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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톤 님의 서재입니다.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팩스톤
작품등록일 :
2020.10.24 21:23
최근연재일 :
2021.03.05 18:05
연재수 :
1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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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99,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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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2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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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마왕성

DUMMY

성공이다.


얼마 전까지 부러져 있었던 탁자 모서리가 제자리를 되찾았다.

작은 금하나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현자의 돌이 실험실을 복구한 것과 동일한 현상이다. 이걸로 나는 새로운 패를 얻었다.


나는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치직... 아. 아. 들리나?


그때 잡음과 함께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 미르셀과의 통신이 복구되었다.


“들려.”

-이쪽도 잘 들린다. 무사히 연결되었군. 카르투스에게서 말은 들었나?

“아니. 할 일이 있다더라고.”


카르투스는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발작하는 로레이드를 조정하는 중이거든.


-그러고 보니 로... 뭐랬지? 아무튼 그놈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들었다.

“맞아 카르투스는 그놈을 돌보러 갔어.”

-대체 어떤 키메라길래 그런거지? 그는 최고의 연금술사라고 들었는데.


미르셀의 의문은 타당하다.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연금술사. 카르투스 자신이 만든 키메라.

카르투스의 역량을 생각해보면 그의 키메라가 폭주한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겠지.


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상대는 로레이드.


온갖 불순물이 섞여있는 로레이드다.


수백의 몬스터도 모자라 성검까지 흡수한 로레이드란 말이다.

이런 끔찍한 혼종을 관리한다는건 낚싯대로 크라켄을 낚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특히 성검의 문제라면 답이 없어지지.


흠. 성검하니까......


“미르셀. 김호수의 현황은 알고 있냐?”

-김호수라면... 용사 말인가?

“맞아.”

-기다려라.


자료가 있긴 있나 보네.


2년전에 내려온 것치고는 알고 있는 정보가 많아 보인다. 하긴, 온갖 마법장비를 능수능란히 사용하는 미르셀인데.


고작 마법진으로 이루어진 아티팩트가 전부인 세상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겠지.


-그는 얼마 전 창백한 지휘자를 쓰러뜨리고, 패왕에게 도전했다.


패왕에게 도전했다라...


결과가 너무 뻔하다.


패왕은 레비를 말하는 것일 테니까.

뽀삐에게도 일방적으로 밀렸던 호구가, 그보다 수십배는 강한 레비와 싸운다?


-결과는 패배. 압도적인 패배였지.


한 대라도 때릴 수 있었으면 다행이지. 물론 그런다 해도 그녀가 상처를 입진 않을 테지만.


-최근 그녀에게 다시 도전하기 위해 군대를 움직였다는데. 아직 모른다.


재도전?


나는 호구에 대해서 떠올려보았다.


열정이 넘치지만, 쉽게 사그라들고.


자신이 용사라는 자신감으로 무장했기에 어떤 일이든 쉽게 밀어붙일 수 있지만, 한 번 꺾이면 쉽게 일어나지 못한다.


정확히는 준비되기 전까지 안 일어난다. 한 번이라도 지면 이길 수 있을 때까지 수련하는 타입이라고.


그런 새끼가 쨉도 못쓰고 발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실의에 빠진다.


‘수련기간이 너무 길어지니까.’


수련으로 커버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수년을 투자해야 한다면 제정신이겠냐?

수명이 아까워서라도 꼼수나 찾겠다.


그럼 꼼수를 찾은 것인가?

그렇다면 그 꼼수가 무엇일까?

어지간한 꼼수로 레비를 넘기는 힘들텐데.


-아. 그보다 너는 패왕을 알고 있나?

“알아.”

-역시... 그럴 것 같았다. 그녀는 미노타우르스 2세를 쓰고 있었으니까.


알면서도 물어본 거였군.


-어찌 됐든 김호수에 대한 이야기는 전했다. 그럼 이쪽 이야기로 넘어가지.

“제국 말이지?”

-맞다.


하늘섬은 결국 무너져내렸다.

레이닉스 경비대를 없애겠단 계획이 성공한 것이다. 그녀가 말하려는 것은 뒷일.


제국에서 2년간 일어난 일들이지.


-일단 네 생각이 맞았다.

“뭐가?”

-국장 말이야.

“역시 그놈이 사고를......”


음흉한 속내를 가면 뒤에 숨긴 남자.


드높은 직관력이 없었다면, 분명 나 또한 속았으리라.


-하늘섬이 무너진 날. 제국은 땅으로 내려왔다. 요정들 덕에 제국의 저주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지.


그러고 보니 요정들은 지금 어떻게 되어있으려나. 부유석을 이용한 마법을 얻은지 2년이 지났는데.


...그닥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자. 역량이 대단하더군. 지상으로 내려온지 3개월이 안 되어 제국의 실권을 잡았으니까.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국장의 주적이라 할 수 있는 제3제국군과 총독부는 내 손에 멸망했으니까.


-허나, 마지막에 국장은 어리석은 짓을 하고 말았어.

