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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톤 님의 서재입니다.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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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팩스톤
작품등록일 :
2020.10.24 21:23
최근연재일 :
2021.03.05 18:05
연재수 :
1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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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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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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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반지

DUMMY

마왕의 반지.


아무 문양 없는 푸른 반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싸구려 반지로 보이겠지만, 세상 그 어떤 반지와도 다르다.


지이잉!!


내 손에 들리자마자 살아있는 것처럼 진동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반지는 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발악하고 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지 메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메림은 그저 신기해하는 눈빛으로 반지를 바라볼 뿐이었다.


“아작아작, 이건 너무 짜.”


...반지 보는 거 아니었냐?


찌르르르......


주인은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을 반지는 애처로운 몸짓(?)으로 울부짖었다.


딱하기 그지없는 반지의 진동은 나한테까지 전달되었고 나는 동정어린 눈으로 반지를 내려다보았다.


“가만히 안 있어?”


즈으으......


상냥하면서도 친절한 내 목소리에 반지가 드디어 닥... 안정을 되찾았다.


덕분에 반지를 더욱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렇기에 결론지을 수 있었다.


“이미 찾았었네.”


나는 지상을 내려다보며 독백했다.


마왕의 반지.


그것은 요정의 남아도는 마력을 어둠의 대지에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중이었다.


“메림.”

“끄응차...! 응?”


새 과자 봉지를 뜯어낸 메림이 얼빠진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본다.


저 큰 봉지를 벌써 다 먹었다고?


갈수록 강해지는 요정의 식성에 경악한 마음을 애써 지우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요정에게 입을 열었다.


“이거. 너한테만 있어?”

“아니! 요정 대부분 다 가지고 다닐 거야. 하우웁- 가지고, 다니면, 편해지거든! 꿀꺽.”


생각대로다.


잉크 괴인이 탄생한 이 땅은 마왕의 힘을 통해 유지되는 장소다.


마왕이 남긴 힘의 근원이 존재하리란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겠지.


하지만, 숲을 탐험하며 그러한 물건은 단 한 번도 발견하지 못했다.


‘방대하기 그지없는 이곳을 유지하려면.’


엄청난 량의 마력이 필요할 텐데.


“우와! 깜짝이야!”

파지직!


달콤한 향기를 맡고 날아든 거대한 말벌 여러 마리가 메림의 날갯짓에 일제히 불타 힘을 잃고 떨어져내린다.


그것에는 마력의 운용 따윈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지극히 순수한 마력의 활용.


놀란 메림의 날갯짓에 마력이 반응했고, 그녀가 적으로 규정한 벌들을 싸그리 불살라버린 것이다.


가벼운 행동만으로도 다량의 마력을 움직이는 것이 가능한 존재. 요정.


그렇다.


마왕의 땅에 힘을 공급한 것은 바로 요정이었다. 정확히는 요정이 가진 힘의 일부가 반지를 통해 이곳으로 흘러들어왔겠지.


결론을 내린 나는 고개를 몇 번 끄덕인 후 떨어져 내리는 말벌들을 내려다보았다.


“얘넨 어디서 왔대.”


내가 있는 장소는 허공이다.

허공의 결계 위에 있다고.

주변에 나무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위에 있는 장소다. 저 기분 나쁘게 생긴 괴물 말벌이 나타날 장소가 아닌 것이다.


근데 나왔잖아?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나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이쪽엔 없고, 지상에도 없어.

그렇다면 위에?

아니, 그럴 리가 없지.


그렇게 허공으로 시선을 올렸고.


“씨발?”


있었다.


구름 위였다.


그 위에 있었다.


솜사탕처럼 몽실몽실한 수증기 덩어리 한가운데. 굳건한 대지가 박혀있었다.


하늘 위의 섬을 발견하게 되자.

내 감각이 천공으로 뻗쳐나갔다.


이렇게 되면 지상을 탐색하던 감각이 약해질 테지만, 무엇이 문제랴.


