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팩스톤 님의 서재입니다.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팩스톤
작품등록일 :
2020.10.24 21:23
최근연재일 :
2021.03.05 18:05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77,012
추천수 :
980
글자수 :
699,515

작성
21.03.05 18:05
조회
456
추천
4
글자
16쪽

종장

DUMMY

하늘과 땅을 이었다.


용사란 이름의 열쇠를 통해 문을 열었다.

남은 것은 여신과 그녀의 종들이 구성한 최후의 방어선뿐.

허나, 그들의 방어선은 튼튼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마왕인 그녀가 벌써 이 자리에 설 순 없었을 테니까.


“약해졌네.”


엎어져 숨을 몰아쉬는 여신.

생각 이상으로 싱거웠다. 과거에는 그래도, 꽤 강했었던 것 같다만, 지금의 여신은 허수아비를 상대하는 것처럼 약해 빠졌다.


“너, 너어......”


여신의 증오에 찬 시선에 오싹한 느낌이 든다. 과거 선민사상과 오만에 차 있던 창녀의 절망은 엘비아에게 참을 수 없는 통쾌함을 가져다주었으니까.


엘비아는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네 이름을 뺏었어.”


대륙에 빛을 가져다주었다는, 위대한 여신 뮤르의 이름을 빼앗았다. 칭송받던 여신의 이름은 한낱 마왕의 미들네임으로 전락했다.


“네 권위를 빼앗았어.”


여신이 신으로서 다스렸던 대륙을 파괴했다. 남은 땅은 그녀가 마왕령이라 규정한 작은 땅뿐. 이 땅은 마왕령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마왕인 엘비아가 지배하는 땅이다.


“그나마 남아있던 너의 영지도. 곧 없어질 거야.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거야.”


신의 군세는 전멸했고, 마왕의 마력은 하늘을 뒤덮었다. 이제 곧 이계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신의 모든 것이 사라진다. 엘비아는 입술을 비죽였다.


“이제 네게 남은 것은 몸뿐이야.”

“크으으... 네년......”


푸스스스......


성의 상단부가 소멸했다.

피할 수 없는 파멸이 낙하하고 있다.

여신은 남아있던 신력으로 막고 있으나, 그녀의 힘은 한없이 미약했다.


“어쩔 거야? 그동안 아껴둔 신력도 이제 바닥날 텐데.”


신력은 신앙과 맞닿아 있다.

신앙은 이름과 맞닿아 있다.


여신은 이름을 빼앗겼다.

신앙을 쌓을 방법을 잃었다.


여신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지움으로써, 마왕에게 신앙이 쌓이는 것은 막았지만 그뿐이다. 신앙 없는 신에게 신력은 1회용에 불과하다.


“그분에게서 떨어져라! 마왕!”


마지막 수단으로 용사를 천인으로 전생시켜, 천계를 지키는 방법을 선택했지만.


“흥! 마왕 따위가 여기까지 올라오다니. 이번에는 완전히 소멸시켜......!!”


아무 의미 없다.


“네 용사들도 이젠 없......”


그때였다. 엘비아는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빛이 지나간 자리가 깨끗하게 지워진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최근 들어 가장 흥미 깊었던 대상이 그곳에 서 있었다. 그녀와 눈을 마주보며 가볍게 웃고 있었다.


“용사.”


엘비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손을 들어 하늘을 움켜쥐고 땅으로 내리밀었다.


쿠와아아!!


“끄아아아!!!”


끝까지 버티던 여신의 몸이 무너졌다. 파멸의 기운이 성을 뒤덮었다. 여신을 포함해 모든 것이 지워진 대지에서 엘비아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녀의 전신으로 엄청난 양의 신앙이 모여들었다. 신앙은 신력을 생산했고, 마왕의 마력과 섞였다.


하아아.


숨을 내쉬었다.

숨결에 섞인 가공하리만치 강력한 힘이 세상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천계의 모든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엘비아는 숙적과 눈을 마주쳤다.


“어서 와. 엘비아-”


아니, 나의 세계에.


그녀의 의지가 세상을 타고, 대적자에게 전해졌다. 그리고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오랜만이다.”


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엘비아는 그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콰아아아!!!


