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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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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table
그림/삽화
Zig
작품등록일 :
2019.02.24 00:11
최근연재일 :
2024.05.18 22:05
연재수 :
3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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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94,467

작성
21.06.0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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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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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7쪽

전쟁은 아직 시작에 불과했다

DUMMY

“인간이 하늘에 거역하는 건 어리석다고, 누가 말했었던가.”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장이 수염을 매만지며 읊조렸다.


“들어서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였을 줄이야.”


그는 루웨인 뮬러 대령. 백전연마의 군인이자, 젊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틀리치니의 1석을 유지할 정도로 강력한 빙결의 마도를 가진, 연방 어딜가나 존경받는 군인이다.


군 상층부에 속했음에도 당이 듣고 싶은 입에 발린 말을 하기는커녕, 아끼지 않는 소신 발언으로 최고의회의 눈 밖에 난 루웨인 대령.


그로 인해 다년간 수많은 전과를 올렸음에도 정치적 압박으로 인해 장성으로 진급하지는 못했지만, 연방에서 그를 능가하는 전략가는 없다고 모두 입을 모아 동의했다.


스파세니예 연방이 이제까지 연방으로 있을 수 있었던 것도 그의 공로가 크겠지. 크고 작은 내전이 일어날 때마다 그가 이끄는 정부군에게 패배란 없었으니 말이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얼음에 빗대어 전장에서는 흰 죽음이라는 이명으로도 불리곤 했던 그가, 오랜 군 경력 중 처음으로 경외심을 품고 있었다.


“우리가 상대해야 할 것은 필멸이 아니었다는 것이로군.”


루웨인 대령이 내다보는 조종실 창문 밖으로는 어디까지나 붉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붉은 하늘이라고 해서 아름다운 노을을 연상하면 곤란하다. 피처럼 새빨간, 마치 세계 최후의 날에 나올 법한 것을 상상해야 할 것이다.


높은 고도까지 한가득 피어오른 연기 때문에 결코 시야가 뚜렷하진 않았지만, 그 일대가 산산이 부서져 불타는 중이라는 건 명확했다. 이곳까지 그 작열하는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절찬리에 지옥을 연출하고 있는 저 20km 앞의 장소는 공교롭게도 그의 목적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연방군의 전선 임시 기지가 있던 곳이다.


“흠.”


루웨인은 생각에 잠겼다.


예상대로 기지가 마왕군에 의해 공격받고 있다는 전보를 전해 받고 최대한 빨리 지원에 향한 건 연방군 1개 대대. 사태의 중요성을 감안해서 루웨인 대령이 직접 지휘권을 잡았다.


마왕군이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막강한 화력을 퍼부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 루웨인 대령은 다소 시간이 걸리는 육로를 택하지 않고, 과감히 세 대의 비행선을 띄우는 승부수를 두었다.


마법의 도움 없이 인간의 힘으로만 하늘을 정복한 비행선은 스파세니예 연방이 자랑하는 역대 기술 중 하나.


대기보다 밀도가 낮은 가스를 거대한 풍선에 채우는 방식을 고안한 것에서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 100명까지 한 번에 이동시킬 수 있는 이동수단이 되었다.


마법이 보편화된 이 데트르 대륙에서조차, 적어도 중급 마법에 속하는 비행마법을 쓸 수 있는 자는 드물다.


적이 하늘 높이 있다면 궁수의 사정거리 밖이라 화살로 쏘아 떨어뜨리기도 힘들고, 마법사의 공격 마법 또한 거리와 데미지가 반비례하니 아무것도 못 하고 보기 좋게 당할 수밖에 없다.


과거 드래곤 한 마리에 일국이 멸망한 것도 이런 이유가 크다고 볼 수 있겠지.


지상을 아직 벗어나지 못한 자들을 상대로 하늘을 취하는 건 승리를 향한 지름길.


이걸 감안하고 상공을 제압하기 위해 연방군이 야심차게 준비해 대륙까지 공수해온 운송수단이 바로 비행선으로, 최종조립 단계를 남겨두고 필요한 파츠들을 선박으로 옮겨와, 막 시범 운전이 끝난 참이었다.


대포, 중기관총 등 여러 무기가 탑재되어 있는 비행선은 주어진 정보를 종합해보아 지상 병력이 주력인 마왕군에게 크게 한 방 먹일 포부를 가지고 임시 기지로 향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비행선이 나설 차례는 이번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문자 그대로 초토화된 전방의 일대는 루웨인 대령의 지원군이 기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모든 게 늦어버렸음을 알리고 있었다.


