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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Testable
그림/삽화
Zig
작품등록일 :
2019.02.24 00:11
최근연재일 :
2024.06.22 21:55
연재수 :
308 회
조회수 :
137,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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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2
글자수 :
1,713,963

작성
21.05.24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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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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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종언의 천사

DUMMY

철저하게 적을 제압하려는 마왕군과 끝까지 기지를 지키려하는 연방군이 뒤섞인 전장.


수북하게 쌓인 흰 눈에 흩뿌려지는 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피, 그리고 싸늘하게 식어가는 시체다.


양측이 필사적으로 죽고 죽이는 것만이 존재하던 이곳에서, 가름에 의한 이변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가운데 갑자기 일어났다.


툭ㅡ


탁탁탁ㅡ.


연방군 병사들이 등에 멘 산소탱크의 압축된 공기로 발사된 총탄이 엄폐물을 미처 뚫지 못하고,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박힌다.


차분하게 모래주머니 뒤에서 빈틈을 기다리던 마왕군 대위 하나가 신속하게 라이플을 들고 몸을 내밀었다.


타타타타타타ㅡ 타타ㅡ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지는 연방군 병사들.


프엘리냐는 막사를 지키던 두 보초를 벌집으로 만들어버린 뒤, 익숙하게 탄창을 갈아 끼웠다.


“밖은 이걸로 전부네. 안을 확인하기 전에 3소대의 지원을 기다리자.”


“옙, 중대장님.”


이번 작전에는 그녀가 이끄는 정찰보병연대 2중대도 주요 병력으로 참전했다.


엘프들이 불시에 선제폭격을 한 다음, 상급 간부들이 적의 주력을 상대하는 동안 필연적으로 저항할 나머지 적의 처리는 프엘리냐의 몫이었다.


제국 점령전 이래, 실전에 투입되는 건 두 번째.


연방군이 사용하는 총기가 화력이나 연사 면에서 마왕군에 보급된 것에 비해 확연히 떨어지긴 해도, 여태까지의 적과는 난이도가 다르다는 건 교전이 시작되고 나서 곧 확실해졌다.


거점을 지키던 연방군 1개 대대는 대개 갑옷과 방패만 믿고 무식하게 돌격하는 대륙의 여타 나라들과는 달리, 제대로 병력을 나눠 위치를 사수하며 발포해온 것이다.


프냐르 항구에서 한번 교전한 바가 있다고 해도, 이들은 원래부터 총기를 사용한 전투에 익숙하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적의 무장을 감안해서 실험적으로 프엘리냐의 중대에 보급된 방탄조끼는 머리나 팔과 다리를 보호해주진 않는다.


많진 않지만 이쪽에도 사상자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었다. 적에는 마법 대신 마도, 라는 비슷한 것을 사용하는 놈들도 있었고 말이다.


너무 성급하게 들어가면 역풍을 맞는다. 시간이 좀 걸리긴 해도 조심히 병력을 전개하며 거점을 하나씩 무너뜨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쪽은 일찍이 적의 주요 거점을 파괴했고, 지상제압에는 마물까지 동원했으니 적이 언젠가 무너지리라는 건 당연했던 것이다.


“역시 대위님. 솜씨가 훌륭하십니다.”


먼저 달려가 보초가 죽은 걸 확인한 그녀의 부관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대로면 소령으로 진급하는 것도 시간문제 아니겠습니까?”


“에이, 내가 무슨. 대위 단지 얼마나 됐다고.”


군모를 벗고 땀을 훔치는 프엘리냐.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녀의 토끼 귀는 속내를 숨기지 못하고 쫑긋거리고 있었다.


최전선에서 전과를 차곡차곡 쌓고 진급해서 안전한 후방의 참모 장교로 배속신청을 넣는 건 그녀의 최종 목표였다.


딱히 군에 대한 충성심이 부족한 건 아니다. 어차피 같은 봉급을 받을 거면 총알이나 마법이 머리 위로 날아다니지 않는 후방이 낫겠다는 심리였다.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과거에 비하면, 마왕군의 위관급 장교가 된 지금도 엄청나게 출세한 거나 마찬가지지만.


“내가 대대장이라, 그것도 썩 나쁠 것 같지는 않네.”


“미리 진급 축하드립니다, 대위님!”


“헤헤, 그랬으면 좋겠다.”


부관도 띄워주고 있고, 희망찬 미래가 엿보이는 것 같아 프엘리냐도 얼굴이 풀어졌다.


“소령 달면 너도 잘 챙겨줄테니까.”


