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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톤 님의 서재입니다.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팩스톤
작품등록일 :
2020.10.24 21:23
최근연재일 :
2021.03.05 18:05
연재수 :
1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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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023
추천수 :
980
글자수 :
699,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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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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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하늘섬

DUMMY

그렇게 시끌시끌한 분위기 속에서 하늘섬을 향해 나아갔다. 또, 저길 향해 이동하는 것은 여기 있는 나뿐만이 아니다.


“저기! 저기 봐!”


메림이 손으로 가리키는 방향에는 하늘섬을 향해 뛰어오르는 인영이 있었다.


나와 똑같이 생긴 남자.

다름 아닌 내 분신이었다.


내 어깨에 앉아있는 요정을 보고, 반사적으로 한숨을 내쉬는 분신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진장 얄밉게 느껴지더라.


하지만, 나는 약과다.


요정에게 가장 심하게 시달리고 있는 분신은 따로 있다. 마침 눈에 보이네.


“어라아? 저기에 쟤 혹시 림?”


분신 하나에 들러붙은 일곱이나 되는 요정들이 이쪽을 바라보며 손을 흔든다.


그들과 함께 있는 분신은 표정이 죽어 있었다.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이었지.


품에 자꾸 파고드는 요정을 잡아 멀리 던져버리기도 했지만, 엄청난 마력을 지닌 요정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재밌겠다......”


오히려 ‘한 번 더!’를 외치며 보채는 꼴을 보니 메림이 양반이라는 것이 느껴......


나는 눈앞으로 날아온 메림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메림의 눈동자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빛을 뿜어내고 있었거든.


눈을 마주치려는 요정과 피하려는 나.

둘의 정면충돌은 메림이 삐지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나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지금도 귀찮은데.’


해달라는 거 다 들어주면 얘가 무슨 짓을 할질 모르잖아. 그렇게 합리화를 하며 고개를 끄덕이려던 찰나, 메림이 미쳤다.


“심심해! 심심해!!”


내가 시선을 피하지 않았던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메림은 엄청난 기세라 마력을 뿜어냈다.


“야! 그만둬!”


그녀가 아무리 마력을 뿜어내봤자 내 몸에 상처를 입히진 못하지. 그런데, 내 결계는 아니야. 튼튼하긴 하지만, 연약하거든.


드드드드......


아니나 다를까 나를 실은 결계가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소멸해버릴 것처럼.


“카르투스.”

-알겠네. 다른 분신을 통해 조사하겠네.


하늘섬 표면을 둘러보는 것은 여기까지. 이젠 섬에 진입해야 할 것 같다.


쿠와아앙!!


메림의 마력이 폭발하고, 나를 실은 결계도 사라졌다. 하지만, 내 몸을 허공으로 솟구치고 있었다.


“아! 가치가!!”


그제서야 화들짝 놀란 메림이 날아오고 있지만, 나를 따라잡는 건 힘들걸?


나의 시선을 끄는 무언가가 없었다면 말이지. 촤아아- 갑작스레 머리 위로 쏟아진 빛에 고개를 들었다.


하늘 위의 대지에 새겨진 커다란 상흔.

메림의 폭주가 만들어낸 거대한 상처 속에서 청록빛의 서광이 뿜어지고 있었다.


-저, 저건?

“혹시 저게 부유석이냐?”

-그렇다네......


쩌저저적!!

쿠구구구구......


부서진 대지가 지상으로 떨어지며, 내부를 채우고 있던 청록빛의 광석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광석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빛은 하늘섬의 비밀을 알려주었다.


사아아아......


부유석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허공의 어느 한 지점에 닿자 그곳으로부터 원형의 돔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흠.”


작은 돌을 하나 그 안으로 던져보았다.


스슥! 파악!


돌멩이는 허공을 가로지르더니 돔을 그대로 통과해 부유석의 표면에 닿았다.

그것만으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다르네.”


돔 내부와 돔 바깥의 환경이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세상에, 이 정도로 거대한 부유석이 있을 줄이야... 한성, 주의하게. 이 섬은 보통 하늘섬이 아니라네.