주먹과 주먹이 마주치고, 마력과 마력이 충돌한다. 모든 것을 파괴하는 마력과 무적에 가까운 환영무가 정면으로 맞부딪쳤다.


*


엘비아와 한성의 싸움은 몇 시간 동안 계 되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한 싸움이었다.


하지만, 승기는 이미 기울어졌다.


엘비아는 다소 여유로운 눈으로 용사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몸에는 작은 생채기 하나 없었다.


“내가 이긴 것 같네.”


이기고 있지만, 기쁘진 않았다. 오히려 씁쓸한 기분이었다. 만일 여신을 죽이기 전에 그를 만났다면 어땠을까?


그야말로 아무것도 못하고 졌을 것이다. 몇 번을 싸우든 무슨 짓을 하든 결과는 그녀의 패배로 귀결되었으리라.


엘비아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을 가득 채운 우윳빛 안개. 파괴의 마력과 신력이 어우러져 탄생한 멸망의 마력.

단 한 줌만으로도, 세계에 구멍을 뚫을 수 있는 멸망의 마력이 하늘을 뒤덮었다.


그녀 앞에 있는 남자가 아무리 강할지라도 이것만큼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엘비아는 마지막으로 대적자를 바라보았다. 엘비아와 마찬가지로 상처하나 없는 남자. 하지만, 그녀와는 다르다.


그녀의 상처는 재생되었다.


먼 과거 얻은 불사와 방금 얻은 신력의 힘으로 상처가 생긴 순간 즉시 재생되었다.


전이었다면 죽음에 이를 상처도 순식간에 회복됐다. 그렇다면 상대는?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그냥 맞질 않았다. 그녀의 공격은 상대를 그냥 통과해 지나갈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끝.’


엘비아는 하늘로 손을 뻗었다.


“신의 힘이 없었으면 알지 못했을 거야.”


아래로 내렸다.


“네게 공격이 안 통했던 이유를.”


하늘이 무너진다.

하늘을 구성한 우윳빛 안개가 땅으로 짓쳐 들었다. 안개는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물론 모든 것에는 대적자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엘비아는 마지막으로 대적자의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살짝 놀랐다.


그는 웃고 있었다.


안개에 의해 몸이 사라지고 있는 와중에도 웃고 있었다.


엘비아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일까? 용사의 목표인 마왕 토벌에 실패했음에도 어찌 저리 환히 웃을 수 있는 것일까?


처음 있는 경험에 그녀가 벙쪄있던 사이 용사가 빠르게 사라졌다.


허무했다.

정말로 허무한 기분이었다.

엘비아는 허망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저 그렇게 서 있었-


쿠화악!!


그런 그녀를 깨운 것은 허리의 강렬한 충격이었다. 허리의 충격에 몸을 웅크리기 무섭게 등에서 격통이 느껴졌다.


꽈아앙!!


이번 공격으로 엘비아는 정신을 차렸다.

그녀의 눈앞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였다.


“아.”

콱.


그림자는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던 엘비아를 한 손으로 낚아챘다. 엘비아는 목을 붙잡힌 채 눈만 내렸다. 음영이 사라지고, 상대의 모습이 명확히 보인다.


하얀 머리.

하얀 가면.

하얀 토끼 귀.


저번에 보고를 들었었는데......


“패왕?”


가면 너머의 눈동자가 호선을 그렸다.


2차전이 시작되었다.


*


‘잘 하고 있네.’


이곳은 레비의 내면.

나는 마왕과 싸우는 레비를 바라보았다. 참 신나 보인다. 요즘 심심했었나?


하긴, 사방에 굴러다니는 놈들은 하나같이 좆밥이었는데, 활동성 넘치는 레비에게 있어선 지루한 상대였으리라.


‘팝콘이 없는 게 아쉽네.’


펑펑 터지고, 날아다니고, 아주 영화를 보는 것 같은데 먹을 것이 없으니까. 뭔가 섭섭한 기분이 든다.


어쩔 수 없지.


나는 애써 욕구를 내리눌렀다.

아무리 미친놈이라도 정신세계 한복판에 팝콘기계 같은 게 있을리라......


[닭꼬치 5,000원.]


포장마차가 있네?


입이 절로 벌어진다. 무지개빛으로 빛나는 강의 옆에 포장마차가 하나 설치되어 있었다. 그 안에는 얼굴 없는 사람 하나가 따분하게 앉아 있었다.