“오,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전세가 완전히 이쪽으로 기울어진 것에 긴장을 놓은 건지,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이곳이 전장이라는 걸 잠시 잊은 건지는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프엘리냐도, 부관도 막사의 그림자에서 몸을 낮춘 채 나오는 적병을 눈치채지 못했다.


“아, 뒤에ㅡ!”


프엘리냐가 적병의 기척을 알아차렸을때는 이미 부관의 목이 베이고 있었다.


수십 미터는 되는 거리였을 텐데, 어찌 된 일인지 그걸 순식간에 좁힌 적병은 큼지막한 나이프를 들고 있었다.


목을 잃은 부관의 몸이 앞으로 쓰러져가는 게 느리게 비쳤다. 확인해볼 것도 없이 즉사다.


총성을 듣고 온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숨어있었는지. 전장 한가운데서 너무 여유를 부린 그녀의 패착이다.


충격에서 벗어나 서둘러 라이플을 견착한 프엘리냐가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타타타타타ㅡ


피가 묻은 나이프를 들고 있던 놈은 순간 눈앞에서 사라지며, 좁은 탄막을 피했다.


“어, 어디로ㅡ”


적병이 다시 나타난 건 그를 찾아 두리번거리던 프엘리냐의 코앞이다.


역시 놈의 마도는 고속이동...!


속으로 생각하며 프엘리냐는 방어하듯 라이플을 위로 들어 올렸다. 아무리 올 걸 알고 있어도 반응하기 어려운 속도였다.


위에서 벨 걸 예상하고 라이플을 들어 올린 프엘리냐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깡ㅡ하는 소리와 함께 나이프와 라이플이 부딪쳤다.


그 충격에 뒤로 넘어지며 라이플을 놓쳐버린 프엘리냐는 서둘러 허리춤의 권총을 뽑으려 하지만, 이번에도 적병이 빨랐다.


겨우 적의 속도에 적응하기 시작한 동체시력이 보여주는 건, 빠르게 자신을 향해 파고들어 오는 놈의 윤곽.


살해당한다ㅡ


민첩함이 장점인 토끼과의 아인이라도, 절대 몸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속도였다. 특기인 정령마법도 이런 상황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프엘리냐는 자신의 운명을 직감하고 눈을 감았다.


중심을 잃은 프엘리냐가 넘어진 걸 기회로 본 연방군 병사는 바로 달려들었다.


이미 동료 태반이 살해당했지만, 적 지휘관을 죽이면 전황을 뒤집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앞선 전투로 이미 텅텅 비워버린 산소탱크는 일찌감치 버리고 단검을 든 채였다.


발동 시간과 횟수에 제한이 있는 그의 마도ㅡ고속이동을 한계까지 사용해서, 연방에 이빨을 드러낸 마족을 처단한다.


상대가 누구라 하더라도, 철저하게 훈련된 그의 움직임에 망설임은 없었다.


울렁ㅡ


빠르게 가속된 속도를 사용해서 발을 내디디며 나이프를 휘두르려던 그의 시야가, 웬일인지 뒤집힌다.


넘어졌다. 뭔가에 발이 걸린 건가?


그는 바로 일어나려 했지만 어쩐 일인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여전히 무언가가 자신의 발을 붙잡는 걸 깨닫고 그는 밑을 보았다.


처음은 자신이 악몽이라도 꾸고 있나 싶었다. 땅이 검붉은 늪으로 변해있었던 것이다.


발을 빼보려 하지만 몸부림칠수록 점점 더 깊게 잠길 뿐이었다.


벌써 일대를 뒤덮은 늪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히, 히익!”


생리적 혐오감에 들고 있던 단검도 버리고 일어나려고 허우적대던 병사는 철푸덕, 하고 앞으로 넘어졌다.


프엘리냐도 적잖이 당황한 얼굴이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대략 알고 있었다.


지옥으로의 문이 열린 것이다.


공격 수단으로도 쓰이기도 하는 이 지옥문은 오로지 그 지옥사냥개ㅡ 군무부 총사령관 권한대행, 가름 준장만이 소환해낼 수 있다.


한번 문에 사로잡힌 자는 다이렉트로 지옥ㅡ즉 저승에 보내지게 된다.


연방에 성검의 사용자라도 있었다면 정화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 이 전장에 용사는 없었다.


처음부터 그가 문을 불러내는 방법이 어쩌면 더 편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원래는 가름이 나설것 까지도 없이 선행부대 선에서 정리될 작전이었다.


이런 방법까지 써가면서 전군을 철수시킬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는 건가.


프엘리냐는 그런 생각을 하며 서슴없이 권총을 뽑아, 적병의 머리에 겨누었다.