저기서 한 달을 넘게 살며 찾은 것이라곤 다음에 나타날 경비대의 스포뿐이었으니.


-우우우웅!!


하늘섬에 닿은 감각이 처음으로 알려온 건 웅장한 소음이었다.


셀 수 없이 많은 날벌레들이 날개짓을 할 때 나는 소음. 그리고, 소음의 주범들이 대지에서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

“왜 그래?”


그들이 날며 내뿜고 있는 페로몬에서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메림이 방금 태워버린 벌들이 풍기던 페로몬이었거든.


-우오와아아앙!!


벌들의 힘찬 날갯짓 소리는 나의 귀엔 조금 다르게 들렸다.


-돌겨억!!


그를 끝으로 하늘 높은 곳에서부터 검은 구름이 이쪽으로 몰려들었다.


나는 벌들의 구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잉크 괴인이 나타나는 땅답게 살고 있는 벌레 새끼들도 호전적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동족 중 몇 마리가 죽었다고 사생결단 낼 기세로 덤벼드는 걸 보면 그를 알 수 있다.


“벌. 싫어.”


그리고, 메림은 벌이 싫은 모양이다.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메림의 얼굴을 굳어있었다. 이 요정이 저렇게 짜증 내는 건 오늘 처음 본다.


이럴 때가 아니지.


나는 메림에게 반지를 던졌다. 날아간 반지는 메림의 손가락에 정확히 달라붙었다.


이제 볼 수 있겠다.

전 감각을 메림과 반지에 집중한다.


“버질리아.”


메림의 작은 손으로부터 꽃이 피어났다.


동그랗고 몽실몽실한 형태에 작은 바늘이 촘촘하게 피어난 꽃.


버질리아.


다른 점이 있다면 이 그녀의 버질리아는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말벌 싫어!”


말벌에게 좋지 않은 추억이 있는 것일까? 입술을 짓씹은 메림이 벌들을 향해 버질리아를 들이밀었다.


지이잉......


메림의 힘을 받은 꽃은 엄청난 기세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야, 야! 잠깐!!”


무려 내가 서 있는 결계까지 뒤흔들릴 정도로... 이러면 안 되는데?


나는 재빨리 분신을 둘 소환해 결계의 유지를 맡겼다. 지금은 결계따위에 집중할 때가 아니다.


‘아이 씨, 눈부셔.’


하지만, 눈을 뗄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눈을 떼었다가 놓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테니까.


그리고, 반응이 왔다.


쯔으으......


메림의 남아도는 마력의 일부가 마왕의 반지를 향해 밀려 들어간다. 아주 은밀하게.


-나도 보이네. 볼수록 기가 차는군. 그렇게나 강한 마왕이 이 정도로 은밀할 수도 있는 건가... 이건 정말로 불공평하네.


반지에 흘러 들어간 마력이 메림에게로 돌아왔다. 돌아온 마력은 한순간에 메림의 힘을 모조리 장악했다.


“받아라!!”


마왕의 마력이 섞인 버질리아로부터 빛의 소나기가 쏟아져 나갔다.


부우우우!!


맞서는 벌들도 일사분란한 움직임으로 빛의 포화에 맞서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의 움직임은 무의미했다.


푸화아아악!!


쏘아져 나간 빛줄기 중 하나가 말벌들의 중심으로 다가가더니 녹색 빛을 뿌리며 폭발한다. 터진 그 모습은 그녀가 손에 든 꽃 버질리아와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물론 결과는 꽃처럼 온화하지 않았지만.


후두두두두두두......


한 송이의 버질리아가 나타난 것 만으로 수천마리의 말벌 떼가 뒤졌다.


문제는 버질리아가 담긴 빛줄기는 하나가 아니었다는 점이지.


첫 번째 개화가 시작이었다.


메림의 꽃으로부터 시작된 소나기는 수백 송이의 버질리아를 피워냈다.


