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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톤 님의 서재입니다.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팩스톤
작품등록일 :
2020.10.24 21:23
최근연재일 :
2021.03.05 18:05
연재수 :
1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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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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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99,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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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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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고대인 - 2

DUMMY

하늘섬 깊은 곳에 존재하는 거대한 도시.

청록색 광석으로 둘러싸인 지하도시의 중앙에는 거대한 첨탑이 하나 떠 있었다.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허공에 고정된 듯 떠있는 형태로 존재하는 첨탑이.


그때였다. 첨탑 중간 층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노호성이 터져 나왔다.


“빌어먹을 놈!”

콰직!


분에 못 이겨 눈앞의 탁자를 때려 부순 남자. 비둘기 가면의 남성은 폭급한 발걸음으로 커다란 책상을 향해 다가갔다.


[리테이프 신트메일]


책상 위에 금박으로 장식된 명패. 비둘기 남자는 그 이름을 빤히 바라보았다.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그의 이글거리는 눈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후우.”


크게 한숨을 내쉰 남자는 의자에 몸을 실었다. 그런 리테이프의 눈에 비치는 단어의 배열.



[까마귀 부대 보고서]


B9452 구역에서 아티펙트 발견.


조사결과 ‘이동형 던전 아티펙트’로 파악.


정예 부대 ‘백오(白烏)’와 함께 회수하러 이동하겠음.


보고자 : ‘리벨루프 신트메일’



리테이프는 상층으로 올라간 리벨루프의 보고서를 곱씹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안 된다.”


리벨루프.

놈의 행보를 보고만 있어선 안 된다.


이대로 가다간 서자에 불과한 리벨루프 따위에게 가문을 빼앗길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어떻게?”


징계를 받고 근신 중인 리테이프의 현 상황에서는 리벨루프의 행보에 제지를 가할 수단이 없다.


“미레스. 멍청한 놈. 대체 일처리를 어떻게 하는 거냐... 내가 이런 굴욕을 겪다니.”


신트메일 가문의 정당한 후계자.

어린 시절부터 귀에 쌓일 정도로 많이 듣던 단어다. 그렇기에 리테이프는 생각했다.

가문을 이어받는 건 자신이라고.


하지만, 리테이프가 철이 들 무렵.


놈이 나타났다.


‘리벨루프 신트메일’


아버지가 서자라며 데려온 리벨루프는 가문에 도착한 순간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사격술, 이론, 검술부터, 신트메일 가문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용병술까지!


무엇 하나 뛰어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에 반해 리테이프 내세울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는가?


‘고작 혈통뿐이었지.’


하지만 달라졌어.


아니, 달라졌었다.


리벨루프는 유능했지만, 유하지 않았다.


나 리테이프는 놈에 비해 부족했을지언정 놈처럼 딱딱한 놈은 아니었다.


그것이 그와 나의 차이를 갈랐다.


“빌어먹을 놈.”


이번 공을 통해 너는 나와 같은 위치에 오르게 되겠지.


이동식 던전이라는 아티펙트를 발견한 공로는 그 정도로 거대하니까.


“지금은 웃어라.”


하지만, 그것뿐이다.


쓸모없기 그지없는 너의 자존심은, 네놈의 앞길을 시도 때도 없이 가로막을 것이다.


누구와도 나누길 거부하는 너의 욕심은, 네놈의 곁에서 아군을 하나하나 지워가리라.


자존심을 놓지 못하는 것.


그것이 너와 나의 차이를 갈랐다.


“흐흐......”


보다 편안해진 마음에 웃음을 흘리던 리테이프는 옆에 놓은 홍차를 한 모금 머금었다.


그때였다.


쿵!

“단장님!”


리테이프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꿀꺽.

“뭐냐.”


리테이프는 잔뜩 짜증난 눈으로 부하를 쏘아봤지만, 곧 이채를 띄웠다.