-세상에 보통 하늘 섬이 어디 있나? 라 말하고 싶지만, 동감이다. 이곳은 어쩌면 고대 제국의 비밀과 맞닿아 있을지 모르겠군.


“잡았다아!”


날파리 한 마리가 내 등에 들러붙었다.


“어라? 저게 뭐지? 반짝거려!”


나는 메림을 슬며시 흘겨보았다.


나는 무슨 일만 하면 이상하게 꼬이기만 하는데 이 요정은 사고 칠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는 걸까?


오늘만 사고 친 것이 3번인데 세 번 다 잭팟이 터졌다.


마왕의 반지를 발견했다.

하늘섬을 찾게 되었다.

이번에는 부유석이 있는 위치까지 알게 되었지. 이쯤 되면 회의감이 들 정도다.


‘나도 계획을 짜는대신......’


사고 칠 궁리를 해야 하는 걸까?


팍! 팍!


부유석이 신기했던 것일까?

어느새 빛나는 광석을 신나게 때리고 있는 메림. 그녀의 뒷모습을 보자 한 가지 생각이 번개같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지금이다.’


지금이 아니면 메림을 따돌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리라. 나는 있는 힘껏 공간을 뛰어넘어 하늘섬 위로 올라왔다.


주머니 속에 부유섬 파편을 소지한 채로.


-흠. 좀 커다란 놈으로 가져다주면 안 되겠는가?

“네가 직접 캐가라.”

-...그건 좀.


나와 함께 요정의 만행을 톡톡히 보았던 카르투스로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선택은 어려울 것이다.


-아, 여기는 신호가 양호하군. 이제 전처럼 마음속으로 통화하는 게 가능할 것일세.

“이제 와서?”


메림은 이미 따돌렸다.

카르투스와의 통신에 거리낄 것이 없어진 것이다. 그리고, 통신상태가 양호해진다고 해서 무엇하는가.


어차피 카르투스가 하는 일이라곤 연구의 재료를 가져다 달라는 요청뿐일진대.


-흐흐흐... 그 얼굴은 뭐가 달라지냐는 표정이로군. 많은 것이 달라진다네! 드디어 그것이 완성되었으니까.

“그것?”


나는 기가 막힌 표정으로 카르투스의 말에 대꾸했다. 아니, 그것이라고 말하면 어련히 알아들으리라고 생각하는 건가?


카르투스가 만드는 것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공인 키메라에서부터 영약제조에 로레이드 개조까지.


그뿐이랴?


얼마 전에는 고장 난 커피포트를 고쳐보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었지.


-그렇다네. ‘그것’ 달 초에 원격 연금술 장치가 완성되었지. 이걸 통하면 내가 밖에서 자네를 지원할 수 있게 된다네.

“그런건 언제부터 만들고 있었냐?”

-...분명히 저번에 말했잖는가!! 자네를 지원하기 위한 물건을 만들고 있었다고!


그런 말을 했던가?

공교롭게도 카르투스의 이야기에는 쓸데없는 사족이 너무 길어서 들으면서도 집중하기가 보통 힘든 것이 아니거든.


-멍청이. 의형제인 나도 들어주기 힘든 설명을 저 성격 더러운 용사가 들어줄 것... 아니, 난 아무 말도 안 했다.

“지랄. 넌 나중에 보자.”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는데 케르투스란 새끼는 입을 다물 줄을 모른다.


저번에 그렇게 두들겨 맞고도 아직도 정신 못 차렸지?


-크억! 케, 케르투스!! 무슨 짓... 억!

-카르투스! 이 나쁜 자식! 이러고도 네가 의형제인가! 감히 나를 모함해......

“지랄 말라고.”

-오, 오해다! 한성! 이건 카르투스의 음해... 갸아악!! 이, 이 자식! 카르투스!! 순순히 오라를......

-닥쳐라아!! 은혜도 모르는, 짐승만도 못한 노옴!

“아 씨! 좀 닥치라고!!”


하늘섬 위로 분노 서린 외침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외침은 괴물을 불러들이고 말았지.


-끄아악!

-으아아!! 뽀, 뽀삐야! 이러지 말거라!