◆ ◆ ◆ ◆ ◆ ◆ ◆ ◆ ◆ ◆ ◆


마왕군과 연방군이 무력으로 충돌하는 건 이번이 벌써 두 번째였지만, 아직 주력이 서로 부딪히는 양상을 보이지는 않았다.


연방군의 본대는 아직 도착하지도 않은 상태였고, 선발대가 레윤케의 일부 진로를 열어놓긴 했지만 아직 그뿐인 상태다.


마왕의 입김이 닿았다는 알트레아 왕국이나 제국까지의 여정은 아직 많이 남겨두고 있었다


이런 흐름을 보았을 때, 서로가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다는 기분을 지우기는 힘들겠지.


스파세니예 연방은 데트르 대륙을 완전히 집어삼킬 생각으로 아틀리치니 전원을 보냈지만, 단기간에 대륙을 초토화한 마왕군을 경계했다.


그렇기에 연방군은 상대와의 숫자 차이가 날 때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압도적인 병력으로 몰아쳐서 기세를 잡는다'라는 전략 대신, 전력을 분산시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정벌의 봉화를 올렸다.


전투력이 뛰어난 소수 병력을 가진 마왕군에 일부 병력이 깎여나간다고 해도 적에 대한 정보를 얻은 다른 부대는 그에 대한 공략방법을 구상할 수 있고, 전체적인 공세는 계속될 수 있도록 말이다.


마왕군도 마찬가지로 총력전에 나서기보다는 연방군을 건드리고 들쑤셔보며 정보를 얻으려 한 바 있고, 지난 프냐르 전투를 분석한 군 참모본부는 적어도 총격전을 상정한 전투에서는 그들이 확실하게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 결론에서 나온 게 바로 이번 작전.


레윤케 일대를 정리하고 거점을 만들어둔 연방군의 선발대를 몰아내고, 최전선을 그 앞까지 올려 적의 진군을 막는다.


간단한 작전이었지만 마왕군이 미처 상정하지 못했던 것은 천사와도 호각으로 싸울 수 있는ㅡ아니, 호각을 만들어낼 수 있는 괴물이 연방군에 있다는 점이었다.


“그럼 뭐해, 어차피 우리에게는 이길 수 없는데.”


담배에 불을 붙인 가름이 내뿜은 연기가 순식간에 흩어져갔다.


늪의 모습을 한 지옥문에 빠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연방군과 달리, 이게 아군의 소행임을 알고 있는 마왕군 전원은 저항하지 않고 그대로 문에 빨려 들어갔다.


그대로 지옥으로 옮겨진 그들은 가름이 손수 선별해서 연방군은 죽이거나 포로로 잡고, 아군은 본부로 즉시 귀환시킬 예정이었다.


“불쌍하구만.”


가름이 던진 꽁초가 공중에서 타오르며 흩어진다.


“보스의 뜻에 거역하는 길은 낭떠러지로밖에 이어지지 않은데 말이야.”


◆ ◆ ◆ ◆ ◆ ◆ ◆ ◆ ◆ ◆ ◆


한편, 한번 열린 지옥문은 적 간부ㅡ아틀리치니 둘과 교전하고 있던 가브리엘에게까지 닿았다.


설원을 잔뜩 뒤덮은 건 검고 붉은 늪.


살아있는 생명은 모조리 삼켜버리고 심판을 강요하는 태초의 힘이다. 멍하니 서있던 리우는 벌써 삼켜져서 모습을 감춘 뒤었다.


“으응? 뭐, 천사는 아직 남았으니까 별 상관은 없는데.”


일레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직 그 늪처럼 보이는 것이 뭔지 모르는 눈치였다.


“뭐야, 이거?”


검붉은 늪을 흥미롭게 보던 눈이 가브리엘에게 옮겨갔다.


“이 늪을 만들어낸 건 네 동료지? 지원을 부른 걸까나? 단순히 움직임만 둔하게 만들 생각이었다면 너무 무른데.”


“...”


“과묵한 건 조금 싫은걸. 어떻게 하면 그 입을 열게 할 수 있을까.”


다시 쏘아진 초록 광선을 날아올라 피하는 가브리엘. 포기하지 않고 재차 광선을 날리려던 일레느였지만,


“일레느, 슬슬 빼야돼. 뭔가 이상해.”


늪을 피해 조명이 설치된 임시 구조물 위에 걸터앉아있던 나오키가 넌지시 그녀를 불렀다.


“어머, 나오키, 지레 겁먹은 거니? 신선한 실험체 둘이 공짜로 굴러들어왔는데. 이런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


50초.