“어리석은 짓?”


제국의 실권을 잡은 이가 어리석은 짓을 했다라... 국장의 역량이라면 어지간한 행위는 가볍게 넘어... 설마?


-네 경고를 무시하고, 요정으로 실험을 진행했지.

“...미쳤구만.”


요정은 위험한 생물이라고 몇 번이나 경고했건만, 결국 국장은 선을 넘은 것인가?


-그래도 너의 경고는 생각한 것 같다. 최대한 정중하게, 조심스레 대하라고 부하에게 일렀던 모양이야.

“대충 알겠네.”


여기까지만 들어도 뒷이야기는 뻔하다.


“국장은 요정 없이도 저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고 싶었겠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국장은 안일했다.


요정의 귀여우면서도 연약해 보이는 외형에 은연중에 얕본 것이겠지.

신중한 그도 그럴 것인데 부하는 어쨌겠는가. 애완동물 다루듯이 편히 대했으리라.


어쩌면 괴롭혔을지도 모르겠다.


“힘이 없으면 상종을 하면 안 되는 종족이 요정인데.”


요정이 툭 치면 억하고 죽을 정도로 약해빠진 인간이, 실험이다 뭐다 하면서 요정을 잡아두고 겁박하는데.


가만히 있을 정도로 착한 요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맞아. 그날의 광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네. 단 한 마리. 한 마리의 요정에게 제국인 4분의 3이 소멸했다.

“소멸?”

-완전히 죽었단 말이다. 요정의 힘에 부활 장치가 망가져 버렸거든.


그럼 완전히 망했겠네.


-국장의 허망한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네. 자신이 그렇게 지키려던 제국이 자신의 손에 부서져 버렸으니. 자업자득이지만.

“...걔는 어떻게 됐냐?”

-사라졌어. 제국에서.


그럼 제국은 상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


나는 몸을 일으켰다.


“가는거야?”


슐리아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엘릭서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렇게 들여다본다고 뭘 알 수 있겠냐만, 그녀의 상기된 표정을 보면 뭐라 하기는 어려웠다.

그때였다.


-한성! 한성! 큰일났네!

‘카르투스?’

-로레이드! 로레이드가 사라졌다네!


뭔 소리야?


입구는 내게 있는데 그 새끼가 어딜 가?


-아무래도 소환된 것 같네!

‘소환?’

-성검 소환 말일세!


...뭐?


정신이 혼미해진다.


방금 무슨 소리를 들은 것인가?


로레이드가 성검 소환을 당했다고?

그럼 소환한 당사자는......


‘호구?’


그렇다.


호구가 로레이드를 소환한 모양이다.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소환했다.


‘위치는?’

-마왕령! 마왕령일세!


여기서 다시 한번 놀랐다.


로레이드가 마왕령에 있다.


그리고, 마왕령은 레비가 지키는 영역을 통과해야 닿을 수 있는 땅.

그렇다는 의미는 로레이드를 소환한 이가 마왕령에 있다는 말이고. 로레이드를 소환할만한 이는 이 세상에 단 한 명뿐이다.


“호구가 마왕령에?”


뭘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호구가 레비를 통과하는 것에 성공해버렸다.


*


치직!


짙은 어둠 속에서 푸른 스파크가 튀겼다.

스파크가 일으킨 마력이 공동의 벽면을 타고 널리 퍼졌다.


위이잉......


작은 구동음과 함께 천장의 마석에 빛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든 마석이 활성화되자.


쿠우우!!


처음 스파크가 나타난 허공에 마력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집중된 마력의 중심부가 일렁이더니 공간이 열렸다.


스스스......


허공에 나타난 청색의 게이트.


게이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공동을 밝혔다. 그렇게 드러난 실내는 마치 오래된 실험실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게이트에서 이상현상이 일어난 것은.


츠츠츠츠!! 푸왁!


활성화 된 게이트가 마구 뒤흔들리더니 한 사람을 뱉어냈다.


“으윽!”


게이트에서 튀어나와 땅을 한 번 뒹군 남자는 머리를 어루만지며 주변을 둘러봤다.


“이곳이 마지막 장소인가?”


허리춤에서 붉은 검을 꺼내어 마력을 불어넣자. 검이 은은하게 빛나며 남자의 육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스스스!! 투황!

“왁!!”


뒤에서 들려온 소란스러운 소리에 남자는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외팔의 남자가 대검 손잡이로 관자놀이를 문지르고 있었다.


“왔나?”

“으으... 머리야. 이거 생각보다 거칠잖아. 앞도 잘 안 보이는데. 루시우스 거기 있냐?”


말하는 것을 보면 건강하군.


고개를 살짝 까딱인 김호수는 검을 높이 들어 올렸다.

검의 빛이 공동에 서서히 퍼져나갔다.

빛을 정면으로 쐰 거구의 남자는 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


“으어어. 좋다.”


도르무가 정신을 차렸다.

몸을 푸는 도르무의 모습을 확인한 김호수는 고개를 돌렸다.


“이곳은... 실험실인가?”