그렇게 메림은 하늘을 버질리아의 화원으로 만들어버렸다.


꿀벌이 보았다면 환호할 광경이었으나, 말벌들에게는 썩 좋은 풍경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게 이 공격 한 번에 전멸해 버렸거든.


“끝났냐?”

“응! 속 시원해!”


그래. 그런 것 같네.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 어쩌냐?”


메림의 실력발휘를 눈앞에서 보고 그녀의 반지가 한 행동도 톡톡히 보았다.


하늘에 뜬 버질리아의 화원이 사그라든다.


그렇게 사그라든 꽃의 마력이 흩어지는 걸로 보이지만 내 눈에는 보였다.


‘양분이 되고있네.’


메림의 마력은 자연으로 환원되는 대신 반지의 힘에 이끌려 숲으로 스며들었다.


이런 광경을 보니까.

진실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오르더라.


나는 이미 목표물을 찾았었다고.


내가 이곳에 온 목표가 무엇인가?

마왕의 동화책을 찾아내는 일이다.

그리고, 방금 책을 찾고 말았다.


‘레이닉스의 108경비대’


마왕의 힘으로 인해 변질된 마서는 다름아닌 이 땅 그 자체였다.


-우어어......


메림의 마력을 통해 수없이 많은 잉크 괴물을 양성하고 있는 이 땅 말이다.


이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이 땅 자체를 파괴하는 것.


두 번째는 요정에게서 마왕의 색체를 지워내는 일.


이중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자명하다.


“파괴한다.”

“웅? 뭐를?”


이 땅을 파괴한다.


전에는 방법이 없었지만, 이제는 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위에 떠 있는 거대한 대지를.


저것을 지상으로 끌어 내릴 수만 있다면 이 세계를 파괴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니까.


‘요정에게서 마왕의 장신구를 받아내는 건 쉬운 길이야.’


하지만, 너무 오래 걸린다.


그에 반해 이곳 자체를 파괴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울 것 같다.


저 거대한 땅덩어리가 추락해 내리는데 고작 마왕의 장난감이 버틸 수가 있겠는가?


저걸 막아낼 정도로 강했으면 그날 나한테 죽지도 않았겠지.


내가 생각할 것은 저걸 어떻게 끌어내리냐인데 이것도 문제없다.


-하늘 섬에 대해선 내가 잘 알고 있다네.


이런 쪽 방면의 전문가가 내 옆에 딱 붙어있기 때문이다.


-하늘 섬은 고대 제국의 유산이라네. 엄청난 기술력을 자랑 했다는 고......

“그만.”

“......”


내 손에 쥐어진 초코바를 몰래 빼가려던 메림. 내 말에 멈추더니, 나를 향해 웃었다.


“메림 오늘 할 일 없냐?”

“오늘부터 일주일 휴일이야!”

“...너 어제도 쉬지 않았......”

“휴일!!”

“그래. 맘대로 해라.”


따라올 모양이다.


돌아가라는 말에 경기를 일으키는 걸 보니 아주 심심한 것 같다.


“그런데. 뭐 할 거야?”

“저거 떨어뜨릴 거야.”

“...저거?”

“어. 위에 있는 그거.”


요정의 얼굴이 잠시 동안 멍청해지더니.


점점 생기가 돋아나기 시작했고.

이내 활기가 폭발해서 폭주하는 모습으로 돌변해 버렸다.


“이, 인간! 대단해! 인간은 하늘도 떨어뜨릴 수 있는 거구나!!”


이번에도 인간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자네... 제발 요정에게 이상한 것 좀 가르치지 말아 주게나.

“뭐가 이상해.”

“아니! 하나도 안 이상해!”


내가 서 있는 결계가 서서히 하늘로 비상했다. 하늘을 나는 양탄자처럼 하늘 섬을 향해 이동했다.


-엄청난 규모로군. 이렇게 큰 하늘섬이 발견되었다는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네만......