“뭐, 요즘은 대기만 하느라 몸이 근질근질했으니까 나도 그건 공감이야.”


나오키는 뭔가 꺼림칙하다는 표정으로 가브리엘이 손에 든 작은 나팔을 보았다.


“하지만 저 나팔, 아무래도 위험한 느낌이 든단 말이야. 이 늪도 그렇고, 놈들은 뭘 꾸미고 있어. 일단 여기선 물러나는 게 현명할 거 같은데.”


57초.


“꾸미고 있는 게 뭔지 보는 것도 우리의 임무 아니겠니. 뭔갈 더 보여준다면 개인적으로 꼭ㅡ”


1분.


속으로 카운트다운을 마친 가브리엘은 서슴없이 나팔을 입에 가져갔다. 그 시점에서 성서를 읽은 자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쳐야 했을 것이다.


천사가 나팔을 분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아는 자라면, 그리 했겠지.


ㅡㅡㅡㅡ


그 작은 나팔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큰 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일레느도, 나오키도 말을 멈췄다.


그 나팔소리는 듣는 이를 움츠리게 하고 오싹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절망적인 무언가가 일어날 것만 같은 무언가가. 상상만 해도 두려워지게 하는 불길한 무언가가.


그건 그 전장의 모두가 공유하는 느낌이었다.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고, 나약해진 느낌.


그녀는ㅡ저 천사는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인가. 지금부터 무엇이 일어난다는 말인가.


텐트 위에 올라가서 지옥문에 삼켜지는 걸 면했던 한 연방군 병사는 자신의 머리 위에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걸 느끼고, 순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이 무언가에 고정되고, 입이 점차 벌어졌다.


“신이시여ㅡ”


신앙심 따위 없는, 오로지 인간 찬가를 부르짖는 연방에서 자라온 사람이 그리 말하게 될 정도의 광경이었다.


혹시 이건 악몽이 아닐까 착각하게 될 정도로, 뜨겁게 불타며 지상으로 빠르게 내려오고 있는 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바위ㅡ소행성이다.


마법도, 고유스킬도, 마도도 아니다.


벌써부터 그 고열과 크기를 체감할 수 있는 그것은 이 세계를 관장하는 천계의 힘.


영혼의 무게보다 큰 죄를 저지른 이들을 먼지도 남기지 않고 멸하는 벌이다.


저런 게 지면에 그대로 떨어졌다간 임시 기지 정도가 아니라 도시국가 하나가 통째로 증발해버린다. 전투고 뭐고 도망칠 의욕을 아예 없애버리는, 차원이 다른 재해였다.


“이건, 위험한데. 너무 얕보고 있었던 걸까.”


진귀한 광경을 보고 일견 환희에 찬 얼굴을 한 일레느였지만, 정작 그 목소리에는 위기감이 묻어났다.


저 소행성은 지금까지의 공격에 코웃음을 치던 그녀에게도 경종을 울릴 만한 것이었던 것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돌 때문에 멸망한 고대 국가의 이야기는 그녀도 전해 들어 알고 있었다.


“어이어이, 정말이냐...”


나오키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전장에 남은 모두가 압도당한 가운데, 가브리엘이 덤덤히 입을 열었다.


“이 대천사 가브리엘, 진노의 큰 날이 이르렀음을 고하러 왔다.”


촤악ㅡ


날개를 활짝 펼친 채 날아올라 임박한 재해를 등지고 밑을 내려다보는 그녀의 모습은, 언젠가 인류를 심판할 것이라 전해지는 일곱 나팔의 일익.


이 순간, 그 작은 소녀가 발산하는 위압감은 그야말로 신에 필적했다.


대천사가 내리는 심판 앞에서, 필멸의 존재는 고개를 조아리고 자비를 바랄 수밖에 없다. 저 무서운 것이 이곳에 도달하지 않음을 필사적으로 빌며.


가까스로 늪에 빨려 들어가는 걸 버티고 있던 수십 남짓의 연방군 병사들은 벌벌 떨며 고개를 조아렸다.


제발 저 벌이 자신에게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없던 신앙심까지 쥐어 짜내서 구원을 부르짖었다.


그들이 곧 죄인이며, 두 번째 기회를 받는다면 참회할 것을 목놓아 다짐했다. 그러니 저걸 없던 것으로 해달라고.


하지만 성서에도 나와 있듯, 천사에게 자비란 없다.


눈을 감은 채 기도하듯 두 손을 모은 가브리엘은 말했다.


“생명수 샘으로 인도하시고, 필멸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씻어주실 것임을 알라.”


그리고, 재해가 지상에 떨어졌다.