“그래 보이는데. 좀 오래됐지만, 실험실이 맞아. 여기 시험관도...”

“잠깐 손대지...! 이미 늦었나.”

“...망가졌군. 유리가 아니었나?”


유리병으로 보이던 것에 도르무가 손을 가져다 대자 소리 없이 바스라져 허공으로 흩어졌다.


스스스......


“호오... 여기가 바로 고대의......”

“닐.”


다음으로 들어온 이는 닐.

계획의 설계와 수립을 주도해, 패왕의 계곡을 무사히 넘어올 수 있게 만든 인물.


게이트로부터 그가 나타나자, 김호수와 도르무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게이트 활성석이 무사히 작용했군요.”

“그렇다.”


김호수의 대꾸를 들은 닐은 안경을 고쳐 쓰고 품에 손을 넣었다. 그의 입가에 맺힌 자신만만한 미소가 돋보인다.


“조금 걱정했었습니다.”


그는 탁자 위에 지도를 펼치며 겸양을 떨어보지만. 표정은 걱정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반드시 성공했으리라 확신하는 표정이었다.


“이곳이 패왕의 영역과 너무 떨어진 장소에 있었으면 활성화시키는 것도 불가능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구슬을 많이 준비한 것 아니냐.”

“그렇긴 하죠.”


닐의 자신감은 준비에서 나온 것이겠지.

김호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는 거야. 나도 좀 끼워달라고. 구슬이 뭐 어쨌길래.”


도르무의 불만 섞인 목소리에 대답한 것은 다른 인물이었다.


“간단해.”

“테르치아.”


게이트에서 나온 테르치아.


그녀는 게이트와 공명하는 푸른 구슬을 꺼내어 도르무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구슬과 게이트를 연동시키기 위해선 일정 거리에 들 필요가 있었을 거야.”


그녀는 탁자 위의 지도에 구슬을 굴렸다.


“하지만, 우리는 이곳의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했지. 그랬기에 침투조는 최대한 널리 퍼져나간 거야.”


한 명이라도 상관없었다.

구슬을 가진 채 실험실 가까이 이동하기만 했다면 게이트를 활성화할 수 있었으니까.


“맞지?”

“정확합니다.”


테르치아가 굴린 구슬이 정확히 한곳에서 멈췄다. 그곳의 위치는 현재 그들이 있는 장소의 위쪽. 테르치아는 구슬을 빤히 바라보다 눈을 돌렸다.


그녀의 눈에는 짙은 의문이 담겨있었다.


“그런데 이것만큼은 도저히 모르겠어.”

“무엇이 말입니까?”


의미심장하게 웃은 닐의 되물음에 테르치아는 인상을 찡그리고 구슬 위에 검지를 얹었다. 그들이 있는 장소는.


“게이트가 여기까지 닿은 이유를.”


마왕성 지하였다.


마왕령 외곽의 실험실과 연결되었을 때. 테르치아는 뛸 듯이 기뻤다.

마왕령 깊숙한 장소의 실험실과 연결되었을 때. 테르치아는 위화감을 느꼈다.


그리고, 마왕성의 지하와 연결되었을 때. 테르치아는 한줄기 서늘한 감각을 느꼈다.


“그건 아티팩트간의 조화를 이용......”

“헛소리 집어치워.”


푸른 구슬에 얹어있는 테르치아의 검지에 투명한 마력이 깃들자.


차캉!


구슬은 산산히 부서져 사방으로 비산했다.


비산하는 구슬의 파편들을 사이에 두고 테르치아와 닐의 시선이 부딪쳤다.


“너 정체가 뭐야?”


닐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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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거신병 +1 21.02.27 214 3 13쪽
» 마왕성 +1 21.02.26 211 3 12쪽
115 용사와 계곡 21.02.25 227 3 13쪽
114 패왕과 황소 +1 21.02.24 203 3 12쪽
113 용사와 현자의 돌 21.02.23 229 3 11쪽
112 재회 +2 21.02.21 246 3 12쪽
111 미로 +1 21.02.20 187 3 13쪽
110 황궁 21.02.19 185 3 12쪽
109 제국군 - 3 +1 21.02.18 219 4 12쪽
108 제국군 - 2 21.02.17 191 3 12쪽
107 제국군 21.02.16 213 3 12쪽
106 해방 - 5 +1 21.02.14 236 4 13쪽
105 해방 - 4 21.02.13 213 3 12쪽
104 해방 - 3 +1 21.02.12 248 4 14쪽
103 해방 - 2 21.02.11 212 3 13쪽
102 해방 21.02.10 216 3 12쪽
101 고대인 - 4 +1 21.02.09 222 3 12쪽
100 고대인 - 3 +2 21.02.07 229 4 14쪽
99 고대인 - 2 +1 21.02.06 237 3 13쪽
98 고대인 21.02.05 262 3 13쪽
97 하늘섬 21.02.04 256 4 13쪽
96 반지 +1 21.02.03 237 3 13쪽
95 요리사 +1 21.02.02 25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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