카르투스의 발언에 공감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크긴 크네.”


커다란 섬을 떼어서 하늘에 얹어놓은 것만 같은 압도적인 크기.


저것만 봐도 고대 제국의 기술력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근데, 저런 걸 만든 고대 제국은 어쩌다가 망한 거냐?”

-모르는가? 하긴, 그에 대한 사실을 기술한 책들은 현재 금서로 지정되었으니 모를 수도 있겠군. 큼큼.

“넌 아냐?”

-...날 너무 물로 보는군. 프레온의 아카데미 시절 나는 역사박사로......

-벌레였겠지 역사 벌레.

-케, 케르투스! 네 이놈!

-그 버릇은 아직도 못 고쳤나? 그러다 가슴에 구멍 나겠다. 그리고, 제국에 대해선 나도 알고 있다.

-크흑! 네놈의 만행......

“넌 닥쳐.”

“...아무 말도 안했는뎅.”

“너 말고.”


카르투스의 원통한 목소리를 들으니 커피포트가 떠올라 짜증이 치솟았다.

나의 분노 섞인 읊조림에 헛기침을 한 케르투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마지막 황제가 병신이었거든.

“......”

-......

“그게 끝?”

“아니! 더 먹을 수 있어!!”

“야, 그건 내 초코바!”


-크흠! 나머진 내가 설명하겠네. 마지막 황제는 불로불사를 꿈꿨다네......

“길어!”

“한입에 먹을 수 있어!”

-불로불사 연구하다 국운이 기울었고! 마왕이 나타나면서 멸망해버렸다네! 됐나!?


“하구! 뇌가 뭐라고 해찌? 다 먹을 쭈 있다고 했짜나!”

“이 요정 새끼가?”


식탐 요정은 기어코 초코바를 강탈해. 한입에 털어 넣었다.


제 몸집만 한 초코바를 한입에 처넣는 모습은 실로 엽기적인 모습이더라.


“하아... 뭐라고 했냐? 카르투스.”

-...못 들은 겐가? 크흠! 흐흐.. 그럼 다시 설명하겠네.

-좀 짧게 부탁하지 설명충.

-크읍! 네놈... 한성에게 또 엉뚱......

“일절만 해라.”


메림은 그런 한성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렇구나!”



이제야 이해했다는 듯 손바닥을 치더니.


“인간은 모두 머릿속에 친구를 가지고 있는 거구나!!”


한성이 들으면 거품을 물 법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큰 목소리로.


“뭐? 씨발?”


당연히 한성은 그녀의 말을 들었다.


-자, 잠깐! 내 설명! 들어주게! 제발!


카르투스의 설명이 전해졌을 때는 이미 달이 하늘에 뜬 시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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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패왕과 황소 +1 21.02.24 204 3 12쪽
113 용사와 현자의 돌 21.02.23 229 3 11쪽
112 재회 +2 21.02.21 246 3 12쪽
111 미로 +1 21.02.20 188 3 13쪽
110 황궁 21.02.19 185 3 12쪽
109 제국군 - 3 +1 21.02.18 219 4 12쪽
108 제국군 - 2 21.02.17 192 3 12쪽
107 제국군 21.02.16 213 3 12쪽
106 해방 - 5 +1 21.02.14 237 4 13쪽
105 해방 - 4 21.02.13 213 3 12쪽
104 해방 - 3 +1 21.02.12 248 4 14쪽
103 해방 - 2 21.02.11 213 3 13쪽
102 해방 21.02.10 216 3 12쪽
101 고대인 - 4 +1 21.02.09 222 3 12쪽
100 고대인 - 3 +2 21.02.07 230 4 14쪽
99 고대인 - 2 +1 21.02.06 238 3 13쪽
98 고대인 21.02.05 262 3 13쪽
97 하늘섬 21.02.04 257 4 13쪽
» 반지 +1 21.02.03 238 3 13쪽
95 요리사 +1 21.02.02 26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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