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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톤 님의 서재입니다.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팩스톤
작품등록일 :
2020.10.24 21:23
최근연재일 :
2021.03.05 18:05
연재수 :
1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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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99,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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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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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해방 - 5

DUMMY

마커스가 단말기를 만지작거리자, 로봇의 목 뒷부분이 열렸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뒷목이 개방되며 뚫린 통로로 화려하게 장식된 케이스가 나왔다. 정중앙에 홈이 파인 커다란 케이스가.


“거기에 통제칩을 집어넣어라.”


말 안 해도 알고 있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작은 달걀을 꺼냈다.


생김새는 알같이 생겼지만, 이게 CPU칩이었지. 마침 크기도 딱 알맞다.


나는 케이스의 홈에 달걀을 끼워 넣었다.


위이이잉!!


변화는 즉각적이었다.


미노타우르스 2세의 육중한 몸에서 기분 좋은 울림이 울려 퍼졌다.


카각!! 카가각!!


울림을 시작으로 로봇의 발끝에서부터 바위가 갈려 나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카가가가각!!


그 소음는 팔다리를 타고 한순간에 로봇의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이, 이게 무슨!?”

“응?”


뭐야.


뭔가 잘못된 건가?


경악성을 내지르며 이쪽을 보는 마커스. 그를 보고 있자니 괜히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네 말대로 잘 따라 했는데 왜 네가 놀라는 건데.


“난 니가 시키는 대로 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이건 대체.”


...내가 실수한 게 아니었나?


마커스는 충격받았다기보다는 놀라움에 잠겨 이쪽을 보고 있었다. 로봇의 이런 반응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마력이, 마력을 부수고 있어. 그것도 모자라 스스로 증폭되기까지... 시, 심지어 이 반응은, 시공간!?”


차카아아앙!!


미노타우르스의 전신을 감싼 에너지가 용틀임하는 것을 끝으로, 병기고는 종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서늘하다 못해 숨이 막힐 듯한 고요함을.


“넌 대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 거냐.”


...반대로 이쪽은 열기로 가득 찼다.


나는 조용히 시선을 피했다. 마커스의 눈에 담긴 열기는 너무나도 뜨거워서. 당장이라도 내 얼굴을 뚫어버릴 것만 같았다.


“야, 야. 그만하고. 너 여기서 찾고 있던 거 있었잖아. 미노타우르스 3세.”

“...그랬지. 나는 그거 때문에 여기 온 거였지. 하마터면 잊을뻔했군.”


다행히 정신을 차렸네.


하마터면 골치 아파질뻔했다.

...아니, 이미 아플 대로 아팠나?


왠지 모르게 손해를 본 기분에 고개를 힘차게 가로저었다.


내가 손해를 봤을 리가 없다.


도시도 점령했고!

멋진 로봇도 손에 넣었다!


좋았으면 좋았지 손해 본 일은 없다!


편집증 넘치는 정신병잘 달래느라 힘들기도 했었고, 머릿속의 병신들이 꽥꽥대며 떠들어서 두통이 일기도 했었지만, 손해를 봤다고 단언할 정도로 심각한 일은 없었다!


‘그래. 내게는 로봇이 있어.’


크고 강한 미노타우르스 2세가 있다.

머지않아 3세 또한 내 것이 되겠지.


“제3제국군 최고의 걸작. 미노타우르스 3세. 그건 병기고의 모든 전투인형을 통틀어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단언하는 마커스.


진지하기 그지없는 마커스의 얼굴에 기대감이 하늘로 치솟았다.


얼마나 대단한 물건이기에 저 자존심 넘치는 새끼가 극찬을 할 정도일까?


“장대한 몸집. 엄청난 용량의 동력로. 태양을 통하여 스스로 마력을 보충하는 놀라운 기능까지 가지고 있다.”


여기까지는 별로 놀랍지 않다.