생명이라고는 씨가 마른 것 같은 비현실적인 광경에, 혹시 항로를 잘못 설정한 것이 아닌가 하고 담당 파일럿이 몇 번이나 나침반과 지도를 재확인했을 정도였다.


돌아오는 결론은 제대로 찾은 것이 맞다, 뿐이었지만.


“전 부대는 이 이상 전진하지 않고 본 위치에서 대기한다.”


루웨인 대령이 자신의 명령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부 지휘관에게 명했다.


“예, 알겠습니다!”


부 지휘관은 아군을 구하러 가지 않아도 괜찮냐는 의문은 담지 않았다. 저런 곳에서 생존자가 있을 거라고는 아무리 희망적으로 생각해도 가능성이 희박하다.


“놀랐어... 그 둘이 이렇게 쉽게 죽을 거로 생각하기는 힘든데요. 대령 나으리.”


루웨인과 마찬가지로 전방의 광경에 시선을 뺏겨있던 훤칠한 남자가 고개를 흔들더니, 조종석에서 몸을 일으켰다. 뒷짐을 지고 대기하고 있던 파일럿이 잽싸게 조종대를 잡았다.


그는 테일러 에스먼드 소령. 일명 '복사'의 테일러다.


비행선 조종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테일러 소령은 아틀리치니지만 원래는 공군 소속으로, 루웨인이 비행선 지원을 신청하자 기꺼이 자신의 21항공마도대대를 빌려주었다.


그의 부관인 레이지스 휴버 중위도 아틀리치니인 덕에 최중요 전투원이 셋이나 지원부대에 동행하는 모양이 되었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하기에 대기 명령을 내린 걸세. 누가 아나,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살아 돌아올지도 모르지.”


“하지만 기지로부터 통신은 없음. 여기서도 불기둥이 보일 정도로 화려하게 타오르고 있죠. 역시 사망을 전제로 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


테일러는 비관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게 좋겠지, 소령.”


“맞아요, 뮬러 대령님 말대로 코르투와 대위와 쿠로사와 중위를 잃게 되면 앞으로의 작전에 차질을 빚는 게 불가피해집니다.”


옆에서 루웨인의 의견에 동의하는 건 레이지스 휴버 중위. 연한 분홍빛 머리를 연방군 규정에 맞게 단정하게 묶으면서도 헤어핀은 자신이 좋아하는 십자 모양으로 골랐다.


공, 사를 가리지 않고 다소 사무적인 그녀는 언제나 테일러와 투닥투닥 하면서도 사이가 좋다는 평을 듣는 부관이다.


“아틀리치니는 1개 사단보다도 귀중한 전력이라고요. 함부로 전사를 상정해도 괜찮을 리가 없습니다.”


“어, 무슨 일이야?”

테일러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1개 사단보다 귀중하다니, 자신에게 내리는 평가치고는 꽤 후한걸, 레이. 곧 있을 진급심사를 대비한 셀프 PR인가? 그런 거 하지 않아도 곧 대위는 달 수 있을 텐데.”


테일러가 놀리듯 말하자 레이지스의 얼굴이 화악 달아오른다.


“저, 저에 대해 얘기한 게 아니라 아틀리치니의 다른 분들을 말한 거예요...! 여기서 그냥 후퇴해버리면 전력에 큰 손해가 있을 거라는 의미에서 말한 거지 딱히 다른 의도는ㅡ”


변명하던 레이지스는 테일러가 싱글벙글 웃고 있는 걸 보고 자신이 놀림당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는지, 얼굴이 더 붉어졌다.


“소령님...! 전장에서 그런 농담은 삼가주세요! 뮬려 대령님의 앞이고, 저희는 놀러온게 아니니까요!”


“미안, 미안. 그런데 레이를 놀리지 말라는 거는 거의 숨을 안 쉬고 살라는 거랑 동급이라 좀 무리일 거 같아.”


“절 놀리는 게 그 정도로 당연시되는 거였나요!”


“흠, 흠.”


루웨인이 헛기침을 해서 주의를 환기시켰다.


테일러의 농담 덕분에 굳어졌던 조종실 내부 분위기가 풀어지긴 했지만, 지금은 다뤄야 할 안건이 있었다.


“현재까지 작전지역에 신종개체ㅡ 일명, 천사 이외에 다른 마왕군 간부는 확인되지 않았다.하지만 임시 기지가 마지막으로 보낸 보고에 있었던 늪이라는 게 신경 쓰이는군.”


“놈들은 마법을 쓰잖아. 날씨도 바꿀 수 있다는 것들이 늪 정도 생겨나게 하는 게 뭐가 대수라고.”