“급보입니다!”

“네 표정만 봐도 안다. 어서 말하라.”


부하의 기세가 숨넘어갈 정도로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까마귀 부대가 실패했습니다!”

“...뭐라?”

“리벨루프 단장과 흰까마귀 부대가 방금 전멸했습니다!”

“...후릅.”


리테이프는 무표정으로 홍차를 한입 들이켰다. 그의 손짓에 부하는 형제의 실패를 목도한 리테이프의 분노를 이해한다는 듯, 정중히 목례하며 문을 닫고 나갔다.


“크흡.”


부하가 나가고, 혼자가 된 리테이프는 입가에 큰 웃음을 머금었다.


“네놈도 실패할 때가 있구나.”


혹시 형제의 죽음이 안타깝지 않느냐 묻는다면 리테이프는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안타까울 리가 있겠는가?


어차피 영원히 죽는 것도 아닐 진데.


“너의 부활을 보는 건 처음이겠군.”


제국의 압도적인 기술력은 신민의 물리적 죽음을 극복했다.


질병.

사고.

전쟁.


그 어떤 죽음을 유발할 사건도 우리에겐 무의미하다. 우리에게 죽음이란 오직 수명밖에 존재하지 않으니.


‘하찮은 지상인과는 다르다.’

벌컥.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 리테이프는 뒤로 몸을 돌렸다. 거대한 창 너머로 보이는 도시 경관이 그의 기분을 대변하고 있었다.


“아주 좋아.”


한동안 도시를 내려다보던 리테이프의 얼굴에 음영이 졌다.


“하지만.”


흡족한 미소는 살소로 변했다.


“너희는 멍청한 짓을 했다.”


아무리 리벨루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그는 가문의 일원이다. 그리고, 가문의 일원을 해친 존재를 살려둔다는 건 리테이프에겐 있을 수 없는 일.


리테이프는 행여나 하늘섬의 짐승들에게 당했으리란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그 리벨루프가 고작 산짐승에게 당한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아. 그래.”


리테이프의 눈이 흉험하게 빛났다.


“이건 이용할 수 있겠어.”


리테이프가 징계를 먹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어딘가에서 나타난 사교가 도시를 좀먹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사교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종교의 근원지조차 알지 못했다. 이것이 비둘기 정보부의 수장인 리테이프가 근신 중인 이유.


하지만, 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리테이프는 즉시 통신구를 꺼냈다.


-무슨 일인가? 회색 비둘기. 자네는 분명 근신 중일 텐데.

“급보입니다.”

-음? 혹시 검은 까마귀가 죽었다는 사실이라면 보고할 필요 없다. 방금 확인했거든.

“아뇨, 더 중요한 일입니다.”

-...검은 까마귀보다 중요한 일이라.


리테이프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낮게 읊조렸다.


“‘암흑신 뽀삐’ 도시를 좀먹은 사교 집단의 근원지를 발견했습니다.”


통화 중인 상대의 반응이 잠시 멎었다.


-자네. 분명 근신 중일 터인데. 어찌 그들을 발견했는가?

“저는 전부터 놈들을 추적했었습니다.”

-...그랬던가? 그럼 왜 그날 청문회에선 말이 없었나?

“혹시 청문회에 사교의 끄나풀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흐음... 그도, 그럴듯하군.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는지 말을 더듬는 상대의 모습에 리테이프는 쾌재를 불렀다.


‘넘어왔군!’


일단 기세를 탔으면 멈출 수 없다.

여기서 멈추면 반론이 나올 수 있으니까.


반론의 여지를 줘선 안 된다.


‘일이 복잡해지는 건 피해야 해.’


복잡해지면 조작도 어려워진다.

그렇기에 리테이프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과거 사교를 추적하며 모아둔 정보! 리벨루프의 보고서! 그리고, 리벨루프와 흰까마귀 부대의 실패! 이 세 가지 정보를 취합해 드디어 결론을 내렸습니다.”