그보다 닭꼬치가 5,000원?


“이거 순 바가지 아니야.”

“아니! 바가지라뇨!”


너 말도 할 수 있었냐?


“여길 보세요! 아무것도 없잖아요! 이런 곳에서 저 홀로 장사하는데 가격이 저렴하겠어요? 저는 엄청 싸게 파는 거라고요!”


하긴 아무것도 없긴 하다.

있는 것이라곤 이 포장마차와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강 하나뿐. 이런 곳에서 파는 음식은 보통 프리미엄이 붙어-


나는 잽싸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뭘 수긍하고 있어?’


아무래도 내가 반쯤 미친 것 같다.


“암튼 뭘로 드릴까요?”

“닭꼬치밖에 없잖아.”

“예! 그럼 오천원입니다.”

“나 돈 없는데.”

“......”


그리고 산다고도 안 했다.


“크흑! 어제 장사 시작했는데. 첫 손님부터 진상이라니. 난 망했어!”


휘르르!


그때 포장마차에 바람이 한 줄기 불어닥쳤다. 날아온 바람이 닭꼬치 하나에 옮겨붙었고, 그 닭꼬치는 우윳빛으로 변해버렸다.


“아. 새 소스.”

“되게 맛없어 보이는데.”


닭꼬치에 우유소스라니.

저딴 괴식을 누가 먹냐?


“저도 압니다.”


얼굴 없는 아저씨는 내 말에 대꾸하고, 닭꼬치 앞에 현판을 하나 걸었다.


[멸망맛]


...멸망맛?


나는 닭꼬치를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바깥세상을 보았다.


멸망의 마력에 닿은 레비의 귀 끝이 살짝 사라져 있었다.


나는 다시 닭꼬치를 바라보았다.


이거다.


부활을 위해 일부러 마왕의 힘을 맞아주었다. 파괴의 힘에 노출되어 소멸하는 감각을 확실하게 경험하기 위해서.


사라지는 과정을 역순으로 재현함으로써 본체를 부활시키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소한 문제가 하나 생겼다.


‘달랐어.’


파괴의 마력에 이상한 것이 섞여 있더라.


그래서 조금 곤란해졌다.


본체는 파괴의 마력에 사라졌다.


지금의 나는 우윳빛 마력- 멸망의 마력에 의해 사라졌다. 미묘한 차이지만 부활에 있어선 큰 걸림돌이다.


그것이 내가 레비의 정신세계에서 팝콘이나 찾았던 이유. 헌데, 지금 방법을 찾았다.


나는 멸망맛 닭꼬치를 들어 올렸다.


“어어... 돈 없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입에 넣고 씹었다.


“우욱!”

“잠깐! 괘, 괜찮으세요?”


끔찍한 맛이 혀를 타고 전해진다.

깊은 멸망의 맛이 전신을 휘감는다.

엄청나게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참았다.


고통이 몸을 휘감을수록 몸 안쪽에서 간질거리는 감각이 느껴진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파괴의 마력과 멸망의 마력의 차이가 만들어낸 벽이 얇아지고 있음을.


효과가 있다.


“아저씨.”

“예, 예?”

“소스 더 없어?”

“잠깐! 당신 죽을 뻔했다구요!”


나는 결연한 얼굴로 아저씨의 눈- 매끈한 머리와 시선을 마주쳤다. 내 뜻을 알아봐 준건가? 매끈한 아저씨는 통을 하나 꺼냈다.


“죽어도 제 탓 아닙니다.”


고개를 힘껏 끄덕이고.

멸망소스를 들이마셨다.


“씨발. 씨발.”


차라리 뒤졌으면 좋겠다.


“그보다 돈은 주시는 거죠?”


한성의 욕설과 계란 아저씨의 처량한 목소리가 레비의 정신세계에 울려 퍼졌다.


*


마왕과 싸우면서 계속 드는 생각을 레비는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닭꼬치 먹고싶다.


소금 톡톡 친 닭꼬치가 먹고 싶다.

바비큐 소스에 푹 절인 닭꼬치도, 양념에 재운 것도 다 먹고 싶다.


파파팍! 스파악!


그렇다고 대충 싸우고 있는 것은 아니다.