테일러는 별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지만, 레이지스는 미간을 좁혔다.


“일찍이 제국에서 있었던 싸움이 생각나네요. 바실루스 황제의 심복과 싸우는 과정에서 늪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소환했던 헬하운드 말이에요.”


“그런 거물을 바로 이런 별 볼 일 없는 전투에서부터 써먹었다고? 천사도 있는데?”


아일란즈 공국과 연락이 끊기기 전에 받은, 마왕군 간부에 대한 보고서를 잔뜩 읽어본 테일러는 아무래도 그 가능성이 내키지 않는듯했다.


“그랬으면 구원요청이 오기도 전에 기지가 통째로 사라졌겠지. 그놈은 혼자서 도시 하나쯤은 쉽게 날려버릴 수 있다면서? 가령 투입됐다고 해도 헬하운드의 모습은 보고에 없었잖아. 적어도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건 명백하지.”


“그건 그러네요... 적에게 저런 공격수단이 있었음에도 어째서 바로 기지를 몰살시키지 않은 건지도 알 수 없고요.”


추측만이 난무했지만, 무엇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었다.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테일러가 말했다.


“저렇게 광범위한 공격이야. 어쩌면 아군을 대피시키는데 시간이 걸렸는지 모르고, 최대한 쓰지 않으려 남겨둔 수단이었을는지도 모르지. 그 둘 다 있을 수도 있고.”


“어찌 되었건, 저런 걸 상대할 수 있는 건 아틀리치니에서도 한정되어있다. 코르투와 대위와 쿠로사와 중위를 무사히 확보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전략을 바꿔야겠지. 라트신 최고지도자가 우겨서 대륙까지 옮긴 '그것'을 사용해야 될지도 모른다.”


테일러와 레이지스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지고, '그것'을 언급한 루웨인 대령도 표정이 썩 좋지는 않았다.


“여긴 제 부하들밖에 없으니까 말하는 거지만, 전 연방군이 그런 수단을 쓰는 건 반댑니다.”


잠깐 사이에 사뭇 진지해진 테일러가 말했다.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고. 그걸 여태까지 이어온 당 놈들은 인간이길 포기한 놈들입니다. 아무리 연방의 승리를 위해서라고 해도, 그건 아닙니다.”


연방 어디서든 신처럼 떠받들어지는 최고의회를 깎아내리는 발언이었지만, 불편한 얼굴을 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고지식한 레이지스도 살짝 고개를 끄덕였을 정도다.


연방 인민의 대부분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그것'은 전쟁에 익숙한 군인들마저 죄책감에 눈을 깔게 했다.


“나도 반대일세, 소령. 하지만 어쩌겠는가, 최종 결단을 내리는 건 우리가 아니니.”


“결국엔 쓰지 않고 전쟁을 끝내기를 바라야 한다는 건가요...”


테일러가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통신병이 종이 하나를 들고 급히 조종실에 들어왔다.


“연대장님! 방금 들어온 전보입니다, 확인해주십시오!”


종이를 건네받은 루웨인은 빙그레 웃었다.


낭보다.


“그래. 그럴 줄 알고 있었지.”


연방 21항공마도대대의 비행선은 그 즉시 경로를 변경, 임시기지에서 조금 떨어진 설원으로 향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비행선의 거대한 그림자가 땅 위로 드리우는 건 마치 어느 전조 같았다.



◆ ◆ ◆ ◆ ◆ ◆ ◆ ◆ ◆ ◆


“가브리엘을 친위대에 소속시키려 하는데.”


대뜸 던진 말에, 군복을 개어서 옷장 서랍에 넣고 있던 시이나가 귀를 쫑긋거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갑자기? ”


우리는 오랜만에 알트레아 왕국의 저택에 와있었다.


일전에 붉은 유령과의 전투에서 부서진 부분은 다 복원되었고, 국가 일인자가 체재하는 곳이니 천장도 높이고 공간을 넓히는 확장공사가 끝나있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오늘은 알트레아 왕국의 건국제.


쿠데타, 제국과의 전쟁을 비롯해 여러 사건을 겪은 왕국 국민들이 축제를 즐길 힘이 어디 남아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왕성에서 축제 비용을 지원한 덕인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벌써부터 축제를 만끽하고 있었다.


거리는 네모난 등이 잔뜩 걸려 있고, 요즘 들어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던 왕국민들은 거리를 순찰하는 위병들의 눈치를 보면서도 들뜬 건 숨길 수 없는 듯했다. 간단한 먹거리를 파는 노점상에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위병들에 마왕군 소속 병력이 섞인 지도, 관료 계급에 마족이 들어간 지도 오래됐고,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란 것일까.