-컁컁!

-뽀삐! 카르투스 괴롭히지-


지우웅.


그렇게 던전과 연결된 통신이 두절되었다.


내가 가진 의문을 풀어주지 못한 채.


“아니, 그래서,”


기가 막힌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밤하늘의 별들이 반짝이며 내 마음을 위로해주긴 개뿔.


“그래서 ‘그것’이 뭔데!”


카르투스가 말한 ‘그것’에 대한 호기심이 내 머릿속을 엄청난 속도로 내달리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나의 의문에 대답해줄 카르투스는 연락되지 않는다.


‘내가 직접 간다.’


결국, 머리끝까지 짜증이 치솟은 나는 바닥에 던전을 꺼내놓았다.


“일단.”


케르투스부터 조진다.


존나큰 네발짐승에게 처맞고 있던 케르투스는 이때 엄청난 오한을 느꼈다는 것 같다.


*


“케르투스. 대체 왜 이러는 것이냐......”


넌 원래 이렇지 않았잖아.


카르투스는 추억에 잠긴 얼굴로 케르투스를 내려다보았다.

케르투스는 뽀삐를 떼어내려 발악하고 있지만, 카르투스에게는 도와줄 생각 따윈 없는 것 같았다.


“사, 살려... 우억!!”

“쿠워워웡!!”


케르투스.


과거 왕족의 검술선생을 맡을 정도로 뛰어났던 검술을 가진 이.


프레온의 모든 이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검사는 단연 케르투스일 것이라고.


“그 시절의 너는 정말 굉장했었지.”

“지, 지랄, 말고! 구해, 달라고옥!!”


쿠웅!

“캥!”


저 모습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아무리 개조되었다지만 인간의 몸으로 강력한 마수 뽀삐를 업어치다니.


“내가 이겼다! 뽀삐!!”

“아, 안 돼애! 뽀삐이!!”


또한 무서운 마수를 상대로 마운트 포지션을 가져간 채 주먹을 내리치는 저 장면을 본다면 누구라도 알 수 있으리라.


“흐하! 어떠냐! 흐하!!”

쿵! 쿠쿠쿠쿵!

“그르르릉......”


케르투스의 엄청난 용기에 대해서.


프레온의 검술 단장은 그런 남자였다.


‘언제나 믿음직스럽고.’


“왕!”

“쿠억!”


뽀삐의 냥냥펀치에 맞은 케르투스가 공중제비를 돌더니 머리부터 바닥에 내리꽂혔다.


‘진중했으며.’


“이, 이 노옴! 뽀삐이! 내 너의 가죽을... 예쁘게 장식해주마. 그러니 앞발 좀 내려주지 않으- 꾸엑!”

“잘한다! 뽀삐! 머리에 한 방 더!”


‘...내가 봐도 멋진 남자였는데.’


“바보 자식! 뽀삐이! 누굴 때리는 거냐!”


‘멋진, 남자였는데......’


“내가 아니라 카르투스의 잘모... 그그그!!”

“듣자 듣자 하니까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케르투스!”


과거 검술 단장이었던 남자의 개소리를 듣다 못한 카르투스는 개소리를 늘어놓는 그의 입에 번개를 꽂아 넣었다.


“왜 이러는 것이냐! 케르투스!”


과거에는 이러지 않았었다.


“부활한 직후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잖나!”


한성의 도움으로 완벽하게 부활한 직후의 케르투스는 과거 이름 높은 프레온의 검술 단장 그 자체였었다.


믿음직스럽고, 진중하고, 누구에게나 예의 바르던 멋진 남자의 표본이었지.


“그래... 그랬었지.”


적어도 지금의 미친 새끼는 아니었다.


“그 당시의 나는 흔하디 흔한 찐따였다.”


케르투스가 몸을 일으킨다.

전격에 몸이 지저지면서도.


“부모, 형제, 친우라는 족속들을 비롯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가면을 쓰고 살았었지.”


그의 얼굴은 실로 진지했다.


과거 매일같이 보았던 표정.

하지만, 카르투스는 알 수 있었다.

그때와는 느낌이 달랐으니까.