-...어떤 결론이지.


통신구 너머에서 들려오는 침을 삼키는 소리. 그것은 상대가 다음 단어를 기대하고 있음을 증명하리라.


고요해진 분위기 속에 한 박자 쉰 리테이프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리벨루프 신트메일이 발견한 ‘이동형 던전 아티펙트’ 그것이 바로 교단의 근거지입니다.”


설령 아니라 해도 상관없다.


이동형 던전 아티펙트의 존재를 알고 있는 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조작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란 말이다.


‘고맙구나 멍청한 놈들.’


그들이 리벨루프를 거꾸러뜨려 준 덕분에 최고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허나, 네놈들의 쓸모는 여기까지다.’


오히려 놈들이 더이상 날뛰면 리테이프의 뒷공작도 힘들어질 테니까.


‘너희들이 정말로 사교도였으면 좋겠군.’


진짜라면 조작도 필요 없을 테니.


입맛을 다신 리테이프는 속으로 읊조렸다.


“국장님께서 제게 부대를 배속해 주신다면 책임지고 놈들의 목을 바치겠습니다.”

-흐음......


탐욕스러운 돼지야.

무엇을 고민하느냐.

요리를 바치겠다 하지 않았느냐.


-흐음... 어떻게 할까?


국장의 신음소리가 길어질수록 리테이프의 심줄도 타들어 갔다.


꿀꺽.


리테이프는 홍수라도 난 듯이 솟아오르는 침을 집어삼키며 기다렸다.


-음? 아, 왔는가? 리벨루프.


뭐?


-음. 사교도 토벌을 자네가 하고 싶다고? 클클. 그럴 줄 알았지. 그럼 자네에게 맡기겠네.


리테이프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방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건가? 그가 물어온 먹잇감을 리벨루프에게 맡기겠다고?


하마터면 주저앉을뻔한 리테이프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있는 힘껏 소리 질러 항의하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그랬다가는 리테이프가 쌓아온 좋은 인상이 모조리 시궁창에 처박힐 테니까.


-아, 리테이프. 자네도 있었지.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리테이프는 남몰래 입술을 짓씹었다.


얼굴을 가려주는 비둘기 가면이 이토록 고마울 수가 없었다.


-근신을 풀어주겠네. 자네는 도시에 남아 혹시 모를 사교의 잔당이나 처리하게나.

“...알겠습니다.”


리테이프는 허망한 얼굴로 답하고 통신구를 종료했다.


통신구의 빛이 사라지자, 리테이프의 눈에 열기가 돌아왔다.


“빌어먹을 국장!!”

쾅! 쿠콰앙!


리테이프의 집무실에 한바탕 폭풍이 불었다.


*


비서가 물었다.


“어째서 리테이프에게 군을 맡기지 않은 겁니까?”


국장은 비서가 타준 차를 입에 가져가며 창을 바라보았다.


“그는 음험해.”


비서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겠다는 얼굴이었다.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했는지 또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음험하기로는 리벨루프도......”


국장의 차가운 시선.

비서는 몸을 한 번 떨더니 입을 다물었다.


“너는 비서다. 나를 보좌할 비서. 그런데 입이 가볍구나.”

“...죄송합니다.”


국장은 비서에게서 눈을 떼고, 도시의 정경을 바라보았다. 리테이프의 방보다 훨씬 높은 장소에서.


“네가 나의 손자라는 사실에 감사하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군대.


그 끝에서 연설 중인 신트메일 형제.


국장은 그중 까마귀 가면을 바라보았다.


‘네 말이 맞단다.’


리테이프도 음험하나, 리벨루프 또한 그 못지않다. 어쩌면 더 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네가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지.’


힘차게 출정하는 리벨루프.

주먹을 그러쥔 리테이프.

둘의 상반된 모습을 눈 속에 가득 담은 국장이 몸을 돌렸다.


