 저는 정말로 죄가 없습......”

“조용. 아직 심증은 거둬지지 않았네. 일단 회의는 잠깐 쉬고, 리테이프. 자네는 나를 따라오게.”

“후우. 예 알겠습니다.”


역시 국장은 국장인가?


소란스러웠던 회의장이 국장의 말 한마디에 조용해졌다. 이것이 전설적인 스파이가 가진 말의 힘인가?


역시, 국장을 건드리지 않기를 잘했다.


‘하지만.’


그런 당신의 영향력이 계속 이어져갈 것이라 생각하지마라.


리테이프는 웃는 얼굴로 국장을 보았다.


그 웃음 뒤에 칼이 있다는 사실은 국장 또한 알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국장님. 저는 왜 부르신......”


“나는 연기를 잘한다네.”


국장의 시선이 리테이프의 눈을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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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용사와 현자의 돌 21.02.23 229 3 11쪽
112 재회 +2 21.02.21 246 3 12쪽
111 미로 +1 21.02.20 187 3 13쪽
110 황궁 21.02.19 184 3 12쪽
109 제국군 - 3 +1 21.02.18 218 4 12쪽
108 제국군 - 2 21.02.17 191 3 12쪽
107 제국군 21.02.16 213 3 12쪽
106 해방 - 5 +1 21.02.14 236 4 13쪽
105 해방 - 4 21.02.13 213 3 12쪽
104 해방 - 3 +1 21.02.12 247 4 14쪽
103 해방 - 2 21.02.11 212 3 13쪽
102 해방 21.02.10 216 3 12쪽
» 고대인 - 4 +1 21.02.09 222 3 12쪽
100 고대인 - 3 +2 21.02.07 229 4 14쪽
99 고대인 - 2 +1 21.02.06 237 3 13쪽
98 고대인 21.02.05 262 3 13쪽
97 하늘섬 21.02.04 256 4 13쪽
96 반지 +1 21.02.03 237 3 13쪽
95 요리사 +1 21.02.02 25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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