작가의말

쥔공이 수십만 영혼을 바쳐서 소환했으니 이 정도는 해야겠죠. 작중 등장하는 신벌, 가브리엘의 나팔 등은 성경에서 모티브를 따왔습니다. 


가브리엘의 나팔은 일곱 나팔 (요한 묵시록), 리우가 쓰는 신벌은 전부 실제로 인간들에게 내려졌던 신벌입니다.

펜리르도 등장하고 라그나로크가 중요한 과거 이벤트이긴 하지만, 북유럽신화는 그 마지막 전쟁에서 끝나고, 그 다음부터는 유일신의 기나긴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북유럽신화와 그리스도교를 이어붙였다고 보시면 되겠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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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61 Ninedevi..
    작성일
    21.05.24 22:25
    No. 1

    그리스교도 다음은 그리스 로마 신화인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Testable
    작성일
    21.05.25 06:27
    No. 2

    그리스로마는 안 나올거 같네요 작중에서는 한참 전이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Testable
    작성일
    21.05.25 06:33
    No. 3

    북유럽신화를 따라가자면 라그나로크에서 신들도 죽고 펜리르 같은 마수들도 다 죽고 나서 그 뒤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묘사가 잘 없는데요, 그 이후에 전혀 다른 그리스도교(christianity)가 나오면서 유일신이 등장하는 걸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고 보는 해석이 있어서 그걸 따랐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변진섭
    작성일
    21.05.24 22:26
    No. 4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변진섭
    작성일
    22.11.10 00:42
    No. 5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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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그리고, 또다시 작별 +2 22.05.28 126 5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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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스비엣, 첫 번째 불꽃의 예찬자 +1 22.04.12 127 6 18쪽
206 흉조의 완성 +1 22.03.30 123 5 19쪽
205 환상을 부수는 번견 +1 22.03.25 123 4 15쪽
204 의지는 얼어붙지 않는다 +1 22.03.03 123 5 18쪽
203 격돌 +1 22.02.22 114 4 17쪽
202 집결 +1 22.02.08 111 5 17쪽
201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 +2 22.01.15 116 5 18쪽
200 패배, 그리고 지켜보는 눈 +1 21.12.31 124 4 18쪽
199 카디널 보이드 +2 21.12.24 123 4 17쪽
198 마도 vs 마법 +3 21.12.08 130 3 18쪽
197 망설임을 잠재우지 않으면 +1 21.11.29 125 3 16쪽
196 어둠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1 21.11.16 119 5 18쪽
195 엔딩의 서막 +3 21.11.02 127 7 16쪽
194 시계 바늘은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돌아간다 +3 21.10.17 132 5 18쪽
193 예카테리나 페르바크 중위 +1 21.09.28 103 5 18쪽
192 이곳은 죽음이 백색을 띠고 있다 +1 21.09.03 105 5 19쪽
191 하늘에서, 하늘로 쏟아지는 파괴 +2 21.08.01 118 3 17쪽
190 여름 바다, 휴가 +2 21.07.24 112 4 16쪽
189 소녀는 절대 잊지 않는다 +5 21.07.11 120 4 17쪽
188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전란 +3 21.07.05 129 5 19쪽
187 동전의 뒷면은 온도가 다르다 +2 21.06.21 121 6 17쪽
186 전쟁은 아직 시작에 불과했다 +1 21.06.07 128 4 17쪽
» 종언의 천사 +5 21.05.24 139 5 15쪽
184 광기의 과학자 +3 21.05.15 139 5 18쪽
183 표지가 새로 나왔습니다 +3 21.04.27 133 5 1쪽
182 천사, 인간, 그리고 광인 +4 21.04.25 173 5 18쪽
181 메스에는 피가 묻어있다 +2 21.04.12 134 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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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인페르노 +1 21.03.11 148 4 18쪽
177 첫 번째 교전 +2 21.03.01 165 4 14쪽
176 겨울 비가 오기 전에 +3 21.02.21 168 8 14쪽
175 밤에 물들어버린 빛 +5 21.02.15 196 9 15쪽
174 손님 맞이 +2 21.02.12 169 7 17쪽
173 어둠은 꽈리를 틀었다 +4 21.02.10 180 7 15쪽
172 마왕의 방문 +3 21.02.07 184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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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인과응보 혹은 불의 +5 21.01.25 167 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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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우연은 필연의 모습을 하고 있다 +5 21.01.16 167 6 14쪽
164 차가운 운명의 굴레는 오늘도 +1 21.01.14 158 6 16쪽
163 모든 게 얼어붙은 나라 +2 21.01.11 192 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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