나도 딱히 언제까지고 공포정치를 펼 생각은 없으니 국가 기념일 정도는 이렇게 풀어주는 것도 흔쾌히 승낙한 것이다.


이스도 축제 분위기를 내서 이번엔 자신이 뭘 좀 만들어보겠다고 아직도 부엌에서 힘쓰는 중이다.


“가브리엘은 천사. 제국 병사 수십만을 희생해서 소환한 녀석이라 소환주인 나만을 주인으로 따른다.”


나는 읽고 있던 보고서를 내려놓았다.


“그건 들었어. 그만한 사람들의 영혼을 대가로 온 거니 무척이나 강력한 천사라고 했었잖아.”


“그래. 거기까진 좋은데, 문제는 아직까지 정식으로 우리 군에 편입되지 않고 붕 떠 있는 모양새라서 말이지. 그런 의미에서 너에게 좀 묻고 싶은데.”


“엑? 나한테?”


시이나가 옷장을 닫으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도 그 천사랑은 얘기해본 적이 없어. 굳이 따지자면 본부 탕비실에서 차 타고 있을 때 한번 마주쳐서 인사한 게 다야.”


“그런걸 물어보는 게 아니다. 시이나 너는 쿠도 대위와 최근 들어 가깝게 지낸다고 들었는데. 아닌가?”


“아니, 뭐.”


시이나는 조금 쑥스러운 얼굴을 했다.


“계급이 같아서 몇 번 얘기하게 된 걸 계기로 친해졌어. 하루네는 멀리서 왔으니까 출신 고향에 대해서 가끔 말해주는데, 듣다 보니까 엄청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 같더라고.”


“쿠라마사 말인가. 어느 의미로는 정답이로군.”


나는 의자를 뒤로 젖혔다.


“쿠도 대위는 그 높은 전투력을 인정받아 친위대 소속이 되어있다. 어떻게 보면 우직하다고도 할 수 있고, 조금 미련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강단 있는 검사지. 신념을 절대 꺾지 않는 녀석이야. 그래서 네게 물어보고 싶었는데, 가브리엘을 친위대에 넣어도 그녀는 반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나?”


시이나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의외네. 류셀이 그런 걸 신경 쓸 줄 몰랐는데.”


“조직에는 아무래도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생기기 마련이다. 조직원들 간에 불화는 큰 화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니까, 아무래도 인사고과를 반영하는 거엔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지.”


“흐음.”


“마왕군의 대부분은 마왕인 내게 강한 충성심을 갖고 있겠지, 시이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디까지나 내 멋대로 행동할 수는 없다. 멋대로 존경을 품는 건 처음뿐, 충성심을 갖게 할 행동거지를 보여줘야 그게 유지가 되는 법이니까.”


“아마 하루네는 기꺼이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해. 조금 고집스러운 부분은 있어도 류셀의 강함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있으니까.”


“가브리엘의 힘을 일부러 보일 필요는 없단 말이로군.”


“뭐, 그렇지. 음, 류셀? 뭐야? 맥이 빠지는 얼굴을 다 하고.”


“아니. 필요 없는 일을 굳이 했나 싶어서 말이다.”


솜씨 좋게 말을 돌린 내가 담뱃갑을 꺼내자, 시이나가 질색을 했다.


“저택 실내 안은 금연이라고 정했잖아, 류셀! 내 코는 민감하다고.”


“... 린은 잘만 피우던데 말이지.”


“안타깝지만 나는 그런 신화에서나 나오는 마수가 아니야, 류셀. 어디를 가나 있는 그냥 평범한 웨어울프라고.”


“글쎄, 그건 어떨까...”


의미심장하게 말하던 나는 농을 던졌다.


“그런 것 치고는 조금 발랑 까진 것 같은데. 말은 하지 않지만 따로 뭔가 원하는 거라도 있는 건가?”


“그게 무슨...”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내가 암시한 것을 이해한 시이나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이스가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날 여기로 부른 거에 다른 이유는 없었잖나. 이스에 따르면, 이런 신호를 알아차리는 것도 남자의 본분이라고 하더군.”


“정말이지 그 아이는...”


시이나가 한숨을 폭 쉬었다.


“그냥 류셀과 단둘이 얘기하고 싶었던 거뿐이야. 이스가 가끔 권유하지만, 그ㅡ그런 건 아직 좀 이르다고나 할까...”