최상위 제품이니 마력통이 많은 건 당연하고, 태양광 발전(?)은 소모품으로 던져댈 내겐 쓸모없는 기능이니까.


“허나, 그까짓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낮아진 목소리톤.


강하다 못해 광기에 찬 눈빛.


누구라도 알 수 있으리라.


이다음에 나올 기능은 정말 어마어마하고 강력한 기능이리란 사실을.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부디.


광역공격에 특화된 기능이었으면 좋겠다.


쓸데없이 많기만 한 마왕군.


그 좆밥들을 통째로 날려버릴 크고 강력한 레이저가 탑재되었으면 좋겠다.


“미노타우르스 3세는 인간이 탑승해서 조종할 수 있는 전투인형이다!”

“......”

“생각해보아라! 거대병기에 몸을 실은 스스로의 모습을!”


마커스가 침까지 튀겨가며 연설한다.


“거인의 시선에 인간 따윈 한낱 벌레처럼 보일 것이다!”


-흠! 거대로봇에 탄 나의 모습이라... 하! 내겐 쓸모없겠군. 개미에게 검술을 쓸 수는 없을 테니까.

-하아. 침묵 마법이 또. 새로운 마법을 개발해야겠어......

-삐쩍 마른 카르투스에게나 필요하겠지.

-닥쳐라. 케르투스. 큼큼. 한성. 미노타우르스 3세를 노획하거든 내가 좀 연구......

-하! 본심이 나왔구나. 카르투스. 연구를 빌미로 로봇을 타보려는 네 모습이 역겹......

“닥쳐.”


광역공격? 없었다.


강력한 기능? 의미가 없었다.


나는 선 채로 굳은 마커스에게 한 걸음씩 다가갔다.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이 말해주고 있다.


내가 실수했나?


딱 그 표정이었으니.


고개를 저으며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넌 잘못 없어.”


마커스는 거대로봇을 좋아했을 뿐이다.


거대한 로봇을 조종해 적을 박살 낸다.


누군가의 로망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자신의 꿈을 위해 나를 이용한 것은 괘씸하지만, 그게 어때서? 나도 마커스를 이용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마커스는 잘못 없다.


“으윽!! 어, 어깨! 어깨 빠지겠......”

“용서 못 한다......”

“왜, 왜...!!”


용서할 수 없다.


1세와 2세는 인공지능이 조종하는 무인병기로 만들어놓고, 3세는!


역대 최강이었다는 3세는!


하필이면 탑승형으로 만들다니!


용서할 수 없다.


나는 마커스의 어깨를 풀고 몸을 돌렸다.


“제국군은 어디 있지.”


이 순간 내 마음은 제국군을 조질 생각으로 가득 찼다.


“아으, 팔에, 감각이 없어. 나는 여기까지인가... 어윽!”

“제국군!”


분개한 내 목소리가 병기고를 쩌렁쩌렁 울렸다. 의식을 잃을 뻔한 마커스는 엄청난 성량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저, 저쪽! 바닥의 패널 밑......”

콰앙!


마커스는 혼이 나간 눈으로 볼을 스치고 지나간 것을 바라보았다.


대리석 재질의 바닥 패널이 박혀있었다.


파직!


단단하기 그지없는 전투인형의 가슴팍에 절반 이상 박혀있었다.


“...세상에.”


대리석이 저렇게 튼튼했었나?

인지부조화에 빠진 마커스는 부서진 로봇에 다가가 대리석을 쓰다듬었다.


“시원하군.”


이 대리석은 분명 비쌀 것이다.

아니라면 이렇게 촉감이 좋을 리가 없지.

마커스는 옅은 웃음을 머금었다.


*


분노에 사로잡혔던 나는 마커스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패널을 뽑아 내던졌었다.


패널 밑에는 수많은 선들이 서로 꼬인 채 혼란스러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꼬여 있는 내 머릿속처럼 느껴진 나는 마커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야! 이게 제국군이랑 무슨......”


입이 절로 벌어졌다.