레비는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투꽈앙!

“큽!”


레비의 일격이 마왕에게 직격했다. 마왕의 허리는 그대로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후우.”


잘려나간 하반신이 땅에 닿기도 전에 마왕은 완전히 회복되었으니까.

무슨 구조인지는 모르겠지만, 옷까지 깔끔하게 복구되는 걸 보면 기가 찬다.


그보다 이 인간은 언제 나오는 걸까?


마왕에게 한번 소멸해보면 금방 부활한다고 호언장담했던 한성은. 아직도 모습을 드러낼 생각을 하질 않는다.


“이렇게 강한 인물이 성 근처에 있었을 줄이야.”


저게 불사신의 품격인가?


그렇게 많이 때렸는데 멀쩡하게 서서 말을 걸어온다. 가둘 수도 없다. 결계를 펼쳐봐야 가볍게 지우고 나오거든.


그놈의 지우개 마력 때문에 마음껏 움직이기도 힘들다.


“가끔은 외출 좀 할걸 그랬어.”


마왕을 중심으로 우윳빛 안개가 구성되어 밀려들었다. 레비는 혀를 한 번 차고 발을 튕겼다. 그때였다.


“됐다.”


옆에서 들려온 소리에 레비는 고개를 돌렸다. 드디어 본체가 나타났다.


사르르르......


본체의 몸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입자가 빨려 들어간다. 입자가 그의 몸을 채울수록 레비는 느낄 수 있었다. 한낱 환영으로 이루어졌던 본체의 육체가 진짜 육체로 변해간다.


레비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마왕의 얼굴에 주먹을 때려 박았다.


마왕은 멍한 표정으로 날아갔다.


5년만이다.

진정한 육체를 가지게 된 것은.


편안했다.

환영무로 만든 육체와 달리 아무런 신경도 쓸 필요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쉬어지는 숨. 자연스럽게 뛰는 심장.


그 무엇도 의식할 필요가 없었다.


“죽지 않았어?”


나는 슬며시 웃었다.


마왕의 놀란 목소리는 처음이다. 나와 싸울 때도 레비와 싸울 때도 시종일관 여유로웠던 그녀의 얼굴에 처음으로 놀람이 떠올랐다. 나는 마왕과 눈을 마주쳤다.


“정확히는 지금 부활했지.”


그리고 이제부터는 죽지 않는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슬며시 미소지은 마왕이 멸망의 마력으로 공격해왔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웃으며 멸망의 마력으로 몸을 밀어넣었다.


파아앗!


내 육신이 소멸했다.

하지만 나는 죽지 않았다.


“어라?”


과거 환영무를 잘못 쓰고 있었듯, 시공분신또한 잘못 활용하고 있었다.


두 명인 된 나는 천천히 마왕을 향해 다가갔다. 마왕은 잠시 혼란스러워 하더니 마력으로 우리를 공격했다.


두 명의 내가 사라졌다.

하지만 나는 죽지 않았다.


“......”


마왕이 진지한 눈으로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녀의 힘에 대기가 뒤흔들렸다.


후와아아!!


마왕이 부른 멸망이 소용돌이가 되어 하늘로 치솟았다. 하늘에 닿은 멸망은 먹구름이 되어 지상으로 비를 쏟아내렸다.


빗물에는 하나같이 짙은 멸망이 응축되어 있었다.


쏴아아아!!


나는 지워졌다.

하지만 죽지 않았다.

우리의 몸이 없어졌다.

하지만 죽지 않았다.


나로 이뤄진 부대가 전멸했다.


하지만 부대는 넘쳐났다.


마왕. 아니 마신 엘비아는 멍한 눈으로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물경 수만에 달하는 나는 그녀를 올려보았다.


“하하.”


막막하게 웃는 엘비아의 어깨를 잡았다.


“난 혼자야.”


그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저 한마디씩 내뱉었다. 잡은 어깨를 통해서 옅은 떨림이 전해진다.


“난 죽지 않아.”


목소리가 높낮이가 일정하지 않았다. 그녀의 어깨가 간헐적으로 떨리고 있다.


“행복해질 수 없어.”


애써 담담하게 말하지만, 목소리에 섞인 울음은 지워지지 않았다.