“가면이 바라는 대로 희생했다. 원치는 않았다만. 그리고, 너와 한성의 도움으로 부활했다. 생각해보면 그날 내 진정한 삶이 시작된 것 같군.”


그랬었던가?


몰랐다.


의형제를 맺을 정도로 그와 친하게 지냈었던 카르투스였지만, 정작 케르투스의 마음은 이해하지 못했었다.


가라앉은 마음 때문일까?


카르투스의 전격이 약해졌고, 케르투스는 서서히 걸었다. 그를 보며 하품하고 있는 뽀삐를 향해서.


“한성, 그린, 레비 온갖 군상들을 만나가며 깨닫고 말았지.”


케르투스의 손아귀에 웅혼한 마력이 실렸다. 강렬한 마력이 실밥이 되어 한 자루의 검을 엮어낸다.


“남의 시선, 타인의 상식에 얽매이는 가면 따위는 인생에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는 걸.”

“...응?”


아니, 잠깐만.


카르투스의 머리에 식은땀이 맺혔다.


“그건 또 무슨 미친 소린가?”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

사회적인 동물이란 말이다.


그러한 인간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남들과 어울릴 생각이 없지 않은 한은.


“이제 나는-!”


카르투스의 혼란은 깔끔하게 무시한 채로 프레온의 검술 단장은 큰 소리로 선언했다.


“상식에 얽매이지 않겠다!!”


그와 함께 케르투스의 신형이 뽀삐를 향해 폭사 되었다. 놀란 레미르의 비명이 카르투스의 새로운 방에 울려 퍼졌다.


“안 돼! 뽀삐이!”


그녀의 비명소리에도 불구하고 케르투스는 혼신의 힘을 다해-!


“두고보자!”


방문을 향해 돌진했다.


“무, 문! 이 자식! 그러다 문 부서져!”


카르투스의 경악한 목소리를 뒤로한 채로.


“하하! 카르투스! 멍청한 것! 뽀삐와 재밌게 놀아보거라- 헛!”


퍽!


뒤를 보며 비웃던 케르투스가 누군가와 부딪혔다.


“음? 이 단단함은... 로레이드? 하하! 도망칠 필요가 없어졌군! 로레이드! 나를 도와...”


케르투스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시선을 올렸다. 그리고, 마주쳤다.


차갑디 차가워 세상이 얼어붙는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시선과.


“어, 어......”


그 무시무시한 시선의 주인이 입꼬리를 서서히 비틀어 올렸다.


“...분명히 말했을 텐데.”


분명 낮고 조용한 목소리일진데. 어째서 천둥이 치는 것처럼 크게 들리는 것일까?


“지랄하지 말라고.”


귓가에 꽂힌 목소리를 끝으로 케르투스의 사고가 끊어졌다.


그가 마지막으로 느낀 것은 미간을 강타한 단단한 주먹의 감촉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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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패왕과 황소 +1 21.02.24 204 3 12쪽
113 용사와 현자의 돌 21.02.23 229 3 11쪽
112 재회 +2 21.02.21 246 3 12쪽
111 미로 +1 21.02.20 188 3 13쪽
110 황궁 21.02.19 185 3 12쪽
109 제국군 - 3 +1 21.02.18 219 4 12쪽
108 제국군 - 2 21.02.17 192 3 12쪽
107 제국군 21.02.16 213 3 12쪽
106 해방 - 5 +1 21.02.14 237 4 13쪽
105 해방 - 4 21.02.13 213 3 12쪽
104 해방 - 3 +1 21.02.12 248 4 14쪽
103 해방 - 2 21.02.11 212 3 13쪽
102 해방 21.02.10 216 3 12쪽
101 고대인 - 4 +1 21.02.09 222 3 12쪽
100 고대인 - 3 +2 21.02.07 230 4 14쪽
99 고대인 - 2 +1 21.02.06 238 3 13쪽
98 고대인 21.02.05 262 3 13쪽
» 하늘섬 21.02.04 257 4 13쪽
96 반지 +1 21.02.03 237 3 13쪽
95 요리사 +1 21.02.02 26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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