그만큼 마커스의 행동은 충격적이었다.


“뭐 하는 거야......”


마치 사랑에 빠진듯한 얼굴로 대리석을 쓰다듬는 마커스. 대리석의 먼지가 그의 손에 쓸려나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다.


내가 헛것을 보나?


혼란스러운 광경에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솟아오르던 분노도 빠르게 가라앉았다.


지금 이 상황에 내가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한 대 때리면 정신 차리려나?


“아.”


대리석을 껴안고 있던 마커스가 돌연 굳었다. 서서히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 자신이 무얼 하고 있었는지 깨달은 것 같다.


“큼! 크흠!”


허둥거리는 동작으로 대리석에서 떨어지는 마커스. 너무 급했던 탓일까? 그는 작은 실수를 하고 말았다.


기우뚱!


마커스에게 그림자가 졌다.

그는 멀뚱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동자는 쓰러지는 로봇의 모습으로 가득 차 있었다.


끼기기긱!!


마커스는 뒤늦게 몸을 웅크렸다.


늦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이제 와서 아무리 발악해봐야 쓰러지는 로봇을 피하진 못하겠지. 이렇게 죽는 건가?


그래도, 웅크렸으니 고통은 덜하지......


콰아앙!!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파동이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파동의 진원지는 전면.

그쪽으로 고개를 올린 것은 필연이었다.


산산조각 난 로봇.

그 앞에 선 지상인.


“아.”


자신의 입에서 난 높은음에 소름이 돋았다. 떨리는 손을 들어 눈앞에 가져다 놓았다. 굳은살 하나 없는 가늘고 뽀얀 피부.


“아, 안 돼......”


마법이 풀려버렸다.


있어선 안 되는 일에 당황한 마커스는 몸을 웅크렸다. 본모습을 조금이라도 숨기기 위해서는 그 수밖에 없었다.


허나, 마커스의 노력은 빛을 보지 못했다.


“너. 여자였냐?”


그, 아니. 그녀의 떨림이 멎었다.


“됐고. 제국군 어딨냐고. 이... 응?”


여자로 변한 마커스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이유?


굉장히 익숙한 얼굴이었거든.


“흡! 으!”

“윽.”


머릿속이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다.

광분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두뇌를 갈아버릴 기세로 휘몰아치고 있었으니까.


“닥쳐라.”

그그그그......


마력이 듬뿍 서린 목소리가 병기고를 떨쳐 울렸다. 연구소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진동한다.


동시에 던전의 멍청이들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나는 편안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너. 왕족이었냐?”


마커스의 얼굴은 레미르와 판박이었다.


프레온 왕국의 마지막 공주 레미르와.


-케르투스! 그린에게 연락해라! 프레온 왕가의 혈통을 한 사람 더 찾았다고.

-알았다. 통신구는 어딨지?


*


“이 모습을 들켰으면 나는 죽었을 것이다. 제국군에게 잡혀 처형당했었겠지.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바닥 패널 밑에 깔린 선들을 분류하며 마커스... 아니, 미르셀이 과거를 늘어놓았다.


“그게, 흡! 지상인과 놀아난 제국인의 최후지. 후우. 아버지가 지상의 대단한 사람이라고 들었다만. 왕족이었을 줄은 몰랐다.”


선의 분류가 끝난 것일까?


몸을 일으킨 미르셀이 땀을 닦더니.


이맛살을 찌푸리며 읊조렸다.


“너. 원래 이렇게 말이 많아?”

“걔 원래 말 많아.”


그녀의 기분은 충분히 알고 있다.

미르셀의 대화상대는 카르투스.

우리 파티 최고의 설명충이다.


또한, 편향적이기 까지 한 놈이다.


통신을 이쪽에서 걸고 끊게 해달라는 내 요청은 한참을 무시했으면서. 미르셀과의 통화를 위한 기능 추가는 10분도 안 걸렸다.


‘편파적인 새끼.’