‘리벨루프는 우리 편이란다.’


국장은 기죽어 고개를 떨군 자신의 손자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콰아아아앙!!


그리고 엄청난 굉음이 도시 한편에 울려 퍼졌다. 놀란 시민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놀란 국장은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청록빛으로 빛나는 부유석의 한 편. 엄청난 크기의 균열이 나타나 있었다.


쿠과과과과과!!!

드드드드드......


또 한차례 들려오는 어마어마한 소음.

두 번째 타격으로 금은 더욱 커졌고.


찌이이이......


세상의 소리가 지워졌다.


도시를 감싼 마법진이 붕괴하며 발생한.

어마어마한 소닉붐이 도시를 가로질렀다.


소닉붐으로 인해 마비된 청각은 머지않아 돌아왔다. 마침내, 청각을 되찾고 처음으로 들은 소리는.


쩌저저저적!!

쿠구구구구......


벽이 붕괴하는 소리였다.


스멀스멀.


벽 너머에서 사람의 형상을 한 존재가 등장했다.


그에 국장은 몸에서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상대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세가 생각 이상으로 미약했거든.


“드디어 모습을 나타냈구나!!”


국장 혼자만의 느낌이 아니었던 걸까?


기다렸다는 듯 도시에 울려 퍼지는 리테이프의 외침.


“사교의 수장!!”


목청이 터져라 외치는 리테이프에 국장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교단에 대한 모든 것을 리벨루프에게 맡기려던 그의 계획이 송두리째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암흑신 뽀삐의 사도!!”


‘이미 늦었나?’


“사교?”

“방금 사교라고?”

“고작 뽀삐라는 이상한 교단 따위가 제국을 침범한 거야?”

“벌레만도 못한 지상인 따위가... 감히 사술을 부려!?”

“영광스러운 제국의 외벽을...”


리테이프의 선동에 넘어간 병사들이 저마다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제길! 리벨루프! 뭐하고 있......”


국장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의 눈에 들어온 리벨루프는 달리고 있었다. 부서진 틈으로 들어온 침입자를 향해.


*


주먹질 몇 번에 박살난 방벽을 바라보던 나는 카르투스에게 물어보았다.


‘빌리는?’

-무사히 투입했다네.

‘아, 보인다.’


목청이 터져라 소리 지르는 비둘기 옆을 지나는 새 한 마리.


놈들은 알지 못하리라.


나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폭탄이 이미 그들의 심부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시선 끌기는 자신있지.’


청록색 광석을 넘어 걷던 나는 살짝 놀란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너. 아까 죽지 않았냐?”


나한테 뒤진 검은 까마귀가 내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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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패왕과 황소 +1 21.02.24 203 3 12쪽
113 용사와 현자의 돌 21.02.23 229 3 11쪽
112 재회 +2 21.02.21 246 3 12쪽
111 미로 +1 21.02.20 187 3 13쪽
110 황궁 21.02.19 185 3 12쪽
109 제국군 - 3 +1 21.02.18 219 4 12쪽
108 제국군 - 2 21.02.17 191 3 12쪽
107 제국군 21.02.16 213 3 12쪽
106 해방 - 5 +1 21.02.14 236 4 13쪽
105 해방 - 4 21.02.13 213 3 12쪽
104 해방 - 3 +1 21.02.12 248 4 14쪽
103 해방 - 2 21.02.11 212 3 13쪽
102 해방 21.02.10 216 3 12쪽
101 고대인 - 4 +1 21.02.09 222 3 12쪽
100 고대인 - 3 +2 21.02.07 229 4 14쪽
» 고대인 - 2 +1 21.02.06 238 3 13쪽
98 고대인 21.02.05 262 3 13쪽
97 하늘섬 21.02.04 256 4 13쪽
96 반지 +1 21.02.03 237 3 13쪽
95 요리사 +1 21.02.02 25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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