“나를 죽여줄 수 있어?”


그녀의 절망 섞인 얼굴에 담담히 고개를 저었다.


“그렇구나.”


엘비아는 눈을 감았다.


나는 품에서 구슬을 꺼냈다.


회색 구슬이다.


레비의 정신세계에서 가져온 회색 구슬.

포장마차를 운영하던 아저씨의 진짜 모습.


“난 너를 봉인할 거다.”

“......”


엘비아는 아무 말도 없었다.


“봉인은 영원히 깨어지지 않을 거야.”


그녀의 시선이 나와 마주쳤다.


“너는 이 구슬 안에 영원히 잠들어.”


그녀의 손이 움직였다.

서서히 구슬을 향해 다가간다.


“내가 죽는 날 같이 소멸할 거야.”


엘비아의 육신이 구슬로 빨려 들어갔다.


나는 하얀빛으로 빛나는 구슬을 가슴에 가져갔다. 흰 구슬. 엘비아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내 정신세계에 안착했다.


[튜토리얼을 클리어하셨습니다!]


[히든미션 달성으로 인해 보상이 최고 랭크로 고정됩니다!]

[‘스킬 랭크업’ 쿠폰이 지급됩니다!]


[히든보스를 클리어하셨습니다!]

[‘차원 게이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시야가 서서히 흐려진다.


*


“아.”


눈을 뜨자 그곳에 있었다.


처음 숲에 떨어졌던 날 있었던 떡볶이집이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있었던 일은 꿈이었는가? 그건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설명할 수 없다.


넓디넓은 감각이 지면을 타고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감각은 내가 살던 집에까지 닿았다. 집에서는 엄마가 요리를 하고 있었다.


가슴이 따뜻해졌다.

왠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나는 탁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치지직!!


그때 벽면의 tv가 이상을 일으켰다.


-아아. 지구인들이여. 나는 페브리스 행성의 리브레라고 한다. 오늘부로 지구는 우리가 접수하겠다. 반항하는 이들이 없길 바란다. 너희의 미개한 기술력으로는 우리의......


tv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황당함에 어이가 없어졌다.


전역날 이계에 납치당했다. 그리고 방금 돌아왔지. 그런데 돌아오자마자 이게 무슨 소린가? 외계인 침공?



뼈 빠지게 고생하다 돌아온 그날.

지구는 외계인에게 침략당했다.



아무래도 내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


<完>


작가의말

여태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기 +2 21.03.06 232 0 -
공지 월요일 제외 오후 6시 연재하겠습니다. 20.12.07 168 0 -
» 종장 +3 21.03.05 457 4 16쪽
121 승천 +1 21.03.04 235 3 12쪽
120 엘비아 +1 21.03.03 210 3 12쪽
119 성검 - 2 +1 21.03.02 197 3 14쪽
118 성검 +1 21.02.28 231 3 13쪽
117 거신병 +1 21.02.27 214 3 13쪽
116 마왕성 +1 21.02.26 211 3 12쪽
115 용사와 계곡 21.02.25 227 3 13쪽
114 패왕과 황소 +1 21.02.24 203 3 12쪽
113 용사와 현자의 돌 21.02.23 229 3 11쪽
112 재회 +2 21.02.21 246 3 12쪽
111 미로 +1 21.02.20 187 3 13쪽
110 황궁 21.02.19 185 3 12쪽
109 제국군 - 3 +1 21.02.18 219 4 12쪽
108 제국군 - 2 21.02.17 191 3 12쪽
107 제국군 21.02.16 213 3 12쪽
106 해방 - 5 +1 21.02.14 236 4 13쪽
105 해방 - 4 21.02.13 213 3 12쪽
104 해방 - 3 +1 21.02.12 248 4 14쪽
103 해방 - 2 21.02.11 212 3 13쪽
102 해방 21.02.10 216 3 12쪽
101 고대인 - 4 +1 21.02.09 222 3 12쪽
100 고대인 - 3 +2 21.02.07 229 4 14쪽
99 고대인 - 2 +1 21.02.06 238 3 13쪽
98 고대인 21.02.05 262 3 13쪽
97 하늘섬 21.02.04 256 4 13쪽
96 반지 +1 21.02.03 237 3 13쪽
95 요리사 +1 21.02.02 259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