나는 속으로 카르투스를 씹으며 선로를 내려다보았다.


“본다고 알겠어?”


...뭔가, 봤던 선로도 있고, 못 봤던 선로도 있다. 대부분은 못봤던 거지만. 이거.


“이걸로 로봇 충전하던데.”

“그래. 그건 마력 공급관이다.”

“니 말투 진짜 적응 안 된다.”

“내 성격이다. 신경 꺼라.”


마커스였을 때는 안 그랬는데.

이렇게 보니까 진짜 적응 안 된다.


어설프게 강해 보이는 말투를 따라 하는 여자의 모습으로밖에 안 보여.


“응?”


선들 사이에서 익숙한 선을 발견했다.


금색과 검은색이 교차 되는 벌 문양이 돋보이는 특이한 선로. 이건 그거다.


“이게 여기로 연결됐었네.”


제 3제국군을 향해 움직일 때 가로막는 바위를 산산조각내고 발견한 선이다.


‘메림이.’


선 따위에 아무런 관심 없던 나는 그대로 달렸지만, 메림은 그렇지 않았었다.


‘벌같이 생긴 줄?’


벌에 원수라도 졌던 것일까?

줄은 그저 벌과 닮았을 뿐이었다.

근데 메림에게는 다르게 다가왔던 건지 빨개진 얼굴로 줄을 꼭 붙잡더라고.


“고쳤을려나?”


메림은 선을 부여잡은 채 전속력으로 나를 따라왔다. 선 길이가 무한했다면 아무 이상도 없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선은 유한했고.


메림의 힘을 이기지 못한 선로는......


콰직!


이렇게 중간에 뚝 끊어졌지.


나는 둘로 나누어진 선로를 패널 밑으로 던져 넣었다.


“그래봤자 소용없다. 너무 늦었으니.”

털썩.


내 옆에 앉은 미르셀이 잘려나간 선을 들어 올렸다.


“눈치가 좋네. 이거야. 빌어먹을 제국군은 이 선로를 통해 탈출했어.”

“......”


뭐?


이걸 타고?


“검은색은 제3제국군. 노란색은 총독부. 이건 총독부와 제국군의 전용회선이다.”

“어......”


나는 꼬이고 꼬인 상황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경악했던 것은 카르투스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미르셀의 표정이 멍청해지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무, 뭐?”


그녀의 눈이 서서히 나를 향해 돌아왔다.


“...오기 전에 선이 잘렸다고?”


떨리는 미르셀의 눈에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미르셀의 눈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렸다.


“이럼 어떻게 되는 거지?”

“낸들 알겠냐?”


나한테 물어보면 어떡하냐?

제국군인 네가 더 잘 알겠지.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사건이 시작된 장소에 뭔가 있으리라고.


메림에 의해 선로가 잘려나간 그 장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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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용사와 현자의 돌 21.02.23 229 3 11쪽
112 재회 +2 21.02.21 246 3 12쪽
111 미로 +1 21.02.20 187 3 13쪽
110 황궁 21.02.19 185 3 12쪽
109 제국군 - 3 +1 21.02.18 219 4 12쪽
108 제국군 - 2 21.02.17 191 3 12쪽
107 제국군 21.02.16 213 3 12쪽
» 해방 - 5 +1 21.02.14 237 4 13쪽
105 해방 - 4 21.02.13 213 3 12쪽
104 해방 - 3 +1 21.02.12 248 4 14쪽
103 해방 - 2 21.02.11 212 3 13쪽
102 해방 21.02.10 216 3 12쪽
101 고대인 - 4 +1 21.02.09 222 3 12쪽
100 고대인 - 3 +2 21.02.07 229 4 14쪽
99 고대인 - 2 +1 21.02.06 238 3 13쪽
98 고대인 21.02.05 262 3 13쪽
97 하늘섬 21.02.04 256 4 13쪽
96 반지 +1 21.02.03 237 3 13쪽
95 요리사 +1 21.02.02 25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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