“아직이라, 재미있는 단어 선택이구만.”


“시, 시끄러! 안 그래도 어젯밤에 하는 소리가 다 들려서 잠들기 곤란했다구! 하는 건 좋지만 그ㅡ아니, 절대 좋지 않으니까! 그런 건 역시 마음의 준비라든가 여러모로 필요한 거라고!”


“뭐야, 시이나.”


이번엔 내가 의외라는 듯 물었다.


“이스가 그런 말을 하길래 긴가민가했는데, 역시 좀 쌓여있는 건가?”


“으으... 류셀...!”


시이나가 큼직한 고양이 모양 베개를 집어 들었다. 내게 금방이라도 던질 기세다. 일단 여기에서는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다.


“그럼 이따 식사 때 볼 테니, 화는 적당히 내고 풀어두라고.”


“그런 말, 류셀이 할ㅡ”


나는 어깨를 조금 움츠리며 방문을 닫았다.


“하아, 여자의 마음이라는 건 참 알기 힘들군.”

112.png


작가의말

아무리 웹소라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니까 힘드네요 한주를 스킵할 줄이야...


그건 그렇고 린 이모티콘이 새로 나왔습니다 흠~ 하는 콘이에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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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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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그리고, 또다시 작별 +2 22.05.28 124 5 21쪽
208 빛 바랜 재회 +2 22.05.13 112 6 17쪽
207 스비엣, 첫 번째 불꽃의 예찬자 +1 22.04.12 126 6 18쪽
206 흉조의 완성 +1 22.03.30 122 5 19쪽
205 환상을 부수는 번견 +1 22.03.25 123 4 15쪽
204 의지는 얼어붙지 않는다 +1 22.03.03 122 5 18쪽
203 격돌 +1 22.02.22 112 4 17쪽
202 집결 +1 22.02.08 110 5 17쪽
201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 +2 22.01.15 116 5 18쪽
200 패배, 그리고 지켜보는 눈 +1 21.12.31 124 4 18쪽
199 카디널 보이드 +2 21.12.24 122 4 17쪽
198 마도 vs 마법 +3 21.12.08 129 3 18쪽
197 망설임을 잠재우지 않으면 +1 21.11.29 121 3 16쪽
196 어둠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1 21.11.16 112 5 18쪽
195 엔딩의 서막 +3 21.11.02 123 7 16쪽
194 시계 바늘은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돌아간다 +3 21.10.17 122 5 18쪽
193 예카테리나 페르바크 중위 +1 21.09.28 99 5 18쪽
192 이곳은 죽음이 백색을 띠고 있다 +1 21.09.03 102 5 19쪽
191 하늘에서, 하늘로 쏟아지는 파괴 +2 21.08.01 113 3 17쪽
190 여름 바다, 휴가 +2 21.07.24 111 4 16쪽
189 소녀는 절대 잊지 않는다 +5 21.07.11 119 4 17쪽
188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전란 +3 21.07.05 128 5 19쪽
187 동전의 뒷면은 온도가 다르다 +2 21.06.21 120 6 17쪽
» 전쟁은 아직 시작에 불과했다 +1 21.06.07 123 4 17쪽
185 종언의 천사 +5 21.05.24 136 5 15쪽
184 광기의 과학자 +3 21.05.15 136 5 18쪽
183 표지가 새로 나왔습니다 +3 21.04.27 130 5 1쪽
182 천사, 인간, 그리고 광인 +4 21.04.25 168 5 18쪽
181 메스에는 피가 묻어있다 +2 21.04.12 129 4 18쪽
180 그것은 천천히, 하지만 치명적으로 +2 21.04.04 150 5 16쪽
179 뜻밖의 합심 +2 21.03.22 150 4 18쪽
178 인페르노 +1 21.03.11 142 4 18쪽
177 첫 번째 교전 +2 21.03.01 155 4 14쪽
176 겨울 비가 오기 전에 +3 21.02.21 167 8 14쪽
175 밤에 물들어버린 빛 +5 21.02.15 192 9 15쪽
174 손님 맞이 +2 21.02.12 166 7 17쪽
173 어둠은 꽈리를 틀었다 +4 21.02.10 177 7 15쪽
172 마왕의 방문 +3 21.02.07 182 4 16쪽
171 연방 +2 21.02.04 160 6 19쪽
170 기다리는 건 죽음 +3 21.02.02 176 6 16쪽
169 엑스트라는 엑스트라답게 퇴장한다 +5 21.01.31 160 7 17쪽
168 바람은 방향을 바꾼다 +3 21.01.27 147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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